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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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황하며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가 있는 곳을 알 턱이 없었다. 게다가 이 옥상에서는 아래쪽으로 내려갈 만한 어떠한 장치도 없었다.
‘맙소사!! 이런 식으로 이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걸. 그나저나 옷은 남아있군. 유리카나 석현 형은 어디로 갔지?’
잠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옥상의 가장자리로 걸어가 밑을 내려본 그는 지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를 깨닫고는 잠시 현기증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
그의 주위는 딱히 소음이 없었다. 분명 이곳은 대도시인 듯 했으나 교외에 있는 것처럼 아무런 소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가롭게 새소리나 물소리가 들려오지도 않는, 그런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 혼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뒤로 물러섰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저 멀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도시의 불빛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은 그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잠시 서있던 텐카와는 냅다 누워버렸다.
‘어떻게든 되려나..’
그는 눈을 감았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와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그에게 충분히 수면의 욕구를 가져다 주었다. 망설임없이 그는 잠들었다.
-텐카와 아키토 씨 되십니까
잠시 뒤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텐카와는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텐카와가 입을 떼려는 순간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말씀하지 마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가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마자 검은 색의 긴 코트를 입은 여자가 그의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텐카와는 또 한번 놀랐다.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그 여자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말은 분명히 텐카와의 귀에서 울려퍼지는 듯 했다. 혼란해진 텐카와는 아무로에게 받은 매스 드라이버를 생각하고는 급히 꺼내 겨누었다.
-저는 후유츠키 밑에서 일하고 있는 니브입니다. 그 분께서 당신을 불러오라고 하셨습니다. 일단 저를 따라오세요. 그 분 댁에 가면서 말씀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생각만 하시길 바랍니다.
‘후유츠키? 그 늙은 사람 말입니까?’
-그래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후유츠키는 죽을 수 없게 되었고 그 덕에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후유츠키는 당신들이 어디로 이동할 지는 알 수 없었으므로 근 십여세기 간 자신에게 필요한 자들을 고용하여 사용하고 있지요. 이제 저를 믿으시겠습니까?
텐카와는 알았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잠시 뒤 둥근 유리관이 올라왔고 여자는 그 곳에 타고는 텐카와에게 손짓했다. 텐카와는 멀뚱히 일어나 그 유리관에 탑승했고 그와 동시에 유리관은 순식간에 그 위치에서 사라졌다.
안에 탑승한 텐카와가 목격한 것이라곤 잠시 눈앞이 번쩍거린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자신이 시간을 이동할 때와 마찬가지로 주위의 배경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처음에 탔던 유리관도 현재는 하나의 안락한 응접실과 같이 하나의 방으로 바뀌어 안락한 소파가 준비되어 있었다.
사방은 벽으로 막혀 있긴 했지만 그다지 방의 크기가 작지는 않아 답답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텐카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으로 소파를 한번 더듬거렸다.
“거기에 앉으세요. 이제는 말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식의 정신대화에 익숙하지 못한 당신에게는요.”
텐카와에게 있어서는 유리카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통상적으로는 미인에 속할 만한 ‘니브’라는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도대체 이게 뭡니까? 다른 사람은 다 어디 갔고 이런 식으로 어이없게 이동하다니! 함장님이나 후유츠키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준비성이 없단 말입니까!?”
텐카와가 분노하여 외쳤다.
“미안합니다. 내가 드릴 말씀은 그것 밖에 없네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다른 분들은 후유츠키 댁에 계시니까 그곳에 가시면 감격적인 상봉을 할 수 있을겁니다.”
“정말입니까? 하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할 거란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네. 그래요. 당신의 그 이상하리만큼 의심하는 버릇은 특별히 이해해 드리지요. 이제 이 시대상황을 들을 만큼 정리가 되셨나요?”
니브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성격좋기로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 텐카와도 애써 여유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좋아요. 일단 여기가 어디고 언제며 내가 뭘 해야 하는지나 알려주세요.”
