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극서의 비행대(極西の飛行隊)
"SHORE BIRDS"
챕터1. 극서의 비행대 (極西の飛行隊)
      "SHORE BIRDS"      

그 일이 있고 1주일이 좀 넘게 지났다. 기지의 일상은 바뀌지 않았다. 경보기 호위
임무는 일상적인 것이 되었고, 항상 2사람은 하늘에서
경호원 아르바이트 -우린 그렇게 불렀다.- 를 뛰곤 했다.
2~3일 동안 유지되던 긴장감은 날씨와 규칙적인 생활 탓에 물러져 가고 있었고,
근무 명령이 요상하게 짜여진 탓인지 나만 여지껏 근무 비행마저 한번도 없었다.
그 탓이었을까? 차츰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수없이 훈련으로 다져졌다고
자부하던 터라, 나가세의 굳어진 얼굴을 봐도 떨린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쥬넷? 부조종사석에서 오바이트하느라 헥헥거리던 친구가 뭘 알까?
실전과 모험이라는 단어가 점점 일치되던 어느 푸른 날, 내 첫 아르바이트가
예정된 그날, 워독 중대에 비상이 떨어졌다.

날짜 : 2010 / 09 / 24
시간 : 0854
좌표 : 04/30/02 N - 156/02/07 E
구역 : NS 2232 - 케이프 랜더즈.
기상 : 맑음. 구름 약간.

" 편히 쉬어. 너무 퍼지지 마라! 현재 긴급 사태가 발생했다. 브리핑할 테니 집중하도록!

오시아 방공 식별 구역에 다시 국적불명기가 침입했다. 기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고고도 전략 정찰기라는 점은 확인되었다.
경고를 무시하고 영공을 침범한 탓에 오시아 국경 방공대대는 SAM을
발사.  명중했지만 격추 되지 않았다.
피탄한 기체는 회두하여 바다를 통해 국경을 이탈하려 하고 있으며, 피격당한 이후
줄곧  고도를 내리고 있다. 현재 진행 방향과 고도로 볼 때, 앞으로 30분 후
케이프 랜더즈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적불명기를 포착해서, 지상에 강제착륙시켜라. 또한,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발포는 금한다. "

뚱뚱하고 성격 고약한 사령관께선 이 모든 일이 우리들의 잘못인 양 눈을 부라렸다.
간만에 큰소리로 명령하는 역할을 맡아 몹시 즐거워하는 모습마저 보이자 나는 짜증이
치솟았다.
말로 윽박지르는 건 얼마나 쉬운가. 직접 나가서 싸우지도 못할 거면서.
한때는 잘나가던 파일럿이라 들었는데,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 보급 기지에서 보급품 빼돌리는 악역 군바리 역할만 연상될 뿐이다.
저런 사령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니.

"부대 차렷! 경롓! 쉬어."
"모두 잘 들었지? 워독 중대. 즉시 출격한다. 내가 1번, 나가세가 윙맨을
맡는다. 3번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

제길. 한발 늦었다. 나만큼이나 실전을 기다리던 데븐포트는 리더 자리를 재빠르게
낚아챈 것이다.

"데븐포트?...흠. 좋아. 자네가 3번, Hermit이 데븐포트의 윙맨을 맡는다."

시간이 없으니 나머지는 위에서 하겠다. 즉시 주기장으로."

