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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거든요. 인간이 힘은 딸리지만 지구력은 동물중에선 늑대와 함께 최상급이라고요. 늑대는 상처입은 사냥감은 며칠 밤낮에 걸쳐서 추적하는데 똑같이 그러는 동물은 인간뿐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다른 동물들의 경우 사냥하는데는 순간적인 힘과 스피드를 이용해야 하기에 그런 쪽으로 진화되었고 지구력보다 그쪽이 더 특하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생물학에 대해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이 말이 옮은지 틀린지 모르겠네요.
개의 경우에는(책이나 뭐 그런 곳에서 본 건 없지만) 경험을 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군견 체력이 엄청 약하더군요.
땀샘이 없으니 더운 날에 한 시간도 안 돼 퍼지는 거야 그렇다 쳐도 결국 오르는 체온을 감당 못하는지 몇 시간이 한계더라고요. 말로는 거기서 펌프질을 해 버리면 혀가 퍼렇게 되며 쓰러져 죽어 버린다더라고요.
그래서 보통은 서류상으로만(...) 개가 출동하고 실제로는 군견병만 수색에 들어오는데, 고위 간부들이 DMZ함께 들어올 때면 FM대로 해야 하니 개를 안 데려갈 수가 없어서 군견병은 인간이 아니라 개를 위해-_- 얼음팩과 얼린 물수건을 준비하고 어떤 구간에서는 말 그대로 개를 '업고'다니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폭염에 혼자 얼음팩 찜질(?)을 받는 개를 보면 부러울 법도 했지만 사실 정말로 죽을 것처럼 헐떡거리는 걸 보고 있으려니 오히려 안 돼 보이더군요.
늑대가 아무리 야생동물이라고 해도 똑같은 개과라 땀샘이 없고 체온 조절이 쉽지 않은 걸 볼 때 마찬가지로 지구력은 별로 높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신체구조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공기저항이 크고 안정성이 나쁜 등 악조건이 좀 있어서 빨리 달리는 데에는 부적합하지만 체온 상승으로 인한 활동의 제약에서 다른 동물들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 장거리 이동에는 유리하다고 하더군요. 동물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 추적할 수 있는 것도, 이렇게 체온조절에 있어서의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동물들이라면 체온조절이 제대로 안 되어서 과열로 쓰러질 상황에서도 사람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는 얘기이죠. 또 인간이 2족보행 생물이기에 다족보행 생물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적어서 연비에 이점이 있기에 장거리 이동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인간의 지구력 얘기와는 별 상관 없을 수도 있는 얘기긴 한데, 2족보행 자체가 의외로 다족보행보다 성능은 안 좋지만 연비는 좋은 모양인 듯 합니다. 타조 같은 경우에도 속력 자체는 4족보행 동물인 치타보다 딸리나, 빠른 속력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치타와는 달리 2족보행의 특성 덕에 에너지 효율이 좋아서 장시간 동안 속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입니다. 자기 평균 이상의 보행 속도를 꾸준히 유지하며 한나절 내내 걷거나, 전속력 바로 아래 등급의 속도를 유지하며 수십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포유류는 거의 없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100미터를 15초 정도에 주파하는 속도로 40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게 세계 신기록이지만 건장한 남성 기준, 딱히 훈련 받지 않은 일반인들 조차도 그 반 정도의 속도로 같은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죠. 지구력이 필요한 부분일수록 훈련 받은 사람과 일반인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도 그렇고, 르혼님 말씀대로 원시인들의 사냥 방법은 사냥감이 도망가다 지쳐 포기할 때까지 쫓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사냥꾼들은 며칠에 걸쳐 사냥감을 추적했고 이런 방법에는 매머드조차도 버티지 못했다고 하죠. 지구력이란 건 쓰면 쓸수록 휴식 시간이 점점 늘어야 하는데(가령 마라톤 풀코스 완주하고 나면 며칠이 아니라 몇 주는 쉬어야 HP가 완전회복 됩니다.) 거의 대부분의 포유류는 전체 HP는 인간보다 높을 지 몰라도 HP리젠률이 낮다 보니 처음에는 귀찮았던 사냥꾼들이 도망가면 갈수록 지옥의 사자가 되는 거죠.
순록이나 사슴 같은 애들은 그냥 포기해서 날 잡아 잡수가 되고, 대형 포유류도 마지막에 절망적인 반격을 하지만 속절없이 잡혔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X파일: 미래와의 전쟁 인트로에서 두 사냥꾼이 그런 식으로 외계인을 추적해서 맨손으로 척살해 버립니다. 무기를 들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대인들과 대비되어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어요. 다른 경우로는, 서부 소설이나 역사 소설을 보면 말을 몇 시간 몰았을 뿐인데 거품 물다가 지쳐 죽어 버린다는 표현도 많이 나오죠.
인류문화쪽 책 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입니다.
