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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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반쯤 굽힌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터널을 통과한 일레인은 이 바깥쪽과 별로 다를거 없이 온갖 기계장치에 둘러쌓인 방에 들어왔다. 방의 천장은 높이가 너무 낮아서 여전히 반쯤 수그린 상태여야 했기 때문에 매우 불편했다.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투린이라는 자는 작고 땅딸막한 키에 술통처럼 둥글둥글한 몸매와 하얗고 풍성한 수염을 가진 전형적인 드워프였다.
'그럼 그렇지. 이런곳에 인간이 살리가 있나.'
그녀는 먼저 앉은 등용을 따라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드워프의 키에 맞춰져 있는 이 집의 천장은 그들에게는 너무 낮았다.
"안녕하세요. 투린 아저씨."
"흠. 그래. 무슨 일이야?"
투린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그는 약 100여세 정도로 400여년의 수명을 가진 드워프들 중에서는 젊은이에 속한다고 볼수있다. 얼굴의 대부분이 수염에 덮혀있어서 언듯 보기에는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지만, 자세히보면 의외로 피부가 탱탱하고 사과빛으로 건강한 혈색이 돌았다. 하지만 그 정도 나이를 그저 먹기만 한 것은 아니라 그 동안 많은 공부를 하여 이공계 박사학위를 몇개나 가지고 있는 엘리트 엔지니어였다.
젊은 드워프들은 기술자를 희망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오랜 전통의 대장간일은 아무래도 현대 기술의 발달과 대량생산체계 때문에 전통 공예 이상으로서의 가치는 지니기 어렵게 되었지만, 드워프들은 천성적으로 뛰어난 손재주를 살려서 수많은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석가공, 기계, 가구, 건축, 배, 항공기에서 우주선과 컴퓨터, 로봇공학에 이르기 까지 그들의 활약은 수많은 분야에 걸쳐 있었기 때문에 인간들 사이에서는 "드워프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과학기술의 발전은 100년은 더 빨라졌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또한 드워프들은 "우리가 없었다면 인간들은 아직도 석기시대에 있을테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드워프들이건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가진다고 했던가 많은 드워프 엔지니어들이 인간의 농간에 넘어가서 애써 일해 놓고도 그 만한 보답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수도없이 많았다. 드워프들은 고집이 세고 무뚝뚝한 반면에 순진할 정도로 올곳은 성격인 탓에 인간의 교활한 속임수에 잘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뼛속까지 기술자인 그들은 기술 이외의 분야(예산이나 마케팅, 사업수완 따위의)에 너무 많이 좌우되는 인간의 기업활동에 염증을 느끼기 쉽상이라 결국 반쯤 은둔한 프리랜서 등으로 빠져버리게 된다.
투린도 그런 사례중 하나였다.
"아예. 사실 상담할것이 있어서요. 실은 제 여자친구가…."
등용은 '여자친구'라는 의미로 말했지만 일레인은 '여자+친구'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조사하러 왔습니다. 이 디스크예요."
그는 설명을 마치고 디스크를 투린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이 드워프 기술자는 디스크는 보지도 않고 웃음부터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 최고야. 여지껏 네놈이 나한테 했던 농담 중에서 최고로 재미있었다!"
역시 이런건 믿지 않는군. 일레인은 마음이 상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녀 자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이봐. 반쪽 엘프 꼬마야. 이런 시시한 장난에 끼어들기 보다는 잠이라도 자는게 더 좋을 꺼다. 뭘 잘 모르는 엘프 애들이라면 모르지만 드워프는 그런 말에 속지 않아."
투린은 종족 차별적인 말 까지 섞어서 야유를 했다.
"컴퓨터란 말이야. 우리 드워프가 만든 과학문명의 최결집체다! 과학이란 뭐냐? 영이나 마법같은 불확실한 것들과는 가장 거리가 먼 기술 아니겠어? 그러니까 컴퓨터에 귀신이 붙는 일 따위는 절대 있을수 없다고 장담할수 있다! 그런건 머저리같은 엘프들이나 하는 소리야!"
드워프들은 자신들이 컴퓨터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뭐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톱니바퀴를 이용한 계산기도 컴퓨터라고 친다면야. 현대적인 의미와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어쨋건 기계장치로 만든 계산기는 드워프들이 가장 처음 만들었다.
"에… 저 그럼. 저한테 일어난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요? 무서워서 컴퓨터도 못 쓰는건 사실이란 말이예요!"
'엘프들'과 같이 자신이 싸잡이 묶여서 머저리로 매도되는 듯하여 일레인은 기분이 더 나빠졌다.
