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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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처음 이 글을 썼다가 "SF와 과학 이야기"의 질문 란으로 옮겼습니다.
여러가지 타임 패러독스들 중에 "공짜 패러독스"라는 게 있습니다. 영화 "백 투더 퓨처"의 예시를 들자면, 과거로 간 마티는 파티에서 척 베리의 "Johnny B Goode"을 연주하고(척 베리가 이 곡을 쓰기 훨씬 전의 시기에), 그걸 척 베리의 사촌이 척 베리에게 들려주자 척 베리가 영감을 받아 결국 이 곡을 쓰게 됩니다. "터미네이터"에서도 미래에서 온 T-800의 잔해를 통해 사이버다인사가 스카이넷을 만듭니다. 이런 형태의 이야기(A라는 사람이 "가나다"라는 것을 발명함→ 미래에서 B가 타임머신을 타고 A가 "가나다"를 발명하기 전의 시기로 옴→결국 B를 통해 A는 "가나다"를 접하게 되고, 그 경험을 토대로 "가나다"를 만들게 된 것이었다.)는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에서 흔하죠. 이 사례들이 패러독스인 것은 "그럼 애초에 원천 기술(백 투더 퓨처의 경우 "Johnny B Goode" 노래)는 누가 처음 만들었는 가"라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렸을 적에 도라에몽 만화책에서 한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습니다. 노진구는 한달치 용돈을 부모님께 받고 좋아라 하는 데, 갑자기 그 용돈이 담긴 봉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게 됩니다. 노진구에게 이 경험은 뼈저리게 아픈 기억으로 남고, 그 후 도라에몽에게서 특정 과거 시점에 말 그대로 "손을 뻗어서" 영향을 줄 수 있는 기계를 받게 됩니다(모니터처럼 생겼는 데, 모니터에 비춰지는 건 화면이 아닌, "과거". 일종의 타임 포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라진 용돈 봉투를 기억한 노진구는 그 기계를 만져 자신이 용돈 봉투를 잃어버린 시기로 돌아가고, 모니터 속에서 용돈 봉투를 손에 쥔 채 좋아라 하는 자기 자신을 봅니다. 노진구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손으로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용돈 봉투를 낚아채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용돈 봉투가 사라져 어리둥절해하는 과거의 자신을 보고 노진구는 그제서야 자신이 용돈 봉투를 잃어버렸던 게 미래의 자신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 노진구의 사례 역시 타임 패러독스라고 볼 수 있나요? 만약 타임 패러독스라면 어떤 점에서 모순이 발생하는 건가요?
여기서의 대상이 물질인 이상 공짜 패러독스는 아닐듯 합니다. 물건을 공짜로 얻었지만, 과거든 미래든 어느 시점에서는 그 물건이 사라졌으니까 말이죠.
정말 공짜 패러독스는 '정보'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에서처럼 'Johnny B Goode'란 노래'정보'는 공짜로 얻어진 것이니까 말입니다.
저도 이런 것을 생각했었습니다만,
2XXX년 1월 1일 일어났더니 머리맡에 타임머신 설계도가 놓여 있었습니다.
2XXX년 12월 31일 만들어진 타임머신으로 1월 1일로 가서 과거의 자신의 머리맡에 설계도를 놓아둡니다.
이렇게 하면 더이상의 발전이라는 것이 의미없어지죠. 무슨 발명품이든 과학이론이든 문학작품이든 과거로 가서 알려주면 되니까요.
여기서 도라에몽의 사례가 패러독스가 되려면 인과에 대해 미래가 과거에 서로 영향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미래의 노진구가 과거의 노진구의 용돈을 가져온 이유, 그것이 무엇인가 하는거죠.
오히려 미래의 노진구가 자신이 과거에 용돈을 잃어 상처로 남았던 것을 회상하며 용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패러독스가 될 수도 있겠죠.
반대로 미래의 노진구가 과거의 용돈에 손을 댄 이유가 과거에 용돈을 상실한 상실감에 기인한 행동이라면 그것도 패러독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인과가 기술되지 않았기에 현재상태로는 그것이 패러독스인지 알기가 어렵네요.
...한편으로 과거에 노진구가 용돈을 상실하지 않았고, 미래의 노진구가 과거의 노진구의 용돈을 가져왔을 때 미래의 노진구에게 두 배의 용돈이 생겼다면, 혹은 그 용돈으로 구매한 어떤 물건에 대한 상실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좀 이야기가 복잡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 싶네요.
공짜 패러독스는 일단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패러독스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용돈이 엄마 -> 과거진구 -> 미래진구 순서로 이동한 것이네요. 그 사이에 낀 진구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잃거나 얻은 건 없어보입니다.
용돈을 뺏어간 것이 미래진구가 아니라 미래퉁퉁이었어도 패러독스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공짜 패러독스가 생기는 지점은 과거->미래가 아니라 미래->과거로 정보(혹은 물질)가 이동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가령 미래진구가 손뻗는 기계로 과거진구한테 용돈을 줍니다. 그 용돈은 알고보니 과거진구가 안쓰고 소중히 품속에 간직해 미래진구까지 보관했던 바로 그 용돈이었음이 드러난다면 공짜패러독스인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