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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행성에서 사는 법 배우기

 

 

 

 

 

타오는 이곳에서 인기가 좋은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의 각종 질문에 그녀는 특유의 자연스럽고 환한 미소로 자세히 대답했다그러나 잠시 후 그들 중 몇몇은 자신들의 업무로 되돌아가야 했다우리도 떠날 때가 됐다는 신호였다나는 마스크를 다시 썼고다정한 작별 인사말이 오가는 가운데 우리는 그곳을 떠났다.

 

타오와 나는 플랫폼(일종의 쟁반형 비행체)에 다시 올라타고는 멀리 보이는 숲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플랫폼은 지상 5~6m 높이에서 시속70~80km 정도로 비행했다공기는 따뜻하고 냄새가 좋았다다시 행복감을 느꼈다지구에서는 경험한 적이 없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숲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나무들의 거대한 크기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하늘로 솟은 높이가 200m 정도는 되는 듯했다.

 

가장 높은 나무는240m에요미셸.” 내가 물을 필요도 없이 타오가 설명했다. “그리고 밑동의 지름은20~30m에요나무들 중 일부는 이곳 나이로 8,000년 정도 되죠이곳에서 1년은 333하루는 26카르세에요또 1카르세는 55로르세, 1로르세는 70카시오에요. 1카시오는 지구의 시간 단위로 ’ 와 비슷해요(,도량형 환산은 독자들께서 해보시기를……. ). 당신의 아파트’ 로 가겠어요아니면 먼저 숲을 구경할까요?”

 

숲을 먼저 구경합시다타오.”

 

플랫폼이 속도를 크게 줄였다우리는 나무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면,, 혹은 멈춘 상태에서 나무들을 더 가까이 관찰할 수 있었다플랫폼은 지면에 닿을 듯한 높이에서부터 10m 정도의 높이 사이에서 움직였다.

 

타오는 그 나는 플랫폼을 놀랄 정도로 정확하고 능숙하게 조종했다타오가 그것을 조종하는 방식을 보면나는 양탄자가 연상됐다마치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아름다운 숲 바닥을 누비는 신비한 관광 여행을 하는 듯했다.

 

 

 

 

 

 

 

 

 

 

 

 

타오는 그 나는 플랫폼을 놀랄 정도로 정확하고 능숙하게 조종했다.

타오가 그것을 조종하는 방식을 보면 나는 앙탄자’ 가 연상됐다.

 

 

 

 

타오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마스크를 벗겨줬다풀숲이 부드러운 황금색으로 빛났지만 나는 그 빛을 견딜만했다.

 

빛과 색깔에 익숙해지기에 좋은 기회에요미셸저것 보세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높은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세 마리의 나비가 보였다날개의 색상이 생생하고 크기가 엄청났다.

 

양쪽 날개 길이가 1m는 됨직한 그 인시류(鱗翅類나비나방 무리)는 숲의 꼭대기 부근에서 날아다니다가 우리 쪽으로 다가 왔다날개는 파랑녹색주황색이 섞여 있었다마치 어제 일처럼 그 때 광경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나비들은 가장자리가 묘하게 생긴 날개를 퍼덕이며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가슴이 뭉클하게 감동적인 순간이었다한 마리가 몇떨어진 나뭇잎에 내려앉았다.

 

덕분에 녀석의 생김새를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몸에는 은색과 금색의 동그라미 무늬가 있고더듬이는 비취색이었다주둥이는 황금색이고날개 윗면은 녹색이었는데 밝은 파란색 줄무늬와 어두운 주황색 다이아몬드 모양이 엇갈려 있었다날개 아랫면은 진한 파랑색이지만 빛이 났다마치 위쪽으로부터 영사기 불빛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듯했다.

 

그 거대한 곤충은 잎사귀에 앉아 있는 동안 부드러운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나로서는 몹시 놀라운 현상이었다지구에서 인시류가 소리를 내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물론 우리는 지구가 아니라 티아우바에 있었다그것은 앞으로 내가 겪게 될 많은 경이로운 현상의 시작에 불과했다.

 

숲 바닥에선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하나하나가 모두 낯선 식물들이었다식물이 바닥을 완전히 뒤덮었지만그 중에 관목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거대한 나무들에 가려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때문인 듯했다.

 

지면을 덮는 이끼류부터 큰 장미나무까지 숲 바닥 식물들의 크기는 다양했다어떤 식물은 잎사귀의 두께가 사람의 손바닥 길이만큼 두꺼웠다잎의 생김새도 심장이나 동그라미 모양이었고어떤 잎은 아주 길고 얇았다색상도 녹색보다는 파랑색에 가까웠다.

 

갖가지 형상과 색깔(때론 순수한 검은색)의 꽃들이 서로 뒤엉켜있었다지상7m 높이에서 보이는 그 광경은 너무도 찬란했다.

 

플랫폼이 가장 높은 나뭇가지 수준으로 상승했다타오의 지시에 따라 나는 마스크를 다시 착용했다우리는 숲의 위쪽으로 올라가 거목들의 바로위에서 천천히 비행했다.

 

숲 위의 상공에서는 빛의 세기가 다시 강렬해졌다마치 순수한 크리스털 모양의 풍경 속을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경이로운 새들이 높은 나무의 꼭대기에 앉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우리를 지켜봤다새들의 색깔은 다양하고 풍부했다마스크 때문에 색채 효과가 약간 감소되긴 했지만 녀석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환상적인 축제였다마코앵무새의 종류도 다양했다깃털의 색깔은 파랑· 노랑· 분홍· 빨강이었다벌새 떼의 한가운데에서는 극락조가 날개를 펼친 채 거들먹거리며 걸어 다녔다.