투린은 아주 간단히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최면술이다."
"예? 최면?"
"그래. 최면이다. 최면. 이야기 들어보니까 한번에 알겠구만. 괴상한 색체 패턴과 음향을 이용해서 최면을 건거야. 심센스를 이용해서 최면을 거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벌써 옜날에 나온 뉴스다. 아마 그걸 응용한 프로그램이겠지.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고 신기해 할만한 것도 없다."
하지만 일레인은 그쪽이 더 믿기지 않았다. 엘프의 피가 섞인 자신이 최면술 정도에 현혹될 리가 없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드워프 엔지니어는 서슴없이 그 말에 반박했다.
"그렇다면 이 디스크의 내용을 해석해서 보여주지. 최면 프로그램 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납득하겠지?"
투린의 컴퓨터에 쓰이는 OS는 모니터에 그래픽을 뛰워 정보 입출력을 하는 GUI방식이었다.
"기술의 최첨단을 걷는 드워프 답지 않네요. 이런 구식을 쓰다니."
등용이 그렇게 말하자 그는 모르는 소리 말라면서 항변했다.
"VUI는 겉보기만 그럴듯한 물건이다. 그건 시스템에 직접 억세스 하기 힘들어서 작업 효율이 낮아. 평범한 유저들이라면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엔지니어인 나는 그렇게 겉멋만 든 인터페이스는 싫다. 무엇보다도 버추얼 리얼리티 같은 수준낮은 기술은 보고 있으면 짜증만 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디스크 억세스를 시작했다. 곧바로 화면에 떠오르는 것은 일레인이 본 것과 같은 정크 데이터를 나타내는 패턴이었다.
"흥. 얕잡아 보고 있어. 정크 데이터를 위장해서 암호화 시켜둔 함정 프로그램이군. 정크 데이터인줄 알고 무의식중에 억세스 하면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방식이야. 하찮은 함정이지."
여유롭게 대처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일레인은 다소 안도감이 들었다. 그녀의 착각이라면 약간 창피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는 가볍게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그녀가 바라는 데로 흘러가 주지만은 안았다.
"뭐야? 이거?"
데이터를 해석하던 투린은 이변을 발견했다. 몇번이나 데이터의 해석을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정크 데이터인 채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그 정크 데이터 자체 마저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가 알기로 이런 디스크는 오직 읽는 것 만이 가능하며 데이터를 지우거나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타입이었는데 말이다.
"바이러스인가?"
투린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보안 시스템이 우수하다고 믿고 있었지만 완벽한 차단을 할수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전혀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 프로그램이라면 방화벽의 틈으로 새어들어올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찾기 위한 어떤 시도에도 그것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정크 데이터의 패턴만이 변화할 뿐이었다.
'이건 마치 살아있는 생물 같군!'
자기 자신이 생각하고서도 투린은 오싹함을 느꼈다. 컴퓨터 데이터가 살아있다니!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아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드워프들은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계에 불확실힌 요소가 끼어드는 것은 용납할수 없었다. 완벽하게 컨트롤 가능한 이상적인 기계, 컴퓨터는 바로 그 사상의 정점이었다. 그런데 그것에 이런 기이한 것이 끼어들수가 있는가? 미리 정해진 기계의 법칙을 벗어나서 움직일수 있는가?
그는 무슨 혐오스러운 물건이라도 만지듯이 디스크를 꺼냈다. 이것은 그에게 익숙한 기록매체가 아니라 겉은 그것과 비슷하나 속은 전혀 다른 미지의 것이었다. 그는 서랍을 뒤져서 다소 이상한 형태의 고글을 꺼냈다. 이것은 에테르 고글이라 불리는 것으로 고글의 유리판 사이에 짙은 에테르의 증기를 채워넣은 특수한 안경이었다. 이 단순한 구조의 안경은 내부에 에테르 증기의 작용으로 영적인 오라를 시각적으로 판정할수 있게 해준다.
비록 지극히 초보적인 단계의 영시만이 가능하지만 영 현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할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명품이었다. 드워프는 요정족이지만 영적인 감각은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인간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오. 이럴수가…."
에테르 고글을 통해서 본 디스크는 그 주위에 어마어마한 영파동을 방사하고 있었다. 소용돌이 치는 빛의 아지랭이가 디스크를 완전히 뒤덮고 눈부실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토록 강력한 영파동을 발하는 물체는 처음이었다. 에테르 고글로 조사해본 그 어떤 마법물품도 이 정도의 에너지를 보이지는 않았었다.
