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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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rss/feed/3/all/20150917/73674583/1
기사 말미에 예의상 김정은 까는 대목도 들어있지만, 전체적으로
북한의 변화에 대해서 가감없이 보도하는 것을 보니 좀 놀랐습니다.
동아일보 맞아? 라고 다시 한번 살펴볼 정도...
한겨레나 시사인아냐? 라고 생각했을 정도..
북한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동아일보도 저렇게 나올 정도라면 북한이 확실히
변하긴 변하는군요.
아니면 글쓴 기자가 한겨레에서 찔러넣은 스파이인지도 모르죠.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대가 바로 희망이다.
1.
동아일보는 본래 30 년 동안 친 DJ 언론사였습니다. 모기업이 호남 출신이거든요.
"YS vs. DJ" 경쟁 구도를 다룰 때도 동아일보는 항상 DJ를 먼저 쓰고 나중에 YS를 쓸 정도였습니다.
본래 북한이라고 경기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애당초 동아일보 자체가 한겨례의 모태이기도 합니다.
동아일보의 뿌리가 호남이기 때문에 DJ를 따르게 된 정치인들 중에는 동아일보 출신이 꽤 있고,
한겨례는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창간하고 동아일보 기자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서 만든 겁니다.
그래서 한겨례와 동아일보는 선명성이 다를지언정, 논조의 기조는 당연히 크게 다르지 않았죠.
적어도 2000 년대 들어서기 전까지만해도 말이죠...
동아일보가 저 지경이 된 것은 DJ 당선 후입니다.
DJ가 야당일때는 열심히 동아일보도 여당을 까면서 DJ 편을 들어주었는데,
DJ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여당이 된 DJ를 까면서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씁니다.
그 바람에 DJ는 배신감을 느꼈고, 특히 대북정책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을 야속해 했습니다.
DJ가 격분했다고 알려진 것은, "노벨 평화상"를 축하하기보다 냉담하고 비판하는 주류언론의 태도였습니다.
다른 곳이야 그렇다고 쳐도, 동아일보가 그런 태도에 동참하는 모습에 큰 상처를 받고 화를 내었죠.
그리고 강렬한 세무조사를 벌입니다 - 모든 언론사가 DJ 노벨상 수상 이후 빡센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동아일보 오너 가문의 부인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투신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무려 30년 동안 각별한 동지 관계였던 DJ와 동아일보는 "피를 봤기 때문에" 철천지 원수가 됩니다.
이후 동아일보의 논조는 조선을 능가해버렸고, 막무가내로 까는 톤이 10 년 넘게 이어지고 있죠.
이제....
분노를 식힐 때도 되었습니다. 이성을 찾아야죠.
대략 15년 싸웠으면 충분합니다. 본래 30년 지기였는걸요.
DJ도 세상을 떠났고, 동교동계 정치인들도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심지어 동교동계를 밀어냈던 노짱도 세상을 떠났죠. 더는 분노를 터뜨릴 대상도 없습니다.
차츰 동아일보도 왕년의 그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유신 정부에 대해 비판기사를 많이 써서 정부의 압력으로 강제로 광고를 하나도 싣지 못하고,
허연 지면을 내보이면서 신문을 발행해서 온 국민이 동아일보를 응원하던 그런 시기도 있었습니다.
박종철 사건을 목숨을 걸고 취재하여 터트려서 대한민국 기자상을 받은 것도 동아일보 기자들이었죠.
15년 외도를 했으면 이제 이성을 되찾을 때도 되었습니다.
2.
동아일보 창업주는 겉으로는 친일을 하면서 뒤로는 독립운동을 도왔다고 해서
친일인명사전과 독립운동유공자 양 쪽에 모두 이름을 남긴 꽤 유니크한 사람인데,
왕년에는 한반도의 이름있는 문필가와 지식들 거의 대부분 조선과 동아를 거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일제시대 때 지식인들의 밥줄이자 일을 배우는 사관학교 구실을 했죠.
(일례로 편집장 홍명희, 사회부 기자 박헌영, 조봉암 - 이 멤버가 만들던 신문이 <조선일보>입니다)
하여간 동아일보 창업주는 고려대학교도 세웠고, 그래서 동아일보와 고려대학교는 같은 뿌리입니다.
또 동아일보 창업주의 친동생이 세운 대기업이 삼양그룹입니다 - 큐원 설탕, 밀가루를 만드는 회사죠.
일본의 미츠비시 자본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삼양그룹은 아직도 미츠비시와 합자로 일을 많이 하죠.
