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재 게시판
SF, 판타지, 무협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 소설이나 개인의 세계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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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008
"저기요. 절대 제가 폭력사건의 주역이 된게 아니예요. 저기요. 전 피해자였어요. 피해자. 가해자, 피해자 할때 그 피해자 말이예요. 저기요. 범죄자가 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구요. 경찰서에 끌려간 것도 아니예요. 그냥 맞아서 쓰러진 것 뿐이란 말이예요! 아니 일부러 범죄 현장에 간 것도 아니고, 그 녀석들이 갑자기 저에게 원한을 품고. 아니 원한 살만한 일을 일부러 한것도 아니라니까 왜 그래요! 전 아무 잘못도 없어요! 예. 그리고 오늘 늦은 것은 그러니까… 에…. 진통제를 먹은것 때문에. 네. 진통제를 먹은것 때문에 늦잠을 잔 거예요. 아니. 드러누울 정도의 상처는 아니니까 내일이면 나갈수 있어요. 그럼 병결 1일로 처리해주신다구요? 예…. 감사합니다……. 하아……."
띠-
일레인은 상사에게 걸어두었던 헤드폰 회선을 끊었다.
"겨우 수습했다아~"
병결 1일 정도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음 승진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지만 "넌 해고야!"까지는 안갈 것이다. 긴장이 풀린 일레인은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어쨋건 이로서 오늘 하루는 뒹굴뒹굴, 뭐 벌써 반나절 이상 지났지만 이왕 쉬게 된거 확실히 쉬어야지.'
일레인은 단단히 결심하고는 시체놀이를 시작했다. 시체놀이란 온 몸의 힘을 빼고 가만히 누워서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는 것으로서 유사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전통있는 의식이었다. 시체놀이의 극에 달하면 유체이탈을 통하여 아스트랄 계를 넘나들수 있다고 하나 아직 그녀는 그런 경지에 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단지 휴식용으로 이용할 뿐이다.
"아가야. 이 쟈켓 네꺼니?"
"으응. 뭐가?"
그때 라비스가 왠 지저분한 쟈켓을 들고 와서 물었다.
"빨래를 하려는데 이런 옷은 본 적이 없어서…. 어제 온 네 친구들이 놓고 갔나?"
"아 그거."
그것은 일레인이 어제 우연히 가지고 온 오크 보스의 쟈켓이었다.
"필요없어. 그거버려."
"얘는 물건 함부로 버리면 못쓴다."
"그 옷을 입을 사람도 없잖아?
확실히 쟈켓은 남자용일 뿐더러 키가 작지만 튼튼한 몸을 지닌 오크의 체격에 맞추어져 있어서, 그들 모녀에게 어울리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듣고보니 그렇네. 자선 사업체에라도 기증해줄까?"
"맘대로 하셔."
다시 시체놀이를 계속하려던 일레인은 문득 그 쟈켓에 들어있던 디스크가 생각났다.
'달리 할 일도 없는 참이니 그거나 한번 조사해볼까?'
그녀는 디스크를 찾았다. 여전히 지저분하고 당최 쓸모가 있을까 의심되는 물건이었다. 컴퓨터의 디스크 드라이브가 더러워질까 염려한 그녀는 부드러운 헝겁을 찾아서 디스크의 표면을 닦아내었다. 먼지나 오물은 언제나 정밀기기의 적이었다.
"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의심하면서 한 일이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먼지를 닦아낸 디스크는 마치 새것처럼 흠집 하나 없이 매끈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나 지저분했는데 흠은 하나도 없다니. 뭔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쨋건 이 정도라면 그럭저럭 쓸만한 상태일지도 모르니 한번 억세스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디스크를 드라이브에 넣은뒤 컴퓨터에서 케이블을 빼내서 목덜미에 있는 데이터잭 링크에 연결했다. 좀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는 작업이니까 아예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 일레인은 VUI(Virtualreality User Interface) 타입의 OS(Operating system, 운영체계)를 작동시켰다. 눈 깜짝할 사이 동안의 어지럼증이 지나가고 그녀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 안에 위치하게 되었다.
VUI는 현재 최고로 발달한 형태의 OS로서 과거의 GUI가 그래픽, 더 이전의 TUI가 텍스트를 사용해서 사용자와 컴퓨터를 연결시켜 주었다면 이것은 가상현실공간으로 그 같은 역활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 이전에도 이와 같은 것의 개념은 있었지만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이버웨어의 존재가 필수였다. 이것을 쓰는 동안 사용자의 정신은 현실과 완전히 차단되어 컴퓨터가 보내주는 가상 신호로 이루어진 사이버스페이스에 있게 되며 육체는 정신을 잃은 것 같은 상태로 방치된다.