'이것은 아티펙트다!'
아티펙트, 인간이 제작할수 있는 마법물품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을 지닌 수수께끼의 고기물. 그 굉장한 능력 때문에 가장 회의적인 과학자와 마법사들 조차 신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런곳에 인간이 살리가 있나.'
그녀는 먼저 앉은 등용을 따라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드워프의 키에 맞춰져 있는 이 집의 천장은 그들에게는 너무 낮았다.
"안녕하세요. 투린 아저씨."
"흠. 그래. 무슨 일이야?"
투린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그는 약 100여세 정도로 400여년의 수명을 가진 드워프들 중에서는 젊은이에 속한다고 볼수있다. 얼굴의 대부분이 수염에 덮혀있어서 언듯 보기에는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지만, 자세히보면 의외로 피부가 탱탱하고 사과빛으로 건강한 혈색이 돌았다. 하지만 그 정도 나이를 그저 먹기만 한 것은 아니라 그 동안 많은 공부를 하여 이공계 박사학위를 몇개나 가지고 있는 엘리트 엔지니어였다.
젊은 드워프들은 기술자를 희망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오랜 전통의 대장간일은 아무래도 현대 기술의 발달과 대량생산체계 때문에 전통 공예 이상으로서의 가치는 지니기 어렵게 되었지만, 드워프들은 천성적으로 뛰어난 손재주를 살려서 수많은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석가공, 기계, 가구, 건축, 배, 항공기에서 우주선과 컴퓨터, 로봇공학에 이르기 까지 그들의 활약은 수많은 분야에 걸쳐 있었기 때문에 인간들 사이에서는 "드워프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과학기술의 발전은 100년은 더 빨라졌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또한 드워프들은 "우리가 없었다면 인간들은 아직도 석기시대에 있을테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드워프들이건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가진다고 했던가 많은 드워프 엔지니어들이 인간의 농간에 넘어가서 애써 일해 놓고도 그 만한 보답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수도없이 많았다. 드워프들은 고집이 세고 무뚝뚝한 반면에 순진할 정도로 올곳은 성격인 탓에 인간의 교활한 속임수에 잘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뼛속까지 기술자인 그들은 기술 이외의 분야(예산이나 마케팅, 사업수완 따위의)에 너무 많이 좌우되는 인간의 기업활동에 염증을 느끼기 쉽상이라 결국 반쯤 은둔한 프리랜서 등으로 빠져버리게 된다.
투린도 그런 사례중 하나였다.
"아예. 사실 상담할것이 있어서요. 실은 제 여자친구가…."
등용은 '여자친구'라는 의미로 말했지만 일레인은 '여자+친구'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조사하러 왔습니다. 이 디스크예요."
그는 설명을 마치고 디스크를 투린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이 드워프 기술자는 디스크는 보지도 않고 웃음부터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 최고야. 여지껏 네놈이 나한테 했던 농담 중에서 최고로 재미있었다!"
역시 이런건 믿지 않는군. 일레인은 마음이 상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녀 자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이봐. 반쪽 엘프 꼬마야. 이런 시시한 장난에 끼어들기 보다는 잠이라도 자는게 더 좋을 꺼다. 뭘 잘 모르는 엘프 애들이라면 모르지만 드워프는 그런 말에 속지 않아."
투린은 종족 차별적인 말 까지 섞어서 야유를 했다.
"컴퓨터란 말이야. 우리 드워프가 만든 과학문명의 최결집체다! 과학이란 뭐냐? 영이나 마법같은 불확실한 것들과는 가장 거리가 먼 기술 아니겠어? 그러니까 컴퓨터에 귀신이 붙는 일 따위는 절대 있을수 없다고 장담할수 있다! 그런건 머저리같은 엘프들이나 하는 소리야!"
드워프들은 자신들이 컴퓨터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뭐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톱니바퀴를 이용한 계산기도 컴퓨터라고 친다면야. 현대적인 의미와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어쨋건 기계장치로 만든 계산기는 드워프들이 가장 처음 만들었다.
"에… 저 그럼. 저한테 일어난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요? 무서워서 컴퓨터도 못 쓰는건 사실이란 말이예요!"
'엘프들'과 같이 자신이 싸잡이 묶여서 머저리로 매도되는 듯하여 일레인은 기분이 더 나빠졌다.
투린은 아주 간단히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최면술이다."
"예? 최면?"
