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드맨이 정말 이런놈들일까요?

물이 흐른다...
붉은 물이 사방에 맺혀있다. 갈잎에도, 새 잎사귀들 위에도, 바스라진 삭정이가지 위에도 맺힌...
(그것은 내 눈물이며 그들의 눈물이다.)

시리다.. 그리고 쓰리다...
찔 린 부위가, 창을 빼낸 허벅다리에는 이젠 감각도 무디어져 간다. 달아난다는 것은 이제 무리인 듯 싶다...

나는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다...

나는 지금 쫓기고 있다.
가죽발에 빛나는 비늘과 하얀 거죽을 한 괴물들에게 쫓기고 있다. 괴물들은 나를 무서워하면서도 나를 쫓고 있다. 허벅다리의 상처도, 괴물들이 이상한 막대기로 찔러서 난 상처이다. (그것이 ‘찌른다’라는 것을 안 것은, 괴물들이 찌르기 전에 ‘다리를 찔러!’라고 소리치며 그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막대기는 비늘을 뚫고 깊이 박혔다.
아파서 소리지르는 나를 그들은 굉장히 두려워했다. 얼굴이 거죽처럼 하얗게 변해버릴 정도로... 그들이 놀라 자빠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막대기를 다리에서 빼내고 도망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도, 그들은 내가 어떻게하면 힘들어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나를 두려워하면서도 나를 잡으려고 든다.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더 무서운 괴물들이다.

지금도 나를 쫓고 있다. 나는 그것이 더 두렵고 무섭다.
삭정이가지가 신음하며 부러지고, 갈잎이 절규하며 바스라졌다. 비명소리와 함께 숲이 떨고 새는 날아가버렸다.
공포로 얼룩진 숲에 남은 것은 나와 죽은 숲, 그리고 이상한 괴물들.

나는 아무에게도 도움받지 못하고 이대로 괴물들에게 잡히는 것일까?

살고 싶다...
잡히면 왠지 괴물들은 나를 죽일 것 같다.
내가 잡아먹었던 딱정벌레와 긴 벌레들이 내 손과 혀 위에서 아둥바둥거렸던 그대로 괴물들이 나를 그렇게 잡아먹거나 죽이는 것은 아닐까?

“멀리는 가지 못했다! 바위 틈이나 나무덤불을 잘 찾아라! 놈은 분명 우리를 겁내고 있다!”

괴물들이다! 가까이까지 왔다.
꼬리를 떨어뜨렸는데도, 이 괴물들은 꼬리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인가?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와 갈잎 바스러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제 곧 여기로 올 것이다.

더욱 더... 상처가... 시리고, 쓰리고, 아프고, 춥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
다리 하나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제 여기 쭈그린 자세로 괴물들에게 잡히어 죽어가겠지...

“이놈만 잡으면 돌아간다! 놈이 멀지 않다!”
충분히 가까이 왔다. 발자국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남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차라리 몸이라도 편히 하고 죽어버릴까?
이젠 눈뜨는 것도, 몸을 움직이는 것도 많이 어렵다. 너무 춥다...

몸이 점점 기울어진다...
눈은 이제 뜰 수가 없다...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는 것은 같은데...
난 잡힌것일까?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분명, 그 리자드맨은 우리를 무서워했고 두려워서 달아났다. 사냥창에 찔렸기 때문에 많은 피를 쏟아서 결코 달아날 수는 없었다. 분명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이었다!

그런 사냥감이, 그런 짐승이 사라져버렸다.

숲 전체에 피를 잔뜩 뿌려놓고, 꼬리를 잘라내어 사냥꾼마저 감쪽같이 속인 영리한 사냥감이었다. 사냥감만 아니었다면, 분명 상당한 수완가였다고 나는 이야기했을 터이지만 사냥감은 분명한 사냥감이다...

그런 건 둘째로 치자. 중요한 것은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이니까.

피가 이 주변에 흥건히 떨어졌다. 발을 질질 끌었는지, 꼬리가 잘려나갔음에도 질질 끌린 자국이 남아있다. 분명 이 근처에서 사라진 것 같은데.. 대체 어디에 숨은 것일까...

“흔적을 찾았습니다!”
“흔적을 찾아서 뭐해! 얼른 찾아서 잡아!”
속이 탄다. 잡아서 이 지긋지긋한 사냥을 끝내야지 무슨 흔적을 찾고 난리야!

“아무래도 직접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 뭐길래? 사냥감보다 더 중요한 흔적이라도 되는거야, 뭐야?!
사냥꾼답지 않게 화를 내고 있다. 대체 왜 이럴까? 아마도 그 악랄한 리자드맨의 박제를 떠 오라는 얼빠진 영주님의 요구 때문이었을까? 내 영주이니 따를 수밖에는 없다손 치더라도 이건 정말 얼빠진 일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대체 그 리자드맨 잡아다가 뭐에 쓸 건데? 그것도 이렇게 갑옷이 거치적거리고 시끄러워서 짐승들 다 도망치게 만드는 얼뜨기 사냥꾼들을 데리고?

에잉... 생각을 말자, 생각을 말아!

괜히 부른 것은 아닌 듯 싶다. 사방에, 특히 흙이 피로 붉게 변해있다. 오랫동안 이곳에 숨어서 우리가 찾지 못하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여기는 놈의 은신처였다. 문제는 바로 옆에 있는 구덩이...
멧돼지 따위가 팔 수 있는 그런 구덩이가 아니었다. 뭐라고 딱히 표현하기가 힘든 그런 ‘구멍’이라고 해야 정확할 듯 싶다. 잡덤불과 갈잎, 삭정이가 수북히 쌓인 것으로 미루어서는 오래전에 파두었던 구덩이던지 아니면 불가사의한 자연적 구멍이라고밖에는...
적어도, 내가 아는 범주에서는 리자드맨은 굴을 파는 짐승이 아니다.

지질나게도 운이 없는 듯 싶다. 놈은 여기에 빠졌다. 분명히...
피는 구덩이쪽으로 묻어있다. 숨어있다가 발을 헛디뎌서 빠졌든, 제가 알고서 굴렀든 결론은 빠졌다는 것이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꽤 깊은 것으로 보아서는... 떨어지면서 적어도 토막이라도 났으리라...

“쳇.. 실패다...”
영주님께 보고할 건덕지도 없고... 대체 이젠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
일단은, 몰이꾼 역할이라도 제대로 한 녀석들을 쉬게 하는 것이 우선일 듯 싶다...

“이봐,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옙! 애쉬튼 험프리셔입니다!”
“눈썰미 하나는 좋군. 혹시, 사냥을 배운 적이 있나?”
“예, 그렇습니다!”

사냥을 배운 군인놈 둬서 무엇하리, 캐묻고 질책이라도 하게?
관두자, 관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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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가하자면, 0점자리 농땡이입니다만... 이거라도 올려두지 않으면 정말 안 써버릴 것 같아서 그냥 올려버렸습니다 ( '');;;
태클과 평가, 대환영입니다. 이제 0점자리를 1점씩 올리는 노가다의 시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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