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잖나? 나도 거기 소속이니까. 아가씨처럼."

오필리어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남자의 대답은 그녀의 머릿속을 텅 비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순간, 오필리어는 자신의 몸이 갑자기 확 앞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마치 고속으로 달리던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았을때 처럼.

"무, 무슨일...!?"
"왔군."
"그게 무슨 소리죠?"
"아가씨, 혹시 이름이 코우이치 오필리어 아닌가?"

두번째의 충격이었다. 당신이라면 분명히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그녀는 다시한번 머리가 멍 해졌다. 내가 그렇게 유명인이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매스컴 같은데 이름이나 사진이 팔릴 짓을 한 적은 없다. 분명히.

"어, 어떻게 제 이름을...?"
"어떻게라니... 자기 부하 이름을 알아두는 정도는 지휘관으로서의 기본자세라고."
"에에에!?"

오늘따라 그녀는 너무 자주 놀라게 되는 듯 하다.


"제, 젠장! 저건 도대체 뭐야!?"

유지아 발 낭시그로행 셔틀 PSL-627편의 기장 로버트는 돌연 셔틀의 진로상으로 뛰어든 거대한 전함때문에 급히 역분사를 실시해서 셔틀을 감속시키며 기수를 틀어 전함에게서 비켜났다. 항법레이더에 노이즈가 좀 많이 낀다 싶었는데 저런 물건이 ECM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무려 전장 985m의 거대 전함이었다. 그 크기에 기장은 물론이고 부기장마저도 얼이 빠졌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아, 여기는 왕립우주군 제 13함대 소속 순양전함 '퀸 켈레드리안'. PSL-627편, 들립니까?]
"와, 왕립우주군이라고!? 어째서 이런곳에!?"
[음... 뭐랄까... 귀셔틀에 본함의 승무원 두명이 탑승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미안하지만 본함의 도킹베이에 잠시 착함해주지 않겠습니까?]

화상통신으로 모습을 드러낸 우주용 노멀슈트 차림의 남자의 가슴에는 왕립우주군 중령 계급장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저런 거함을 지휘하는데는 격이 맞지 않은 계급이다. 아마도 부함장급?

"아무리 왕립우주군이라도 이런 무례한 처사는 뭔가! 유지아로 돌아가면 강력히 항의하겠다!"
[항의를 하건 말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착함 할겁니까, 말겁니까? 거부한다면 강제적인 수단의 동원도 불사할 수 있는데 말이지요.]

상대방의 말에 기장과 부기장은 등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저런 거함이라면 주포가 아니라 가동포군의 극히 일부만으로도 자신들의 셔틀은 파편은 커녕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것이다. 거기다 저런 뻔뻔스런 말을 지껄이는 지휘관 놈이라니! 싫다고하면 분명히 해병대라도 투입하겠지! 그들에게 있어서 선택의 폭은 지극히 좁았다.

"귀함의 요청에 따르겠다."
[아아, 고압습니다. 곧 랜딩 비컨을 사출할테니 그대로 따르시면 됩니다. 그리고, 항의를 하실때에는 '왕립우주군 인사처'가 그 대상임을 명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사태는 다 그쪽 책임이니까.]
"......"

랜딩비컨은 전함의 좌현쪽에서 사출되어 줄지어서 깜빡이며 셔틀을 맞이하고 있었다. 기장은 셔틀을 조종해 비컨이 있는 쪽으로 셔틀을 조종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기장과 부기장은 전체적인 전함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전함은 약간 납작하고 길다란 방패의 형태였는데, 우현측 3분지 2지점 정도에 함교로 짐작되는 구조물이 상갑판에 비죽이 솟아 있는 - 솟아 잇다고 표현해 봐야 약간 티가 나는 정도 - 것을 제외하면 무장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위에서 내려다 본 함은 함수부분이 가장 좁고, - 그래도 폭이 50m는 넘어 보인다. - 뒤로 갈수록 점점 넓어져 약 4분지 3지점을 분수령으로 다시 좁아지면서 함미로 끝을 맺고 있었다.

"비컨의 유도신호를 확인했습니다."
"휴... 알았네."

두 조종사의 눈에 보인 도킹베이는 전함이 아니라 우주항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넓직했다. 물론 실제의 우주항모는 이보다 훨씬 큰 도킹베이를 가지고 있지만, 본적이 없는 그들이니 아는게 이상할 터이다.


셔틀에 타고 있던 모든 이들의 얼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야의 대부분이 한척의 우주선이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방법은 없었다. 일반 민간인은 물론이고, 군인인 오필리어 조차도 난생 처음 보는 순양전함의 거대함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코우이치 오필리어 소위, 내릴 준비를 하도록 해."
"네, 네?"
"바로 이 함이 귀관의 임지니까, 짐 챙겨서 내릴 준비 하라고."
"......?"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물어볼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순양전함이 임지라고? 이 거대한 녀석이 자신의 근무지란 말인가? 아까부터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오늘은 도대체 어디까지 더 놀라게 되는걸까. 아마도 평생동안 놀랄 일을 오늘 하루 동안 다 격는 모양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찰나에 셔틀이 도킹베이에 얌전히 내려 앉았다. 아주 가벼운 느낌만이 전해지는 터라 신경 쓰지 않으면 아예 모를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곧이어 셔틀의 해치가 열리며 완전무장한 해병 두명이 들어왔다.

"자, 내리자."
"아, 예."

남자가 좌석에서 일어섰고, 그를 발견한 두명의 해병이 동시에 그를 향해 경례를 올렸다. 남자는 가볍게 경례를 받았고, 주변에 있던 모든 승객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그러자 남자는 창밖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내 배요."

그의 말에 모든 승객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 틈을 타 남자는 오필리어의 손을 잡아끌고 두명의 해병을 지나쳐 셔틀의 해치 밖으로 나왔다.

"잘 돌아오셨습니다."
"아아."

해치 밖에는 열명이 넘는 장교들이 도열해 있었고, 그중 최선임으로 보이는 중령 계급의 남자가 남자에게 경례를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남자는 그 경례를 받아주며 짧게 대답했다.
중령에게 말이 짧다. 그리고 중령이 존댓말을 한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해답은 순식간에 나왔다. 오필리어와 함께 한참 수다를 떨며 우주여행을 해온 남자가, 실은 이 거대한 우주전함의 함장이라는 답이.
음... 특히 SF에 매진하지는 않지만 어쩌다보니 건담에 미치게되었습니다. 그외의 SF물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자하고 요즘 쓰고자하는 소설이 약간 근미래적인 설정과 판타지를 믹스한거라서 말이죠. 앞으로 잘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