“그러도록 하죠. 여기는 당신들이 살던 제국력 6세기 와는 대략 천백여년 정도 뒤입니다. 정확히 말씀 드리면 현력 520년 입니다. 위치는 폴라리스 공화국 내 특별관리 행성 중 하나인 지구의 위도 134도 동경 127도 북위 37.5에 있는 항구도시 서울입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로 전달하는건 오히려 저에게 익숙치 않거든요? 후유츠키가 만들어둔 지식을 당신에게 드리도록 하죠.”
“지식을 만들어둔다??”
텐카와는 목적어와 어울리지 않은 서술어의 사용에 의문을 표했다.
“그래요. 여기는 정신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세상입니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물질화시켜서 다른 사람의 정신으로 바로 전송하여 의사소통과 지식전달에 오류가 없지요.”
“재밌네요. 나도 한 번 해보죠.”
그녀는 잠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어때요? 감쪽같죠?”
“아니 뭐가 말씀입니까?”
텐카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방인이라고 사람 무시하나 원..’
“당신은 내가 정신과학 기본 법칙도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하나 본데요, 내가 아무리 과거에서 왔다지만 기본적으로 정신과학의 역사 정도는....”
텐카와의 거침없이 나오던 말은 어느 순간엔가 무의식중에 멈췄다. 그리고 그는 넋을 잃었다.
“이럴수가...”
텐카와가 넋을 잃어하던 그 순간에도 현력 6세기 중반의 이동수단 중 최고급형에 속하는 ‘크로노유리관-b3’은 후유츠키의 자택으로 이동했다.
현력 475년
지구 서울
후유츠키의 자택은 그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텐카와의 눈에도 익숙한 제국력 당시의 건축양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에서는 다른 건물과 비교되어 크게 눈에 띄었다.
처음에 유리관이 방 형태로 변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유리관형태로 돌아온 정체모를 이동수단은 유리관에서 니브와 텐카와가 내리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텐카와는 유리관이 사라진 땅을 유심히 보고 발로 한번 차보기도 했지만 그냥 일반적인 도로 재질이었다.
‘도로 재질? 고무...아무리 분자구조를 고친다고 해도 고무가 마찰열에 버틸 수가 있나?’
‘생각을 하시는 건 좋습니다만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정 필요하시다면 저에게 생각을 전달해야겠다..라고 생각하시고 필요한 생각을 하세요.’
‘좋습니다. 이렇게 말도 못하는 이유가 뭡니까?’
‘특별관리구역에서 실외에서의 음성언어는 국가에서 통제를 하게 됩니다. 어떻게보면 비자유적인 발상이긴 해요. 그렇긴 하지만 당신네 시대에 있던 언론이 없던 터라 사실상 정부를 막을 수는 없어요.’
‘만약 봉기가 발생하게 되면 고도의 정신능력자로 생각을 바꿔버린다라....’
잠시 그녀에게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멈추고 혼자 생각한 텐카와는 굳은 표정을 하고는 저 만치 앞서가는 니브를 따라잡기 위해 가뿐히 뛰었다.
문을 여는 방식은 과거 제국력시대의 집으로 지어져서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마찬가지로 손잡이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이미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최소한의 인간 움직임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폴라리스의 국가수칙에 따라 상당수의 부분은 ‘비효율적이게도’ 사람이 직접 손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 상기했다.
신발을 벗고 준비된 실내화로 갈아신은 그는 방에서 걸어나오는 후유츠키를 볼 수 있었다. 그의 겉모습은 전혀 변화가 없었으며 다만 변화가 있다면 그가 입고 있는 옷이 희안하게 바뀌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원래 옅은 붉은색의 옷을 입고 있던 그는 지금 갈색 코트에 잠옷 바지 같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젠 실내이니까 말해도 되겠지요. 오랜만입니다. 한 천여 년 정도 지난 것 아닙니까? 근데 그 옷은 도대체...”
후유츠키는 한번 웃더니 텐카와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렇군. 참으로 오랜만이야. 이게 원래 이 시대의 일반적인 복장이야. 자네도 입게 될 테지.”
악수를 마친 후유츠키는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텐카와에게 말했다.
“이미 지식을 받았군. 자네는 별 다른 걱정 없이 이 세계에 적응할 수 있을거야. 그러나 문제는 자네가 입고 있는 그 옷과 사고방식이지. 그걸 고치지 않으면 지식만 가지고는 완전히 적응 할 수 없을 걸세. 이 옷으로 갈아입고 저 방으로 오게.”
