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의 글터
EDF에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별한 존재들이 꽤 많이 있다. 그중 일부는 더더욱 특별하다.
신의 저주를 받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이도 있었고, DNA이상으로 발생한 염동력을 갖고 물체를 파괴하는
데스토네토 같은 위험한 초능력자도 있었다.
그 중에도 정미도씨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였다.
그녀의 능력은 분명 놀라운 것이지만 다른 이들과는 달리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능력은 매우 제어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분명히 그랬다.
그녀가 처음 그녀의 능력을 자각한 것은 5년전 남자친구와의 첫 데이트 때였다.
한참 감미로운 키스를 나눈 뒤에 그녀는 뭔가가 콧가를 간질이는 느낌을 받았고 가볍게 재채기를 했다.
그와 동시에 초속 60km 의 강풍이 불어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길 건너편으로 날려 버렸다.
그것은 폭풍과도 같았다. 그녀의 재채기와 동시에 무언가 터져나간 듯 엄청난 에너지가 밀려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날려 버린 것이다. 그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두번다시 그녀 곁에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EDF의 출두명령을 듣지 않았다. 이 사건이 접수된 뒤에도 그녀는 계속 EDF를 피하며 자신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파워는 점점 강해졌고 어느 순간 통제할 수 없는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마침내 한 지하철에서 재채기를 터뜨렸고 그것은 심각한 지하철 탈선 사고를 일으켰다.
현장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나오던 그녀를 EDF요원들이 납치하다시피 데려왔다.
그리고 지하 비핵폭발물 시험장에서 이루어진 그녀의 파괴력 실험에서 그녀의 에너지 준위가 측정되었다.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초기엔 시속 10km의 강풍정도였다고 추정되던 그녀의 재채기는 이미 초음속을 돌파했고
매 회마다 에너지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신기하게도 그 어떤 에너지 폭풍에도 그녀만은 멀쩡할 수 있었다.
지하비핵폭발물 시험장에 쳐진 8인용 간이 막사는 그로부터 3일 뒤 그녀의 콧바람에 산산히 터져나간 걸레가 되어 버렸다.
그녀의 재채기 콧바람은 이제 소형폭발물에 준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게 되었고, 과학자들은 10 회 안쪽의 재채기를 더 한다면
핵폭발에 준하는 파괴력, 혹은 그 이상의 힘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소견을 내어 놓았다.
EDF내부에서도 그녀의 처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타진되었다.
인명중시를 최우선으로 삼는 EDF에서조차 걸어다니는 핵폭탄으로 불리는 정미도씨를 감히 품고 있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하 핵실험장을 내어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로 에너지가 증가한다면, 그곳도 감히 안전하다 말하기 어려웠다.
도시? 섬? 공중항모? 우주기지? 그 어느곳도 정미도씨의 파괴력 앞에는 안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정미도씨는 다시 한번 초공간 에너지 충격 발작 - 과학자들은 더 이상 이 현상을 재채기로 부르길 거부했다.
재채기를 매개로 하여 다른 차원의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 을 일으켰고 그녀는
핵폭발에 준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했다.
EDF는 더 이상 이 상황을 감출 수 없었다. 진도 4.0의 지진파가 EDF지하기지에서 전세계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EDF가 위험한 신무기를 시험하고 있다고 의심했고, EDF는 각국 정부에 기밀 엄수를 조건으로 정미도씨의
존재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별 황당한 일이 다 일어나는 EDF였지만 이 사건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한 젊은 여자의 재채기로 세계가 멸망할 수 있다니!
과격한 정치가들은 당장 그녀가 죽어 없어지길 바랬다. 그리고 일부는 실행에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런 행동이 그녀가 보유한 초에너지 터널의 붕괴를 불러오고, 그것이 즉시 태양계의 소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어 놓았다.
대안으로 먼 우주로 쏘아 보내는 방법이 고려되었지만, 그녀의 육체에 큰 충격을 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전 세계 정상들은 이 아무 죄 없는 순진한 여성이 통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까닭에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제 25차 긴급세계안보심의회의에 모인 세계 정상들은 결론을 내렸다.
그녀를 죽이는 것은 안된다. 그녀는 잠들 것이며, 그 상태로 오랜 시간, 인간이 핵병기를 제어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에너지폭발을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오거나 아니면 적어도 재채기를 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약이 만들어질 때까지 EDF의 관리하에
보존될 것이다.
그녀는 EDF 소속의 최면술사의 도움 아래 잠이 들었고 그 상태 그대로 긴급 동결되어 냉동인간 상태로 들어갔다.
그녀는 아직도 지하 핵 실험실 구석의 냉동 쉘터안에 잠들어 있다.
그녀가 다시 깨어나는 날 그녀는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항성계를 날릴 수 있는 인간 병기가 되어 싸움에 내몰릴지도 모른다.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
냉동인간은 죽은게 아닌가요? .... 아 갑자기 복잡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