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코보의 SF 대표작 '제 4 간빙기'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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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부지런하지 못한 제 자신을 원망하였습니다. 

실은 올해 3월 무렵부터 제 책상에는 '제 4 간빙기' 일본어 원서가 놓여있었습니다. 

일본어는 사실상 거의 하지 못하지만 사진을 찍어서 그 내용을 번역기 돌려 놓고는 

학부생 시절 일본어를 전공한 와이프에게 물어가면서 조금씩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략 30 년 전 COSMO 박상준님이 현대정보문화사을 통해 펴낸 SF 가이드 서적 '멋진 신세계'에서, 

일본 SF의 대표작으로는 고마쓰 사쿄 - 일본침몰, 아베 코보 - 제 4 간빙기 등이 꼽힌다고 되어 있어서... 

그 구절을 읽은 후부터 아베 코보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그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는 족족 사 읽었고, 

고마쓰 사쿄의 작품도 한국에 나온 '일본침몰', '부활의 날' 등을 찾아다니면서 어렵게 구해 읽곤 했습니다. 

희한하게도 아베 코보의 '제 4 간빙기'는 작가의 대표작임에도 오랫 동안 한국에 출간되지 못하더군요.

이제 드디어 아베 코보의 SF 대표작이라는 '제 4 간빙기'가 번역출간되어 나오니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아베 코보의 '모래 여자'는 일본 특유의 괴이물 성향의 팬터지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고, 

'불타버린 지도'의 경우 전반부는 옥소독스한 탐정물이자 추리소설, 후반부는 팬터지 성격입니다. 

명백히 장르소설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현대 일본문학의 대표작으로도 꼽히고, 세계문학 시리즈로 출간됩니다. 

과거 한국에 출간된 유일한 아베 코보 단편집 '벽'에 실려 있었던 '홍수'를 읽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 그렉 베어의 '블러드 뮤직'과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은 테마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고, 

발표 시점은 오히려 그렉 베어의 '블러드 뮤직'에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베 코보는 SF, 팬터지, 추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분방하게 다루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일본문단을 대표하는 "순문학의 거장"으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는 점이 놀라운 점입니다. 

평생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쓰면서 온갖 장르에 도전해 온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문학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으면서 현대 일본문학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게 가능하다니... 
한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앞으로 나올 수 있을 지, 그 모습을 제가 볼 수 있을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