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W1H님의 요청에 의해 올립니다. 프레드릭 브라운 저. (이 사람도 SF에 가까운 단편을 꽤 썼습니다.) 출처는 구 정크 SF 데이터베이스이며 아직도 거기에 접속이 가능한지는 모르겠군요. 최소한 제가 알고 있는 주소는 안 먹힙니다. 홍인기님 번역으로서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어디 단편집에 실렸던 것 같군요. 토탈 호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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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소리(Knock)
Fredric Brown, 1906-1972

단 두 문장으로 이루어진 달콤하면서도 약간 으스스한 이야기가 한 편 있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인간(man)이 방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때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두 줄의 문장에 점 여섯 개로 이루어진 말 줄임표뿐이다. 물론 공포감은 두 줄의 문장에는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두려움은 바로 '무엇이 문을 두드렸나? '라는 함축된 뜻이 담긴 말줄임표 안에 있는 것이다. 미지의 것에 부닥쳤을 때, 인간의 심성은 뭔가 불분명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구상에(또는 실질적으로 우주에) 남은 마지막 인간이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좀 특별한 방이다. 그도 어떤 점에서 방이 특별한지를 막 알아차렸고, 왜 특별한지 그 이유를 궁리하고 있었다. 결론을 내리고 나서도 그는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화가 났을 뿐이다.

이틀 전 나단 대학이 사라져 버리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학과 조교수였던 월터 펠란은 쉽게 무서움을 타는 사람은 아니었고, 거친 상상의 나래 위에서 영웅이 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온화한 성품의 인물이었다. 그는 그리 잘생긴 얼굴도 아니었으며, 사실 스스로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그에게 용모 따위는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사실 지금 당장은 감정이란 걸 헤아릴 것도 없었다. 간단히 말해서 이틀 전에 단 한 시간만에 인류가 멸절되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와 어딘가에 있을 여자 한 명을 빼놓고는. 그러나 그러한 사실조차도 월터 펠란에게는 별로 관심을 끌만한 일이 못되었다. 아마도 그는 결코 그 여자를 볼 수 없을 테고,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개의치도 않았다.

일 년 반 전에 마르타가 죽은 이후, 월터의 인생에서 여자는 단 한 부분도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마르타는 좋은 아내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에게는 사람을 쥐고 흔들려는 면이 약간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르타를 사랑했다. 아주 깊이, 그리고 말없는 가운데서 조용히. 그의 나이 이제 마흔이고 마르타가 죽었을 때 그는 겨우 서른 여덟이었으나, 그 이후로 여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의 삶은 자신이 읽고 쓰는 책 속에 모두 잠겨버렸다. 이제는 책을 쓸 하등의 이유가 없어졌기에, 여생을 모두 독서에 돌리게 된 셈이다.

사실 사교생활이란 게 즐겁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것 없이도 그는 잘 지낼 것이다. 아마도 한동안은 <쟨> 중의 한 명과 이따금 만나보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은 지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사고방식이 월터와는 너무나 색달라서 서로 의견을 나눌만한 공통적인 인식기반이란 없어 보였다.

개미도 어떤 측면에서는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개미와 교제를 한 적은 없다. 어느 정도 그는 <쟨>이라는 족속을 일종의 슈퍼개미로 생각했다. 물론 그네들이 개미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내심 인간이 통상적인 개미들을 생각하듯이 그들도 인간을 바라보리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들이 지구에 저지른 짓은 인간이 개미언덕에 대고 한 짓과 확실히 똑같았다. 그들이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에게 책을 많이 갖다주었다. 그가 원하는 바를 말하자마자 그들은 책을 갖다주었다. 그때 그는 그들에게 자신이 남은 여생을 바로 이 방에서 보내야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여생 전부를 말이다. <쟨>은 그 말을 야릇하게 발음했다. 영·원·히라고……훌륭한 지성조차도(<쟨>은 확실히 탁월한 지성의 소유자들이었다.) 특유의 표현법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쟨>은
지구의 영어를 채 한 시간도 못되어 배웠지만, 모음을 또박또박 따로 떼어 발음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얘기가 자꾸 곁길로 새고 있다.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여러분은 모두 읽었다, 여섯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말줄임표만 빼고. 이제 나는 그 말줄임표를 채우려고 한다. 그래서 전혀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겠다.

