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대 프레데터는 두 괴물의 대결 그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따져봐도 참 재미있죠. 무슨 소리인고 하니, 두 괴물을 연출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겁니다. 영화 <AvP>에서 에일리언은 기계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프레데터는 사람이 괴물옷을 입고 연기했죠. 그래서 두 괴물의 성향이 다른 만큼 두 괴물을 연출한 기법도 차이가 납니다. 에일리언이 요즘 추세를 따른다면, 프레데터는 구시대 방법을 활용했다고 할 수 있겠죠.

일단 에일리언은 생긴 게 사람과 많이 다릅니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두 팔이 있고, 머리와 목이 있다곤 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따지면 차이가 많죠. 눈이 없는 길죽한 머리, 손가락도 여섯 개에다가 그나마 손가락들이 서로 붙어 있습니다. 다리는 역관절이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죠. 깡마른 몸통도 사람과는 다릅니다. 이러니 괴물옷을 입고 싶어도 만만치가 않죠. 만약 예전 <에일리언> 1편이나 2편에 나온 디자인이라면 모를까 최근 디자인한 에일리언은 옷을 만들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에일리언의 몸놀림은 인간과 확연히 다릅니다. 벽을 타고 다니는 것부터 엄청나게 먼 거리를 뛴다거나 꼬리를 휘둘러 공격하는 게 그렇죠. 이건 옷을 입고도 연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다 여왕 에일리언까지 합세하면 더 그렇죠. 따라서 에일리언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려면 컴퓨터 그래픽을 적극 도입해야 합니다. 과거엔 기계로 여왕 에일리언을 움직였으나 전신을 보여주려면 그것도 힘들죠. 그래서 <AvP> 에일리언은 CG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프레데터는 사람이 직접 옷을 입고 연기했습니다. 에일리언에 비해 프레데터는 사람과 많이 닮았습니다. 턱 구조가 좀 복잡하긴 하지만, 이것도 가면을 쓰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다른 부분은 별로 문제될 것 없고요. 움직이는 것도 에일리언처럼 네 다리를 이용해 달리는 게 아니라 두 발만 활용합니다. 싸울 때도 총을 쏘거나 창을 휘두르는 편이죠. 물론 은폐 상태나 멀리 뛰는 장면을 찍으려면 CG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에일리언처럼 CG에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특수효과의 주역은 단연 CG입니다. <스타워즈>에 나온 온갖 크리쳐라든가 <킹콩>에 나오는 공룡들, <슈퍼맨 리턴스>에서 날아다니는 슈퍼맨은 전부 CG로 만든다는군요.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폭이 엄청나게 넓고,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거죠. (제작비 절감 문제는 아직도 논의 중에 있습니다만, 일단 절감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손으로 직접 만들지 못했던 걸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만큼 CG를 활용할지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재 대세가 CG라는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에일리언은 이미 이 대세에 합류했습니다. <에일리언 3>부터 그리했죠. <AvP>에 와서는 더욱 두드러졌고요. 하지만 프레데터는? 프레데터는 아직 멀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AvP 2>나 <프레데터 3>가 나와도 사람이 옷을 입고 연기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CG가 얼마나 발달하든 사람과 비슷하다는 크리쳐의 특성은 변하지 않을 거고, 그러면 옷을 입는 편이 훨씬 낫죠. 아무리 CG가 싸다 한들 옷을 입는 것보다는 비쌀 겁니다.

이렇듯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는 신식 CG 대 구식 괴물옷이라는 재미있는 구도도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이렇게 구식 촬영 기법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추억을 되살릴 수도 있고요. 전 CG보다 로봇이라든가 슈트 연기를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이제 그런 것들은 모두 뒤안길로 접어들었거든요. 그래서 <AvP>에 나오는 프레데터를 보며 사라져가는 구식 촬영 기법을 감상합니다. 고전 괴물은 많지만, 표현법까지 고전인 괴물인 얼마 남지 않았고, 프레데터도 그들 중에 하나입니다. 글쎄요, 이것도 프레데터가 지닌 매력 중 하나라고 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