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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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쿵]
몇백 문은 족히 될법한 양쪽의 대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수백 개의 쇳덩이가 반대편의 진영으로 날아가서 병사들을 짓이기고 산산조각 내었다. 포성 사이사이에 날카로운 비명과 흐느낌이 울려 퍼지고 사람과 말의 신체조각, 소총과 배낭, 군복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보병이고 기병이고 간에 대형을 무너뜨리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국경을 넘어온 발루아 공화국 군대 20만 8천을 저지하기 위해 모인 우리 쥬센 왕국군 12만 6천과 지원하러 온 프로이트 군 7만 8천의 싸움은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듯한 대포들의 합창으로 시작 되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적의 사령관은 포병 운용에 능수능란하고 적의 포병대는 마치 그의 수족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적보다 우리 대열에 빈공간이 더 많이 생겼다.
“이대로 가다간 포격이 끝나기도 전에 아군이 다 죽어 자빠져 버릴 것이오! 지금이라도 돌격 명령을 내립시다!” 우리 측 사령관 아텔리 원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프로이트 군 사령관 하이만 원수에게 소리쳤다. 그는 아직도 묵묵히 팔장을 끼고 전장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원수의 말이 옮소. 자고로 군대는 함성을 지르며 적을 향해 달려가야 비로소 기운을 내는 법이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반대로 하고 있지 않소? 어서 돌격 명령을 내립시다.” 우리 군 소장인 피오레도 같은 주장을 했다.
“대령,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네도 뭐라고 말 좀 해보게.” 피오레는 하이만의 참모들이 원수와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속이 탔는지 대령인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 소관의 생각으로는 우리 군의 훈련이 미비해서 밀집 대형 이외의 대형을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격 기동 시에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으니 일단은 가만 있는 게 나을 듯 합니다.” 나는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텔리와 피오레는 인상을 구겼고 하이만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내 말이 사실 이었기 때문이다.
발루아 군대는 차례대로 산개, 종대, 횡대 대열을 이루고서 부대마다 간격을 적절하게 벌려놓았다. 뒤엉키거나 집중포격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면서도 적에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포진이었다. 수년 간의 경험과 훈련을 통해 얻어진 건실하면서도 공격적인 대형이었다.
프로이트 군대도 철통같은 규율과 맹렬한 훈련으로 다져진 사선 대형을 이루고서 맹렬한 포격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벽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럼 우리 군대는? 우리 군대는 어떻게 있냐고?
그야말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밀집 횡대 대형을 이루고 서 있었다. 그 대형이 우리 보병들이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대형이었다. 갑자기 소집되어 3달이나 훈련 받았을지 의심스러운 우리 보병들에게 그 이상 대형은 매우 어려웠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난 우리 보병들이 과연 소총 조작법이나 제대로 익혔을지도 의문이다. 그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었다.
이 시대의 소총을 한 방 쏘기 위해서는 먼저 탄입대에서 두꺼운 탄포를 하나 꺼내서 입으로 물어뜯어 그 안의 화약을 2/3 정도 총구 안으로 넣은 다음 꽂을대로 그 화약을 다지고 탄환을 넣은 다음에 총을 들어서 남은 화약을 화약접시에 쏟고 격침을 당기고 목표물을 겨냥한 다음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 당황한 병사들이 화약 먼저 탄환 다음의 순서를 혼동하여 총이 발사되지 않거나 총구에 꽂을대를 끼워놓은 상태로 총을 발사해서 그 전투에서는 두 번 다시 총을 못 쏘는 일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발사되지 않은 총을 총구가 땅을 향하도록 하고 거꾸로 들고 흔들면 탄환이 10개 정도 떨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자동소총이니 기관총이니 발칸포니, 고속 유탄발사기니 하는 문명의 이기가 널리 보급된 시대에 사는 것을 감사하기 바란다. 그게 과연 감사한 일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더 불안한 점은 명성이 자자한 적의 기병대가 돌진해 왔을 경우 우리 보병들이 과연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맞서 싸울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보병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기병의 속도와 돌파력이었고 이것을 막는 길은 보병들이 단단한 대형을 이루고서 절대 동요되거나 흩어지지 않고 총검을 들어 맞서 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건 우리 보병들에게 절대적으로 결핍된 것이었다.
