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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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얘기를 하자. 이런 생각부터 합니다. 소재가 엉뚱하기 그지없지만요.
조선 세종은 <대왕>에 딱 들어맞는 임금이십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으뜸가는 명군으로 손꼽고 보고요. 훈민정음 창제, 칠정산 및 농사직설 편찬, 집현전 설치, 4군 6진 확보, 화약 무기 개량 이외. 그 분이 생전에 조선의 임금으로 계실 때에는 여러 방면에서 눈부신 억접이 나왔습니다. 직접하셨든 실무자를 고르셨든 업적 하나하나가 후세에게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한비자에 나왔을 얘기로 비유하면 <요순(堯舜)처럼 천년에 한 번 나올까하는 성인(聖人)>이십니다. 더 이상 칭송하면 군더더기가 되니 다른 얘기로 넘어가고요.
그런데, 성품이 괴팍해서 그런지 제목에 나타난 짓거리를 합니다. 왜 마왕으로 비유하는가. 보통 사람을 훨씬 뛰어넘는 학식과 실무 능력으로 자신에게 반대 의견을 펴는 신하를 철저하게 논박했기 때문입니다. 독단적으로 볼 정도로 여러 신하가 하는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한 일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업적이 되었고요. 훈민정음 창제가 여기에 걸맞은 사례이지요. 더구나 물러나고 싶은 신하를 어떻게든 관직에 붙들게 해서 계속 일하도록 하는 솜씨에서도 마왕이다는 생각을 다시합니다. 매우 훌륭한 분이시나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다. 진짜 마왕같은 존재이시니까. 이런 우스꽝스런 얘기를 적습니다.
추가 기술) 마왕 세종. 이 제목으로 소설이 나오면 흥미롭겠습니다. 정성을 기울여 제대로 써야 하지만요. 훌륭하지만 악마같은 상사. 이런 자를 임금으로 섬기며 살아야 했던 여러 신하의 애환을 중점으로 다루면서요. 물론, 세종 대왕께서는 훌륭하게 나타내여야 하지요. 배역을 주인공이나 조언가가 아닌 라이벌이자 최종 보스로 배정해야하니 이 소설을 쓰실 분들은 여기부터 단단히 꼬이겠습니다.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
단종실록의 기록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황희의 일에 대해 정인지 외 8인의 사관이 논의한 내용을 보면
이호문의 기록은 신빙성이 없고 악의적인 내용이라 삭제하려 했으나,
명백히 잘못된 부분이라도 삭제하는 실마리를 남기면 말류의 폐단을 막기 어려우니 경솔히 고칠 수 없다 합니다.
황희가 완전히 깨끗한 청백리는 아니었다해도, 당시 관점으로는 부패한 탐관오리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문종실록의 황희 졸기에도 평이 좋은 것을 보면 몇 가지 결점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유능하고 강직한 관리였다고 사료됩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가 말버릇이던 사람은 정작 해보기만 했지 아는게 없었다는게 난감했었지요.
윗사람이 능력이 있어서 '내가 잘 아는데 하면 되니까 해라' 라고 하거나, 능력은 없어도 사람 보는 눈은 있어서 '나는 못하겠지만 네가 하면 될것 같다' 라고 시키면 딱 좋은데...
동감입니다.
반짝이 전모 대통령 시절 1980년대 전반 세계적인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물가도 잡으면서 고도성장을 계속한 것에는,
유능한 사람을 잘 골라 놓고 "나는 경제에 대해 무지하므로, 전문가인 당신에게 맡기겠다"는 방침이 적중한 게 컸습니다.
최고 의사결정자라고 해도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자신을 내려 놓고 잘 아는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이 필요한 데,
이게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진짜로 자신이 무식하다는 것을 깔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면에서 아주 무서운 사람이죠.
세종대왕이나 강희대제와 같이 최고 의사결정자 본인이 공부를 하고 또 해서 스스로 최고수가 된 후
긴 안목으로 모든 전후 사정을 통찰하고 아랫 사람들이 차근차근 어떻게 일하면 되는지까지도 설계하여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일이 성사되니까, 내가 알려 준 대로 걱정하지 말고 해라"라는 식으로
아랫 사람에게 정확한 업무 방침을 지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고...
하지만 현재 한국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통령은 대략 이런 가공한 능력자를 희망하는 것 같아요
- 요약하자면 마법사와 같은 능력자를 원하는 데, 그런 사람이 실제로 실존할 가능성은 거의 없죠.
황희를 끝까지 품에 안고 쓴 것 자체가 세종의 가치관을 반영하죠.
청백리의 상징으로 알려진 황희는 정작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탐관오리 그 자체였습니다.
본인도 문제였지만 아예 일가족이 나서서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켜서 상소가 계속 올라오곤 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문제아' 황희를 계속 정승 반열에 두고 행정 전반을 맡겼습니다.
끝없이 상소를 올리는 청백리 선비들에게 왕이 직접 나서서 탐관오리 고위 관료를 감싸고,
그렇게 욕이라는 욕을 다 얻어먹으면서도 세종은 황희를 끝까지 곁에 두고 썼습니다.
청렴하지 못한 것을 책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지닌 능력을 훨씬 더 중요시한 겁니다.
개인적으로 결벽이 있어서 비리 있는 사람을 몹시 싫어하는 지라,
세종의 이러한 인사를 좋게 볼 수가 없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세종의 용인술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은 압니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그런 사람이 고위직에 있는 것 자체가 감성적으로 싫은 것이죠.
만일 세종이 현대의 대통령과 같은 위치였다면,
비리를 일으킨 국무총리를 애써 감싸려 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지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게 국익을 위하여 옳은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싫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