월터 펠란은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그러자 문이 열렸다. 물론 단 한 명의 <쟨>이었다. 그들은 서로 똑같아 보였다. 서로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손 치더라도, 월터가 알아내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그는 4피트 정도의 키에 지구상의 어느 존재와도 닮지 않았다. 아무 것하고도, 즉 그들이 지구상에 도착하기 전까지 있었던 어떤 것들하고도.

월터가 말했다.

"안녕? 조지."

그들에게 이름이란 것이 없음을 알았을 때, 그는 모두를 조지라고 부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쟨>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상대가 말했다.

"안·녕? 월·터."

그것은 일종의 의식이었다. 문에서 노크소리가 나고, 그 다음에는 인사말이 오가는 것이다. 월터는 기다렸다.

"첫·째·사·항."

<쟨>이 말했다.

"이·제·부·터·는 의·자·를 다·른·쪽·으·로 돌·려·놓·고 앉·았·으·면 좋·겠·네."

월터가 말했다.

"그렇게 하지, 조지! 그런데 저 평범한 벽이 사실은 투명하지? 그렇지 않은가?"

"투·명·해."

"지금 마악 생각한 건데, 난 지금 동물원에 있는 거구만! 그렇지?"

"맞·아."

월터가 한숨을 쉬었다.

"난 알고 있었어. 가구 한 점 없이 텅 비고 평범한 저 벽면이 다른 벽과는 다른 것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걸 말일세. 내가 계속 지금처럼 앉아있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어떻게 할건가? 자넨 날 죽일 건가? 희망을 가지고 묻는 걸세."

"우·리·는 너·의 책·을 다·시 가·져·갈·거·야."

"어쩔 수 없구먼, 조지. 좋아! 앉아서 독서할 때는 다른 쪽을 향해서 앉도록 하겠네. 자네들 동물원에는 나말고 또 얼마나 많은 동물이 있는가?"

"이·백·열·여·섯·마·리."

월터는 고개를 저었다.

"완전하지는 않구먼, 조지! 이류 동물원도 그보다는 많을 걸세, 아니 많았을 걸세. 내 말은, 만약 이류 동물원이 아직도 남아있다면 말이야. 무작위로 고른 건가?"

"맞·아, 무·작·위 추·출! 모·든 종·을 다 포·함·했·다·면 너·무 많·아·졌·을·거·야. 암·컷·과 수·컷 각·각 백·여·덟·마·리·씩·이·야."

"먹이는 어떻게 마련하지? 육식동물들 말일세."

"우·리·가 음·식·을 만·들·어! 합·성·하·는·거·지."

"영리하군!"

월터가 말했다.

"식물도 있나? 식물도 채집해 두었나?"

"식·물·은 진·동·파·에 영·향·을 받·지 않·았·어. 아·직 잘 자·라·고 있·네."
"다행이군."

월터가 말했다.

"동물과는 달리 식물에게는 끔직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구먼. 조지, 조금 전에 자네는 <첫째 사항>이라는 말을 했네. 그렇다면 말할게 또 있다는 뜻인데, 그게 뭔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어. 동·물·들 중·에 두 마·리·가 잠·이 들·어·서·는 일·어·나·지 않·아! 몸·뚱·이·가 차·갑·고."

"그런 일은 아주 관리를 잘하는 동물원에서도 늘상 일어나는 일이야, 조지."

월터 펠란이 말했다.

"단지 죽어버린 것일 뿐일세."

"죽·었·다·고? 그·것·은 멈·춘·다·는 것·을 의·미·해. 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멈·추·게 하·지 않·았·어. 모·두·가 혼·자 있·었·는·데."

월터는 <쟨>을 쳐다보았다.

"지금 나한테 <자연사>를 모른다고 말하고 있는 건가, 조지?"

"죽·음·은 어·떤 존·재·가 살·해·되·었·을 때·를 말·해. 생·명·을 멈·추·게 하·는 것·이·지."

월터 펠란은 눈을 깜박였다.

"자네 몇 살인가?"

그가 물었다.

"열 여·섯·! 자·네·는 그 말·뜻·을 모·를·거·야. 자·네 행·성·이 태·양·을 약 칠·천·번 도·는 시·간·이·지. 난 아·직 젊·어."

월터가 부드럽게 휘파람을 불었다.

"무장한 아기구먼!"

그가 말했다. 그는 잠깐 복잡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봐, 조지!"

그가 말했다.

"자네는 자네가 있는 이 행성에 관해서 좀 배워야 해. 자네가 온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친구 하나가 여기엔 있다네. 그는 턱수염을 기르고, 풀 베는 낫과 모래시계를 가지고 있는 노인일세. 자네들이 보낸 진동파에도 그는 죽지 않았어."

