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ario.8 전후의 사건

2294년 말. 드디어 서르 행성에서 벌어진 지구와 북부에덴(트랜스바 황국)와의 갈등 끝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르 행성 곳곳에선 아직도 불안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특히 지구가 아닌 에덴 족으론 자신들의 존엄성을 헤치고 학대한 에덴이 올 징조에 매우 민감해진 가운데 아직도 웜홀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서르 행성에서 반 동맹세력인 베돈타에서 민주정권을 세우고 베르아로 진출할 준비를 하는 테란 동맹...... 그리고 오르도스 연합을 합병시킬 속셈을 가진 발해동맹의 탐욕스런 진출.......
또한 아직 맺지 못한 인텔리언의 우나라의 내전개입 문제 등은 평화의 물결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었다.

이제 2295년을 앞둔 지금 이 타르인 섹터는 어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그레이 족 우주상선내에서 서르 행성의 뒷면이 비치는 복도 한 켠 에서는............

갑자기 문현근 중령이 어디 갔는지 몰라도 이창미 대령 혼자 사색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가면서 자신의 부관 이였던 문현근 중령과의 짜릿한 입맞춤이 아직도 얼얼한 건지 아니면 누가 곁에 없어서 생긴 고독함을 이기기 위해 그런지 또는 내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동안 달려왔던 과거에 대해 고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심정을 더 잘 반영해 주듯 창문에 비쳐진 서르 행성에선 이미 어두운 장막이 드리워진 가운데 하나둘 씩 빛나는 선들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두환 대장이 뒤에서 이창미 대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 대령! 어디 있나?”
그의 부름에 즉시 몸을 돌린 이창미 대령이 전두환 대장을 보자마자 그대로 그에게 경례하였다.
“충성!”
“어, 충성! 여기 있었나? 여기서 뭐하고 있었는가?”
전두환 대장의 말에 이창미 대령은 조금 둘러대는 것처럼 보이듯이
“여기서 사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색이라? 하하하........ 언제 봐도 자넨 정말 예쁘네. 그런데 아까 여기서 문현근 중령이랑 만나지 않았는가?”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아까 문현근 중령하고 키스하는 모습을 봤네. 정말 어울리는 한 쌍이더군.”
“하하하........ 아무리 장군님이라 해도 왜 그걸 봤어요?”
이창미 대령이 쑥스럽게 웃으면서 말하자 전두환 대장은 문현근 중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창미 대령, 문현근 중령은 조종사로 명성을 날린 10년 전에도 만나본적이 있을 듯 한데 기억나나?”
“10년 전에요? 아~ 그러고 보니 제 동료 중에 문현근이라는 친구가 있었긴 해요. 그런데 갑자기.......”

“지금 자네 곁에 있는 문현근 중령은 그때의 문현근 중위가 아냐.
그 문현근 중위는 5년 뒤 중령으로 승진한 뒤에 우주선을 타고 어디로 나가게 되었는데 실종 당했어. 그런데 2년이 지난 어느 날 소행성대에서 수상한 우주선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문현근 중령으로 보이는 사람을 구해서 그동안 그가 그 문현근 중령인줄 알고 있었네만.
최근 행동이 수상해서 조사해보니 그 문현근 중령과 다른 사람 이였어.
이창미 대령, 그 문현근 중위하고 지금 문현근 중령의 평소 모습을 말해보거나.”

이창미 대령은 그의 대답에 10년 전의 문현근 중위는 아주 대담했고 위험한 지역으로 대담하게 나가는 등 용감한 조종사 이였던 반면 지금의 문현근 중령은 용감하지만 대게는 여자 같은 성품의 소유자라고 답하자

“뭐 오랫동안의 조난생활로 인해 성품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만....... 이 대령 나중에 그와 만나면 체포해버리게나. 진상을 알아야겠어.”
“네?”
전두환 대장의 말에 이창미 대령이 깜짝 놀라 긴장한 사이 갑자기 전두환 대장의 PDA에서 비상 신호가 나오더니 액정을 본 순간.....
장군, 문현근 중령이 함대 내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난 걸 알고 잠적한 듯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창진 소장
“으음! 문현근이~”
문현근 중령이 사라졌다는 말에 전두환 대장이 양미간을 찡그리다 이창미 대령에게 말했다.
“이 대령. 있다가 새로운 부관을 보내 줄 터이니 먼저 함선으로 복귀해!”
“예!”

전두환 대장의 명령에 이창미 대령은 곧바로 이 우주선의 격납고로 향해 갔다.
‘그럼 도대체 날 사랑하는 부관의 정체는 뭐지? 혹시 그거 때문에?’
문현근 중령, 그는 사마귀 같은 모습으로 변신 했을 땐 이창미 대령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었다. 그런데도 왜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났을까? 그리고 한국 우주 군에서 어떻게 아무런 의심도 없이 생활할 수 있었을까?