데븐포트는 나가면서 씩 웃었다. 망할. 이번 비행에서 내려오면 좀 뜯어먹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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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장에는 F-5 3대와 F-4한대가 각각의 격납고에서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있었다. 긴급이었던 탓에 비글 상사는 각 기체의 최종 점검까지 모두 마치고
무장핀 제거만을 남겨둔 채 파일럿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지 내 전 파일럿들이 비글 상사의 손끝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지만, 난 내
일을 거르지 않았다.
기체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마지막 점검. 오일이 새는 곳도 없었고, AIM-9L
사이드 와인더 4발은 파일런에 단단히 매달려 있었다.
콕핏에 오르자, 주위의 무장사들은 최종 안전핀을 제거했다. 그러자 계기판의
무장판은 녹색으로 점등되며 정상임을 알려왔다.
20미리 기관포탄 500발. 기수 양쪽에 각각 250발씩 배치된 최후의 병기. 그리고
양 날개에 달린 4발의 사이드 와인더. 이제 더이상 훈련탄이 아닌 실탄이었다.
엔진 시동. 익숙해진 진동음이 등 뒤에서부터 울려오기 시작하고 터빈 회전수는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앞으로 움직인다. 난 조종간을 조심스레
움직이면서 기체를 활주로의 끝단으로 이동시켰다.

"여긴 워독 리더. 콜사인 하트 브레이크 원. 출격 준비 끝. "
"워독 2. 콜사인 엣지. 출격 준비 끝."
"워독 3. 콜사인 쵸퍼. 출격 준비 끝."
"워..크흠. 워독 4. 콜사인 블레이즈. 출격 준비 끝."

제길. 이 무슨 개망신인가. 하필 그때 목이 메일 줄은.

"여긴 그라운드 컨트롤. 워독 스쿼드런. 활주로 상태 양호. 출격하라."

"워독 리더. 수신했다. 워독 출격하라."

팬텀을 선두로 타이거 3대가 활주를 개시했다. 스로틀을 밀자 차츰 몸을
조여드는 G를 느껴졌다. 속도의 증가에 맞춰 조종간을 당긴다. 기체는 차츰
떨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중력의 속박을 떨치고 공기에 몸을 맡기려는 것이다.
이순간, 정말 가슴 떨리면서도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 찰나의 순간을 맛보려던 차 기체는 하늘로 부드럽게 날아 올랐다.

"여긴 AWACS. 콜사인 선더헤드. 워독 들리는가? "

"감도 양호. 여긴 워독 리더. 콜사인 하트 브레이크 원. "

"하트 브레이크 원. 현재 방위를 유지하라.  목표 고도 5000, 거리 10. 강제
착륙시켜라. 반복한다. 발포는 금한다."

"수신 양호. 하트 브레이크 원이 각기에게. 경보망은 수신대기. 편대망 감도
점검한다. 순서를 지키도록."

"2번기 감도 양호." "3번기 감도 양호." ..........................


"........야 임마! 4번기! 꼬맹아! 뭘 생각하냐!! "

긴장감이 지나친 탓인지, 정말 얼이 빠져버렸는지 계속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다.
이젠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4번기 감도 양호."

"양호하니 다행이구만. 잘 따라오곤 있는거냐?"

"예. 그렇습니다!"

"대답은 잘하는구만. 정신 똑바로 차려!"

"휘유. 4번기로 떨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입다물어. 3번. 너도 다른 별명을 원하나?"

"아닙니다. 제 콜사인은 쵸퍼 입니다. 안그러면 응답 안할지도 모릅니다."

"이름은 그럴싸하구만. 더 어울리는 게 있는데 들어보겠나?"

"사양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첫번째 -아르바이트가  아닌- 작전 비행이건만 이 노가리
라이브 쇼는 긴장감을 저 멀리 날려놓고 있었다. 아니, 훈련 비행때 조차도 이렇게
분위기 좋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해도 난 데븐포트만큼 얼굴이 두껍지가 않으니 조용히 주위를 둘러
볼 뿐이었다.
전방에는 아군기 셋이 삼각 편대를 이루고 있었고. 좌우에는 하늘과 바다가 똑같은
색으로 펼쳐져 있었다.
이런 날이야말로 바다속에 처박기 좋은 날이지. 특히 풍경에 취한다면 더더욱.
좌우의 윙팁과 파일런에 사이드 와인더가 매달려 있는 게 보인다.
흰색의 미슬,검정 탄두. 푸른색의 훈련탄이 아닌 실탄이다.
갑자기 긴장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리더가 각기에게. 손님 발견. 달라 붙어라. 명령이 있을 때까지 발포는
금지다. 알았나?"

