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청- 쿠르젠 외곽
너무 가까이 자리를 잡은 것이 잘못이었다. 적들이 죽을 작정을 했는지 섬광탄과 투폭탄을 던지고는 총알을 낭비해댔다. 결국 우리 분대 두 명이 죽었다. 너무 방심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런 큰 실수를 하다니…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다.
본부에서의 교신이 들어와서- 결국은 바로 후퇴했다. SMC를 놓고 온 것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꽤 무거운 놈이라 잘못하면 내가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큰 후회는 하지 않았다.
바로 차량에 타고는 행여 적들이 따라올까 정신없이 몰아서 중앙국 쿠르젠 지역 제 1 방어선에 도착했다.
“두명 사망, SMC를 잃었습니다. 적은 약 15명이 사살되었습니다.”
내가 보고를 하는 동안에도 1선 지휘관은 우리들의 신통치 못한 전투성과에 화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 분대에서 두명의 사망자가 났다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모질지는 못해도 뭔가 잘못한 것이 있을 때는 이런 사람이 상대하기 편하다.
“기화폭탄이 날아갈테니 시체 수습은커녕 쿠르젠 녹지 자체를 다시 보기 어렵겠군. 지옥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의 이름에 걸맞게 다음부터는 다른 고생을 좀 더 하더라도 아군의 희생만큼은 막도록 한다. 알겠나?”
“예!”
상관이라 우리에게 반말을 쓰긴 해도 우리의 실수가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 굉장히 멍청한 상관이다. 이런 사람을 1선 지휘관으로 뽑은 본부가 의심스러워진다.
아직은 최전선이라 모두 전투 대비에 분주하다. 얼마 되지 않아 적은 기화폭탄으로 폐허가 될, 흔적만 남아있을 숲을 짓밟고 이쪽으로 공격해올 것이다.



라이너 로센버그- 쿠르젠 제 2녹지
소대장과 운전병의 시체를 치우지도 못한 채 차량에 탄 우리는 최대한 속도를 내 녹지에서 빠져나왔다. 왔던 길로 무작정 되돌아 나갔다.
숲을 빠져나오고 나서, 우리 소대는 저 멀리 해방군 본군이 진군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아직 기화폭탄이 투하될 것이라는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방향을 바꾸어 본군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휘차의 해치가 열리고 다른 곳의 소대장인 듯한 사람이 보였다. 45 소대장이었다. 부소대장이 성급히 말을 시작했다.
“스…습격을 받았습니다! 중앙군의 기화폭탄이 쿠르젠 제 2,3녹지에 투하될 예정입니다! 즉시 그 곳으로 이동중인 아군들을 회군시키시지 않으시면 선제공격은커녕 방어부터 서둘러야 할 상황이 됩니다!”
“무슨 소린가? 아직 본부에서 그런 통보를 받은 적이 없네.”
“중앙군쪽의 교신헬멧에서 알아냈습니다! 5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쪽의 폭격기 여러 대가 지금 비행해 오고 있단 말입니다! 어떻게든-”
“아, 알았네. 바로 위쪽에 통보하지. 지금 내 능력으로는 저 쪽까지 교신할 수도 없으니까.”
말귀를 좀 알아듣는 사람이었지만 여전히 못 믿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가 피를 잔뜩 뒤집어 쓴 것이 조금 보충설명이 된 것 같았다.
교신을 잠시 하더니 전차에 타고 있던 소대장이 그제서야 수긍이 가는 눈으로 우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어두운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다.
“회군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이미 반 이상이 쿠르젠 녹지에 진입해있네. 대공포가 몇 문 가긴 했지만 뒤쪽에 배치되어서 사정거리에 닿지 않고, 아군의 요격기가 설사 로켓급 엔진이 다섯 개쯤 달려있다고 하더라도, 출격 준비만 8분은 걸려.”
서로 어두운 표정을 한 채 시간을 보내던 우리들은 소대장이 갑자기 교신을 하기 시작하자 동요했다.
“아- 거기, 제 27분대인가? 지금 어딘가. 그래? 중앙군의 폭격기가 그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여유로운 듯 했다. 반면 27분대 쪽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금 대공포를 끌고 오고 있다고는 하는데, 폭격 시간 전까지 못 온답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확률이 높다고는 차마 못 하네만, 해보게. 휴대한 로켓 중에, ALA (Anti Light Air force의 준말로서 해방군 로켓 등급중의 한 가지. 비행형 정찰드론, 경전투기 정도를 파괴할 수 있는 정도의 로켓 탄두를 말한다. 파괴력이 약한 만큼 탄두의 무게를 줄여 여러 발을 휴대할 수 있도록 하였다.)급 있나?”
“2분 남았습니다! 빨리 말씀해주십시오!…있긴 있습니다만.”
27분대쪽에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나 곧 실수했다는걸 알고는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흥분했으면서 존댓말은 하는게 용하네.”
부소대장이 중얼거렸다. 다들 살짝 웃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45소대장은 여전히 표정이 여유로웠다.
“그거, 잘만 하면 고공 요격도 가능하다네. 유도기능이 괜히 있는게 아니거든. 다만, 폭격기의 속도가 더 빠를걸세. 중앙군에서 기화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정도의 급이라면- 레스미아22 (중앙국의 두 번째 수도라고도 할 수 있는 중요도시 레스미아에서 이름을 따 온 폭격기이다. 10호는 대전차 폭격, 15호는 대기지 폭격용으로 만들어졌고 22호는 대용량 폭격기로서 주로 대규모 살상폭격을 위해 쓰인다. )겠군. 좋아! 약 700m쯤 앞에 쏘게. RRL (Rudon Rocket Launcher의 준말. 루돈은 개발자의 이름이다. 탄두의 구경이 자체 구경보다 크지만 않으면 어떤 탄두라도 넣어 쏠 수 있는 로켓 발사기로서 해방군에게 정식 채용되었다. 이후 탄두에 따라 발사기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 큰 이익을 가져왔다.) 쪽이 더 느리기 때문에 예측사격이 필요해- 빨리 주위 분대에 전하라고!”
의료병들이 다친 병사들과 시체들을 옮기고 가는 동안, 슈벨과 나, 부소대장과 나머지 두 명은 45소대장이 타고 있는 전차옆을 바싹 붙어서 따라갔다.
제한 시간을 넘어선 지 1분 가까이 되었을까. 누군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폭격기들이 레이더에 잡혔습니다!”
이어서 아까 교신하던 27분대쪽에서 다시 교신이 들어왔다.
“육안 확인! 발사합니다!”
모두 알고 있던 것이 확실했다. 로켓 발사음이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열 번이 넘게 들렸기 때문이다.
잠시 후, 환호성이 들려왔다.
“간단히 격파했습니다! 우리 주위는 모두 안전합니다!”
우리들도 한숨을 쉬며 안도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 한대가 더 있다! 옆쪽이야! 다가옵니다! 더 이상 대공 탄약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뭔가 떨어집니다! 젠장맞을-!”
교신이 끊겨 버렸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큰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지만, 숲 쪽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강한 후폭풍이 우리 뒤쪽에서부터 불어왔다. 몇 명이 바람을 견디지 못해 넘어져 한참을 뒹굴 정도였다.

역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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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조언이나 감상 달아주시면 고맙게 받겠습니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