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3>에 나오는 에일리언은 다른 영화에 나오는 일꾼 개체들과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숙주가
개라는 점도 특이하고, 체스트버스터에서 성숙한 개체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죠. 보통
의 체스트버스터는 수족이 없는 벌레 모양인데 비해 3편의 버스터는 성숙한 개체와 전혀 다를 것이 없
는,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버스터가 숙주의 몸에서 성숙한 개체 상태로 나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꼬리
를 비교해 보면, 개의 몸에서 막 튀어나온 독버스터와 나중에 죄수들을 해치는 에일리언의 꼬리 길이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에일리언의 꼬리 길이가 훨씬 길죠. 게다가 환기구에서 어떤 죄수가 죽기
전에 껍데기 같은 것을 줍는데요. 이건 체스트버스터가 탈바꿈을 하며 흘린 껍데기입니다. (따라서 체스
트버스터의 탈바꿈은 파충류나 절지 동물의 탈피 과정과 비슷하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독버스터는 나중에 탈바꿈을 함에도 불구하고 수족과 꼬리까지 지니고 나왔을까요. 가장
찾기 쉬운 해답은 숙주가 개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숙주에 따라서 (현재 쓰이는 용어를 빌리자
면) 갖춘탈바꿈과 안갖춘탈바꿈을 한다는 거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연출의 묘미를 위해서 저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독버스터가 태어나는 순간은 인간
들의 장례식과 교묘하게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요. 만약 여기에서 보통의 체스트버스터가 나왔다면 그
리 인상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체스트버스터가 나오는 경악할 장면은 이미 한 번 써먹은 데다가 '아멘'
소리에 맞춰 독버스터가 혀를 내미는 장면도 찍을 수 없으니까요. 설정이라기보다 영화적 장치라는 뜻
이죠.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가정일 따름입니다만…)

어쩌면 데이빗 핀처 감독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에일리언 3>에 익숙해진
지금에 와서는 수족이 없는 독버스터를 상상하기가 힘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