동아일보를 살펴보다보면, 세상은 흑백으로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츠비시는 사까모또 료마와 동향 출신으로 료마 밑에서 해원대로 있었던 사람이 세운 기업이고,
메이지 유신에서부터 참여하여 2차 대전 때 군수 산업으로 성장하고, 조선 징용자를 학살한 기업입니다.
이러한 미츠비시 자본과 긴밀히 엮인 집안에서 세운 기업이 동아일보, 고려대학교, 삼양그룹인 겁니다.
그리고 그 자본으로 지식인들이 신문을 만들었고, 일제에 저항했고, 친일도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DJ를 따르는 정치인이 되어 민주화 운동도 했고, 한겨례도 만들었죠.
삼양그룹이 만든 설탕으로 파리바게뜨 빵이 나오고, 동서식품의 커피믹스가 나옵니다.
왕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설탕공장은 제일제당과 삼양사였고, 아직도 식품업계의 최강자들이죠.
3.
동아일보사에서 나오는 <과학동아>는 아직도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교양과학잡지입니다.
30년 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SF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과학동아>이죠.
동아일보사가 저런 기사를 냈다고 해서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
이제 그럴만한 시기가 된 것이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일 뿐이죠.
어느 곳이든 매파가 계속 득세할 수는 없습니다.
합리적인 모습으로 돌아가야죠.
4.
김정일은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북한과 외국과의 교류를 최대한 막으려고 했습니다.
북한의 자기 정권과 독재 체제가 유지되려면 폐쇄말고는 답이 없다고 보았던 것이죠.
하지만 김정은의 경우에는 어차피 공산주의 배급제도 포기한 지 오래이고,
외국에서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대외 교류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길게 본다면 북한의 변화는 한반도에 긍정적입니다.
북한은 너무 오랫동안 고립되었고,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
북한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말았죠.
외국과 교류를 하고, 열심히 능력껏 일하는 사람이 부자가 되고, 그런 모습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변화가 유리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깨이게 되고, 능동적이 되면, 당연한 일이지만 독재 왕조를 용인하기 어려워집니다.
김정은이 엄청나게 유능한 독재자여서 국가 발전을 리드하고 정신 못차릴 정도로 잘 살게 만들어 버린다면,
그럴 경우 북한 왕조가 계속될 수도 있습니다 - 향후 입헌군주국으로 롱런하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것은 매우 기대하기 힘든 가정이고, 그만큼 대단히 유능하지도 않은데 애매하게 개방해버리면...
김정일 시절 사회 전체가 외국에 대하여 폐쇄되었을 때는 뭘 잘 모르고 묵묵히 따르기만 했던 사람들이
차츰 머리와 가슴이 깨어나면서 사람들을 탄압하는 무능한 독재 정부에 저항하기 시작할 겁니다.
본래 DJ가 꿈꾸었던 한반도의 평화, 한반도의 통일은 "북한 개방"에서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한이 먼저 앞장서서 북한의 대외 교류의 창구가 되고, 차츰 북한을 살만한 곳으로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북한 사람들이 점점 깨어나도록 하는 것이었죠.
그런 일을 김정은이 알아서 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단, 김정은이 엄청나게 뛰어나지 않은 이상, 독재 왕조의 존립에는 역효과가 발생하겠지만요.
평양 시민은 평양에 산다는 것 만으로 특권층입니다. 평양시민이 아닌 북한 주민이 평양에 들어가려면 허가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만, 재벌 일가가 유럽/미국의 부유층 흉내를 낸다며 기부하고 속칭 '강남좌파' 활동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 자신들의 부와 특권의 기반을 무너트리는 것까지는 하지 않을 것과 마찬가지죠.
평양의 특권층이 서구사회를 따라할 수 있는 기반이 북한이라는 독재국가하에서 자신들이 특권층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라 개혁/개방도 자신들의 특권이 유지되는 수준까지만 할 것이고 남한과 통일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김정은 체제이후 북한의 대외의존도는 날이갈수록 엄청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실제로 무역 대중의존도를 보면 몇배씩 늘어난게 보입니다.) 이는 김정일이 주로 의도적으로 정권유지의 원활함을 위해서 고립을 자처하고 자급자족노선을 추구한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김정은이 걷고 있기때문인데 이는 장기적으로보면 북한정권입장에서는 정권장악력이 약해지고 흔들리기 딱 좋죠.
김정은은 김정일에비해서 그런부분에대한 감각이 떨어지기때문에 마구잡이로 대외의존도를 늘리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정권의 힘을 환기시키기위해 이런저런 돌출행동을 벌이는것도 한계가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