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간 물질을 가로지르며 항행하는 강철 사과박스마냥 해괴망측하게 둔중하지 아니하고 한 마리 고아한 학의 다리처럼 길쭉하고 매끈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이 우유하고 미려하고 섬세하면서도 능률을 심각하게 저해시키는 비논리의 화신인 현측포대를 배제한 채 막강한 화력을 효율적으로 발휘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허탈하리만치 간명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는데, 후미의 엔진과 전면/중심부의 무장을 주축으로 그 주위를 각종 시설물로 에워싸면 됩니다. 그리고 전방에 미칠듯한 화력을 투사하는 것이죠. 현대 자주포와 상사한 형태로서 제가 평소 지대한 애착을 피력하는 구조입니다. 진솔하게 말해 저는 함선 측면에 온갖 잡다한 무장을 거추장스럽게 주르죽죽 단다는 판에 박힌, 고전 스페이스오페라 시절 이래 당연하다는 듯이 정형화된 발상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것도 굉장히요. 뭐하러 그런 비합리적인 자원낭비, 시간낭비, 공력낭비를 하면서 아무런 소득도 없이 서로에게 18세기식 라인배틀을 강요하나요? 바보짓도 이런 상궤일탈의 바보짓이 없어요. 만약 어느 한쪽이 함선구조를 혁신한다면 대번에 판세가 뒤집힐 것이 명약관화하니 상호 합의하에 고전을 재연하는 모의전이라도 하자는 심보일까요? 상식적인 함장이라면 응당 좌우 현측에 각각 달린 주렁주렁한 소형 레이저포 100개보다는 적절한 차폐막 및 요격 설비를 장비한 움직이는 매스 드라이버나 파티클 악셀러레이터 하나를 선택하리라 여겨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