사이버스페이스의 분위기는 테마Theme라고 불리는 옵션으로 결정된다. 이것을 바꿔주기만 하면 취향대로 여러가지 분위기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 일레인의 지금 아바타(Avatar, 가상현실공간에서 사용자 자신의 형상)는 현실의 그녀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었다. 이 아바타는 그녀 자신이 시중에 유통되는 간단한 아바타 제작용 유틸리티를 써서 직접 디자인 한 것이다. 좀 다른 외형의 아바타도 쓸 수 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장난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현실의 자신과 비슷한 형태가 위화감이 적어서 가장 편안했다. 그리고 배경은 끝없이 넓은 초원의 광경, 배경 역시 자유롭게 바꿀수 있었다.
"디스크 억세스."
시스템은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거대한 디스크 모양의 개체가 눈앞에 출현했다.
'프로그램 종류는 아닌 것 같고, 무슨 데이터 베이스 같은데…. 어라? 데이터 타입이 이상하네.'
디스크에 담긴 데이터 베이스를 조회해보았지만 이상하게 뒤틀린 뭔지 알아볼수 없는 영상이 나타났다. 프로그램마다 데이터를 쓰는 방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으니까 완전히 다른 타입의 데이터를 강제로 읽으려 하면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니야. 읽을수 없는 데이터 타입이라면 애당초 읽지 못한다고 나올거 아냐? 이거 데이터가 깨져있나?'
혹은 데이터 자체가 잘못 기록되어 있더라도 발생할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오류는 프로그램에서 미리 잡아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깨진 데이터가 그대로 보이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일단 한번 복구시켜볼까.'
"유틸리티 목록 호출."
그러나 시스템은 그녀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틸리티 목록 호출!"
재차 명령을 내렸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몇번이나 더 반복해봤지만 역시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마치 시스템이 그대로 정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깐. 이거 혹시 바이러스나 해킹 아냐?!'
컴퓨터가 처음 만들어진 직후부터 제작된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현대에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작게는 단순한 자기 복제로 시스템을 느리게 하는 것에서 부터, 데이터를 파괴하거나 왜곡시키는 것,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해킹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테크노맨서Technomancer,첨단 공학의 마술사등으로 불릴 정도의 거물급 해커들은 초거대 다국적 기업의 정보까지도 주무르고 다니며 그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조잡한 실력을 가진 조무라기 해커들도 엄청나게 번창해있다. 그들에 대비한 보안 기술도 나날이 발달해가고 있지만 어쨋거나 인간들끼리의 지혜가 대결하는 이상 뚫리는 부분은 있게 마련이다. 당연히 일레인도 컴퓨터에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두었지만 그녀는 보안 프로그램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언제라도 뚫릴수 있는 것이 보안 프로그램이다.
"셧 다운!"
그래서 아예 시스템 강제 종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조차 통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하게 되어있는 명령인데....
일레인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런 무리들 중에도 저질적인 놈들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라 VUI타입 OS의 장점을 악용하여 강제로 타인의 가상공간을 지배, 억지로 사이버 섹스(Cyber sex)를 하거나 저질적인 심센스(가상감각, Simsenses)를 강제로 겪게하는 짓꺼리를 하는 자들도 있었다. 어느 쪽이건 당하는 쪽에서는 끔찍한 경험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는 완전히 무력했다.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일이나 여가에 필요한 기능을 제외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쓸줄 모르기 때문이다.
깨진 데이터를 의미하는 일그러진 영상은 점점 주위로 퍼져나가 마침내 일레인은 방향조차 구분할수 없는 뒤틀린 공간 속에 갇히게 되었다. 시각에 보이는 것은 혼돈처럼 요동치는 색체의 회오리들뿐이었다. 후각에서는 뭔지 모를 강열한 악취가 느껴졌다. 그것은 그녀가 어디에서도 맡아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각에서 들리는 것은 지치고 슬픈 흐느낌들. 깊고 공허하고 고통스러운 울부짖음들. 촉각에서는 차갑고 눅눅한 기분 나쁜 느낌들이 느껴졌다.
'이건 가상현실일 뿐이야!'
그녀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그것은 공허한 외침일뿐 약간의 안도감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무의식의 심연속에 가라앉아 있던 공포가 이성의 석판을 들어올리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야이 은나하>
그 때 실체가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요그 소도스>
그것은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 처럼 장중하고 깊고 공허한 소리였다.
<히이-를겝>
낯설고 기이한 그 소리는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규칙적인 운율에 따라 흘러나왔다.