"엣지 라져. "쵸퍼 라져." "블레이즈 라져."

"좋아. 말 잘듣는 꼬마들이군. 이봐. 떠벌이!"

"대...대장!"

"쵸퍼. 네 말솜씨에 걸어 보자. 투항 권고를 하도록."

"말솜씨는 대장쪽이 더 낫지 않습니까?"

"내가 낯가림이 심하잖냐."

"쳇. 아~, 아~. 전방의 국적 불명기에게 고한다. 우리의 유도에 따라 진로를 취하라."

"좋아."

"가까운 비행장으로 유도하겠다 수신했다면 랜딩기어를 내려라."

꽤나 능숙한 경고였다. 정찰기가 무시했다는 것만 빼면. 엔진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도 이리저리 방향을 틀고 있는 정찰기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기체 중심방향으로 기울어진 수직 꼬리날개, 주익에 달린 두개의 엔진, 길쭉한 기수.
뾰족한 이등변 삼각형의 기체는 틀림없는 블랙버드였다. 고고도를 자기 집처럼
휘젓는 놈이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요즘은 전신주도 빠르고 영리한데다
힘도 좋으니까.
차츰 검은새의 진로가 고정되기 시작했다. 더이상 버둥거려도 빠져나갈 틈이 없다는
것을 안 탓일까? 그래. 착하지. 얌전히 말을 들어....

"경고! 국적 불명기 다수 접근! 방위 280에서 고속 접근중. 고도 6000. 대수 4!  차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발포는 금한다!"

"국경을 넘어서 정찰기 원호라. 배짱 좋은 놈들이야. 틀림없이 전투기 파일럿이지.
각기! 방위 280이다. 헤드온!"

"리더가 각기에게. 명심해라. 허가 전까지 절대로 발포하지 마라."

"엣지 수신." "쵸퍼 수신!" "블레이즈 수신!"

"좋아. "

방위 고정후 5초도 되지 않아 네개의 X자 표시가 나타났다. 교전 금지 표시는 선더헤드가
날려준 데이터를 기초로 한 것이다. 교전 불가의 표적이지만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는
네대의 Mig-21 통칭 '피시베드'는 절대 겁먹고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
위쪽 고도를 잡으면서 적을 지나치려는 찰나 얼핏 보여든 흰 연기에 재빨리 조종간을
당겼다. 간발의 차로 미슬이 비껴가고 뒤이어 기관포탄의 불꽃이  이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

"여긴 쵸퍼! 공격받았다! 공격받았다."

"선더헤드다. 각기 발포는 금지다! 명령을 기다려라!"

"개소리 마라! 저쪽이 쏘고 있다고!"

"쵸퍼! 잔소리말고 격추시켜라!"

"하트 브레이크 원! 명령을 위반할 셈인가?!"

"하트 브레이크 원 투 선더헤드. 상황파악이 그리도 안되냐?!
더 이상은 내 새끼들 못 죽여!!"

"엣지. 교전!"

"꼬맹아! 전부 떨어뜨려라!

"쵸퍼 투 리더. 재송바람. 정말 교전해도 됩니까?"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선더헤드 투 워독! 발포금지! 명령 대기하라!!"

경보망과  편대망은 단숨에 시끄러워졌다. 난 상승하던 상태로 반전하며 기체를
우측으로 기울였다. 기체는 90도 기울어진 채 불명기 편대의 뒤를 향하고 있었다.
레이더를 공중전 모드로, 무장을 전투 대기로 바꾸자 표적 마킹은 X자에서 녹색의  
네모칸으로 바뀌었다 .거리 4500. 아직 무장의 사거리에 들어가진 않았다.
선더헤드는 경보망으로 목이 터져라 교전 중지를 외쳐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듣지 않았다.
신참들 9명이 하늘에서 사라진 이후 관제 팀에 대한 워독이나 셰퍼드 중대의  
불신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쏴대는 적을 두고
싸우지 말라는 개소리와 내 새끼들 못 죽인다는 거룩하신 목소리 중 어느쪽을
따라야 할 지는 너무나 명백했다.

