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선릉역에서 1달 넘게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선릉역 부근은 적당한 산책 코스가 꽤 있는 곳입니다.
본래 왕년에 직장생활을 이 동네에서 했었고, 와이프와 만나 연애도 했고,
더 나아가 약간 떨어져 있긴 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근처에서 다녀서...

대략 지리도 알고 옛 추억을 더듬을 겸 해서 프로젝트 기간 동안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프로젝트를 오프할 시점이 다 되어서,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왕년에 제가 다니고 졸업한 중학교를 26년만에 다시 한 번 방문해 보는 것이 먼저였고...
또 한가지는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까지 혼자서 살았다는 사저를 보는 것이었죠.

선릉 윗쪽 블럭인데, 언주중학교와 강남교육청, 강남도서관, 그 밑에 삼릉초등학교가 있습니다.
본래 그 블럭에는 강남구청이 있고 해서 교육 관련 관공서가 밀집되어 있고, 학교도 둘이나 있고,
나름대로 강남구에서 오래된 동네이지만 시끄럽지 않고 차분하니 살기 나쁘지 않은 곳이죠.
언주중학교는 제가 나온 학교이고, 강남도서관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자주 드나들던 아지트였고,

바로 밑 삼릉초등학교는 제가 다니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었습니다.
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 삼릉초등학교에 맞붙어 있는 사저에서 살고 있었다는 기사를 봐서,

대략 지리감이 있는 동네이고 하니까 이번 기회에 구경해 보기로 마음먹었죠.

   

점심 시간에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고객회사의 직원하고 산책을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한 번 마음먹고 찾아볼 요량으로 일부러 한 블럭 위로 걸어 올라와 식사를 하고,

우선 먼저 강남도서관부터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 고객회사 직원이 근처 원룸에 살고 있어서,  
도서관 위치를 알면 도서관을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여서 거기부터 찾아갔죠.

비교적 어렵지 않게 강남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5년 넘게 드나든 곳이어서,

아무리 주변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금새 어디인지 알겠더군요. 그 위쪽의 중학교도 구경했습니다.

졸업한지 26년만에 찾아온 중학교가 옛 교사를 그대로 쓰고 있더군요 - 약간 섭섭하였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점심 시간에 산책을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20 분 밖에 없어서 약간 마음이 급했죠.

삼릉초등학교는 금새 찾았습니다 - 언주중학교 아랫 쪽에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한 바퀴 돌았거든요.

그리고 주변 저택을 관찰했는데... 약간 싱거웠던 것이, 주변에 저택을 다 헐어버리고 아파트를 지어서,

삼릉 초등학교 주변에 구식 양옥 저택이라고는 오직 딱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붉은색 벽돌로 상당히 높게 지대를 높인 저택이 삼릉초등학교 입구에 있더군요.

여기가 맞다고 확신할 수 밖에 없었던 또 한 가지 근거라면,

그 곳에는 제복 입은 경찰이 두 어명 서서 경비를 서고 있고, 작은 초소가 있었으며,

경찰들이 무전을 주고 받고 있는 보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 다른 곳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으므로, 이 곳이 맞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죠.

   

일이 힘들다보니...

산책을 하더라도 이렇게 무언가 재미거리를 찾아서 하게 됩니다.

약간의 흥미를 자아내는 일이어서 산책 자체는 맑은 가을 날씨에 즐거웠는데,

너무 열심히 걸어다닌 부작용으로... 저녁에 잘 시간이 되니 다리가 쑤셔오더군요.
이미 나이를 먹은 것이죠.

아무리 달려도 숨 찬 줄 모르던 비쩍 마른 중학생 소년은

어느새 뱃살이 불쑥 나온 40대 중년 아저씨가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