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설정.


전투 안드로이드 메이드 " 아이나 " (이레이져)


라유 사령관 가신가문의 양녀로 독특하게 개량된 메이드복은 그녀의 상징에 가깝다.

본디 강력한 몸체를 가지고 있음에 더불어 머리까지 비상해서 주위의 기대가 높다.

하지만 그녀는 프로그래밍 되어진 그대로 라유의 안위만을 걱정할 뿐이다.




Aries Spring - Prologue - part Two.




불타오르는 대지의 한가운데에서 용기검사 돌격대 무리가 빠른 속도로 후방의 적들을

물리치며 활로를 열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무렵..

클론 부대의 전멸로 본의 아니게 최선봉을 맡게 된 안드로이드대 사령관 라유는

임시 부사령관인 안드로이드 메이드 아이나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 아이나! 통신연락을 들었나? 아우니와 아이샤의 부대가 퇴로를 만들려 하고 있어.

  그렇다는 건... "



" ...이싸움은 용족의 주도로 시작된 것이니까요. 그들이 패배를 인정한 것이라면

  저희도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겠군요. "



아이나는 여기까지가 한계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 아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나. 젠장, 이건 시작할 때부터 이미 진 싸움이었어.

  그럴 각오를 하고 온 거잖아. "



이 만큼의 병력차가 나는 이상 그건 자명한 것이었다.

라유는 솔직히 이런 바보같은 집안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여제 이아리스와 이레이져 원로원과의 지리한 싸움.

줄기차게 침략을 추구하는 이아리스와 이미 두 번의 대전투에서 지구능력자들에게

대패하여 좀 더 신중하게 준비하자는 이레이져 원로원간의 전쟁은 벌써 햇수로

3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싸움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녀로서는 여왕이 부여한 분에 넘치는 직책과

그간 쌓여진 엄청난 명성만 아니었다면 절대로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을 품으며 전투 지휘의 일체를 전술 전략에 능숙한 자신의 가신,

아이나에게 일임하고 이곳에 왔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된이상 남아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 이아리스는 광기에 미쳐있다.. 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



아이나가 적 안드로이드 비셀로이드를 베어넘기며 말했다.



" 거듭 말하지만... 그 것도 이 자리서 말할 성질의 것이 아냐...

  우리 살길부터 만들고나서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자고.

  아니면 최소한 적 부대의 수령만이라도 잡고 싶군.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부대는 후퇴를 하기에는 너무 깊게 들어왔어. 어떻게 할 건가? "



라유 사령관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아이나는 좀전의 침착한 말투 그대로 대답했다.



" 후퇴는 이미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애초부터 이아리스의 불장난에 끝까지 어울려줄 생각도 없었습니다.

  제 유일한 사명은 라유님을 무사히 살려서 돌려보내 드리는 것.

  더불어 저희 부대도 마찬가지입니다. "



" 대체 어떻게?! "



목소리까지 갈라진 라유의 가녀린 음성에는 절박함이 베어 있었다.



" 라유님께서는 이번 싸움은 질거라고 저에게 말씀하셨는데도 결국 여길 오셨습니다.

  그리고 전 그 말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탈출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라는 뜻으로

  해석했지요. "



아이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전투중에 처음으로 미소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 전장에서 20km정도 떨어진 산악지대에 광역전송용 포트를 숨겨두었습니다.

  들키지 않도록 최소한의 동력원만 남겨두었기 때문에 어지간한 스캔으로는

  검색도 되지 않을 테지요. "



" 그랬나..! 하.. 하지만 그래서야 전송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할 것 같은데.. "



라유는 논리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 당연히 그렇습니다. 다만 저희 안드로이드 부대원들은 자체동력원 외에

  추가 배터리팩을 무기동력원인양 달고 전투에 임했습니다.

  라유님과 제 등에 달린 비상의 날개 또한 분사노즐직전까지 모두 배터리팩으로

  채워두었죠. "



" 어쩐지 명령어를 아무리 외쳐도 안날더라... "



" ...곧 광역전송포트에서 이 곳으로 배터리 에너지 전송 중계기가 사출되어

  날아올 겁니다.

  그 때 ' 이아리스님에게 영광을! ' 이라고 외치면 배터리 에너지가 전송되는

  2~3초의 찰나후 우리들의 모성 아스테롯테로 남아있는 전 군이 워프아웃으로 탈출합니다. "



라유는 기가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 아이나... 전투에 이길 전술을 가져온 게 아니고 멋지게 도망칠 방법을

  가져온 거였군...

  일단 살아돌아가는 마당에 뭐라 할수는 없지만...

  그래서야 이아리스가 화내지 않을까? "



아이나는 일순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라유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이 싸움은 처음부터 우리들을 사지로 몰아넣기 위한

  계산된 전투에 지나지 않습니다. "



" 그녀라고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



" 하지만 결정을 내린 것은 그녀입니다.

  누가보더라도 명백한 병력차를 인지한 상태에서 시작한 전투..

  이아리스는 지휘관으로서 바꿀 수 없는 상황보다 그것을 이용하는 쪽을

  선택한 것 뿐이예요.

  최대한 이레이져의 전통있는 가문들의 군대를 차례차례로 몰살시킨다.

  그녀가 가진 권력으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니까요.

  이로서 원로원에게 동족이 무의미하게 죽어가고 있다고 시위하듯 말하고 있는 겁니다.

  증오해 마지않는 지구능력자들에게가 아닌 동족끼리 말이죠. "



" 아이나.. 그건... "



" 다행히도 이아리스의 직속 용검사대도 제일 먼저 전장을 내뺐으니 저희로서도

  항변의 여지는 있습니다.

  철수명령은 내려졌고 그건 이아리스의 승인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죠.

  어떻게 빠져나가든 설령 그게 미리 계획된 탈출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저희는 일단 명령을 따른 게 되는 거예요. "



라유는 이 전투 전까진만해도 총사령관의 지위에 있던 베테랑이다.

지금도 지위자체가 사령관인 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오래 지속된 산발적인 전투에 천사족의 지원도 없이 얼마 남지도않은

용족과 삼안족 가문들의 병력은 갈수록 줄어들어 라유가 출전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까지 몰린 것이다.

3년전이었다면 어떤 싸움에든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게 되버린 자신대신에 아이나를 선택한 것이니 그녀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전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신용할 생각이었다.

한숨 돌리고나자 평점심을 되찾은 라유가 살며시 웃으며 나직히 말했다.



" 그래.. 나마저 죽으면 그 불쌍한 이아리스가 전장에 나서야 하겠지.

  그 광기라 하는 것은 슬픈 힘이야.

  그녀가 자신의 알들을 지키려고 발버둥칠 때의 그 모습을

  난 두번다시 보고 싶지 않군.

  나쁘지 않겠지. 그녀의 이름은 이 전투의 피날레가 되기에 충분할 거야. "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의 목소리였다.

순간적으로 아이나는 그것이 드문드문 나타나던 숨겨진 그녀의 본성에서 우러나온 말임을 깨달았다.

잠시후 라유 사령관이 이끄는 안드로이드 부대 300개체는 분쇄되어 사라진

전우 700개체를 위로하며 전장에서 사라졌고 홀로남은 삼안족 병단은 앞을 막아주던 병력의 공백으로

얼마못가 전멸, 극히 일부만이 용기병대의 퇴로를 따라 탈출할 수 있었다.

이레이져 관할지구 클라레리온 항성계의 제 4혹성 뉴 카프리콘에서 벌어진 지상 전투는

양측의 예상대로 이레이져 원로원의 승리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