몇 분 뒤 이창미 대령의 최무선 급 순양함의 지휘실
“세상에, 언니.....아니 중령이 후임 이예요?”
뜻밖에도 문현근 중령의 후임으로 온 사람은 다름 아닌 마이(차예리) 중령이었다.
“그럼, 사령부에서 내가 니 부관으로 임명되었다면서 자리를 옳기라 해서 짐까지 싸들고 왔지.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충성!”
연장자가 연하자 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계급 상으론 당연히 이창미 대령이 상관 이였기에 군에선 연하자 이었던 이창미 대령에게 존댓말을 써야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충성!”

그때 갑자기 뒤에 있던 화면에서 타운즈 중장의 얼굴이 나왔다.
- 이창미 대령, 즉시 베르아 행성으로 철수하게. 총 사령부에서 이번 사건 때문에 우리함대 전부 소환을 명령했다네.
“네? 그럼 혹시 그.......”
이미 이창미 대령은 그 사건이 뭔지 알고 있었는지
- 그래. 사라진 문현근 중령 때문이라더군. 아무래도 대령은 이번 사건의 증인으로 출두하게 될 텐데 말할 때 조심하도록 하게. 자칫하다간 공범으로 몰릴 수 있으니 말일세.
“....... 알겠습니다.”
- 나중에 총사령부에서 만나보지. 그럼.... [삑-]

이창미 대령은 참 난감해 보였다 만약 자기가 알고 있었던 문현근 중령이 사실은 장교를 사칭한 외부인 이라면 자기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기밀을 빼내갔다면 그녀의 군 생활은 진짜 끝장날지도 모른다.
“전 승무원들은 들어라! 지금 우린 베르아 행성으로 철수한다. 정해진 항로로 이동하도록!”
“옛!”

드디어 철수하는 제12함대를 이끄는 전두환 대장의 기함 치우천황 호를 따라 12함대에 속한 함선들이 철수하는 가운데 이창미 대령이 탄 최무선 급 순양함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치우천황 호 앞에서 서르 행성의 궤도로 진입하려는 우리나라의 또 다른 함대가 보였다.

- 여기는 제 10함대! 전두환 장군, 이제부터 서르 행성은 우리가 맡을 터니 안심하고 군법재판에 출두하시오.
- 오, 박명진 장군이 아니오? 반갑소. 이무기3호 부라퀴는 무사히 진수 됐나 보구려. 우리 없는 동안 잘 부탁하구려.
- 명심하겠소이다.
통신으로 12함대의 총사령관 전두환 대장과 10함대의 총사령관인 박명진 소장이 서로 대화를 하고 난 뒤 코브라 머리 부분과 비슷한 일명 이무기3호 부라퀴라는 전함이 베르아 행성으로 돌아가는 치우천황호의 옆으로 뱀처럼 유유히 지나갔다.......

양길선 대통령의 전용기.
- 이제 서르 행성의 대기권에 진입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드디어 북부 트랜스바 황국과의 모든 협상을 마친 양길선과 외교관들이 이번엔 조선해방군, 그러니까 체제인정문제와 UEN과의 수교 등을 목적으로 고려연방공화국에 가고 있었다.

전용기가 대기권을 통과할 동안 양길선이 시바가 자기를 위해 쓴 편지를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오늘 당신이 이끌던 국가와의 전쟁이 끝났군요.
사실 내가 아버지라 부른 건 내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내 영혼을 있게 해준 혜민이가 내 몸을 빌려 아버지였던 당신과 상봉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라요.
걔 덕분에 내 조국이 안전해진 것도 좋았고 또 당신과 친하게 지낸 것도 좋았습니다. 당신도 혜민이의 기운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 말을 했다고 해서 내가 당신에게 굴복하는 건 아니라는 건 잘 알겠지요? 아직 난 마음에 안 드는 지구인이 있는데 바로 추락했던 우리를 공격한 무리들이지요. 당신이 그들의 이름이 조선해방군이라고 알려주니 고맙군요.
그리고 혜민이가 못하다한 전생의 기억.... 내가 그 숙원을 풀어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개운해진 것 같습니다. 당신도 가족과 함께 있었던 기억을 내보니 좋았겠지요.
하지만 아직 다하지 못한 얘기가 남아있었는데 당신이 아직 살아있을..... 아니 서로 죽어 칠흑 같은 우주공간에 자유로이 노닐다 만났을 때 그 얘기를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딸의 영혼과 또 다른 나의 운명이 깃들어 태어난 시바가....

‘(작가 왈 : 욕처럼 읽지 마시오!)고맙구나, 시바.......’
양길선이 자기도 모르게 나온 눈물을 닦다 창문을 보니 벌써 신 건천 우주공항에 도착한 걸 알게 되었다.
“각하,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지요.”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