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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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근대화와 민주화를 일군 탁심공원에 케말 동상을 철거하고
원래 있었던 오스만 투르크 병영을 따라한 쇼핑물을 짓는다는군요.
엄청난 시대 퇴행입니다. 그래서 터키인들이 분노하고 있군요. 지금 총리도 비리로 유명하다는데.
시위자들이 몇몇 죽기도 하고 일이 많이 커진 모양입니다.
음. 부디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길......
http://occupygezipics.tumblr.com/
https://www.facebook.com/urbandrawings
정확히 무슨 일인지 우리나라 언론이 좀 취재 하면 좋을텐데요. 어째든 SNS가 이런점은 좋군요.
사실이라면.
안녕하세요
다른 쪽 견해인데.. 말입니다.
민주화와 독재의 충돌이 아니라.. 세속주의와 이슬람 주의의 충돌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중동 국가에서는 정부측이 세속주의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이슬람주의가 정부측이라는 점입니다.
거기다 항상 더 재미있는 점은 이 이슬람주의 정부꼐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민주적인 정부였다고 합니다. 군부의 쿠데타 세력을 제압하고 민간의 군부 통제를 보다 확대시키는 등, 정책적으로 보자면 향상된 민주화 환경을 마련했죠. 이게 지금까지의 업적입니다. 이 업적은 이슬람으로 회귀을 원하는 여당이 견제하던 군부 통제를 손에 넣었다고 판단되자 올해 가차 없이 이슬람 편향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 술 판매 금지, 히잡 허용, 이슬람 측 입장 두둔 "
어떤 정권이든 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수명은 10년인가 봅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내외적인 성공적인 국정 운영도 자신감이 생기면 오만으로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이제 슬슬 해볼까 하는 느낌이죠.
그리고 대저 술맛을 본 사람들에게 술을 금지시키는 정책은 성공사례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터키는 건국 이념에서 주창한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와의 정면 충돌을 보고 있는 셈이죠.
재미있는 것은 터키라는 국가는 군대가 속세주의를 수호하는 조직입니다. 터키의 잦은 쿠데타 명분도 이거였다고 합니다. 민간 정부가 이슬람화할려면 달려들어 파기시키곤 했다는..
더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유럽이야 중동이야." 의 선택이죠. 터키의 오랜 딜레마입니다.
세속주의에 쩔은 본인으로써는 터키 정부가 좀 맞아야 겠네 쪽에 손을 듭니다.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 나올려면 기독교정당이 연속해서 세번쨰 대통령을 선출되자마자 술, 담배 금지, 우상숭배 금지, 교회에 대한 전폭적인 국고 지원, 국보급 문화재들중 불상 그리고 동상을 전부 부수어 버리고, 절과 기타 종교에 대한 편파적인 차별을 부여했다고 보면 될듯.. 그전까지 잘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날리는 거죠.
터키의 또 한 가지 정체성이라면, 국민 대다수가 유목민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국토에 비옥한 농경지는 극히 일부이고, 척박한 고원 지대에서는 유목 밖에 할 게 없었거든요.
이렇게 유목 생활을 한 것이 수 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 그냥 하루아침에 없어지질 않아요.
셀주크 투르크와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절에는 술탄 이하 강력한 중앙집권 정부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어떻든 일반 백성들은 오랜 기간 유목민으로 살았습니다 - 투르크의 지배계층도 본래는 유목민 부족이었죠.
20세기 이후 터키의 근대화를 가장 어렵게 한 것 중 하나가 유목민 기질 때문에 국민들이 정착을 싫어한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집'='천막'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어서 집을 무척 작게 짓고, (지진 때문에라도) 고층 건물이 별로 없죠.
게다가 유목민 시절부터 고기를 주식으로 많이 먹는 습관이 이어져와서 사람들이 고기는 또 무지막지하게 먹어대고,
결과적으로 좁아터진 집에 (고기 많이 먹고) 덩치가 엄청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것이 오늘날 터키의 가정입니다.
그래서 터키 국민들은 중앙 정부가 뭐라고 하면 일단 존중은 하되 질서정연하게 따라 움직이는 것은 별로인 편이고,
쉽게 말해 사람들의 가치관이 꽤 자유분방합니다. (터키와 정반대인 국민을 꼽자면 일본 국민을 꼽을 수 있습니다)
터키 사람들의 마인드는 서유럽과 좀 다른데, 영혼 자체가 속박되지 않고 대자연과 함께 살고 싶어한다고나 할까요.
터키 국민들은 전통을 지키는 것을 꽤 선호합니다 - 이 전통이라게 이슬람 원리주의 같은 고리타분한 게 아닙니다.
이슬람 교리에 충실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자유분방한 유목 생활의 유구한 전통을 선호한다는 겁니다.
수 틀리면 훌쩍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뭐 이런 생각들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케말 파샤 이후 터키의 근대 정부와 군대는 서유럽화를 통한 터키의 근대화를 도모했습니다.
서유럽과 같이 근대화하지 않으면 터키라는 국가에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선거를 통해 선출된 민간 정부는 (국민들의 염원 때문인지) 자꾸만 유목민 시절의 전통주의로 회귀합니다.
그러면 쿠데타가 일어나고, 서유럽식의 근대화를 추진하는 군사 정부가 들어서서 다시 서유럽화를 추진하죠.
이것이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유럽식 민주화를 추진하는 게 오히려 군사 쿠데타파이고,
유목민 시절의 전통주의를 추구하는 게 선거에 의해 선출된 민간 정부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독재는 당연히 나쁜 것이고, 특히 군사 쿠데타는 더더욱 나쁘다는 것은 당연한 견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냥 터키라는 나라를 유목민 기질 그대로 놔 두면 "터키에 미래는 없다"는 케말 파샤의 생각은 옳다고 봅니다.
