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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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하고 그전주에 걸쳐서 로저 젤라즈니의 위자드 월드 시리즈와 맥마스터 부졸드 의 보르코시건 시리즈 (바라야내전 ) 을 읽었습니다.
뭐 전체적인 감상은 감상게에 올렸습니다만 ,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고 , 그를 둘러싼 주변환경과의 교류나 교감, 시대의 흐름과
그에 따른 대응 등이 명쾌하게 표현되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로저젤라즈니의 소설은 주인공이 마초 캐릭터로 유명하지만 위자드월드의 폴데트슨은 마크 마락슨과의 대결에서 가능한 싸움보단 설득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과 마크의 분노는 어쩔수 없이 두사람을 대결의 장으로 몰고 가지요.
그일이 끝난뒤 그는 자신이 일종의 꼭두각시 , 장기판의 말 같은 존재라고 여기고 자신을 옭아매는 진정한 원인을 찾기 위한 모험에 뛰어듭니다.
그와중에도 여러 위험한 상황을 격지만 자신을 위협하고 납치했던 이들을 기회가 생길때마다 죽이기 보단 살려두기를 선택하고 그게
그의 진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죠.
악역인 헨리 스피어도 비슷합니다. 힘으로 왠만한 마법사는 압도할 정도로 강하지만 , 수차례 자신보다
떨어지는 실력의 마법사인 주인공을 설득해 자기편으로 삼으려 하고 , 불필요한 살상도 자제하는 마법사죠. 물론 기억 조작이나 기타
여러가지 자기이득을 위해 온갖 음모와 계략을 부리는 건 악역 답지만요. ^^
뭐 결국 대부분의 마법 결투에서 주인공이 원래 세계에서 익힌 권투실력과 몸싸움 , 동료인 마우스글러브가 사용하는 권총, 수류탄 (마크의 유품격?)
으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마초 답다면 마초 답습니다.
여성작가 로이 맥마스터 부졸드는 제가 여성작가 소설을 그닥 읽어 본게 많지 않아서 인지 몰라도 상당히 신선한 표현이 많습니다.
고립기를 거치며 문명이 중세수준으로 퇴보했다가 , 세타간다의 지배를 받게 되고 거기에 독립전쟁을 벌여 나라를 되찾은 바라야는 어쩐지
우리나라를 연상시키는 면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역사의 굴곡이 비슷했기 때문이겠죠. 다만 우리나라는 열강들의 힘싸움 와중에 운좋게
독립을 얻은 경우가 됩니다만.....
그래서 바라야는 문명사회와 야만적인 측면이 공존하고 있고 , 이게 주인공 (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여주의 남편이라고 해야 하나? )
아랄을 괴롭힙니다. 바라야는 문명사회에 복귀해야 하고 따라서 과거의 전통 특히 인습이라고 할수 있는 성차별 , 계급 차별 등과 작별해야 하지만
기존의 기득권 세력이 그걸 용납치 않습니다. 특히 어떤면에선 아랄의 아버지가 바로 그 구세대 바라야 인의 대표격인 인물이니까요.
표트로 보르코시건 백작은 바라야 정신의 화신같은 인물입니다. 젋은 시절 영지가 핵폭탄을 맞고 초토화 되버리고 , 주군인 황제로 부터의
지원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영지민을 이끌고 게릴라를 조직해 세타간다인을 괴롭히고 , 결국 해방에 큰 기여를 한 전쟁영웅이며
그후 미친황제 유리를 쫒아내는 내전에서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경제관념이 너무 구시대적이라 신기술로 만들어진
합성보석거래를 잘못하는 바람에 재산의 대부분을 날려버리고 현재는 일부 가난한 영지와 명예만 남은 구귀족이긴 합니다만 - 참고로 이부분은
아랄과 보르코시건 가문에 대한 사람들의 입담에서 대충 언급됩니다.