후유츠키가 텐카와에게 양 손을 내밀었고 즉시 늙은이의 손에는 그가 입고 있는 옷과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한 벌의 옷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볼 수는 없습니까? 옷 갈아입는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텐카와가 돌아서려는 후유츠키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는 자신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는 터라 그런 물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글쎄...일단 옷부터 갈아입게.”
후유츠키는 낮지만 강인한 어조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고 텐카와는 그의 강한 어조에 다시 토를 달 수 없었다.
‘저기 복도 끝 방이 당신에게 준비된 방입니다.’
"당신은 집 안에서도 정신대화를 합니까? 답답하지도 않습니까?“
‘그게 후유츠키가 말한 당신의 사고방식입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하는 것 보다 생각하는게 훨씬 쉽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솔직히 전달하게 되지만 나중에 가면 오히려 자신의 의도만을 살려 남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럼 당신의 입은 퇴화하겠군요!!”
쏘아붙인 텐카와는 더 이상 그녀와 대화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는 자신에게 준비된 방으로 들어가고는 대단히 놀랐다. 방은 그가 Nadesico에서 생활하던 그의 개인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방의 크기와 구조, 그 모든 것이 같았다.
‘놀랍군! 이런 것 까지 알아내다니..’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고는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후 후유츠키가 건네준 옷을 입었다.
‘이게 바로 패키지 옷이라는 건가?’
과학적인 옷 설계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방가스’의 패키지 옷은 여러 가지 옷이 옷 내부의 칩에 내장되어 있으며 이 칩은 사람의 정신과 연동하게 착용자에게 몇 벌의 옷을 '머릿속으로' 보여주게 되고 그 중에 사람이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고자 하면 그 옷으로 바뀌게 되는게 이 패키지 상품의 특징이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에 참으로 흥미있어하며 후유츠키의 방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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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쓰게 됩니다. 재수생이라는 변명은 접어두더라도 말이죠 -_-;;
‘맙소사!! 이런 식으로 이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걸. 그나저나 옷은 남아있군. 유리카나 석현 형은 어디로 갔지?’
잠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옥상의 가장자리로 걸어가 밑을 내려본 그는 지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를 깨닫고는 잠시 현기증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
그의 주위는 딱히 소음이 없었다. 분명 이곳은 대도시인 듯 했으나 교외에 있는 것처럼 아무런 소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가롭게 새소리나 물소리가 들려오지도 않는, 그런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 혼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뒤로 물러섰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저 멀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도시의 불빛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은 그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잠시 서있던 텐카와는 냅다 누워버렸다.
‘어떻게든 되려나..’
그는 눈을 감았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와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그에게 충분히 수면의 욕구를 가져다 주었다. 망설임없이 그는 잠들었다.
-텐카와 아키토 씨 되십니까
잠시 뒤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텐카와는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텐카와가 입을 떼려는 순간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말씀하지 마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가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마자 검은 색의 긴 코트를 입은 여자가 그의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텐카와는 또 한번 놀랐다.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그 여자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말은 분명히 텐카와의 귀에서 울려퍼지는 듯 했다. 혼란해진 텐카와는 아무로에게 받은 매스 드라이버를 생각하고는 급히 꺼내 겨누었다.
-저는 후유츠키 밑에서 일하고 있는 니브입니다. 그 분께서 당신을 불러오라고 하셨습니다. 일단 저를 따라오세요. 그 분 댁에 가면서 말씀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생각만 하시길 바랍니다.
‘후유츠키? 그 늙은 사람 말입니까?’
-그래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후유츠키는 죽을 수 없게 되었고 그 덕에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후유츠키는 당신들이 어디로 이동할 지는 알 수 없었으므로 근 십여세기 간 자신에게 필요한 자들을 고용하여 사용하고 있지요. 이제 저를 믿으시겠습니까?
텐카와는 알았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잠시 뒤 둥근 유리관이 올라왔고 여자는 그 곳에 타고는 텐카와에게 손짓했다. 텐카와는 멀뚱히 일어나 그 유리관에 탑승했고 그와 동시에 유리관은 순식간에 그 위치에서 사라졌다.