케말 파샤가 "나는 독재자다. 독재가 나쁜 것은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독재를 대놓고 내세웠을 정도라는 것이죠.
따라서 유목민 기질에서 탈피하지 못한 국민성과 서유럽화를 통한 근대화 추진을 강조하는 군부 측의 마인드는
당연히 서로 상충되는 것이므로 끊임없이 충돌할 수 밖에 없고, 당분간 뚜렷한 해법이 존재하기 어려울 겁니다.
사족으로...
터키라는 나라를 이해하기에 적합한 작가가 야사르 케말입니다.
오르한 파묵은 너무 환상적으로 팬터지로 흘러버리기 때문에 터키 근대사 이해에 큰 도움이 안되지만,
야사르 케말의 <바람 부족의 연대기>는 유목민으로서의 터키 국민들의 정체성과 근대화의 충돌을 잘 보여줍니다.
대표작 <메메드>는 산 속에 들어가 게릴라전을 벌이며 정부와 기득권자에게 맞서는 민중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터키라는 국가가 품고 있는 아이러니를 잘 설명하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민주정부는 이미 민주정부가 아니겠죠.
그 배경에 복고주의가 있든 신본주의가 있든 사대주의가 있든 중화사상이 있든 뭐가 있든간에 말입니다.
그런 문제에 맞서 싸우는 건 민주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현여당인 정의개발당이 이슬람회귀를 원하는 종교적인 사람들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터키의 상황은 2000년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예를 들어 세속주의를 외치는 야당(즉, 군부세력)보다 정의개발당이 경제쪽에서 더 큰 성과를 내고 있죠.
EU가입에 적극 찬성하는 쪽도 정의개발당이죠. 정의개발당이 원론주의자? 절대 아닙니다.
그냥 전통회귀가 주요 아젠다 중 하나일 뿐입니다.
흔히 기존 관념으로는 이슬람 신권정치는 "시장경제", "민주주의" 그리고 "유럽문명"에 적대적이어야 합니다.
터키는 그 반대입니다.
보수세력에 해당하는 여당은 종교적이고, 시장경제를 지지하고, 민주주의적이고 서구세력에 친화적인 반면
진보세력에 해당하는 야당은 세속적이고, 통제경제를 선호하고, 군사독재세력이며 자주독립을 원합니다.
이런 그림에 기존 잣대를 들이대면 메롱이 되는 거에요.
현 정부는 경제에서 성과를 내다보니 지지율도 계속 높았고 외교관계도 원만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과 FTA 추진중인데 무려 "이슬람 정권"이 미제국주의자와 자유무역협정한다는건 뭔가 그림이 이상하죠.
사실 정의개발당의 경제 정책이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시위같은 걸로 정부가 무너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마도..
터키는 헌팅턴이 왜 틀렸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터키쪽 거주하는 분이 올린 글을 보면 군부와 AKP 에 대한 평가가 한국에서 바라보는것 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터키는 군부가 오히려 역사적으로 정치권의 이슬람 원리주의의 대항세력으로 활동해 왔었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국민들도 군부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합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 AKP에서 경찰을 친정부파로 양성해왔고, 경찰의 색깔은 원리주의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시위에도 강경진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요.
또한 언론 통제도 꽤나 심한 편이라고 합니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정부기관에 기자실같은게 따로 없이 보도가 내려오는데로 기사를 쓰는것 같습니다. 더불어 엠네스티에 따르자면 구속, 추방된 기자가 상당수 된다고 하네요.
물론 자세한건 다른 글들을 찾아봐야 알겠습니다만 아직까진 사태를 다각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라는 취지에서 써봅니다.
케말 파샤는 물론 외침에 무력하여 풍전등화에 놓였던 국가를 구해낸 군인이자 영웅이었고, 근대화의 아버지 맞지만...
집권한 후에는 엄청난 독재자였습니다 - 자신이 만든 당 외에는 아예 야당을 존재할 수 없게 하여 1당 독재를 당연시 하였죠.
자신의 근대화 드라이브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총칼로 탄압했고, 반정부 인사를 공개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시행습니다.
특히 케말 파샤는 투르크 제국을 붕괴시키고 터키를 다시 공화구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칼리프 이하 성직자들을 엄청나게 탄압했습니다 - 고위성직자들은 항상 감시받았고, 결국 숙청되었죠.
이 때문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성직자들은 케말 파샤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매우 큽니다.
본래 군인 출신으로 전쟁 영웅이었던 케말 파샤는 집권 후에도 군부의 충성심을 자신의 권력 기반으로 하였고,
자신이 추진하는 탈이슬람화와 근대화를 미국과 서유럽과의 군사적 협력을 통하여 뒷받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때문에 케말 파샤 집권 시절 많은 군인들이 미국과 서유럽으로 건너가 유학을 하거나 군사 협력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 때 유학을 다녀온 터키 군부의 장교들이 서구화에 경도되어 훗날 케말 파샤 사후 쿠데타를 일으키는 주역이 됩니다.
민주적으로 선거로 집권한 민간 정부가 전통주의(이슬람화)로 회귀하려 할 때 쿠데타를 일으키는 게 바로 이 사람들이었죠.
일단 터키내부에서도 언론은 침묵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저런 운동들은 국제적 파급효과가 커서
북한이 지난 아랍의 봄을 기를쓰고 막았던 것처럼
특히 형제의 국가라는 터키에서 일어난 일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까 두려울테니 대대적 보도는 막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