보병은 대략 이 모양이었고 기병과 포병도 나을 것은 없었다. 만용으로 가득찬 기병대는 대개 보병과의 연계가 거의 없이 혼자 무모하게 움직이기 일쑤였고 포병대는 적의 포병보다 느리고 서투르고 허약했다. 그 결과는 우리 밀집 대형 사이에 생겨난 빈공간이 잘 말해주고 있었다.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 스포르차 대위, 가서 명령을 전하라. 전 군을 적의 중앙을 향해 투입 시킨다! 전 군 공격하라!” 아텔리 원수가 분노에 가득 차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곧 북과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전진 신호였다. 하이만 원수와 그의 참모들은 이런 예측불허의 무모한 행동에 당황해 하였다.
“파오니 대령, 대령은 휘하의 용기병 연대를 이끌고 적의 좌익을 쳐라. 카발칸티 대령의 경기병 연대가 뒤따를 것이다.” 원수는 마치 전쟁의 신과 같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내가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해봐야 소용도 없고 오히려 원수의 화만 돋우게 되는지라 난 ‘알겠습니다’ 한 마디만 남기고 말에 올라 그곳을 빠져 나와 내 용기병 연대로 돌아왔다.
용기병들은 기병총과 권총, 기병도로 무장한 기병이었다. 보통 사격은 말에서 내려서 하지만 적진에 돌입하기 직전에는 마상 사격을 한다. (기병총은 일반 소총보다 총신이 짧아 휴대는 편하지만 사거리가 그만큼 떨어진다.) 경기병은 권총과 기병도 뿐이다. 다만 우리 보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적진에 난입할 수 있다. 뭐, 용기병이나 경기병이나 적진 앞에 가기 전에 매우 많이 죽어 넘어질 거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드디어 돌격입니까?” 아직 젊은 중대장 한 명이 얼굴에 기쁜 빛을 띄우고 물어본다. 이 친구는 두려움이란 게 없는 모양이지?
“그래, 돌격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내 이상한 대답에 순간 멍해진 중대장을 놔두고 연대의 맨 앞으로 나아갔다. 돌격을 할 때는 연대장과 기수, 나팔수가 늘 선두에 서는 법이다. (이거 좀 바뀌면 안 되나? 안 그래도 소총에 강선을 파는 게 유행이 된 이후부터 소총 사거리랑 명중률이 부쩍 좋아 졌다는데...)
연대에 맨 앞에서 나는 화려한 깃털 장식이 달린 투구(방어 효과는 0다. 그저 장식일 뿐이다. 물론 윗분들은 이걸 모른다. 경기병들은 금빛 장식이 달린 검은색 털가죽 모자를 쓴다.)를 쓰고 잠시 후면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을 용감한 내 연대를 잠시 둘러보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 짤막하게 연설을 하기로 했다. 이것 또한 돌격 목전에 둔 대장의 임무였다.
“자아, 제군들. 드디어 돌격의 때가 왔다. 그런데 혹시 저기 지금 나가고 있는 보병들처럼 총알 먼저 넣고 화약 다음에 넣은 햇병아리는 없겠지?” 여기저기서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따라 말을 달리다가 갑자기 안개가 가득한 곳에 혼자 들어서도 너무 놀라지 말도록. 그곳은 저승이고 곧 저승의 뱃사공이 제군을 새로운 부대로 안내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뭐, 오늘은 사람이 넘쳐서 좀 기다려야 될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겸하여 본관은 미숙한 보병들 몫까지 해내야 하는 제군들에게 매우 미안해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오늘 전투가 끝나고 진지로 돌아온 연대원 들에게는 축배를 들 포도주 한 병씩을 특별배급 해줄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늘 적의 진지를 차지하고 그곳에서 매우 많은 포도주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진에 들어가서 아무 천막이나 수레에 불을 지르지 말도록. 자칫 하면 제군 몫의 술을 없애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제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그보다 큰 함성도 나왔다.
