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이야기를 하면 이따금 '드래곤볼 AF(Dragon Ball After Future)'라는 작품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그와 관련된 만화가 보이는가 하면, 슈퍼 사이아인 5니 뭐니 하는 각종 설정 자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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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샤이아인 5로 변신한 베지타. 엄청난 박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

  게다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캐릭터 상품이니 뭐니 하며 각종 이야기가 계속 늘어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드래곤볼 AF>는 본래 버드 스튜디오에서 기획했지만 중간에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려 한다"던가...)

  아래에 <드래곤볼>과 관련하여 토리야마 아키라씨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만, 관련 포스팅 곳곳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간단히 정리해 볼까 합니다.


  우선, 한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식적으로 <드래곤볼> 시리즈의 스토리는 <드래곤볼 GT> 64화 "안녕히 손오공.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대사로 보자면 '손오공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에서 종료된다는 것이지요.

  이후 번외편이 나오기도 했고, 극장판이나 점프 40주년 기념작 등등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번외편(외전)'에 지나지 않으며 공식적인 설정과는 무관합니다. (번외편이 넘쳐나는 건 인기 상품의 숙명이라고 할까요? 사실상 이들은 '패러럴월드'라고 해도 좋으며, 그렇기 때문에 본편과 설정이 맞지 않는 부분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드래곤볼 GT> 이후의 이야기로서 After Future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드래곤볼 AF>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드래곤볼 AF>라는 작품은 토리야마 아키라씨도, 그리고 토리야마 아키라씨의 기획 사무실인 버드 스튜디오에서도 만든 일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림 한장도 말이지요.

  그러니 그것은 관련자가 아닌 다른 사람, 단순한 드래곤의 팬이 만들었습니다. 바로 <드래곤볼 AF>는 동인 작품, 즉 '팬픽'인 것이지요.

  다만, 일반적인 동인지와 다른 것은 본래 <드래곤볼 AF>는 처음부터 동인지로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드래곤볼 AF>의 동인지가 나온 것은 사실 그다지 오랜 일은 아닙니다. 반면 <드래곤볼 AF>와 관련된 정보는 매우 오래 전부터 등장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드래곤볼 AF> 처음에는 단지 '드래곤볼의 후속편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바램에서 나온 소문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드래곤볼 AF>에 대한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GT>가 후반부에 들어서고 있던 1997년 4월 1일(간단히 말해서 만우절)에 몇몇 홈페이지나 동호회, 뉴스 그룹 등을 통해서 '뉴스'로서 등장했습니다.

  "버드 스튜디오(토리야마씨의 기획사)에서 드래곤볼의 후속편을 기획 중이며, 그 이름은 '드래곤볼 AF(After Future)'다. 그리고 여기서는 슈퍼샤이아인 5가 나오고..."

  만우절 장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 자신의 바램을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이 소문은 마침 <드래곤볼 GT> 이후의 이야기도 기대하고 있던 팬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드래곤볼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그 소식이 만우절에 나온 장난이었음에도- 진짜로 믿고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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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몇 사람이 했지만, 이렇게 드래곤볼 AF의 설정(?)은 여러 사람에 의해 창조되고 있습니다. ]

 * 다음편에 대한 소문... 

  이런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창 <드래곤볼>의 해적판이 넘치고 있던 당시, 500원짜리 작은 만화책에서 드래곤볼이 1회씩 수록되어 소개되곤 했습니다.(네... 연재 분량을 따라 잡았기 때문이지요. 당시엔 인터넷도 거의 쓰지 않았고, 만화를 스캔해서 번역해 올리는 일은 상상도 못했기에 이런 형태의 '상품'으로 나온 겁니다.)

  다음 편이 궁금했던 이들은 당시 '소식통'이라고 알려진 친구들을 졸라댔고 그들은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을 알려주었지요.

  그 중에는 '무천도사가 실은 외계인이어서 엄청나게 강하다.'는 황당한 이야기부터, '샤이아인이 실은 살아있어서 베지타를 돕는다.'는 비교적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까지 무수히 많았는데, 후일 뻥으로 드러나는 그 이야기들을 당시엔 매우 진지하게 믿곤 했던 것입니다.
(사실은 해적판 만화가 <드래곤볼>이 연재되고 있던 주간 소년 점프의 연재 내용을 따라 잡아서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은 고작 1주일 차이가 밖에는 안 되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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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팬사이트들도 드래곤볼 AF의 진실화(?)에 기여하였다. ]

  게다가 <드래곤볼 GT>는 사실상 드래곤볼의 이야기를 완전히 마감하는 형태(건담으로 보자면 <뉴 건담>처럼)로 종결되었고,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기에 팬들은 소문에 불과했던 <드래곤볼 AF>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하여, 인터넷과 블로그가 등장하면서 <드래곤볼 AF>의 소문은 더더욱 증폭되었고, 꽤 규모가 큰 Daizenshuu EX 같은 팬사이트에서도 만우절 장난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 등을 올리는 등 "드래곤볼 AF 놀이"라고 할만한 현상은 세기를 넘어서도 계속 이어져 갔습니다.

  그리하여 당초 그 소문을 만들어낸 당사자중 한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각종 설정 자료에 이어 '만화'(즉, 동인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드래곤볼 AF>는 거의 '한없이 진짜에 가까운 가짜'가 되어 버리고 말았지요.
(지금 이 순간 133페이지까지 연재 중이며 동인지로 2권까지 나와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인지라 권당 70페이지 정도 밖에는 안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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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이블(Toyble)이라는 동인 작가가 그리고 있는 드래곤볼 AF. 모든 것은 만우절 장난에서 시작되었지만, 나름대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


  공식적으로 <드래곤볼>의 이야기는 -번외편이나 게임 등의 상품을 제외하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습니다.

  버드 스튜디오에서도, 토리야마씨도 더 이상의 '드래곤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요.
  어디까지나 <드래곤볼>로 돈을 벌려는 이들이 알아서 찾아갈 뿐...

  하지만, <드래곤볼 AF>처럼 만우절 장난을 진실이라 믿는 팬들이 존재하고 팬들에 의해 창조된 이야기가 꾸준히 등장하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그만큼 <드래곤볼>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수명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사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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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다라케에서 판매 중인 드래곤볼 AF 표지. 물론 무지 비싸고 얇다. ]

  <드래곤볼 AF>는 팬픽입니다.
  '뒷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팬들의 바램이 형태를 갖고, 팬들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그런 이야기라고 하겠지요. (그것은 70년대에 나온 작품이지만, 인기를 계속 이어가다 90년대에 들어 외전 소설이 쏟아져 나온 <스타워즈> 같은 프랜차이즈 상품과도 비슷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10년 이상 계속 관심이 이어지며 결국은 나름대로 하나의 모습으로 선보인 <드래곤볼 AF>를 볼때, 언젠가 <드래곤볼>도 토리야마 아키라와 버드 스튜디오의 손을 떠나 끝없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그것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만...)

  그리고 언젠가는 <드래곤볼 AF>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동인 게임이나 동인 애니일지도 모르지만)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요...

  공식적으로 <드래곤볼>의 이야기는 막을 내렸지만, 이처럼 꾸준히 다양한 가능성이 보여지는 것은 드래곤볼의 팬들에게는 즐거운 일일까요? ^^

  참고로... 드래곤볼 AF의 연재본은 토이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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