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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성당,쾰른 성당같은 중세시대 성당들은 공사기간이 10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현대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가우디가 설계한 성 파밀리아 성당도 1882에 착공하여 지금까지도 공사중에 있습니다.
'신의 집'이기 때문에 벽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쌓아서 그런 것인가요?
과거 대규모 성당이 그렇게 길게 지워진 것은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정치적인 상황이나 외교적인 상황으로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때 중세이후로 꾸준하게 쌓아온 건축 경험으로 이전 로마시대의 판테움 이상의 대성당을 짓는게 유행처럼 번졌을때 여러 성당이 원형돔을 만들려다가 짓던 성당이 무너진 사례도 종종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건축물은 당시 평상시에는 쓰지 않은 다양한 건축기법들이나 건설장비들이 동원되기 때문에 비용문제로 여러해에 걸쳐 나누어 건설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 대성당 건설이 장기간이 된 것은 높은 비용과 현실적인 건설 속도 그리고 기술력의 문제, 생소한 시도나 설계를 요구하는 난이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당을 남다르게 짓겠다는 신자들의 열망과 경쟁심이 모든 것을 가혹하게 어렵게 만들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브루넬레스키의 돔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대성당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대성당 건설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일대기 형태로 적은 책입니다. 번역되어 있고 출판사는 세미콜롬입니다.
가우디의 성 파밀리아 성당의 경우는 직접 가본 사람이 말하길, '인부가 저렇게 놀고 있는데' 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100년이 넘게 걸려 지었대!'라는 광고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더군요.
학창시절, 교수님한테 들은 걸 좀 이야기하자면,,
로마네스크 시절 거대규모 교회,성당이 지어질 때는 그런 건축물에 대한 구조적해석이나 설계가 가능한 전문가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림으로든 돌로든 신과 관련없는 것들을 끄적거리거나 깎다가,,, 자칫하면 이단으로 몰려 목매달리기 딱 좋은 직종인지라,,
종사자가 그리 많지 않았던 거지요...
성당이 지어지면서 돌좀 다루고 깎는 이들이 불려가, 일단 큰돌을 가져다가 쌓아가면서 시행착오 끝에 신의집들을 완성해갑니다...
규모가 큰 경우, 석공들이 사고로 깔려죽기도 하고,, 몇번 무너지면 계속 다른 방식으로 쌓아가던 중 나이먹어 죽기도 하고,,
그럼 그 부사수(제자)가 뒤를 이어 쌓아가지만,, 이게 어떤 책이나 노트북 등으로 세세한 설계도서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던 때이니,,
후대 사람은 또 다른 방식으로 쌓고 보면,, 성당의 탑 두개가 서로 다른 모양이 나오기도 하면서,, 덩어리들이 완성된거지요....
많은 시간이 걸린 후에,, 고딕으로 다가가면서, 실력있는 석공들이 늘어나고, 이들의 노하우도 구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기록도 되가면서 두껍고 크기만한 돌들을 쌓던게, 아름다운 조각이 들어간 작은 돌들을 쌓아서 더 튼튼하고 높은 신의집을
만들기까지 이릅니다.... 기존에는 이단처형 당하던 석공들이 교회건축을 통해 건축가겸,조각가겸,화가로 발전해 나간 단계이고,,
이게 나중에 큰 문화적 혁명을 불러오게 되지요...이때는 그야말로 수백년에 걸친 시행착오를 통해 거대한 건축물을 마치
조각품 만들듯 완성하던 때였습니다....
파밀리에 성당이 근본틀을 고딕에서 따고,, 가우디가 소장직을 맡으면서,,
전면적인 고딕+아르느보+가우디세계(그냥 이말이 맞을 듯) 로의 설계변경이 있었습니다...
철저한 수공업인지는 가우디 사후에는 모르지만,, 작은 돌덩이에 서로 다른 조각을 넣고 이것을 쌓아가면서,,
입면이 완성되면 입면만 봐도 조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생기고,, ......등등...
다빼버리고, 현대건축방식의 근간을 이루는 표준형 벽돌이나 블럭을 찍어내서 쌓을 수도 없고,,,,
거푸집짜서 콘크리트 냅다 붓고 28일 후에 거푸집뜯어내는 공구리공법도 쓸 수 없고,,,
그냥 시간과 인력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인 고전적인 방식... 오래걸리는 방식을 택한,
건축물을 가장한 조각품을 만들고 있는 거라 봅니다.
게다가 가우디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기기묘묘한 곡선과 유선형을 고대로 뽑아내겠다는 마인드로 작업하고 있으니,,,,
덧붙여 westtree17 님 말마따나,, 스페인이 저 성당을 대하는 태도도,, 건축과정이 길다고 손해볼 거 없다는 마인드입니다..
1/3 조금 넘게 완성된 건축물+공사현장을 보여주면서도 막대한 관람료를 받아왔으니까요....200년이 걸리든 300년이 걸리든,,
꾸준한 관람객은 와주고 있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짓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