연설을 마친 나는 말을 돌려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우리 연대는 천천히 적의 좌익을 향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대포의 사거리 밖이었다. 대포의 사거리 안에 들어서면 그때부터는 용기병이든 경기병이든 간에 미친 듯이 말을 달려야 한다. 1초라도 빨리 적진에 돌입해야 나도 살고 부대도 살고 아군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작은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던 적의 보병과 대포가 조금씩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 계속
이 글 속의 세계는 거의 나폴레옹 시대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겁니다. 다만 소총에 강선은 파져 있습니다.^^
몇백 문은 족히 될법한 양쪽의 대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수백 개의 쇳덩이가 반대편의 진영으로 날아가서 병사들을 짓이기고 산산조각 내었다. 포성 사이사이에 날카로운 비명과 흐느낌이 울려 퍼지고 사람과 말의 신체조각, 소총과 배낭, 군복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보병이고 기병이고 간에 대형을 무너뜨리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국경을 넘어온 발루아 공화국 군대 20만 8천을 저지하기 위해 모인 우리 쥬센 왕국군 12만 6천과 지원하러 온 프로이트 군 7만 8천의 싸움은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듯한 대포들의 합창으로 시작 되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적의 사령관은 포병 운용에 능수능란하고 적의 포병대는 마치 그의 수족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적보다 우리 대열에 빈공간이 더 많이 생겼다.
“이대로 가다간 포격이 끝나기도 전에 아군이 다 죽어 자빠져 버릴 것이오! 지금이라도 돌격 명령을 내립시다!” 우리 측 사령관 아텔리 원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프로이트 군 사령관 하이만 원수에게 소리쳤다. 그는 아직도 묵묵히 팔장을 끼고 전장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원수의 말이 옮소. 자고로 군대는 함성을 지르며 적을 향해 달려가야 비로소 기운을 내는 법이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반대로 하고 있지 않소? 어서 돌격 명령을 내립시다.” 우리 군 소장인 피오레도 같은 주장을 했다.
“대령,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네도 뭐라고 말 좀 해보게.” 피오레는 하이만의 참모들이 원수와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속이 탔는지 대령인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 소관의 생각으로는 우리 군의 훈련이 미비해서 밀집 대형 이외의 대형을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격 기동 시에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으니 일단은 가만 있는 게 나을 듯 합니다.” 나는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텔리와 피오레는 인상을 구겼고 하이만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내 말이 사실 이었기 때문이다.
발루아 군대는 차례대로 산개, 종대, 횡대 대열을 이루고서 부대마다 간격을 적절하게 벌려놓았다. 뒤엉키거나 집중포격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면서도 적에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포진이었다. 수년 간의 경험과 훈련을 통해 얻어진 건실하면서도 공격적인 대형이었다.
프로이트 군대도 철통같은 규율과 맹렬한 훈련으로 다져진 사선 대형을 이루고서 맹렬한 포격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벽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럼 우리 군대는? 우리 군대는 어떻게 있냐고?
그야말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밀집 횡대 대형을 이루고 서 있었다. 그 대형이 우리 보병들이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대형이었다. 갑자기 소집되어 3달이나 훈련 받았을지 의심스러운 우리 보병들에게 그 이상 대형은 매우 어려웠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난 우리 보병들이 과연 소총 조작법이나 제대로 익혔을지도 의문이다. 그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었다.
이 시대의 소총을 한 방 쏘기 위해서는 먼저 탄입대에서 두꺼운 탄포를 하나 꺼내서 입으로 물어뜯어 그 안의 화약을 2/3 정도 총구 안으로 넣은 다음 꽂을대로 그 화약을 다지고 탄환을 넣은 다음에 총을 들어서 남은 화약을 화약접시에 쏟고 격침을 당기고 목표물을 겨냥한 다음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 당황한 병사들이 화약 먼저 탄환 다음의 순서를 혼동하여 총이 발사되지 않거나 총구에 꽂을대를 끼워놓은 상태로 총을 발사해서 그 전투에서는 두 번 다시 총을 못 쏘는 일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발사되지 않은 총을 총구가 땅을 향하도록 하고 거꾸로 들고 흔들면 탄환이 10개 정도 떨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자동소총이니 기관총이니 발칸포니, 고속 유탄발사기니 하는 문명의 이기가 널리 보급된 시대에 사는 것을 감사하기 바란다. 그게 과연 감사한 일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더 불안한 점은 명성이 자자한 적의 기병대가 돌진해 왔을 경우 우리 보병들이 과연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맞서 싸울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보병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기병의 속도와 돌파력이었고 이것을 막는 길은 보병들이 단단한 대형을 이루고서 절대 동요되거나 흩어지지 않고 총검을 들어 맞서 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건 우리 보병들에게 절대적으로 결핍된 것이었다.