<파이스로덕>
싸늘한 냉기가 퍼져나왔다. 섬뜩하게 차가운 그것은 실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우아아하!>
돌연 주위의 공간이 뒤틀려서 왜곡되듯이 녹아내렸다. 일레인은 직감적으로 단정했다. 이것은 바이러스도 아니다. 해킹도 아니다. 아니,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가상공간일리도 없다. 이것은 인간의 영역 밖에 있는 것. 그렇지 않다면 설명할수 없었다. 맙소사! 혼돈 너머에 나타나는 저 존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계속
ps)재미가 없더라도 리플좀...(구걸 구걸)
띠-
일레인은 상사에게 걸어두었던 헤드폰 회선을 끊었다.
"겨우 수습했다아~"
병결 1일 정도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음 승진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지만 "넌 해고야!"까지는 안갈 것이다. 긴장이 풀린 일레인은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어쨋건 이로서 오늘 하루는 뒹굴뒹굴, 뭐 벌써 반나절 이상 지났지만 이왕 쉬게 된거 확실히 쉬어야지.'
일레인은 단단히 결심하고는 시체놀이를 시작했다. 시체놀이란 온 몸의 힘을 빼고 가만히 누워서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는 것으로서 유사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전통있는 의식이었다. 시체놀이의 극에 달하면 유체이탈을 통하여 아스트랄 계를 넘나들수 있다고 하나 아직 그녀는 그런 경지에 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단지 휴식용으로 이용할 뿐이다.
"아가야. 이 쟈켓 네꺼니?"
"으응. 뭐가?"
그때 라비스가 왠 지저분한 쟈켓을 들고 와서 물었다.
"빨래를 하려는데 이런 옷은 본 적이 없어서…. 어제 온 네 친구들이 놓고 갔나?"
"아 그거."
그것은 일레인이 어제 우연히 가지고 온 오크 보스의 쟈켓이었다.
"필요없어. 그거버려."
"얘는 물건 함부로 버리면 못쓴다."
"그 옷을 입을 사람도 없잖아?
확실히 쟈켓은 남자용일 뿐더러 키가 작지만 튼튼한 몸을 지닌 오크의 체격에 맞추어져 있어서, 그들 모녀에게 어울리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듣고보니 그렇네. 자선 사업체에라도 기증해줄까?"
"맘대로 하셔."
다시 시체놀이를 계속하려던 일레인은 문득 그 쟈켓에 들어있던 디스크가 생각났다.
'달리 할 일도 없는 참이니 그거나 한번 조사해볼까?'
그녀는 디스크를 찾았다. 여전히 지저분하고 당최 쓸모가 있을까 의심되는 물건이었다. 컴퓨터의 디스크 드라이브가 더러워질까 염려한 그녀는 부드러운 헝겁을 찾아서 디스크의 표면을 닦아내었다. 먼지나 오물은 언제나 정밀기기의 적이었다.
"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의심하면서 한 일이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먼지를 닦아낸 디스크는 마치 새것처럼 흠집 하나 없이 매끈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나 지저분했는데 흠은 하나도 없다니. 뭔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쨋건 이 정도라면 그럭저럭 쓸만한 상태일지도 모르니 한번 억세스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디스크를 드라이브에 넣은뒤 컴퓨터에서 케이블을 빼내서 목덜미에 있는 데이터잭 링크에 연결했다. 좀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는 작업이니까 아예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 일레인은 VUI(Virtualreality User Interface) 타입의 OS(Operating system, 운영체계)를 작동시켰다. 눈 깜짝할 사이 동안의 어지럼증이 지나가고 그녀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 안에 위치하게 되었다.
VUI는 현재 최고로 발달한 형태의 OS로서 과거의 GUI가 그래픽, 더 이전의 TUI가 텍스트를 사용해서 사용자와 컴퓨터를 연결시켜 주었다면 이것은 가상현실공간으로 그 같은 역활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 이전에도 이와 같은 것의 개념은 있었지만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이버웨어의 존재가 필수였다. 이것을 쓰는 동안 사용자의 정신은 현실과 완전히 차단되어 컴퓨터가 보내주는 가상 신호로 이루어진 사이버스페이스에 있게 되며 육체는 정신을 잃은 것 같은 상태로 방치된다.
사이버스페이스의 분위기는 테마Theme라고 불리는 옵션으로 결정된다. 이것을 바꿔주기만 하면 취향대로 여러가지 분위기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 일레인의 지금 아바타(Avatar, 가상현실공간에서 사용자 자신의 형상)는 현실의 그녀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었다. 이 아바타는 그녀 자신이 시중에 유통되는 간단한 아바타 제작용 유틸리티를 써서 직접 디자인 한 것이다. 좀 다른 외형의 아바타도 쓸 수 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장난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현실의 자신과 비슷한 형태가 위화감이 적어서 가장 편안했다. 그리고 배경은 끝없이 넓은 초원의 광경, 배경 역시 자유롭게 바꿀수 있었다.
