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그런 말이 나옵니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다. 특정 동식물이 줄어들어서 그 생태계에서의 먹이사슬 같은 것이 붕괴되었다는 얘긴데요.

밑에 고래 논쟁에서도 '고래의 개체 수가 줄어들어서 바다의 균형이 깨졌다'는 늬앙스의 의견도 있구요.

그런데 저는 조금 궁금한 게 있습니다.

 

생태계의 균형이란 것이. 존재하는 걸까요?

애초에 생태계란 곳은 격변하는 전쟁터입니다.

1년, 아니 하루에도 셀 수 없는 생명이 죽어나가며 1년에도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멸종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태계에서 균형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균형이란 것은 인간의 머리속에서 '서로의 개체수가 적절한 선에서 유지되는 정도'로 정리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뭐 개울에 베스가 산다고 칩시다. 베스가 토종 생물들이 사는 개울로 들어오면 생태계가 교란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베스 소탕 작전을 펼치고 토종 생물들을 지켜냈노라 말합니다.

 

물론 이것은 '토종생물을 지킨다'는 관점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생태계의 교란'이라는 관점에서는 의아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구의 생태계는 이제부터 변화없이 '딱 지금같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베스가 한반도에 유입되게 된 것은 인간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자연의 흐름의 일부분입니다.

누가 악의적으로 베스를 수천마리 풀어놓은 게 아니라면 말이죠.

 

고래 얘기를 해 볼까요. 물론 고래는 멸종위기종이었고 그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적인 보호운동으로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볼 수 있겠죠.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일본도 급감했습니다만) 고래고기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이 시점에서 고래를 단 한마리라도

잡으면 고래를 멸종시키려는 수작이라던지 고래는 우리의 친구다 따위를 말하는 것은 조금 이상합니다.

 

몇 분이 말씀하셨지만  '고래는 머리가 좋기 때문에 잡으면 안된다'라는 주장은 '개는 우리의 친구이기 때문에 잡아먹으면 안된다'는

주장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또한 '흑인은 피부가 까맣기 때문에 열등하다' '유태인은 유태인이라서 더럽고 열등하다' 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래를 잡으면 안되는 이유는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이며 이 주장은 심지어 포경업자에게도 유익한 조언입니다.

지금 무분별하게 포경을 하다가는 몇년 안에 밥줄이 끊겨버리니까요.

그래서 적절한 수만을 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생태계의 균형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생태계는 본디 멸종과 신종의 탄생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지금 갑자기 고래가 멸종된다면 생태계에 큰 혼란이 올까요?

물론 오겠지요. 그렇다면 그것이 바다 생태계의 궤멸적인 현상으로 이어질까요?

물론 바다는 '고래가 없는 안정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낼 겁니다.

이미 수십억년동안 셀 수 없는 종이 사라져왔고 다시 생겨났지만 그것은 '종의 위기'이지 '생태계의 위기'는 아니란 거죠.

 

사실 인간이 '생태계의 위기'를 걱정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인간의 위기'입니다.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생태계가 변화된다면 인간이 그 생태계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많은 애로사항이 꽃피게 될 겁니다.

생태계를 걱정한다는 것은 결국 그런 의미겠지요?

애초에 멸종위기인 '그 종'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생태계를 걱정한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띠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멸종위기인 종을 지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도 막아야 하거든요.

 

6천만년 전 거대운석이 충돌해 지구의 지배종이었던 공룡이 멸망했을때도 생태계는 복구되었습니다.

아니 복구되었다기보다는 새로 태어났다고 말해야겠죠.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느니 어쩌느니 해도 지구적 관점으로 볼 때(리처드 도킨스도 말했지만, 인간과 지구는 사용하는 시간의

단위가 다릅니다. 0이 다섯개에서 일곱개정도 차이가 나죠) 그것은 몸에 난 생채기 정도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이런 주장이 '그러니까 지구는 막 써도 돼' 라던지 '멸종되던말던 무슨 상관임? 그냥 막 잡아먹자'라는 식으로 사용되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조건 잡지 마' 라던지 '생태계의 보전(이 아니라 보존-에 가깝겠지만;;)을 위해'라는 주장보다는

조금 더 합리적인 이유를 바라는 것은 제가 너무 냉정해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