"엣지 시커 오픈! 팍스2! 팍스2!"

대장과 자리를 교환한 나가세는 이미 꼬리를 물고 매달리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지독한 공포 속에서 사신과 춤을 추었겠지만, 지금은 든든한 동료의 백업을 받고 있었다.
사신의 낫은 이제 그녀의 무기인 것이다.

"정찰기는 추락했다. 반복한다. 정찰기는 추락했다."

"거 유감이군."

걸걸한 목소리의 유감표시. 그 와중에서 미소를 짓게 만드는군.

"우왓! 저 놈들 더 열내잖아! 가만 좀 있어 봐! 망할!"

데븐 포트 역시 한기의 뒤를 물고 선회전을 벌이고 있었다. 타이거의 기동성은
피시베드보다 분명 우위의 것. 이런 식으로 격투전이 벌어지면 절반은 이긴 싸움이었다.

"블레이즈 투 쵸퍼. 계속 붙어라. 내가 엄호하겠다."

"명령이다! 전기 사격 중지하라!"

쵸퍼의 먹이가 선회를 포기하고 상승을 시도할 찰나 상공에 있던 피시베드는 쵸퍼의
꽁무니에 달라 붙었다. 쵸퍼의 윙맨인 나 역시 적기의 뒤로 달라 붙었다.
내가 붙은 걸 알았을 텐데도 놈은 쵸퍼에게 계속 다가서고 있었다. 제길. 배짱 좋은
놈이군.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 놈이 쵸퍼에게 한방 먹이는가? 아니면 내가 먼저 떨구는가?
피시베드의 발톱은 AA-2C 'Atoll'. 유감스럽게도 이쪽의 사이드와인더 나인 리마가
훨씬 성능이 좋지. 기체의 가속력도 이쪽이 높아. 미안하지만 넌 내 먹이다.
연녹색의 사각형에 붉은색 마름모가 겹쳐 들었다.

" 블레이즈 교전!. 시커 오픈! 팍스2!"

흰 발사연을 남기면서 미슬이 뛰쳐 나갔다. 레이더는 포착상태를 유지. 스로틀을
최대로 밀어둔 터라 적기와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미슬이 명중하고 나서야
놈은 공격 대신 플레어와 회피 기동을 선택했지만, 이미 기총 사거리에 들어선
다음이었다.

"미슬 힛! 건스! 건스! 건스!"

0.5초 간격으로 세번 점사. 좌측으로 선회를 시도하던 피시베드에 배기구부터
동체까지 20미리 기관포탄이 들이박혔다.
불덩이로 뒤덮인 채 두동강난 적기는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적기의 격추를 확인한
찰나 백미러에 적기의 모습이 언뜻 비쳤다.
반사적으로 조종간을 좌측으로 틀면서 바싹 끌어당겼다.

"브레이크! 채프! 플레어!"

타이거는 왼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재빠르게 선회했다. 뒤쪽으로 플레어와 채프가  
4번 연속으로 뛰쳐 나가자, 적의 미슬은 바로 손쉬운 네개의 먹이로 달려들었다.

미슬을 따돌린 걸 확인하자마자 적기를 찾았지만

"하트 브레이크 원. 스플레쉬 원 밴딧. 컴플리트. "

난 반바퀴를 더 선회해 다시 편대에 합류했다.

"각기 무장상태 보고하라."

"엣지. 팍스2 둘, 탄환 500 이상." "쵸퍼. 팍스2 둘, 탄환 500 이상."

"블레이즈 팍스2 셋. 탄환 450 이상."

"오호! 기총 격추라. 제법이야. 꼬맹이. 너무 앞서 날지 말아."

