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3>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후반부의 추격장면입니다. 유치하다거나 에일리언의
시점이 인간과 비슷해서 실망이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인 반응은 긍정적이었죠. 도망치는 죄수들
을 쫓아 독버스터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갑니다. 그것도 그냥 달려가는 게 아니라 벽을 타면서 달려갑니다.
그래서 그만큼 독특한 연출이 되었죠.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습니다. 추격 장면을 잘 보시면, 독버스터는 천정과 바닥에서 같은 속도로 움
직입니다. 즉,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도 달린다는 것이죠. 중간에 독버스터가 달리는 장면을 보면, 네 개
의 다리 중에서 일부만 땅에 딛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이렇게 달린다는 것이 이
상하지 않나요. 네 다리로 달라붙어서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거야 가능합니다만, 저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달린다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물론 독버스터가 천장에서 네 다리로 움직이는 모습도 간간이 나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따져본다
면, 아무래도 천장을 달린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출의 실수일까요, 아니면 에일리언의 또 다른
능력 중 하나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라면, 제가 너무 물고 늘어지는 걸까요)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독버스터는 네 개의 다리 중 일부만을 땅에 붙이고 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갤럽이라고 하나요. 그런데 또 어쩔 때는 네 다리로 종종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
다. 글쎄요, 이건 모퉁이를 돌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직선으로
뻗은 복도에서 이런 걸음으로 움직이기도 한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이건 특수효과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
각합니다. 독버스터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낼 수가 없어서 이렇게 된 것이겠죠.

길게 말씀드리긴 했습니다만, 이런 의견이 다소 억지스럽게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추격 장면이 저런 것들을
모두 따질 정도로 길지도 않거니와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거든요. 저 역
시 저 장면들이 하나같이 잘못되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에일리언 3>에서 빛을 발하는 장면 중에
하나인 만큼 재미삼아 따져보자는 겁니다.

※ 농담인데, 독버스터를 등장시켜 에일리언 레이싱 게임을 만들어도 좋을 듯합니다. 게임 <AvP 2>에서 러너
(독버스터)를 조종하다 보면, 정말 레이싱 게임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천장을 타
고 달리는 레이싱이라서 멀미가 심하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