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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소여가 쓴 소설 <멸종>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심각한 내용 누설이므로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주의하세요!
로버트 소여가 쓴 <멸종>은 공룡 소설을 가장한 외계인 소설, 그것도 바디 에일리언 부류의 작품입니다. 독자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최소한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공룡이 나오는 것도 확실하고, 책의 주제가 중생대 멸망 원인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명체들은 고대 야수가 아니라 화성에서 온 젤리 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화자가 ‘헤트’라고 부르는 이 지성체들은 등장 장면부터 경악을 하게 하더니 이후 주인공 일행에게 온갖 위협을 끼치면서 끝내는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도 살아남아 인류를 괴롭힙니다. 그렇다면 공룡은? 그저 이곳이 중생대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 가끔씩 등장하는 소도구일 뿐입니다. 그나마 등장하는 공룡도 얼마 되지 않으며, T-렉스나 트리세라톱스가 잠깐 얼굴을 비추는 정도죠. 마지막에 타임머신을 둘러싸고 벌이는 전투야 로망이었습니다만, 그거 하나로 만족하기엔 공룡 출현이 아무래도 적습니다.
여하튼 그 전투 장면은 공룡을 생체 병기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탄복할만한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왜 화성인이 그런 전략을 선택했느냐는 겁니다. 책에서도 나오다시피 화성인 ‘헤트’는 엄청나게 발달한 기술을 보유하였습니다.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서 지구나 목성 등으로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은 물론이고, 위성을 띄워서 한 행성의 중력까지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에 비교하자면 공룡은 너무나 연약한 동물일 뿐입니다. 책이나 영화, 게임에서 공룡이 너무 무섭게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출일 뿐이죠. 결국엔 공룡도 피와 살로 이루어지고, 상처를 입으면 죽는 생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산소가 옅은 곳까지 마하의 속도로 날 수 있는 전투기도 아니며, 빗발치는 총탄을 버티고서 화력을 쏟아붓는 전차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쥐도 새도 모르게 물 속으로 잠입해 적진에 한 방 먹일 수 있는 잠수함도 아니죠. 그런데도 화성인 ‘헤트’는 공룡을 병기로 선택했습니다. 그것도 레저용이나 뭐 그런 게 아니라 무려 다른 행성을 정복할 주요 수단으로 말입니다.
물론 헤트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으니 기계 사용을 꺼린다는 겁니다. 지식은 뛰어나지만 외형이 영락없는 젤리 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죠. 그래서 수족이 있는 숙주에 침입하여 숙주를 조종해 대신 기계를 만드는 편입니다. 그러다 숙주들이 그 기계로 반란을 일으키자 반란 여지를 싹 잠재울 수 있도록 생체 기기만을 이용하는 쪽으로 바뀌었고요. 그래서 헤트가 타고 다니는 우주선이나 자동차 등은 대개 생명체입니다. 지구 주위에 인공위성(기계)을 띄우기는 했으나 어차피 중생대 지구엔 동물 밖에 없었으므로 그 기계를 이용해 반격 당할 가능성이 없었고요. (중생대로 넘어온 인간 두 명이 결국엔 그 기계를 이용해 헤트를 죄다 없애버리지만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작 야생동물을 병기로 활용하는 건 지나친 전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 인간도 군견처럼 군대에서 동물을 이용하긴 합니다만, 이건 전투가 아니라 정찰이 목적이죠. 화성인은 현대식 기갑부대를 앞세운 적을 상대로 공룡을 내보내려고 했다는 겁니다.
[뭐, 이 정도 되는 뿔룡이라면 전차도 잡겠지만…]
소설 후반부에서는 헤트의 모의 전투를 통해 공룡이 꽤 쓸만한 전력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트리세라톱스 서너 마리로 구성한 부대가 현대식 전차 부대를 격파하기도 했으니까요. 내부에 침입한 헤트가 조종하기 때문에 고통이나 두려움을 모르며, 헤트 특유의 생체기법으로 상처를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헤트가 얼마나 대단한 생체 기술을 발휘하든 간에 동물 따위가 현대 병력에 상대나 될 수 있을까요. 전차 몇 대야 어떻게 요령으로 잡아낼 수 있을지 모르죠. 그러나 전투기나 잠수함에는 상대가 안 될 겁니다. 화성인의 상대가 전투기나 잠수함을 갖추었다는 언급이야 없지만, 전차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아 다른 무기들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가정이 옳다면, 프테라노돈 같은 익룡이 하다못해 복엽기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요. 틸로사우루스 같은 어룡이 잠수함과 싸워 침몰시킬 수 있을까요. <메갈로돈> 같은 소설에서는 20m짜리 백상어가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침몰시키기도 합니다만… 운이 좋았을 따름이죠. 제대로 대처한다면 기껏해야 동물이 현대 병기를 이기기는 불가능할 겁니다.
실제 소설에서는 화성인이 어떻게 전투를 하는지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저 모의 전투를 통해 대략 추측할 수 있을 뿐이지요. 어쩌면 작가도 그 이상의 설정을 만드는 게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공룡과 현대 병기의 전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되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설정이 부족한 건 아쉬운 일입니다. 로버트 소여가 <멸종>의 번외편으로 화성인들의 공룡 전투도 좀 써봤으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공룡 생체 병기라는 건 꽤 로망이 있는 아이디어니까요.
[악어 조이드. 이 정도면 현대 구축함을 격침시키는 게 가능할지도?]
※ 제목 수정하였습니다. 써 놓고 보니 제가 봐도 내용 누설이더군요. -_-;;
물 속에서 가지고 노는 조이드라… 저 악어 조이드는 아닌 것 같고, 아마 상어 조이드 완구일 겁니다. 하지만 저도 직접 보거나 한 건 아닌지라 확실하지 않네요.
예전에 갖고 놀았던 조이드라면 zoid aquadon이 아니었을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