"그·가 누·군·데?"

"그를 <죽음의 신>이라고 부르게나, 조지! 늙은 죽음의 사신이라고! 인간이나 동물들은 누군가가, 그러니까 죽음의 신이 심장 똑딱거리는 소리를 멈추게 할 때까지만 사는 거야."

"그·가 두 생·물·체·를 멈·춰·버·린 건·가? 그·가 더 많·이 멈·추·게 할·까?"

월터는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쟨>의 목소리에 담긴 무엇인가가 그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찌푸림이 생겨났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는 얼굴을 그가 지녔다면 말이다.

"깨어나지 않는 그 동물들에게 날 데려가는 게 어떻겠나?"

월터가 말했다.

"규칙에 위반되나?"

"오·게·나!"

<쟨>이 말했다.

그것이 바로 둘째 날, 오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 <쟨> 여럿이 그에게 왔다. 그들은 월터 펠란의 책과 가구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두 옮기고 나서 그들은 그를 이동시켰다. 그는 백 야드쯤 떨어진 곳에 있는 훨씬 더 큰 방으로 옮겨갔다.

그는 앉아서 기다렸다. 이번에도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그는 누가 왔는지 알고 있었기에 정중하게 일어났다. <쟨> 하나가 문을 열고 서있었다.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월터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월터 펠란이라고 합니다."

그가 말했다.

"아마도 조지가 제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을 겁니다. 조지는 정중하기는 하지만 우리 관습을 잘 모르지요."

그 여자는 침착해 보였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보고 내심 기뻤다. 그녀가 말했다.

"내 이름은 그레이스 에반스예요, 펠란씨!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요? 왜 그들이 날 여기에 데려온 건가요?"

월터는 그녀가 말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키가 컸다. 그만큼이나 컸다. 그리고 균형 잡힌 몸매였다. 삼십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마르타의 나이처럼. 그녀는 침착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마르타에 대해서 마음에 들어했던 것과 같은 그런 종류의 자신감 말이다. 물론 그의 태평스럽고 격식을 차리지 않는 태도와 비교가 되어서 마르타의 자신감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던 점도 있었지만. 사실 그는 그녀가 마르타와 비슷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왜 당신을 이리 데려왔는지 난 약간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조금 앞의 일을 말해 봅시다."

그가 말했다.

"당신은 다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지금 그들이 모든 사람을 죽인 일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맞아요. 좀 앉으십시오.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아시겠군요?"

그녀는 푹신한 의자에 잠기듯이 앉았다.

"아니요!"

그녀가 대답했다.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요. 그건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요, 그렇지 않아요?"

"큰 문제는 아니지요. 하지만 얘기를 좀 들어보세요. 그들로부터 조금씩 듣고서, 나름대로 꿰어 맞춘 이야기를요. 그들은 여기에 많은 수가 머물지는 않고 있어요. 그들이 떠나온 곳에는 얼마나 많이 있는지,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내 생각엔 태양계 바깥인 것 같더군요. 그들이 타고온 우주선을 본 적이 있죠?"

"예, 산만큼이나 크던데요!"

"거의 그만하죠. 그 우주선에는 모든 동물을 전멸시킨, 일종의 진동파를 방출하는 장치가 되어 있어요. 그들이 우리말로 진동파라고 말하더군요. 내 생각엔 음성진동파라기보다는 일종의 라디오파 비슷하리라고 여겨지지만요. 우주선은 진동파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는 듯 합니다. 진동파의 살상범위가 행성 하나를 통째로 죽일 수 있을 만큼 넓은지, 또는 지구를 돌면서 진동파를 계속 쏴댄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때문에 모든 동물들이 죽었습니다.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예요. 그랬기를 바랍니다만. 우리 둘과 다른 이백여 마리의 동물들이 죽지 않은 이유는 그때 우리가 우주선 안에 있었기 때문이예요. 우리는 종자로 뽑힌 셈이지요! 당신도 이것이 동물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추측은 했어요."