안에 탑승한 텐카와가 목격한 것이라곤 잠시 눈앞이 번쩍거린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자신이 시간을 이동할 때와 마찬가지로 주위의 배경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처음에 탔던 유리관도 현재는 하나의 안락한 응접실과 같이 하나의 방으로 바뀌어 안락한 소파가 준비되어 있었다.
사방은 벽으로 막혀 있긴 했지만 그다지 방의 크기가 작지는 않아 답답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텐카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으로 소파를 한번 더듬거렸다.
“거기에 앉으세요. 이제는 말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식의 정신대화에 익숙하지 못한 당신에게는요.”
텐카와에게 있어서는 유리카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통상적으로는 미인에 속할 만한 ‘니브’라는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도대체 이게 뭡니까? 다른 사람은 다 어디 갔고 이런 식으로 어이없게 이동하다니! 함장님이나 후유츠키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준비성이 없단 말입니까!?”
텐카와가 분노하여 외쳤다.
“미안합니다. 내가 드릴 말씀은 그것 밖에 없네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다른 분들은 후유츠키 댁에 계시니까 그곳에 가시면 감격적인 상봉을 할 수 있을겁니다.”
“정말입니까? 하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할 거란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네. 그래요. 당신의 그 이상하리만큼 의심하는 버릇은 특별히 이해해 드리지요. 이제 이 시대상황을 들을 만큼 정리가 되셨나요?”
니브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성격좋기로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 텐카와도 애써 여유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좋아요. 일단 여기가 어디고 언제며 내가 뭘 해야 하는지나 알려주세요.”
“그러도록 하죠. 여기는 당신들이 살던 제국력 6세기 와는 대략 천백여년 정도 뒤입니다. 정확히 말씀 드리면 현력 520년 입니다. 위치는 폴라리스 공화국 내 특별관리 행성 중 하나인 지구의 위도 134도 동경 127도 북위 37.5에 있는 항구도시 서울입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로 전달하는건 오히려 저에게 익숙치 않거든요? 후유츠키가 만들어둔 지식을 당신에게 드리도록 하죠.”
“지식을 만들어둔다??”
텐카와는 목적어와 어울리지 않은 서술어의 사용에 의문을 표했다.
“그래요. 여기는 정신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세상입니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물질화시켜서 다른 사람의 정신으로 바로 전송하여 의사소통과 지식전달에 오류가 없지요.”
“재밌네요. 나도 한 번 해보죠.”
그녀는 잠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어때요? 감쪽같죠?”
“아니 뭐가 말씀입니까?”
텐카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방인이라고 사람 무시하나 원..’
“당신은 내가 정신과학 기본 법칙도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하나 본데요, 내가 아무리 과거에서 왔다지만 기본적으로 정신과학의 역사 정도는....”
텐카와의 거침없이 나오던 말은 어느 순간엔가 무의식중에 멈췄다. 그리고 그는 넋을 잃었다.
“이럴수가...”
텐카와가 넋을 잃어하던 그 순간에도 현력 6세기 중반의 이동수단 중 최고급형에 속하는 ‘크로노유리관-b3’은 후유츠키의 자택으로 이동했다.
현력 475년
지구 서울
후유츠키의 자택은 그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텐카와의 눈에도 익숙한 제국력 당시의 건축양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에서는 다른 건물과 비교되어 크게 눈에 띄었다.
처음에 유리관이 방 형태로 변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유리관형태로 돌아온 정체모를 이동수단은 유리관에서 니브와 텐카와가 내리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텐카와는 유리관이 사라진 땅을 유심히 보고 발로 한번 차보기도 했지만 그냥 일반적인 도로 재질이었다.
‘도로 재질? 고무...아무리 분자구조를 고친다고 해도 고무가 마찰열에 버틸 수가 있나?’
‘생각을 하시는 건 좋습니다만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정 필요하시다면 저에게 생각을 전달해야겠다..라고 생각하시고 필요한 생각을 하세요.’
‘좋습니다. 이렇게 말도 못하는 이유가 뭡니까?’
