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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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륙양용의 기계 악어는 그리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예전, 그러니까 1980년대 후반쯤, 문구점에서는 1000원짜리 보드게임을 판매하곤 했습니다. 특수촬영물부터 온갖 애니메이션, 비디오게임에 이르기까지 소재가 참 다양했는데, 그 중에는 조이드를 소재로 한 <울트라사우러스 비밀기지 폭파작전>이란 길고 긴 이름의 게임도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는 헤릭공화국의 지휘관인데, 제네바스 제국에서 비밀병기를 개발 중이라는 정보가 들어오자 울트라사우러스를 중심으로 한 부대를 이끌고 제국 기지를 폭파하러 떠난다는 내용이었죠. 특수 파견 부대가 다 그렇듯이 산 넘고 물 건너 행군하느라 진군에 애로사항이 꽃필 때가 많았습니다만, 그럴 때 부대 내에 비행/수중 조이드가 있으면 꽤 편리했습니다. 험준한 산맥에서는 비행 조이드가, 깊은 강물에서는 수중 조이드가 이동 보너스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동보너스를 받는 조이드로는 비행 쪽에서 프테라스, 수중 쪽에서는 해리게이터(바리게이터)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한 인상을 받았던 건 해리게티어였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계 악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로봇이나 메카닉이라고 하면 흔히 지상전투만 떠올리지 수중전투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죠. 지상전투를 펼치는 로봇에게 옵션을 달아준다고 해도 날개나 제트분사기를 달고 하늘을 나는 경우가 많을 뿐, 지느러미나 스크루를 달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뭐, 당장 올 여름에 개봉했던 <패자의 역습>도 그렇잖아요. 옵티머스가 마지막에 어떻게 되었는가를 떠올려 보세요) 거기다 악어형 로봇이라니, 그 독특한 모양새도 눈길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동물 로봇 중에서도 공룡 같은 거야 워낙 유명인사니까 흔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악어를 본 뜬 로봇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차라리 같은 수중 로봇이라도 악어보단 상어 로봇이 많다면 많을 겁니다. 상어는 어딜 가나 인기 스타니까요.
유명 조이드 중에서 수중 활동이 가능한 것들은 해리게이터 외에도 싱커, 워딕, 해머헤드 등이 있습니다. 싱커는 가오리, 워딕은 고대 갑주어, 해머헤드는 귀상어 모양으로 생겼는데, 전부 어류에 바탕을 두고 있죠. 이 밖에도 수중 활동을 하는 조이드가 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해리게이터 같은 네발짐승이 물 속에서 활약하는 일은 조이드 세계에서도 드문 일 같습니다. 물론 이 악어 조이드는 싱커나 워딕과 달리 수상함처럼 해전에서 쓰이는 게 아니라 도하/상륙작전을 할 때 활용가치가 더 높은 편이긴 합니다. 워딕 같은 기계 갑주어는 심해까지 잠수해 활동하지만, 해리게이터는 그저 강이나 호수에서 잠복했다가 지나가는 육상 조이드를 기습하는 수준입니다. 원본이 악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네요. 그렇다고 해도 네발짐승 로봇이 물 속을 들락거리는 건 기이한 일임에 변함이 없습니다.
해리게이터는 악어 모양이기에 이동 방식에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도대체 저 금속 몸뚱이로 어떻게 헤엄을 치느냐는 겁니다. 보통 악어를 떠올려 봅시다. 몸을 물에 반쯤 담그거나 완전히 잠수한 채로 꼬리를 좌우로 흔들어 추진을 합니다. 아마 해리게이터도 같은 방식이겠죠. 생긴 게 똑같으니 헤엄치는 방식도 똑같을 겁니다. 스크류? 노? 돛? 그런 거 없습니다. 겉모습은 기계지만, 설정상 조이드는 야생동물입니다. 조선소에서 뚝딱뚝딱 만들어낸 함선이 아니라는 거죠. 문제는 14m쯤 되는 이 놈의 몸무게가 20톤이 훨씬 넘어간다는 것. 글쎄요, 꼬리를 흔들면 어느 정도 추진력이 생기긴 하겠지만 과연 몇 노트로 수영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거친 전투를 거듭하다 보면 빨리 이동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고속 회피기동도 필요할 텐데, 유연성도 없어 보이는 꼬리만 느릿느릿 흔들다간 가는 세월도 못 잡을 것 같습니다. 역시 다리가 무한궤도보다 구현이 어려운 것처럼 꼬리(지느러미)가 스크루보다 어려운 걸까요. (에, 설정상 수영하는 워딕의 이동속도는 60노트가 넘어간다고 합니다)
금속생체 조이드는 그 자체로서 설정도 꽤 매력적인 편인데, 해리게이터 같은 종류는 그 중에서도 꽤나 독특한 편에 속합니다. 애니메이션 등에도 자주 나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 워낙 해전이 드문데다가 주인공급 기체는 아니어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처럼 멋진 기계 악어를 또 어디서 볼 수 있나, 싶습니다.
※ 바리게이터 박스 표지를 보면, Crocodile Type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에서 추정해볼 때 Alligator Type이라고 해야 옳은 것 아닐까요. 아니라면, 주둥이가 뾰족하고 길쭉한 것이 생긴 모습도 앨리게이터보다 크로커다일에 가까우니 이름을 바리커다일(Baricodile)로 바꾸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