"라져."

"다 좋은데 아쉬운 거라면 좀 더 상냥한 대장이랄까? "

"시끄럽다. 이 떠벌이 놈아."

뭔가 치솟아 올랐다. 실전. 아드레날린이 몸 속을 휘젓고 있었지만 결코 공포는 아니다.
동료들의 백업은 튼튼했고, 기체는 손발처럼 움직였다. 적기가 한 100대쯤 밀려와도
이겨낼 것만 같았다. 승리의 포효라도 지르고 싶었다.

"여긴 선더헤드. 발포는 금지라고 했다. 명령에 복종하라! 반복한다! 발포는 금...젠장!
워독! 불명기 접근중. 귀측 정면이다! 속도 고도 전과 동. 대수 넷"

"수신 양호. 얘들아! 손님 받아라."

"라져!"   우리 셋의 대답도 우렁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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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퍼, 꼬맹이. 현재 고도와 속도 유지. 나와 엣지는 고도 10000에서 매복하겠다."

"대장. 제발.."

"걱정마라. 떠벌이. 네놈이 떨어지기 전에 놈들 뒤통수를 후려줄 테니. 엣지! 따라 붙어라!"

"라져."

팬텀과 F-5는 단숨에 위로 치솟았다. 갑자기 편대가 절반으로 줄어들자 가득했던
자신감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대장이 타이밍을 놓칠 위인은 아니지만, 만일이라는 게
항상 있지 않았던가.

"그나저나 남의 국경에서 이따위로 날다니. 전쟁이라도 할 참인지..안그래? 블레이즈?"

"글쎄. 그건 나중에 생각하는게..."

갑자기 언뜻 스치는 생각.

"선더헤드! 여긴 블레이즈다. 적의 중거리..."

"여긴 선더헤드. 확인되면 경고하겠다. 정면에 집중하라. 반복한다. 교전을 회피하라."

아주 못믿을 팀은 아니군. 물론 마지막 말은 씹어 버렸지만.

"저자식들. 미슬 안날아오는 곳에 죽치고 있으면 저렇게 느긋해지나 보군."

"그러게. 나도 저렇게..블레이즈 투 선더헤드. 적기 발견. 정면에서 접근 중. 예정대로
처리하겠다. "

"블레이즈! 재송바람. 예정이 뭔가?!"

대장은 틀림없이 수신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4:2. 먼저처럼 정면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할 터. 데븐포트는 우측으로 45도 기수를 틀어 적을 비켜가기 시작했다. 저들이
통과하면 우리가 뒤를 잡아채고 그 다음은 격투전.
하지만, 너무 고지식했던 걸까? 적은 선두의 2대가 기수를 틀어 다시 정면으로 다가섰고,
나머지 둘은 좌 우측에서 포위 기동을 걸기 시작했다. 우회해도, 정면으로 들어가도
뒤를 잡히게 될 외통수. 데븐포트의 F-5는 가속을 시작했고, 나 역시 윙맨 포지션을
유지한 채 가속하기 시작했다. 일단 포위망을 벗어나서 새로 판을 짜야 한다.
  
"떠벌이하고 꼬맹이! 내가 신호하면 흩어져라! 3! 2! 1! 흩어져!"

데븐포트가 좌측으로, 내가 우측으로 틀어지자마자, 정면에서 치고오던 두대는
폭발했다. 뒤이어 팬텀과 타이거는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나이스 킬! 대장!...이런 썅!. 메이데이! 메이데이! 두놈 다 나한테 붙었다!!"

외곽으로 포위망을 짜던 두놈은 데븐포트 쪽으로 몰려갔다. 대장과 나가세는 재빨리
반전 상승을 시도했지만 잔뜩 가속이 걸려있던 기체라 쉽사리 진정시키지 못했다.

"정신차리고 회피해!"

"여긴 블레이즈. 내가 엄호하겠다!"

"젠장. 왜 나만 노리는 거야? "

"저놈들도 시끄러운 건 싫은가 보구만."

