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십니까? 3월 28일은 미국의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일어난 날입니다.

  핵개발의 상업화로 시작된 원자력 발전은 "싸고 안전하다"라는 것을 내세우며 세계적으로 퍼져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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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사고로 미국의 원자력 발전 개발 정책은 사실상 정지하고 맙니다.

  이후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 온실 효과의 위험을 앞당겼다는 의견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이 사건은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재고하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만들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고가 일어난지 30여년이 흐른 지금 바로 옆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미국과는 다르다. 미국과는" 또는 "소련과는 다르다 소련과는"이라면서 안전을 강조했던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는 지금도 이 사고를 단순한 자연 재해의 결과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 모두 "우리 잘못은 아니야."라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드러나는 수많은 내용을 보면, 이건 단순히 '운 나쁜 결과' 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흔히 말하는 안전 불감증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단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안전을 담보로 희생한 결과라는 것을 느끼게 하니까요.


  게다가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은 많은 이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마지막까지 "원전을 아까워하다가" 30시간이라는 초기 대처에 필요한 중요한 순간을 놓쳐버리기도 했습니다.


  "안전하다. 인체에 해롭지 않다."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이제는 플루토늄마저도 누출된다는 증거가 보이고 있지요. 정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고는 한편으로 원전에 대한 진정한 경각심을 불러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쩌면 원자력 발전 시대의 종막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이지요.


  우선, 원자력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고 있을게 뻔한... 그래서 원자력 발전에 대해 안전 문제를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일본에서 이 시간이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그 이면을 살펴보니 '완전하다'라는 원자력 발전소 관리 대책이 엉망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일본조차 저런데 우리나라는 오죽하겠냐?" 전세계의 수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가진 나라에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이번 사건이 이전의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리마일 섬의 누출 사고는 규모도 작았지만, 주변에 인구가 많지 않았기에 피해는 적었습니다.


  체르노빌은 구 소련 지역에서도 변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대참사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규모 자체는 후쿠시마에 비해 작아서 그 피해가 적었습니다. (천 단위의 수가 적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당시 사건 규모로 볼때는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건은 원자력 발전의 개발에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스리마일 섬 사건 이후 미국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했습니다. 근래에서야 다시 재개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미국에서는 이 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스리마일 섬 주변에선 그 위협을 대단치 않게 여기는 이도 많다고 합니다. 누출 사고 자체가 큰 규모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체르노빌 사건은 특히 유럽의 많은 나라에 영향을 주었는데, 그 중 독일은 아예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눈을 돌려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습니다. 독일의 사례는 "원자력 발전 외에는 대안이 없다"라는 원자력 발전 이상주의에 대한 반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는 어떨까요?



  우선, 후쿠시마에는 총 6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습니다. 그 중 2기는 이전부터 점검 등을 이유로 정지되어 있었고 나머지도 무사히 정지하는 듯 했지만, 이후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6기 전부가 위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지해있던 5, 6호기에서도 폐연료봉 문제가 불거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규모 면에서 볼때 이제까지 사고가 일어난 원자력 발전소 중에서 가장 큰 규모. 그것도 6기 전부에서 문제가 생긴 시점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가 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점은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는 피해가 적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주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후쿠시마는 다릅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후바타군의 인구만 7만명이 넘습니다. 후쿠시마 현 전체로 생각하면 약 230만명.


  대피를 지시한 20km 지점, 옥내 대피를 지시한 30km 지점으로 면적을 넓히면 피해 대상 인구는 기하 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미국의 대피 기준에 따라 80km 지점까지 넓혔다가는 100만 단위를 가볍게 넘어갑니다.


  그 뿐인가요? 고작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인구 100만의 센다이, 200km 정도 떨어지면 인구 2천만을 가볍게 넘을 도쿄도가 있습니다.


  자칫하면 천만 단위의 피난 행렬이, 백만 단위의 피폭 인구가 생겨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사능 재앙이 됩니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인구 1억 2천만의 일본이, 인구 4500만의 한국과 인구 2천만이 넘는 북한, 인구 20억이라는 중국이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의 피해는 그만큼 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한 인구가 '방사능 공포'에 떨어야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재앙 수준을 확실하게 넘어선게 아닐까요?


  이미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있습니다. 원자로를 구하려는 '고결한' 희생의 결과라곤 해도 분명히 피해는 피해입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선 피폭 기준치를 2.5배 늘려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정상치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특히 위험도가 높습니다.


  머지 않은 장래에 그 지역에서 비정상적일정도로 높은 암 환자와 백혈병 환자 등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 수는 자칫하면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를 가뿐히 넘어설지도 모릅니다. 그 피해를 간과할 수 있을까요?



  저는 원자력 발전을 필요악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당장은 원자력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원자력 내에조차 조금은 나은 가능성이 있을 뿐더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전략과 병행하면 원자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원자력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되면서 원자력 발전 반대 쪽으로 의견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세계적으로 수많은 원자력 이상주의자, 찬성론자들이 같은 상황을 겪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 자체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먼 훗날 원자력 발전 시대의 종막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원자력 발전소가 모두 사라지는 날이 오면 인류는 아마도 "이번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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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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