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입술은 얇았고, 눈은 길게 찢어져 있었다. 손가락은 가늘고 길었으며, 동굴 저편으로부터 불빛이 번쩍여 그의 메스에 반사되었을 때 보인 그의 머리카락은 몇 가닥 남아있지 않았다.

닥터 제스트는 살인자라기보다는 예술가였다. 그는 그의 창작 대상이 되는 자들로부터 그와 그의 주인이 알고 싶어하는것을 짜내기 위해 재료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시켜가면서도 효과 만점의 창작을 할 줄 아는 비범한 존재였다. 그는 멜니보네 최고의 심문관이다.

엘릭이 들어서자 그는 분분히 고개를 숙였다. 외과용 칼은 그의 오른손 엄지와 집게손가락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그는 황제의 왕림에도 비교적 침착했다. 마치 무용수마냥, 그는 과장된 동작으로 절?했다.

"우리 고귀하옵신 폐하!"

그의 목소리는 가냘팠다. 그의 목구멍에서부터 혓바닥이 마치 뱀처럼 재빠르게 튀어나왔다가 쑥 들어갔다.

"닥터, 이들이 오늘 아침 잡힌 남방내기들인가?"
"그렇사옵니다, 폐하."

또 다시 비천하기 짝이 없는 몸짓을 하는군. 저 기분나쁜 웃음이라니.

"폐하를 즐겁게 해드릴 겝니다."

엘릭은 냉혹한 눈으로 죄수들을 바라보았다. 동정따윈 없다. 그들은 첩자였고, 이건 그들의 자업자득이다. 잡히게 되면 어떤 일을 당할지는 이미 잘 알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발악을 하고 고문으로 겉모양을 알아보기 어려울지라도 그들 중 소년과 여자가 끼여있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들의 행동은 마치 부끄러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엘릭이 그렇게 느낀 순간, 갑자기 한 여자가 엘릭을 보고는 그녀의 남아있는 이빨 사이로 쉿 소리를 내며 사슬을 물어뜯으며 침을 뱉었다.

"이 더러운 악마 새끼야!!"

엘릭은 말없이 뒤로 물러서면서 닥터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미로에서 이들이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실토했나, 닥터?"
"아직 완강하옵니다. 이 바닥에 대한 감각이 있는 재미있는 녀석들이지요. 아주 고마운 일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그들의 더러운 군대가 지나갈 통로의 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을 자백하라고 했지만 말을 안듣더군요. 이제부턴 게임입니다. 남은 것은 어떻게 해줄까 하는 방법론적 문제일 뿐이지요."
"언제 말할 것 같나, 닥터 제스트?"
"오, 곧 갖다바치지요, 폐하."
"저들의 배후가 우리가 생각하는 놈들인지 빨리 알아내는 게 좋아. 빨리 알아낼수록 놈들의 기회는 축소되지. 그렇잖나, 닥터?".
"알아서 모십지요. 폐하."
"기대하지."

엘릭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불쾌했다. 이 구질구질함이라니, 승마를 즐기고 사랑을 나누면서 간신히 얻은 즐거움을 한순간에 날려버렸어. 황제의 의무는 잠시도 날 놓아주지 않는군.

제스트는 남자 죄수들에게 왼손을 뻗어 그들의 생식기 위치를 파악하고는, 오른손 손목을 잠깐 빙글빙글 돌렸다. 그리고 수술용 칼을 번쩍였다. 신음소리. 제스트는 낄낄거리면서 방금 잘라낸 뭔가를 불에 집어던졌다.

엘릭은 그를 위하여 준비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제스트가 마치 뭔가 대단한 것인양 뻐기면서 저지르고 있는 이 미치광이같은 짓거리에 그는 넌더리가 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