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디스토피아를 주제로 하는 몇몇 SF들을 보면 초거대회사들,

즉 어떤 상품을 생산하고 팔아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단체들이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며, 특히 회사의 고위직 임원분들이

욕을 많이 잡수시고 계시지요(-_-)

그런데, 오늘 펀드에 대한 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 겁니다.

악과 불행의 주 원흉으로 초국적회사를 설정하는 것은 약간 식상해졌고(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일종의 초대형펀드나 기금을 그 자리에 앉히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보았습니다.

물론, 펀드나 기업이나 수익률의 무한한 추구라는 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만,

기업은 생존하기 위하여 직접 제품을 생산하여야 되고,

펀드는 주로 투자에만 전념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후자는 전자에 비해서 그 익명성의 정도가 훨씬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돈을 빌려주고 나면, 펀드는 그것이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해서는

일일히 간섭하고 명령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어차피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고,

자본의 운용은 그 회사 임원들이 다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겠지요.

필요에 따라서는 기업을 몇 개 새로 설립할 수도 있을테고요.

이를 뒤집어서 해석하자면, 진정한 악당이 누구인지를 밝혀내고 처단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만약 펀드 회원의 수가 수천, 수만명을 넘는다면, 주인공의 정의 구현에는 약간의 먹구름이(-_-) 끼게 되겠군요.

어차피 기금 관리자를 혼내보아야 체제가 크게 바뀔 것 같지도 않고...

실질적인 소유주는 운영자가 아니라 가입자들이니까요.



...막상 써보니 그렇게 참신한 아이디어 같지는 않군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