"앞쪽에 있는 벽은 밖에서 보면 투명합니다. <쟨>은 영리하게도 방 안에 사는 생물들의 행동습성에 맞게 각각의 방 안쪽을 고쳐놓았지요. 우리가 들어가 있는 것과 같은 이런 입방체들은 플라스틱의 일종이에요. 그들은 10분에 하나꼴로 이런 입방체를 만들어내는 기계를 가지고 있더군요. 만약 지구에도 그런 기계가 있었다면, 주택문제도 없었을 테지요. 어쨌든 이제는 주택부족문제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원자폭탄이나 3차대전에 대해서 더 이상 걱정할 필요도 없어진 셈이고요. 적어도 당신과 나한테는 말입니다. <쟨>은 확실히 우리들이 안고있던 문제들을 많이 해결했어요."

그레이스 에반스가 살짝 미소지었다.

"수술이 성공한 케이스군요. 환자가 죽어서 탈이지만. 모든 것들이 다 끔찍할 정도로 엉망이 되었어요. 사로잡혔을 때 생각이 나세요? 난 생각이 안나요! 잠자리에 들었다가 깨보니까, 우주선에 있는 우리에 있더군요."

"나도 마찬가지요."

월터가 말했다.

"내 짐작으로는 우리에게는 그들이 그저 기절할 정도로 약하게 진동파를 사용한 듯 싶어요. 그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동물원을 꾸밀 요량으로 무작위적으로 표본채집을 한 거지요. 원하는 만큼, 혹은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채집을 끝내고는 진동파를 한꺼번에 뿌려댄 거예요. 그게 답니다. 어제에야 겨우 그들은 자신들이 실수를 했고, 우리를 너무 얕잡아 보았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들은 우리가 불사의 몸을 지닌 줄로만 생각했어요. 마치 자기들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어떻다고요?"

"그들은 살해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자연사가 뭔지는 모릅니다. 어제까지는 몰랐어요. 동물들 중에서 두 마리가 어제 죽었거든요."

"두 마리가요? 오 세상에!"

"그래요. 동물원에 있는 동물 중에서 두 마리가 죽었지요. 뱀 한 마리하고 오리 한 마리가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거지요. 그리고 <쟨>이 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에 의하면, 각 종마다 남은 동물들도 겨우 몇 분만에 죽고 마는 셈이 됩니다. 그들은 영원히 살아있는 표본을 채집한 줄로만 생각한 거지요."

"우리가 명이 짧은 생물체라는 걸 그들이 몰랐다는 말씀이세요?"

"맞아요."

월터가 말했다.

"그들 중의 하나는 칠천 살인데도 젊은 편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들은 게다가 양성체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아마 천 년에 한 번 꼴로 번식을 할 겁니다. 지구상의 동물들이 형편없을 정도로 짧은 기대수명을 갖고 있는지를 어제 알고 나서, 그들은 아마도 마음 깊숙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마음 속 깊숙한 곳이 있다면요. 어쨌든 그들은 자신들의 동물원을 일 대 일 배치에서 이 대 이 배치형태로 바꾸기로 결정했지요. 개별적으로 놔두는 것보다 둘씩 짝지어 놓으면 더 오래 살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오, 세상에!"

그레이스 에반스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홍조를 띄고 있었다.

"만약 당신이, 아니 그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그녀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잠겼을 텐데요."

월터 펠란이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난 그렇지 않으니까. 당신은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남자가 나뿐이라고 해도 나랑 어쩌지는 않을 거라고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주 진부한 얘기니까요."

"그렇지만 그들은 이렇게 작은 방에 당신과 날 함께 넣고 문을 잠가버리려고 하잖아요?"

"전혀 문제될 것은 없어요. 우린 잘 지낼겁니다. 난 저 푹신한 의자 위에서 편안히 잠잘 수 있습니다. 내가 당신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아가씨! 모든 개인적인 생각들은 제쳐놓더라도,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해서 베풀 수 있는 최소한도의 호의는 동물원에서 전시되는 꼴을 영속화시키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녀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

"고맙군요!"

그녀의 뺨에 어렸던 홍조가 사라졌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의 기운이 서려 있었지만, 그 분노가 자신때문이 아님을 그는 알고 있었다. 타오르는 분노의 눈길 때문인지, 그녀가 마르타와 흡사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가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야……."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순간 그는 그녀가 다가와 자신을 때릴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지친듯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당신이 진정한 남자라면, 뭔가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겠어요? 그들도 죽을 수 있는 존재라고 당신이 그랬잖아요!"

그녀의 말투는 신랄했다.

"그랬지요! 난 그 문제를 계속 생각해왔어요. 그들은 우리와는 여러모로 엄청나게 다릅니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들의 신진대사가 우리와 비슷한 것 같아요. 순환계, 소화기관 등등이요. 우리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것은 그들도 죽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기를……."