현대 인류는 며칠씩 달리는 걸 상상하지 못하지만 수렵 생활 하는 원주민들은
한 창 지른 다음 그 뒤로 계속 추적하면서 쉬지 못하도록 몰아 붙이면 어떤 동물도 버티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일단 다른 동물들은 혀나 발바닥에 겨우 있을 뿐인 땀샘이 전신에 위치해서 달리면서 실시간 체온조절과 냉각이 가능한 것은 굉장히 독특한 특성이죠.
덧붙이자면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사격이 아닌 추적기술입니다.
지금은 총이 보편적으로 퍼져서 쏘고 가서 주워오는 것이 끝이지만
고라니처럼 작은 녀석도 화살 몇 대 맞는다고 뻗는게 아니라 수백 미터는 달아납니다.
예전에 부시맨들에 대한 다큐에서 전통적인 사냥방식에 대해 자세하게 말해주던데...생각이 안나네요.
인체에는 다른 대다수의 포유류와 달리 털이 없고, 온몸에 땀샘이 분포하여 냉각이 잘 됩니다. 인류가 진화한 아프리카처럼 더운 곳에서 말이나 치타처럼 순간속도는 인간을 가볍게 앞서는 동물과 10킬로쯤 경주하면 거의 항상 다른 동물들이 더워서 먼저 나가떨어지게 되죠. 그럼 지쳐 쓰러진 동물을 죽여서 먹기만 하면 됩니다. 아프리카나 멕시코 등지의 일부 부족은 현대에도 이런 식으로 사냥을 하고, 활이나 투창이 없던 시절의 원시인들이 이런 식으로 사냥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학자들은 더 나아가 인체에 털이 없는 이유가 인류가 이렇게 사냥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라 보기도 합니다.
그것 말고도...발가락으로 걷는 다른 사족 동물들은 순간적으로 박차고 나가는 데 유리하지만 발가락이 짧고 발 전체를 디디는 인간의 보행방식은 에너지 효율 면에서 유리합니다. 다리가 길고 곧게 서서 뛰는 것 역시 마찬가지죠. 빨리 달리기 위해 사족 동물들은 온몸을 구부려 가며 달려야 하는데, 가령 말만 해도 캔터는 꽤 골치아픈 물건이죠. 흔히 말이 다그닥 다그닥 달린다고 하듯이 3박자로 뛰는 건데 아시다시피 말 다리는 네 개고, 그래서 꽤 불안정합니다. 반면 사람은 그냥 두 다리만 번갈아 빨리 움직이면 되고, 긴 팔로 쉽게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 상체에 달린 폐로 안정적으로 호흡할 수 있습니다.
네들님 의견을 보고서 생각해 보니 특히 인간은 보행에 쓰는 에너지가 상당히 효율적으로 운용되는군요.
네 발 동물들은 보행이건 주행이건 도약의 변형인데 반해 인간의 경우 적어도 보행 만큼은 넘어짐의 연속이죠. 간단히 말해 자기 체중을 버틸 능력에 약간의 힘만 더해진다면 큰 에너지 소모 없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특별한 훈련 없이도 별다른 휴식 없이 한나절을 걸을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인 것 같군요.
일단 팀버 울프나 리카온 같은 경우가 지구력이 높은 쪽입니다. 흔히 50~60km 속력으로 5~10km 거리를 이동한다고 하죠. (당연히 더 낮은 속력으로는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요.) 무리 사냥을 하느라 한 개체가 꾸준히 저런 빠르기로 달리는 건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오래달리기에 특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자동차로 몇 시간이나 몰아붙여도 계속 도망가거나 수컷 사슴 잡으려고 며칠이나 쫓아다닌 사례도 있다고 하니까요. 팀버 울프는 칼바람 불어대는 냉대 기후에서, 리카온은 푹푹 찌는 사바나 기후에서 저렇게 활동하니, 추위와 더위에 적응하는 능력 또한 떨어지지 않고요.
다만, 늑대나 리카온도 야생 포식자인 이상, 사냥감보다 무리하게 앞서서 쫓아가지 않습니다. 먹이가 되는 들소나 영양 무리가 죽어라 빨리 달리지 않는 고로 자연 상태에서 개과 동물의 극한 지구력을 관찰하기는 힘들 듯합니다. 그리고 상처 입은 동물을 밤낮에 걸쳐 쫓는 건 위치 파악과 냄새만 잘 맡으면 꼭 지구력은 필요치 않은 부분입니다. 오히려 인내심이 중요하겠죠. 어쨌든 필요하다면 그런 식으로 사냥할 수는 있습니다.
늑대가 며칠씩 추적한다는 얘긴 들은 바 없는데, 사람은 확실히 그럽니다.
원시 시대 사람의 주 사냥법은 활/창/돌맹이 등으로 상처 입히거나 '그냥' 쫓아가서, 동물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 추적하는 방법이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