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전부터 써오던 것을 올리고자 하는데,
연재상태로 봐서는 좋아야 중편 수준이 될 듯 합니다.
(계획이야 장편이지만...늘 그렇듯 운석충돌이라던가, 핵폭발 같은 깽판을 놓습니다)

---

'메트로폴리스'의 건물들은 낡고, 음험하다. 어둠을 품은 층계참들과 외진 복도, 공허한 광장들 사이로 오가는 인간들은 그 회색의 배경 속에서 인간이라기보다 탈색된 석고상 같은 인상을 풍긴다.
메트로폴리스, 424-F-3325-840221번 도로. 메트로폴리스는 고대 뉴욕에서부터 서방을 향해 치닫는, 종국에는 로스앤젤레스가 목표인 자동성장도시이다. 최근에 400을 돌파한 도로일련번호를 단 아스팔트 도로들은 아이오와를 지나 네브래스카와 미네소타로 이어져 있었다(물론, 위스콘신 또한 그랬다). 그리고, 그 32차선 도로의 주위로 미로 같은 국도와 샛길, 지름길과 갈림길들이 생겨났고, 그 뒤를 따라 천천히 아무도 찾지 않을 미로 같은 복도들과 계단, 빈방으로 채워진 건물들이 지어졌다. 그 중 인간이 지은 건물은 한 채도 없었고, 모두 '건축가'들이 입력된 방식대로 지은 기계적 건축물이었다.
840221번 도로. 네브래스카 위를 지나는 3번 크기의 고속 도로. 그곳에 코어 '23'이 있었다.
으레 1번 크기의 고속 도로를 수백 개씩 만들어내는 대형 건축기계 코어는 1번 크기의 고속 도로를 건설하고 정부신경청사를 광장 중앙에 찍어낸 후에는 하위 건축가들에게 맡긴다. 그러나 840221번 도로는 정부신경청사로부터 42km 떨어진 곳이고, 반경 50km 이내의 모든 건물은 신경청사의 통제를 받는다. 그렇다면 코어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코어 23은 차가운 강철과 번개의 손길로 거대한 지하 건물을 건설 중이었다. 실로 거형 건축기계인 코어가 어울릴 만한 크기였다. 그 지하 기지의 직경은 8km에 가깝게 컸고, 지상을 향해 어둡게 입 벌린 그 구멍은 마치 대지에 뚫린 지옥문처럼 보였다. 그 중앙에서 코어는 용접기의 불꽃과 강철의 장막에 싸여 그 심연을 채웠다.
마침내, 코어의 보조 브리지가 구멍의 바깥으로 끌어올려지고, 구멍 속을 빈틈없이 채운 연구시설들 위로 두꺼운 티타늄 강판들이 깔끔하게 깔렸다. 곧 하위 건축기계들이 몰래 가져온 대량의 부식토를 고르게 펴고, 지면으로 단순한 우주선 선착장과 격납고를 남기고는 코어와 건축기계들은 모두 사라졌다.
격납고에는 '웨이랜드 유타니 주식회사'와 그 마크가 그려져 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 서늘한 바람이 감돈다.