"그래. 최면이다. 최면. 이야기 들어보니까 한번에 알겠구만. 괴상한 색체 패턴과 음향을 이용해서 최면을 건거야. 심센스를 이용해서 최면을 거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벌써 옜날에 나온 뉴스다. 아마 그걸 응용한 프로그램이겠지.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고 신기해 할만한 것도 없다."
하지만 일레인은 그쪽이 더 믿기지 않았다. 엘프의 피가 섞인 자신이 최면술 정도에 현혹될 리가 없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드워프 엔지니어는 서슴없이 그 말에 반박했다.
"그렇다면 이 디스크의 내용을 해석해서 보여주지. 최면 프로그램 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납득하겠지?"
투린의 컴퓨터에 쓰이는 OS는 모니터에 그래픽을 뛰워 정보 입출력을 하는 GUI방식이었다.
"기술의 최첨단을 걷는 드워프 답지 않네요. 이런 구식을 쓰다니."
등용이 그렇게 말하자 그는 모르는 소리 말라면서 항변했다.
"VUI는 겉보기만 그럴듯한 물건이다. 그건 시스템에 직접 억세스 하기 힘들어서 작업 효율이 낮아. 평범한 유저들이라면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엔지니어인 나는 그렇게 겉멋만 든 인터페이스는 싫다. 무엇보다도 버추얼 리얼리티 같은 수준낮은 기술은 보고 있으면 짜증만 난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디스크 억세스를 시작했다. 곧바로 화면에 떠오르는 것은 일레인이 본 것과 같은 정크 데이터를 나타내는 패턴이었다.
"흥. 얕잡아 보고 있어. 정크 데이터를 위장해서 암호화 시켜둔 함정 프로그램이군. 정크 데이터인줄 알고 무의식중에 억세스 하면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방식이야. 하찮은 함정이지."
여유롭게 대처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일레인은 다소 안도감이 들었다. 그녀의 착각이라면 약간 창피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는 가볍게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그녀가 바라는 데로 흘러가 주지만은 안았다.
"뭐야? 이거?"
데이터를 해석하던 투린은 이변을 발견했다. 몇번이나 데이터의 해석을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정크 데이터인 채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그 정크 데이터 자체 마저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가 알기로 이런 디스크는 오직 읽는 것 만이 가능하며 데이터를 지우거나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타입이었는데 말이다.
"바이러스인가?"
투린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보안 시스템이 우수하다고 믿고 있었지만 완벽한 차단을 할수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전혀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 프로그램이라면 방화벽의 틈으로 새어들어올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찾기 위한 어떤 시도에도 그것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정크 데이터의 패턴만이 변화할 뿐이었다.
'이건 마치 살아있는 생물 같군!'
자기 자신이 생각하고서도 투린은 오싹함을 느꼈다. 컴퓨터 데이터가 살아있다니!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아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드워프들은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계에 불확실힌 요소가 끼어드는 것은 용납할수 없었다. 완벽하게 컨트롤 가능한 이상적인 기계, 컴퓨터는 바로 그 사상의 정점이었다. 그런데 그것에 이런 기이한 것이 끼어들수가 있는가? 미리 정해진 기계의 법칙을 벗어나서 움직일수 있는가?
그는 무슨 혐오스러운 물건이라도 만지듯이 디스크를 꺼냈다. 이것은 그에게 익숙한 기록매체가 아니라 겉은 그것과 비슷하나 속은 전혀 다른 미지의 것이었다. 그는 서랍을 뒤져서 다소 이상한 형태의 고글을 꺼냈다. 이것은 에테르 고글이라 불리는 것으로 고글의 유리판 사이에 짙은 에테르의 증기를 채워넣은 특수한 안경이었다. 이 단순한 구조의 안경은 내부에 에테르 증기의 작용으로 영적인 오라를 시각적으로 판정할수 있게 해준다.
비록 지극히 초보적인 단계의 영시만이 가능하지만 영 현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할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명품이었다. 드워프는 요정족이지만 영적인 감각은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인간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오. 이럴수가…."
에테르 고글을 통해서 본 디스크는 그 주위에 어마어마한 영파동을 방사하고 있었다. 소용돌이 치는 빛의 아지랭이가 디스크를 완전히 뒤덮고 눈부실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토록 강력한 영파동을 발하는 물체는 처음이었다. 에테르 고글로 조사해본 그 어떤 마법물품도 이 정도의 에너지를 보이지는 않았었다.
'이것은 아티펙트다!'
아티펙트, 인간이 제작할수 있는 마법물품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을 지닌 수수께끼의 고기물. 그 굉장한 능력 때문에 가장 회의적인 과학자와 마법사들 조차 신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었다.
Igne Natura Renovatur Integ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