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의 붉은 곰이 푸른 제복을 입는다면…]

<적색경보 3>에서 나온 군용 불곰은 군견에 대응하는 유닛으로서 정찰 및 은신 감지, 보병 제거 등으로 쓰입니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곰을 알사시안(독일 셰퍼드) 품종처럼 사용하는 셈이죠. 하지만 아무리 최첨단 기술로 불곰의 두뇌를 통제한다 한들, 이를 군용 외에 확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경찰은 군과 비슷한 성격을 띠지만, 도시 치안을 맡는 경찰 업무는 아무리 봐도 무리입니다. 경찰견도 특수 임무를 수행하긴 하나 어디까지나 개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부담없이 어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곰은 맹수죠. 현대 도심지에 200kg짜리 육식동물이 돌아다니면, 설사 뇌파 조종을 한들 안심하는 시민이 있을까요. 오히려 경찰 불곰 때문에 불안해하는 시민이 더 많아질 것 같군요. 일단 후각이야 불곰이 알사시안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나니까 목표(폭발물 및 마약, 용의자)는 놓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목표를 찾으러 건물이나 차량에 들어가야 하는데, 입구를 부수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지. 특히, 일반적인 도심 순찰이나 공항 순찰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알사시안조차 그 늑대 같이 험상궂은 외모 때문에 공항 등 공공장소에서 탐지 임무를 하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골든 리트리버처럼 순하게 생긴 품종을 쓴다고요. 개도 이런 반면에 곰이라면, 뭐….

시민들과 부대끼는 것 말고, 차량 운송도 어려울 겁니다. 일반 경찰견은 승용차로 얼마든지 운송하지만, 곰이 타면 차에 무리가 가지 않을지…. 아니, 탈 수조차 없네요. 뭐, 좋습니다. 트럭을 이용하면 되죠. 하지만 차량에 탑승하지 못할 만큼 무겁다는 건 그만큼 차량 안을 기습하는 능력도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경찰견은 뛰어난 도약력과 순발력으로 무장 차량 안으로 뛰어들어가 범인을 제압할 때가 있습니다. 불곰 역시 구보 속도는 빠릅니다만, 유리창이나 문을 통해 침투하는 건 어렵겠네요. 차체를 들이박으면 되지 않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차를 공격해도 그 안의 무장 범인을 어쩌지 못하면, 결국 총을 맞을 거고, 비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곰일지언정 자동화기에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거기다 평지라면 모를까 복잡한 도시의 각종 장애물을 빠른 속도로 뛰어넘으며 범인을 제압하는 데엔 더 불리하겠죠. 간혹 은밀성을 요구하는 작전에도 경찰 불곰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알사시안 경찰견이라면 아무리 큰 수컷이라도 체중이 35kg을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가볍게 통제할 수 있고, 소리없이 대테러 작전이 가능하죠. 반면, 불곰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어도 기본 체중이 100kg을 넘어가기에 은밀하게 접근하긴 이미 글렀습니다. 소리야 어떻게든 죽인다 치지만, 산 같은 몸집은 어디다 숨깁니까.

물론 경찰 업무 외에 인명구조에서는 많이 활약할 수 있습니다. 산악구조는 체력과 감각 면에서 개보다 훨씬 낫겠죠. 훨씬 먼 거리를 걸어도 지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구호물품을 운송할 수 있고, 조난자의 체취를 더 오랫동안 맡을 수 있습니다. 차량이나 헬기가 들어가기 어려우면, 곰이 덩치를 이용해 업고서 데려올 수도 있겠죠. 조난자가 야생 불곰이 자기를 해치러오는 줄 알고 쇼크를 먹으면 좀 난감하겠지만…. 재해구조 역시 재해 장소에 일반 시민들이 다수가 접근하지 않을 것이므로 마찰을 일으키지 않을 겁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있겠으나 재해 장소에 자원할 정도라면 구조 불곰이 돌아다녀도 감내할 수 있겠죠. 다만, 특수직 종사자라고 전부 불곰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이건 단점일 수도 있겠네요. 더군다나 인명구조견은 경찰견과 다르게 공공기관이 아니라 각개 민간인들이 관리하는 편입니다. 즉, 키우던 개를 엄격한 훈련 과정을 통해 구조견으로 선발한 다음, 재해가 일어나면 급파되어 구조 임무를 수행하는 거죠. 허나 곰은 민간인이 키우지 못하므로 인명구조 불곰은 그 숫자가 구조견에 비해 크게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티 재난처럼 대규모 재난이 아니라면 파견하기가 꽤 까다로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