최근에 섭정 취임한 아랄이 상속세 개혁을 추진하려 하자...
"보르코시건 ? 거기는 상속세 낼것도 없잖아? 남은 재산도 없을텐데... 아랄 ? 그자가
비밀진보당원이라는데? 사실이야? " ," 그건 비밀도 아냐,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결국 이런 바라야 기득권층의
대항이 아랄을 둘러싼 테러와 암살기도로 발전합니다.
이런 시아버지와 미래를 위해 바라야를 바꾸려는 아랄 사이에서 여주인공 코델리아도 맘고생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전작격인 1권 명예의 조각들이 사실상
로맨스소설 이다 보니 파란 만장한 모험 끝에 두사람이 맺어지는데 2부 격인 바라야 내전에서도 시련은 계속됩니다. 특히 테러로 독가스를 마시고
그에 대한 해독제를 투여받는데 그 해독제 부작용이 아직 미성숙한 골격을 파괴해 버린다는 점 , 성인인 주인공부부야 문제될게 없지만 태중에 있던
마일즈 (3부 이후의 주인공) 는 그것 때문에 장애를 달고 태어납니다. 그리고 이점이 표트르 백작에게는 용서할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사실 코델리아는 베타 출신이라 인공자궁을 이용한 편리한 출산을 선호했지만 , 남편과 바라야 방식에 대한 존중으로서 자연임신 , 출산을 선택했던
거죠. 그 때문에 결국 테러에 자식이 희생당하는 입장이 되고 이점 때문에 아랄부부는 더욱 괴로워 합니다.
바라야는 고립기와 해방전쟁 , 내전기를 거치며 피투성이 역사를 거쳐 왔으며 그와중에 돌연변이에 대한 공포와 뿌리깊은 증오 , 육신이 완전하지
않은 사람들 (장애인) 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만연한 사회입니다. 특히 여성과 임신 출산 과정에 있어서 돌연변이는 태어나자 마자 살해당하는게
일반적입니다. 영유아 살해가 일반적인 것이 , 바라야의 대표적인 어두운 면이죠. 뭐 그것 뿐만이 아니지만...
그런 입장에서 보르코시건 백작가의 장손이 , 언젠가 백작이 될 사람이 장애인? 이건 말도 안되는 언어도단이며 , 표트르 백작에겐 하늘이
두쪽나도 있을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자식과 의절할 뻔 합니다만 , 이때 닥쳐온 내전의 위기가 엉뚱하게 가족의 내분을 막아주는 행운? 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결국 아랄의 분전과 코델리아의 모험 , 반란주동자 측의 무모함과 멍청함이 합쳐져 내전은 종결되고
평화가 찾아 오지만 , 바라야를 좀더 진보적이고 사람살만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코델리아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는 식으로 끝나죠. 몇년전에 읽었지만 이전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마일즈의 모험" , " 보르게임" 등에서 마일즈 어머니가 굉장한 먼치킨으로
묘사되곤 했는데 이렇게 그 앞쪽이야기를 보고 나니 나름 수긍이 됩니다.
뭐 간단한 잡상을 적으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꽤 긴 감상글이 되버렸군요. 암튼 최근 무척 재밌게 본 두 시리즈인데 의외로 별로
알려지거나 화제가 되지 못하는게 아쉬워 또한번 글을 남겼습니다.
하이텔의 '장혁'님 글을 보고 가입하는데요?
허허, 위자드 월드 설정이 윤님 성향에 딱인가 봅니다. 저 역시 젤라즈니의 문체와 발상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상하게 의외로 작품 자체에는 애정이 별로 안 가더군요. 재미있는 게 읽은 거라곤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과 <프로스트와 베타>였습니다. 둘 다 장편도 아니고 단편이죠. 어쨌든 작중에 흐르는 거대하고도 서사적인 연출, 과학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경, 유려한 필체 등은 로망을 자극하기 충분한 작가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