"디스크 억세스."
시스템은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거대한 디스크 모양의 개체가 눈앞에 출현했다.
'프로그램 종류는 아닌 것 같고, 무슨 데이터 베이스 같은데…. 어라? 데이터 타입이 이상하네.'
디스크에 담긴 데이터 베이스를 조회해보았지만 이상하게 뒤틀린 뭔지 알아볼수 없는 영상이 나타났다. 프로그램마다 데이터를 쓰는 방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으니까 완전히 다른 타입의 데이터를 강제로 읽으려 하면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니야. 읽을수 없는 데이터 타입이라면 애당초 읽지 못한다고 나올거 아냐? 이거 데이터가 깨져있나?'
혹은 데이터 자체가 잘못 기록되어 있더라도 발생할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오류는 프로그램에서 미리 잡아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깨진 데이터가 그대로 보이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일단 한번 복구시켜볼까.'
"유틸리티 목록 호출."
그러나 시스템은 그녀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틸리티 목록 호출!"
재차 명령을 내렸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몇번이나 더 반복해봤지만 역시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마치 시스템이 그대로 정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깐. 이거 혹시 바이러스나 해킹 아냐?!'
컴퓨터가 처음 만들어진 직후부터 제작된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현대에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작게는 단순한 자기 복제로 시스템을 느리게 하는 것에서 부터, 데이터를 파괴하거나 왜곡시키는 것,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해킹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테크노맨서Technomancer,첨단 공학의 마술사등으로 불릴 정도의 거물급 해커들은 초거대 다국적 기업의 정보까지도 주무르고 다니며 그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조잡한 실력을 가진 조무라기 해커들도 엄청나게 번창해있다. 그들에 대비한 보안 기술도 나날이 발달해가고 있지만 어쨋거나 인간들끼리의 지혜가 대결하는 이상 뚫리는 부분은 있게 마련이다. 당연히 일레인도 컴퓨터에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두었지만 그녀는 보안 프로그램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언제라도 뚫릴수 있는 것이 보안 프로그램이다.
"셧 다운!"
그래서 아예 시스템 강제 종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조차 통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하게 되어있는 명령인데....
일레인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런 무리들 중에도 저질적인 놈들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라 VUI타입 OS의 장점을 악용하여 강제로 타인의 가상공간을 지배, 억지로 사이버 섹스(Cyber sex)를 하거나 저질적인 심센스(가상감각, Simsenses)를 강제로 겪게하는 짓꺼리를 하는 자들도 있었다. 어느 쪽이건 당하는 쪽에서는 끔찍한 경험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는 완전히 무력했다.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일이나 여가에 필요한 기능을 제외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쓸줄 모르기 때문이다.
깨진 데이터를 의미하는 일그러진 영상은 점점 주위로 퍼져나가 마침내 일레인은 방향조차 구분할수 없는 뒤틀린 공간 속에 갇히게 되었다. 시각에 보이는 것은 혼돈처럼 요동치는 색체의 회오리들뿐이었다. 후각에서는 뭔지 모를 강열한 악취가 느껴졌다. 그것은 그녀가 어디에서도 맡아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각에서 들리는 것은 지치고 슬픈 흐느낌들. 깊고 공허하고 고통스러운 울부짖음들. 촉각에서는 차갑고 눅눅한 기분 나쁜 느낌들이 느껴졌다.
'이건 가상현실일 뿐이야!'
그녀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그것은 공허한 외침일뿐 약간의 안도감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무의식의 심연속에 가라앉아 있던 공포가 이성의 석판을 들어올리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야이 은나하>
그 때 실체가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요그 소도스>
그것은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 처럼 장중하고 깊고 공허한 소리였다.
<히이-를겝>
낯설고 기이한 그 소리는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규칙적인 운율에 따라 흘러나왔다.
<파이스로덕>
싸늘한 냉기가 퍼져나왔다. 섬뜩하게 차가운 그것은 실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우아아하!>
돌연 주위의 공간이 뒤틀려서 왜곡되듯이 녹아내렸다. 일레인은 직감적으로 단정했다. 이것은 바이러스도 아니다. 해킹도 아니다. 아니,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가상공간일리도 없다. 이것은 인간의 영역 밖에 있는 것. 그렇지 않다면 설명할수 없었다. 맙소사! 혼돈 너머에 나타나는 저 존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계속
ps)재미가 없더라도 리플좀...(구걸 구걸)
Igne Natura Renovatur Integra
(그나저나 일레인양이 두부와 김치를 왜 싫어하는지 -_-;; 육식주의자이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