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역사 포럼
역사 속의, 또는 현대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과 관련한 뉴스 이외에 국내 정치 논쟁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해 주십시오.
아는 분은 아시다시피 월탱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정보 조사를 많이 하는 게임으로 유명한데, 북미쪽 홈페이지에는 관련해서 재밌고 희귀한 자료들이 좀 올라오더군요.
여기에 원문.
아시다시피 2차 대전은 1차 대전에서 갓 등장한 전차들을 비로소 개념상으로 정립시키고 무대의 중심에서 활약시킨 전쟁이었지만, 개전 초기에는 역시나 그 정확한 용도나 디자인에 대해서 많은 혼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양쪽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끼고 해안선만 잘 지키고 있으면 걱정할 게 없던 미국은 더욱 더 전차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도 하고요.
1939년 11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일어난 2개월 뒤, 미 육군에서는 요즘 유행한다는 전차들을 무력화시킬 방법에 대해서 한 가지 실험을 해보게 됩니다. 바주카나 판저파우스트 같은 거창한 물건이 나오기도 한참 전의 일이고, 끽해야 보병의 대전차 화력으로는 보이스 대전차 소총 정도나 있던 시대니 소총으로 말이죠. 그렇다고 진짜로 새 대전차 소총을 만들거나 한 건 아니고요, 그냥 보병이 달려가서 소총을 전차의 궤도에 찔러넣으면 전차가 멈추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실험에 동원된 T5E4 프로토타입 전차. 전투차(Combat car)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지만 이건 기병대는 전차를 운용해서는 안 되는 규정이니 뭐니 하는 골치아픈 것 때문이었고 당시 기준으로는 어쨌건 전차는 전차였습니다. 중량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 5~6톤 정도였던 것 같네요.
vs
스프링필드 M1903 소총. 2차 대전 초반부까지 미군에서 쓰이다가 보급 빈약한 미 해병대 정도 제외하고는 빠르게 M1 개런드로 대체되었습니다.
아무튼간에, 2014년의 오늘날에도 아직도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는 애버딘에서 1939년 11월 14일에 정말로 이 둘이 맞붙었습니다. 실험에 나선 이들이 제일 처음으로 깨닫게 된 사실은 정상적인 속도로 기동 중인 전차는 너무 빨라서 도무지 궤도에 소총을 쑤셔박을 수 없다는 것이었죠.
네 번 실패한 끝에 전차를 저단기어로 놓고 최대한 천천히 달리게 한 다음에 다시 시도해봤습니다. 스프링필드 소총 5정과 M1918 브라우닝 자동소총의 총열 하나와 아마도 M1917일 듯한 30구경 기관총 총열 두 개가 동원되었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전차는 여전히 잘 달렸습니다. 허나 실험진들은 이 실망스런 결과에 굴하지 않고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인류의 가장 유용한 도구로 군림해왔던 그것을 급히 구해와 다시 시도해보았습니다.
돌이요, 돌. 근처에 있던 돌을 주워다가 궤도에 집어넣어 봤습니다. 왼쪽 위가 깔끔하게 깨져나간 데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별 효과가 없었지만 말예요.
이런 걸 직접 차량 동원해서 실험해보고 기밀자료로까지(사진 왼쪽 아래에 Declassified라고 되어 있죠?) 분류해서 보관하는 걸 보면, 역시 군대란 조직은 다 그런 거 아닐까 싶어요.
Our last, best hope for peace.
대전차 소총이라고 해서 대물 저격총의 조상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건….
물론 정 급하다면 저런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하겠지만요. 그래도 직접 전장에서 인명을 갈아가면서 착오를 겪는 것보다는 나으니.
뭐 별 걸다 기밀로 삼는 군요. 암튼 저런걸 해봤으니 실전에서 저런 짓 할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되어 뻘짓으로 희생당하는 인명은 없었을 테니 좀 다행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