‘특별관리구역에서 실외에서의 음성언어는 국가에서 통제를 하게 됩니다. 어떻게보면 비자유적인 발상이긴 해요. 그렇긴 하지만 당신네 시대에 있던 언론이 없던 터라 사실상 정부를 막을 수는 없어요.’
‘만약 봉기가 발생하게 되면 고도의 정신능력자로 생각을 바꿔버린다라....’
잠시 그녀에게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멈추고 혼자 생각한 텐카와는 굳은 표정을 하고는 저 만치 앞서가는 니브를 따라잡기 위해 가뿐히 뛰었다.
문을 여는 방식은 과거 제국력시대의 집으로 지어져서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마찬가지로 손잡이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이미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최소한의 인간 움직임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폴라리스의 국가수칙에 따라 상당수의 부분은 ‘비효율적이게도’ 사람이 직접 손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 상기했다.
신발을 벗고 준비된 실내화로 갈아신은 그는 방에서 걸어나오는 후유츠키를 볼 수 있었다. 그의 겉모습은 전혀 변화가 없었으며 다만 변화가 있다면 그가 입고 있는 옷이 희안하게 바뀌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원래 옅은 붉은색의 옷을 입고 있던 그는 지금 갈색 코트에 잠옷 바지 같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젠 실내이니까 말해도 되겠지요. 오랜만입니다. 한 천여 년 정도 지난 것 아닙니까? 근데 그 옷은 도대체...”
후유츠키는 한번 웃더니 텐카와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렇군. 참으로 오랜만이야. 이게 원래 이 시대의 일반적인 복장이야. 자네도 입게 될 테지.”
악수를 마친 후유츠키는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텐카와에게 말했다.
“이미 지식을 받았군. 자네는 별 다른 걱정 없이 이 세계에 적응할 수 있을거야. 그러나 문제는 자네가 입고 있는 그 옷과 사고방식이지. 그걸 고치지 않으면 지식만 가지고는 완전히 적응 할 수 없을 걸세. 이 옷으로 갈아입고 저 방으로 오게.”
후유츠키가 텐카와에게 양 손을 내밀었고 즉시 늙은이의 손에는 그가 입고 있는 옷과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한 벌의 옷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볼 수는 없습니까? 옷 갈아입는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텐카와가 돌아서려는 후유츠키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는 자신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는 터라 그런 물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글쎄...일단 옷부터 갈아입게.”
후유츠키는 낮지만 강인한 어조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고 텐카와는 그의 강한 어조에 다시 토를 달 수 없었다.
‘저기 복도 끝 방이 당신에게 준비된 방입니다.’
"당신은 집 안에서도 정신대화를 합니까? 답답하지도 않습니까?“
‘그게 후유츠키가 말한 당신의 사고방식입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하는 것 보다 생각하는게 훨씬 쉽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솔직히 전달하게 되지만 나중에 가면 오히려 자신의 의도만을 살려 남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럼 당신의 입은 퇴화하겠군요!!”
쏘아붙인 텐카와는 더 이상 그녀와 대화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는 자신에게 준비된 방으로 들어가고는 대단히 놀랐다. 방은 그가 Nadesico에서 생활하던 그의 개인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방의 크기와 구조, 그 모든 것이 같았다.
‘놀랍군! 이런 것 까지 알아내다니..’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고는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후 후유츠키가 건네준 옷을 입었다.
‘이게 바로 패키지 옷이라는 건가?’
과학적인 옷 설계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방가스’의 패키지 옷은 여러 가지 옷이 옷 내부의 칩에 내장되어 있으며 이 칩은 사람의 정신과 연동하게 착용자에게 몇 벌의 옷을 '머릿속으로' 보여주게 되고 그 중에 사람이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고자 하면 그 옷으로 바뀌게 되는게 이 패키지 상품의 특징이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에 참으로 흥미있어하며 후유츠키의 방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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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쓰게 됩니다. 재수생이라는 변명은 접어두더라도 말이죠 -_-;;
전술 차원에서의 우연은 전략 차원에 있어서의 필연이 남긴 잔광(殘光)의 파편에 불과하다.
--- 자유행성동맹 이제르론 방어사령관 겸 함대지휘관 양 웬리 퇴역원수
-출처 : 은하영웅전설 10권 낙일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