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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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군을 그린 여러 작품들에서 우리는 군대를 봅니다.
그리고 그 군대의 뼈대는 아무래도 작가들이 보고 느낀 경험이겠죠.
때로는 이상적인 군대의 모습, 때로는 왜곡되고 일그러진 초상이기도 하고
더러는 그 본질, 부조리함과 비합리적인 모습, 혹은 영웅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쟁을 치르지는 않지만 수많은 남자들이 군대를 경험합니다.
우리나라의 SF 속 군대라면 어떤 느낌일까요.
이상적인 민주적 군대?
아니면 폭압과 군사 문화의 철저한 과학 통제에 기반한 독재?
평생을 복무로 이어가는 병영사회?
SF니까 조금은 더 발전한 미래, 이상적인 미래를 상상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아마도.. 군대는 엿같은 곳이다. 같은 인식이 아닐까 싶어요.
세계 최강의 군대이든,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군대든.. 그건 매한가지겠죠.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
이왕 SF물로 비유하자면, 실제 전쟁사를 모티브로 삼는 게 좋겠죠. 하지만 우리나라가 주도해서 참가한 근현대 전장이 없군요. 그러니 현재 군대가 돌아가는 상황으로 비유하자면….
사회 부조리의 축소판 아닐까요. 뭐든지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윗대가리들은 병사들 복지금이나 착복하고, 사회는 군바리라며 우습게 보고 등등. SF 쪽으로 비유하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외계인과 대치하며, 외곽 행성에서 진지 공사하는 병사들이겠네요. 당연히 이게 제대로 된 진지 공사일 리 없죠. 높으신 분들은 배부른데, 아래 병사들만 고생하는 삽질이고요.
'이상'을 어디에 두고 보는가의 문제가 있겠지만,
이상적인 '군대조직'일 수록 이상적인 '인간조직'에서는 멀어지기 쉬운 것이 군대라는 조직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물론, 가장 부정적인 형태의 군대조직이면서 동시에 부정적인 형태의 인간조직이 되기는 쉽습니다만...]
군대라는 것이 전시라는 비일상적이며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훈련하고 그것을 대비하여 운영되므로
신속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활동을 하기 위해서 그 구성원들이 각각의 자유의지를 실현하는 '인간'으로서보다는
중앙의 의지와 명령을 충실하고 착실하게 실행하는 '부품'으로서 역할하는 것이 중요해지니까요.
영화를 비롯한 각종 픽션들에서는 항상 말썽만 피는 주인공이 부당한 명령에 대항해
동료와 민간인의 희생을 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승리까지 쟁취하는 해피엔딩이 자주 등장하지만...,
'이상적인 군대체계'로 보게되면 아무리 개인적/국지적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내더라도 이런 구성원은 마이너스 평가를 받게되죠.
완전히 획기적인 어떤 의사결정 체계와 조직체계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상적인 군대'와 '이상적인 인간의 집단' 간의 괴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자기 목숨 걸고 남 죽이러 가는 일을 하는 동네라, 아무리 장비가 좋고 처우가 좋아도 변할 수 없는 구석은 있겠죠. 생각없고 어리고 에너지 넘치는 남자애들을 잔뜩 한구석에 가둬놓고 고생시킨다는 것 역시. 물론 뭐 그렇다고 제가 어디 아프간 파병이라도 다녀 온 건 아니고 왜 군대 휴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가를 불평하며 선임 호박씨까고 간부 욕하고 후임 갈구며 2년 보내다 왔지만.
어쨌건 군대 같은 군대가 나오는 이야기는 별로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뭐 달리 생각해보면 의사들은 ER 보면서 저게 말이 돼 할 테고 경찰들은 CSI 보면서 저게 말이 돼 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