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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나온 모던워페어 1도 제대로 못 돌리는 제 컴에서는 먼 꿈인 게임이지만... 친구가 출시당일 가서 사올 정도로 열성팬이라 오늘 4시간 정도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과 지극히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확실히 수작은 수작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이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인 영화적 연출은 여전했습니다. 멋진 미션브리핑과 장관의 블록버스터식 이벤트가 눈길을 끌고, 긴장감 넘치는 줄거리도 충분히 치밀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특히 게임이 출시되기 전 트레일러에서 공개되었던 워싱턴 DC 전투는 엄청난 스케일과 웅장한 음악이 암울한 연출과 맞물려 가히 전쟁영화를 능가했다 할 만합니다. 사실감 있고 정드는(...) 등장인물들과 여러번의 적절한 반전도 연출에 큰 보탬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플레이 자체죠. 여기서도 전작과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여전히 일품인 타격감과 정신없는 총격전을 바탕으로 듀얼윌드가 가능하게 되고 상당수의 새 총기가 더해졌습니다. 열감지투시경이나 재블린, 전경방패 등 독특한 무기를 사용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2편에서도 한곳에 계속 있으면 적이 거의 무한대로 나오기 때문에 플레이가 약간 지루해질 때도 있지만, 역시 인피니티 워드인지라 중간중간에 독특한 플레이 요소를 넣어 놓았습니다. 잠입과 스파이 임무는 물론, 프레데터 드론의 미사일을 조종하거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잠깐 활동를 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스노모빌 탈출과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인도하는 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습니다.

제 눈길을 가장 끌었던 건 게임의 무대였는데, 중동 시가전 등 전작에 등장한 곳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새롭습니다. 같은 시가전도 모스크바와 민간인이 우왕좌왕 대피하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분위기와 느낌이 다르고, 실제로 약간 다른 전략을 이용해야 합니다. 북극해 해상유전 플랫폼이나 우크라이나의 산맥 등은 수려한 경관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요.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미국 본토의 방어입니다. 버지니아 주의 교외 지역 전투는 미국이 집에서 싸워야 하는 절박함을 잘 보여주고 있고, 함락된 워싱턴 DC를 되찾는 과정에서는 국회의사당과 여러 상징적 건물들이 불타고 공군이 수도를 폭격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됩니다. 미국 게이머들의 가슴을 충분히 들끓게 할 비극적인 장면들도 포진해 있고요.

물론 문제점도 있습니다. 난이도가 대폭 상승한데 비해, 엄폐물을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울기가 불가능해지고 부상효과가 전작보다 시야에 훨신 큰 방해가 되는 등 플레이어에게 상당히 불친절해진 감이 있습니다. 캠페인이 좀 짧다는 것도 또다시 문제가 되었고요. 제한된 자유도는 전작보다는 약간 나아졌지만 가끔씩 답답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게임을 즐기는 데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모던워페어 2의 켐페인은 분명 콜오브듀티4의 그것과 비슷한 노선을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게임을 만드는 데 이미 도사들이 되어 버린 인피니티 워드에게서는 분명 기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수작이 나온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멀티플레이어는 욕을 좀 많이 먹고 있고, 약간 해 본 결과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많긴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직 충분히 플레이하지 않아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