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가락, 찰가락.

등 전체가 쭈삣거린다.
입을 막고 몸을 굳게 만드는 그런 고도의 긴장, 전율...

찰가락, 찰가락.

비늘소리일까? 아니면 갑옷소리일까?
정답은 분명히 드러나겠지. 그러나, 그것은 무엇이 되는가?
놈인가? 아니면 녀석들일까?

오른손을 들어올려 검지와 중지로 신호를 보낸다. 너희는 이쪽, 나머지는 저쪽.
손을 한바퀴 돌리며 움켜쥐는 것은 ‘몰패’.


낙엽 때문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가급적 조용히 움직여야 몰패가 가능하다.
기는 뱀과 같이, 단 한번에 끝내기 위하여.

... !

송장이다.
놈이 송장 위에서 놀고 있다. ‘청설모’.

청설모가 병졸 하나를 송장으로 만들었을 리는 없겠지...
하아...

델리 파우치. 이젠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었군...
안도감을 넘어선 전율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이번이 녀석의 첫 출진이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던 녀석...
농노의 아들이라 이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고 자신을 곱씹던 그런 젊은 누군가는 이제 차갑게 식은 고깃덩이로 변했다. 가장 쾌활하게 웃던 쥐눈이콩이 ‘땅에 심기기도 전에 삶아졌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말하고 있다.
투구를 빗겨나 목 깊숙이 박혀버린 나무꼬챙이. 턱뼈가 빠지도록 파우치는 비명을 질렀으리라...
희미한 비명 너머로 뱃가죽이 찢어지는 고통이 함께 엄습하였는 듯 몸은 심각하리만치 경직되어 있다. 찢어진 뱃속 사이로 휑하니 드러난 빈 공터. 있어야 할 큰 고깃부위가 없어졌다.
매장자들의 표현으로는 ‘간’이라 부르는 고깃부위. 그 부위는 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파우치가 이 고통을 겪는 동안 한 솔로 이자식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단 말인가!

“... 십장님, 한 솔로의 시체도 찾아냈습니다.”
이젠 십장이 아니라 팔장이겠지.
두 놈 다 절명하였다.

솔로는 너무 재수가 없었나보다. 굴러떨어진 곳이 하필 뼈무덤일 줄이야..
파우치처럼 관통당한 것은 아닐지라도, 심한 출혈이 사인이 된 듯 싶다. 녀석의 시체 또한 휑뎅그렁하게 어느 한 부위가 뱃속에서 사라졌다.


빼앗긴 부위는 간. 피로 물든 사체.
그리고, 주변에 널린 두 종류의 발자국.

보폭 넓고 날카로운 하나와, 작고 총총거렸을 듯한 발가락 3개의 여우 발자국.
분명 이 발자국은 아군의 진지를 몇일 전에 방문한 그 발자국과 같다.

사실은 되도록 빠르게 알려져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밝음으로만 채워져 있다.
괴로워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런 밝음,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내 목이 필요한 예닐곱의 무리들.
그때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작은발로 돌아다니는 바이킷소무들.
더는 당하지 않아. 네놈들 목부터 뜯어버리겠어!

크롸라라아아아아아아악―――――




추적에 실패했다.
사흘 내로 놈의 자취를 다시 정찰해야 한다.

의외다. 괴물은 도망치지 않았다.
분명 쇠촉에 맞았음에도, 그것이 비껴 맞았던 정확하게 등짝을 찍었던 간에 쇠촉이 갖는 관통력의 의미를 각인하였음에도 괴물은 숨지 않았다. 정공법이라도 택한다는 것인가?
설마, 괴물 주제에?

발자국은 괴물의 분주한 정신상태를 따라 정신없이 찍혀 있었다. 이리저리 정신없게 찍힌 이 발자국들은 그러나, 우리의 목책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이 괴물은 필시 누군가를 노리고 있었으리라.

“일단 이곳에서 휴식. 산개하되 멀리는 가지 말 것. 이상.”
이것 참... 무슨 나들이 나온 것도 아닌데, 바보들처럼 목책만 뱅글 뱅글 돌고 있다.

다시 한번만 정찰을 해보자, 스미셔. 죽지 않은 이상 괴물의 자취는 어딘가에 남아있으리라.
내 귀는 폼으로 달고 있지 않다. 바람에 농락당하는 이파리의 비명 하나까지 다 들리지 않는가? 혼자라고 놈에게 당할쏘냐? 놈이 오기 전에 찾을 수 있고, ‘피리살’을 쏘아 알리면 되는 것이다.
혼자인 것은 괴물이다. 내 주변엔 다섯의 사수들이 있다. 놈을 움찔하게 만드는 강력한 쇠촉이 6발이나 준비된 것이다.

... 퍽! 크악!...
대체 뭐지? 라이칸스로프라면 전에 다 토벌하였는데...

제길!
놈이다. 요상한 뜀뛰기와 함께 병사의 머리 위에서 발톱을 휘두르는 잔인한 괴물.
마지막 병사마저 놈의 피묻은 발톱에 으스러졌다. 여덟 병사의 주검을 확인하며 살기어린 눈깔을 부라리는 괴물.

혼자서는 무리다. 피리살이다.
그러나.. 저런 놈을 쇠촉으로 제압할 수 있을까?


쐐액! 삐이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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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다시 올렸군요. --;;
솔직히, 내용성은 극히 불만족...
필력없음을 용서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