"오! 물론 차이는 있어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우리 인간에게는 노화작용을 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없어요! 그게 아니라면 인간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는 어떤 내분비선이 그들에게만 있든지요!"

그녀는 이제 화내는 것도 잊은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는 말했다.

"맞는 말이에요. 그들은 고통을 못 느껴요."

"그랬으면 좋으련만! 한데 왜 그렇게 생각한 거지요, 아가씨?"

"난 방에 있던 책상 속에서 전선 한 다발을 찾아내서는 문 앞에다 가로로 걸어놓았어요. <쟨>이 걸려 넘어지도록 말이예요. 실제로 그는 넘어져서는 줄에 다리를 베었지요."

"그가 피를 흘리던가요?"

"흘리더군요. 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 않았어요. 화가 난 것 같지도 않던데요! 심지어 언급도 안 했어요. 몇 시간 뒤 그가 돌아왔을 때 보았더니 상처자국이 사라졌더군요. 거의 사라지고 없었어요. 게다가 누가 뭐래도 그는 전에 왔던 <쟨>이었고요."

월터 펠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는 화를 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들은 감정이 없어요. 우리가 한 명을 죽인다고 해도, 우리를 처벌하지 않을걸요!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좋진 않겠지요. 그들은 구멍을 통해서 음식을 넣어주고는, 사육사를 물어 죽인 동물원 짐승을 인간이 취급하는 식으로 우리를 다룰 겁니다. 더 이상 사육사에게 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들은 몇 명이나 되나요?"

그녀가 물었다.

"한 이백 명쯤? 이 우주선만 따진다면요. 하지만 그들이 온 곳에는 훨씬 더 많이 있겠지요. 이 우주선은 선발대 같아요. 먼저 지구를 청소하고나서 <쟨> 족속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선발대 말입니다."

"그들은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 셈이군요!"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월터 펠란이 소리쳤다.

"들어와요."

<쟨> 하나가 문간에 나타났다.

"안녕, 조지!"월터가 말했다.

"안·녕, 월·터!"

<쟨>이 말했다. 방문하는 <쟨>이 동일인물이건 아니건간에, 의식은 항상 똑같았다.

"무슨 일인가?"

월터가 물었다.

"또 다·른 생·물·이 잠·들·어·서·는 깨·어·나·지 않·아. 족·제·비·라·고 하·는 털·달·린 작·은 동·물·이 말·일·세."

월터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늘 일어나는 일이야, 조지. 죽음의 신 말일세. 자네에게 얘기한 적이 있잖나!"

"상·황·이 더 나·빠·졌·어! 동·료 한 명·이 죽·었·어. 오·늘 아·침·에!"

"더 나빠졌다고?"

월터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알았네, 조지. 자네는 그런 일에 익숙해지게 될 거야. 자네가 계속 여기에 머문다면 말일세."

<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마침내 월터가 말했다.

"괜찮은가?"

"족·제·비·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언·을 하·는 건·가?"

월터가 다시 어깨를 으쓱거렸다.

"반가운 일은 아닐 테지만 어쨌든 확실하잖은가?"

<쟨>이 가버렸다. 월터는 그의 발소리가 사라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가 싱긋 웃었다.

"드디어 제대로 돌아가는군요, 마르타!"

그가 말했다.

"마르타? 내 이름은 그레이스예요, 펠란씨! 무슨 일이 제대로 풀린다는 거죠?"

"내 이름은 월터요, 그레이스. 당신이 좀 익숙해지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겁니다, 그레이스. 당신을 보고 있으면 마르타 생각이 나거든요. 그녀는 제 아내였지요. 이 년 전쯤 죽었어요."

"안됐군요!"

그레이스가 말했다.

"그런데 뭐가 잘되어가고 있다는 건가요? <쟨>에게 무슨 얘기를 한 거죠?"

"내일이면 다 알게 될 겁니다."

월터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서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이상이 <쟨>이 머문 네 번째 날에 일어난 일이다. 그 다음날이 마지막 날이었다.

<쟨> 하나가 왔을 때는 거의 정오경이었다. 늘상 하는 인사말이 오가고 난 뒤에도 그는 문가에 서 있었다. 전보다 좀 더 외계인 티가 났다. 여러분을 위해서 그 모습을 보다 자세히 묘사하면 좋겠지만,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떠·난·다. 위·원·회·가 소·집·되·었·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자네 동료가 또 죽었나?"