---

메트로폴리스의 최상층은 성층권에 맞닿아 있으며, 그곳에는 수시로 우주선이 드나든다. 최초의 코어가 건설한 메트로폴리스의 우주선 도킹 시스템은 가끔 삐걱거리고 강풍에 무섭게 흔들리긴 하지만 여태까지 한번도 무너진 적이 없고, 그것은 레너드 또한 신뢰하는 바이다. 레너드는 아무 두려움 없이 알루미늄 빛이 나는 우주선 해치를 열고 걸어나왔다.
윙 하는 소리가 들린다. 스캔을 하는 모양이다. 곧 동면 중에 꺼져있던 콘솔이 켜지고, 망막 위로 붉은 좌표점이 번쩍 하고 지나간다. 곧 동공 우측 상단에 웨이랜드 유타니 메인 컴퓨터에 로그인 마크가 뜨고, 사라졌다. 메트로폴리스 전역에 필라멘트 형식으로 접속기가 매설되어있다. 레너드와 같이 뇌와 척수에 나노컴퓨터들을 주입한 회사 중역들은 자동적으로 웨이랜드 유타니 메인 컴퓨터의 위치 추적을 당하게 되고,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도 지원 받는다.
예를 들어, 레너드의 방문을 알아채고 상주하던 회사 직원들의 마중 등이 그렇다.
"레너드 필립 씨 이시죠?"
"그렇습니다만?"
이상하게 회사 직원들의 얼굴이 상기되어있다. 앞에 나와있던 사무소장 베른이(같은 회사 직원이라거나 같은 커뮤니티의 회원이라면 곧바로 상대방의 직급이나 이름을 알 수 있다)초조한 눈초리로 말을 이었다.
"회사 본사에서 연락이 와 있습니다. 도착하는 대로 즉시 연락하랍니다."
레너드는 베른과 일단의 직원들을 따라 전산실로 향했다. 전산실로 가는 길에, 그는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끼고, 웃옷주머니에서 '필' 알약을 꺼내어 삼켰다. 약국에서 파는 일종의 신경 안정제였다. 남용하면 환각 혹은 단기 기억 상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씌여 있다.
회색 복도의 끝에 네트 단말이 있다.
사실 네트 단말기는 어떤 기계라기보다 라디오 안테나와 닮았다. 인공지능을 가진 네트 단말기는 곧 통화 상대방을 검색해냈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레너드의 뇌로(뇌 내부의 나노 컴퓨터로)전송했다. 곧 레너드의 동공 위로 사각형의 영상이 뜨여지고, 그는 그것이 웨이랜드 유타니 회사에서 자주 보던 오퍼레이터라는 것도 알아챘다.
'브루스 씨?'
나노컴퓨터의 뇌파 분석을 응용한 대화법은 대부분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지만, 때때로 해석이 잘못되어 불쾌한 오해를 유발할 수도 있었다.
'브루저입니다. 레너드 필립 씨...'
레너드는 재빨리 생각의 형태를 바꾸었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 그것보다 더 급한 것이 있습니다.
레너드의 동공 너머 브루저의 영상이 책상 서랍 밑에서 정육면체 모양의 메모리 큐브를 꺼내 단말기에 집어넣었다. 곧 그의 눈동자 왼편에 다운로드한 문서의 내용이 출력되었다. 그것은 어떤 지도의 내용이었다.
'지금 곧 424-F-3325-840221 도로의 끝으로 가주십시오. 당신의 자택의 모든 가구들은 이미 이송해 놓았습니다. 그 문서는 그 끝에 위치한 지하 건물의 대략적인 설계도면입니다. 필립은 그곳에서 일어나는 업무의 총책임을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부분은 후에 다시 연결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레너드는 대단히 당황했고, 그래서 갑자기 두서없는 생각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 갑작스런 직장 변경에 대한 불평과 욕설이 뒤섞여 있는 생각이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지각하고 간신히 생각을 추슬러 대답하려 했지만, 이미 브루저의 영상은 그의 동공 안에서 노이즈로 부스러져 버렸다.
단말에서 전송되는 전자 신호가 중단되고, 레너드는 조용히 뒤돌아 나왔다. 베른이 뒤에서 따라 나왔다. 레너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알약을 하나 더 삼킬까 하고 주머니에서 -P가 새겨져 있는- 약병을 꺼내는데, 베른이 말했다.
"본사의 지시대로 고속차량 한 대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레너드는 관심 없이 흘끔 돌아보았고, 그래서 베른이 동공 위로 십자 조준선을 표시하고 척수와 연결된 마취 총을 꺼내드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사격에 문외한이라도 100m밖의 물체를 맞출 수 있게 만드는 나노로봇들의 조준은 멀어지는 레너드의 목 뒤 혈관에 마취 침을 박아 넣는 데 성공했고, 그는 알약을 흩뿌리며 정신을 놓았다.

---

레너드는 고속차량에 탑승해 있었다. 안전벨트는 규정대로 십자로 조여져 묶여 있었고, 서류가방은 그의 오른손 가에 단정히 세워져 있다. 바깥으로 일련번호를 읽을 수 없게 로크가 걸린 전자파 차단 유리 너머로 복잡한 기계식 도로들이 보인다. 가시거리 바깥을 향해 달려나가는 거대한 고속도로 위를 그의 고속차량 한 대만이 질주하고 있었다.
레너드는 탑승까지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잠시 의아했지만, 잊어버렸다. 그것이 신경 안정제의 부작용인지, 머릿속을 떠도는 미세한 나노 로봇들의 전기적 자극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레너드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업무였다(이미 짧은 기간 동안의 기억 유실은 흔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이미 필을 출시한 제약업체에서는 예의 부작용들을 수정한 개정판을 내놓았지만, 레너드는 낡은 오프라인 가게나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온라인 페이지에서 필을 구입한다. 레너드의 말에 의하면 '약발' 때문이라고 한다).  
레너드는 브루저에게서 받은 문서를 동공 위로 출력했다. 뇌 뒤편에서 자극이 전달되고, 눈 위로 선명한 프린트물의 영상이 떠오른다.
'레너드 필립 H.
하달된 몇 가지 지시 사항으로 인해 창문에는 로크가 걸려 있습니다. 굳이 도로 일련번호를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레너드는 예상외로 프린트가 구어체임에 놀랐지만, 읽어나갔다.
'귀하가 일할 곳은 정식명칭 '덴 - 웨이랜드 유타니 주식회사 사설 연구소'입니다. 이전에 유전자 조작에 관한 연구소장을 역임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귀하를 고용했습니다. 앞으로 숙식은 '덴'에서 하게 되실 것입니다. 연구소는 상부 도크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D도면이 레너드의 동공 내부에 떠올랐다. 거꾸로 된 피라미드 같은 모양이었다. 말벌의 둥우리와 유사한 형태였다.
'이하, 도착하시고 서류에 사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삑.
레너드의 의식이 꺼졌다.

---

웨이랜드 유타니라는 명칭에서도 볼 수 있으시겠지만 에일리언 관계 내용이 될 것입니다.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시간대는 에일리언 4편 이후입니다.
물론, 에일리언 외의 SF도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