"농담이라도 그런...플레어! 플레어!"

"좋아! 그런 기세야! 계속 버텨!"

"여긴 블레이즈. 적기를 잡았다! 시커 오픈! 팍스2! 팍스2! 파이어볼!!"

스로틀을 최대로 밀어 붙였다. 애프터 버너는 푸른색의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고,
기체의 속도에 자신의 추진력까지 더해진 사이드와인더는 피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적의 윙맨을 찢어발겼다.
커다란 폭발이었지만 무시한 채 계속 따라붙었다. 그러자 데븐포트의 뒤에 따라붙던
적기는 일순간 출력을 떨어뜨리면서 에어브레이크를 펼쳐 버렸다.

"이런 썅! 플레어! 플레어!"

난 감속하는 대신 출력을 유지한 채 재빨리 좌측으로 기체를 틀면서 플레어를 터뜨렸다.
놈은 서두르지 않았다. 감속하던 그대로 나를 따라 선회, 그러면서 출력을 올리자
풀파워로 크게 원을 그리던 내 뒤를 간단히 따라 잡았다.
계기판의 붉은색 경고등은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제길. 스파이크! 스파이크!"

함부로 감속하단 기관포의 먹이가 되기 딱 좋은 상황. 불규칙 선회로 시간을 벌어
아군의 격추를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머릿속은 제멋대로 춤추고, 손은 반사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온몸의 피가 오른쪽, 왼쪽으로 몰려 다니고, 혀끝에서
아드레날린 맛이 느껴질 찰나

"꼬맹아! 왼쪽!"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지자 힘껏 조종간을 잡아당겼다. 동시에 급감속 0.5초간. 다시
스로틀 풀 파워. 위장이 울컥하는 느낌이었지만 무시했다. 그러자 백미러 안에서
커다란 폭발이 비쳤다.

"스플레시 투 밴딧. 컴플리트. 어이 꼬맹아! 괜찮냐?"

"여긴 블레이즈. 예. 헉헉....괜찮습니다!"

"선더헤드 투 워독. 현재 공역에 불명기 없음. "

"하트 브레이크 원이 각기에게. 현재 상태 보고하라. "

"엣지. 올 그린." "데븐포트. 올 그린." "블레이즈. 올 그린."

"좋아, 전기 잘 들리는군. 모두 살아있군. 착한 녀석들이야."
"이봐. 꼬맹이. 전원이 살아남은 기념으로 널 편대 어디에 있든 꼬맹이라고
부르겠다. 알았나?"

"......수신 양호. "
솔직히 대답하기 싫었다.

"여긴 선더헤드. 꼬맹인지 뭔지 모르겠다만 이쪽은 블레이즈로 호칭하겠다. "

"좋아. 선더헤드! 여긴 워독 리더! 지금부터 기지로 귀환하겠다. "

"수신 양호. 워독 리턴 투 베이스."

불명기와의 첫 실전을 마친 워독 중대. 자위권 행사의 차원에서 벌어진 이 일전은
나와 중대원 모두에게, 전투원으로서 소중한 경험이었음에 틀림없었다.
먼저 적대행위를 시작한 것은 불명기였던 탓에, 어떤 양심의 가책도 없이 당당하게
개선하리라. 하지만 콕핏에서 내린 우리을 맞이한 건 환영의 샴페인이 아니라 기지
헌병대의 차가운 눈매였다.

2010. 09. 24
발령: E0111207 / 오시아 국방군 중앙본부

샌드섬 기지대원 전원:
1. 이번 전투와 관련한 일체의 내용을 기밀로 취급한다.
2. 샌드섬 분견 비행대장 잭 버틀렛 대위, 기지 사령관에게 즉각 출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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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가디아 님이 마구 펌프질했단 말입니다.....다시 이렇게 쓸수 있을까?...글쎄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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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한 지 3년. 좀 있으면 4년. 좀....나아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