"어·젯·밤·에 죽·었·다. 여·기·는 죽·음·의 행·성·이·다!"

월터가 끄덕였다.

"자네들이 그렇게 만든 거지. 수십억의 생명체 중에서 겨우 이백 열 셋만 남겼으니까. 서둘러 가지는 말게."

"우·리·가 해·줄 일·이 있·나?"

"그럼! 서둘러 떠날 수는 있어. 물론 우리 방문을 열어놓고, 나머지 방들은 잠가놓은 상태로 말일세. 우리가 나머지 동물들을 돌보겠네."

문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쟨>은 떠났다.

그레이스 에반스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선 채로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이……."

"기다려봐요!"

월터가 주의를 주었다.

"그들이 사라지는 소리를 들어봅시다.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은 소리니까요."

몇 분 지나서 그 소리가 들려왔다. 월터 펠란은 자신이 지금껏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고는 의자에 편안히 몸을 맡겼다.

"에덴동산에도 뱀이 한 마리 있었지요, 그레이스. 그놈이 문제를 일으켰고요!"

그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 녀석이 보상을 해준 셈이죠. 그저께 죽은 두 마리 동물중에서 하나는 뱀이었어요. 방울뱀이었죠!"

"그럼 방울뱀이 <쟨> 둘을 죽인 거로군요? 하지만……."

월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지구의 숲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어요. 그들이 나에게 '잠이 들어서는 깨어나지 않는' 동물을 보여주었을 때, 난 첫 눈에 그 중 하나가 방울뱀이라는 걸 알아봤지요.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그레이스. 독 있는 생물은 아마도 지구에서만 특별히 진화한 것이고, <쟨>은 그런 걸 모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요! 그들의 신진대사가 우리와 흡사한 듯이 보였기 때문에 그 독성이 그들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어쨌든 밑져봐야 본전이니까요. 그리고 그 두 가지 생각이 옳은 것이었음이 밝혀진 겁니다."

"어떻게 뱀을 이용했지요?"

월터 펠란이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들에게 어떤 대책이 있는지 물어 봤지만 그들도 모르더군요. 난 그들이 가능한 한 오래도록 종들마다 한 마리 이상을 살려두고 싶어한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죽기 전에 생김새를 연구하고, 기록하기 위해서지요. 난 그들에게 짝이 죽었기 때문에 나머지도 곧 죽을 거라고 말해줬어요. 꾸준히 돌봐주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오리를 예로 보여주었지요. 다행히 그 오리는 집오리였어요. 가슴에 안고 다독거리는 모습을 보여준 거지요. 그리고 난 그들에게 방울뱀도 그렇게 대해주라고 했습니다."

그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는 다시 편안하게 앉았다.

"이제는 세상을 다시 꾸밀 계획을 세워야겠군요."

그가 말했다.

"우리는 동물들을 우리 밖으로 풀어줘야만 해요. 그러기에 앞서서 생각을 해봐야겠지만요. 야생 초식동물은 그냥 놔줘도 될 겁니다. 가축들은 돌봐줘야 할거예요. 우리에겐 가축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육식동물은 어쩐다!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인간이 남았군요. 우리는 그 문제도 생각해봐야 하겠지요. 아주 중요한 문제니까요!"

그녀의 얼굴이 어제처럼 다시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해서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안돼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못들은 것 같았다.

"아무도 정복하지 못할 만큼 인간은 훌륭한 종족이지요!"

그가 말했다.

"인간은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한동안은 퇴보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책을 다시 모아들이고,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건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또……."

그녀가 일어나 문 쪽으로 가버리자 그는 말을 멈췄다. 결혼하기 전에 그가 마르타에게 구애할 적에 그녀가 행동했던 바와 똑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가 말했다.

"잘 생각해보세요, 아가씨! 혼자서 생각해 보십시오. 하지만 돌아와 줘요!"

문이 쾅하고 닫혔다. 일단 시작은 해야겠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으므로 그는 앉아서 해야할 일들을 생각하면서 기다렸다. 잠시 후에 그는 그녀가 머뭇거리며 돌아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알았지? 사실은 전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남자(man)가 방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때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끝>

Original Text : Thrilling Wonder Stories, Dec. 1948 (I.Asimov and M.H. Greenberg eds., The Golden Years of Science Fiction, fifth series, Bonanza Books, Crown Publishers, Inc., New York, 1985).

번역 : 늘푸른마음 홍 인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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