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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총 속사 위주의 타이단 스카우트. 미사일은 안 쏩니다]

오늘날의 전투기 무장은 크게 미사일과 기관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허나 기관총은 보조무기쯤으로 치부하는 편이며, 주력은 미사일이죠. 먼 거리에서 다양한 유도 방식으로 큰 폭발을 주는, 최신예 과학의 집합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허나 이와 달리 작품 속에 나오는 여러 우주 전투기가 미사일을 쏘는 건 보기가 참 힘듭니다.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으니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스타워즈>의 X-윙과 타이는 대표적인 우주 전투기인데, 주로 블래스터를 속사합니다. <홈월드>의 쿠샨과 타이단 전투기도 기총을 쏘죠. <인디펜던스 데이>에 나온 외계인 전투기들도 광학 병기를 사용하고요.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우주 전투기는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레이스일 텐데, 본래 공대공 무기는 미사일이나 동영상에서는 레이저를 쏩니다. <윙커맨더>도 미사일보다는 기총 사격 위주였고요, 아마도? 물론 이 외에도 우주 전투기가 나오는 작품은 무수히 많으니 제 짧은 지식이 틀린 걸 수도 있습니다. 미사일을 쏘며 싸우는 전투기도 있을 테지요. 허나 인지도가 높은 대중적인 우주 전투기들은 대개 기총 혹은 그와 비슷하게 속사가 가능한 무장을 주로 채택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SF에서 묘사하는 우주 전투가 대개는 2차 대전을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일부 하드/밀리터리 SF는 상당히 먼 거리에서 거대 함선 두 척이 미사일을 쏘며 회피기동하는 현실적인 면을 그립니다만. 우리가 '우주 전투'라고 하면, 거함과 전투기로 이루어진 함대가 가까운 거리에서 격돌하는 광경이죠. 이는 구축함과 항공모함 그리고 함재기로 싸웠던 2차 대전의 형식과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스타워즈>, <홈월드>, <스타크래프트>가 다 이런 식으로 묘사를 하죠. 그러니 기총 사격 위주로 싸웠던 2차 대전의 함재기마냥 우주 전투기도 기관총 혹은 레이저를 쓸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하지만 정말 우주 전투기에 미사일이 필요 없을까요. 현대 전투기와 달리 우주 전투기에 제공권 개념이 없긴 합니다. 우주 영역을 관장하는 건 거대 함선의 몫이죠. 허나 우주 전투기의 목적이 빠른 속도와 작은 크기를 살려서 구축함이나 순양함의 함포 사격을 피하며 공격하는 거라면, 단발로 큰 파괴력을 낼 수 있는 미사일이 중요해집니다. 상대편 전투기를 잡을 때도 항상 레이저만 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2차 대전의 함재기들이 미사일을 쏘지 않은 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당시에 그만한 폭발형 유도 병기를 만들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이유야 어쨌든 간에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도 미사일을 쏘는 우주 전투기는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우주 전투기가 레이저나 기총만 쏘는 게 어느덧 공식처럼 굳어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