보병은 대략 이 모양이었고 기병과 포병도 나을 것은 없었다. 만용으로 가득찬 기병대는 대개 보병과의 연계가 거의 없이 혼자 무모하게 움직이기 일쑤였고 포병대는 적의 포병보다 느리고 서투르고 허약했다. 그 결과는 우리 밀집 대형 사이에 생겨난 빈공간이 잘 말해주고 있었다.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 스포르차 대위, 가서 명령을 전하라. 전 군을 적의 중앙을 향해 투입 시킨다! 전 군 공격하라!” 아텔리 원수가 분노에 가득 차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곧 북과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전진 신호였다. 하이만 원수와 그의 참모들은 이런 예측불허의 무모한 행동에 당황해 하였다.
“파오니 대령, 대령은 휘하의 용기병 연대를 이끌고 적의 좌익을 쳐라. 카발칸티 대령의 경기병 연대가 뒤따를 것이다.” 원수는 마치 전쟁의 신과 같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내가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해봐야 소용도 없고 오히려 원수의 화만 돋우게 되는지라 난 ‘알겠습니다’ 한 마디만 남기고 말에 올라 그곳을 빠져 나와 내 용기병 연대로 돌아왔다.
용기병들은 기병총과 권총, 기병도로 무장한 기병이었다. 보통 사격은 말에서 내려서 하지만 적진에 돌입하기 직전에는 마상 사격을 한다. (기병총은 일반 소총보다 총신이 짧아 휴대는 편하지만 사거리가 그만큼 떨어진다.) 경기병은 권총과 기병도 뿐이다. 다만 우리 보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적진에 난입할 수 있다. 뭐, 용기병이나 경기병이나 적진 앞에 가기 전에 매우 많이 죽어 넘어질 거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드디어 돌격입니까?” 아직 젊은 중대장 한 명이 얼굴에 기쁜 빛을 띄우고 물어본다. 이 친구는 두려움이란 게 없는 모양이지?
“그래, 돌격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내 이상한 대답에 순간 멍해진 중대장을 놔두고 연대의 맨 앞으로 나아갔다. 돌격을 할 때는 연대장과 기수, 나팔수가 늘 선두에 서는 법이다. (이거 좀 바뀌면 안 되나? 안 그래도 소총에 강선을 파는 게 유행이 된 이후부터 소총 사거리랑 명중률이 부쩍 좋아 졌다는데...)
연대에 맨 앞에서 나는 화려한 깃털 장식이 달린 투구(방어 효과는 0다. 그저 장식일 뿐이다. 물론 윗분들은 이걸 모른다. 경기병들은 금빛 장식이 달린 검은색 털가죽 모자를 쓴다.)를 쓰고 잠시 후면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을 용감한 내 연대를 잠시 둘러보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 짤막하게 연설을 하기로 했다. 이것 또한 돌격 목전에 둔 대장의 임무였다.
“자아, 제군들. 드디어 돌격의 때가 왔다. 그런데 혹시 저기 지금 나가고 있는 보병들처럼 총알 먼저 넣고 화약 다음에 넣은 햇병아리는 없겠지?” 여기저기서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따라 말을 달리다가 갑자기 안개가 가득한 곳에 혼자 들어서도 너무 놀라지 말도록. 그곳은 저승이고 곧 저승의 뱃사공이 제군을 새로운 부대로 안내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뭐, 오늘은 사람이 넘쳐서 좀 기다려야 될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겸하여 본관은 미숙한 보병들 몫까지 해내야 하는 제군들에게 매우 미안해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오늘 전투가 끝나고 진지로 돌아온 연대원 들에게는 축배를 들 포도주 한 병씩을 특별배급 해줄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늘 적의 진지를 차지하고 그곳에서 매우 많은 포도주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진에 들어가서 아무 천막이나 수레에 불을 지르지 말도록. 자칫 하면 제군 몫의 술을 없애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제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그보다 큰 함성도 나왔다.
연설을 마친 나는 말을 돌려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우리 연대는 천천히 적의 좌익을 향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대포의 사거리 밖이었다. 대포의 사거리 안에 들어서면 그때부터는 용기병이든 경기병이든 간에 미친 듯이 말을 달려야 한다. 1초라도 빨리 적진에 돌입해야 나도 살고 부대도 살고 아군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작은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던 적의 보병과 대포가 조금씩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 계속
이 글 속의 세계는 거의 나폴레옹 시대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겁니다. 다만 소총에 강선은 파져 있습니다.^^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