 

벌새들은 눈부신 붉은색 바탕에 황금색 점들이 있었다극락조의 꼬리 깃털은 빨강· 분홍· 주황색이었는데길이가 2.5m 정도였고, 양쪽 날개 길이도 2m에 가까웠다이 보석’ 같은 새들이 날아오를 때면 날개 밑면의 부드러운 분홍색이 드러났고 날개 끝은 선명한 파란색이었다예상치도 못한 색상이었다특히 날개 윗면의 주황색이 그랬다머리 깃털은 매우 컸는데 각각 노랑· 녹색· 주황· 검정· 파랑· 빨강· 흰색· 담황색 등이었다.

 

티아우바에서 목격한 색깔들을 정확히 묘사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표현력의 빈곤을 느끼며 어휘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그곳에서는 빛깔이 사물의 내부에서 발산돼 나온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그곳의 색깔은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많았다지구에서는 빨강의 색조가 15 종류 정도만 알려져 있지만 그곳에서는 100종류가 넘는 듯했다.

 

내 관심을 끈 것은 색깔뿐만이 아니었다숲 위를 비행하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 어떤 소리가 들렸다타오에게 설명을 듣고 싶은 부분이었다매우 부드럽고 가벼운 배경음악 같았다먼 곳에서 동일한 멜로디를 끊임없이 연주하는 플루트 소리와 비슷했다.

 

우리가 이동할 때는 음악소리가 변하는 듯 하다가 이내 원래 음조로 돌아왔다.

 

저 소리는 음악 소리인가요?”

 

수천 종류의 곤충들에게서 나오는 진동이에요햇빛이 특정 식물에 비칠 때 반사돼 나오는 색깔의 진동과 결합되면 그런 음악 소리가 나와요우리 티아우바인들에게는 의식적으로 신경 쓸 때에만 들립니다우리의 일상생활과 환경 속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못 느끼죠어떻든 편안한 느낌을 주지 않나요?”

 

정말 그래요!”

 

전문가들에 의하면저런 진동이 사라질 경우 우리는 심각한 눈병에 시달린다고 해요진동이 눈보다는 귀에 감지되는 것 같은데 웬 눈병이냐고 할지도 몰라요하지만 전문가들 얘기니까 맞겠죠어쨌든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요전문가들 얘기가진동이 사라질 확률은 내일 태양이 스스로 소멸할 확률만큼이나 낮다고 하니까요.”

 

타오가 플랫폼을 돌렸다잠시 후 우리는 숲을 떠나 평야지대 상공을 날아갔다밑에서는 청록색 강이 평야를 가로질러 흘렀다.

 

우리는 지상3m 높이까지 하강해 강물을 따라갔다이상하게 생긴 물고기의 움직임이 시야에 들어왔다물고기보다는 오리너구리에 가까운 동물이었다물은 수정처럼 맑았고아주 작은 조약돌마저 식별할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는 바다 쪽으로 가고 있었다황금빛 모래해변 가장자리에 높이 솟아있는 코코야자 나무들이 거대한 잎들을 손짓하듯 흔들어댔다해변 한쪽을 내려다보는 나지막한 바위 언덕들이 붉은색으로 빛나면서 파란 바다 색깔과 상쾌한 대비를 이루었다.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투명한 바닷물에서 헤엄을 쳤다모두 나체였다.

 

머리가 약간 멍해졌다끊임없이 겪는 새롭고 불가사의한 현상 때문만은 아니었다중력 변화에서 비롯된 지속적인 경량감 때문이기도 했다경량감을 느낄 때 지구가 생각났다벌써 낯선 이름이 된 지구이제는 지구의 모습을 그리기도 어려워졌다!

 

청각· 시각상의 진동은 나의 신경체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나는 대체로 신경질적인 사람이었는데지금은 지극히 느긋한 기분이 됐다마치 따뜻한 욕조로 뛰어들어 거품 위에 두둥실 뜬 상태에서 부드러운 음악을 듣는 기분이었다.

 

아니그 이상으로 느긋해졌다왈칵 울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는 해상 12m 높이로 드넓은 만()을 가로질러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수평선에서 몇 개의 점들이 보였다몇 개는 다른 것들보다 컸다섬들이었다티아우바에 착륙하기 전에 봤던 바로 그 섬들이었다.

 

가장 작은 섬을 향해 날아갔다아래 물속에서는 많은 물고기들이 우리를 따라왔다녀석들은 수면에 드리운 플랫폼의 그림자를 교차해 헤엄치면서 즐거워하는 듯했다.

 

상어들인가요?” 내가 물었다.

 

아뇨다지크에요돌고래와 사촌이죠지구의 돌고래들처럼 놀기를 좋아해요.”

 

보세요저길 봐요!” 내가 타오의 말을 가로막으며 소리 쳤다.

 

타오는 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웃기 시작했다한 무리의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는데놀랍게도 아무런 운송체도 타지 않은 듯했다.

 

그들은 해상 2m 높이에서 똑바로 선 자세로 매우 빠르게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곧 양측이 만났고우정의 몸짓들이 오갔다그 순간 내 몸속으로 행복감이 흘러드는 느낌이 몇 초간 지속됐다전에 라톨리가 내게 보냈던 느낌과 같은 것이었다그것은 그 나는 사람들’ 이 내게 보내는 환영의 신호였다.

 

어떻게 저를 수 있죠공중부양술인가요?”

 

아뇨저들은 허리에 타라를 차고손에는 리티올락’ 을 갖고 있어요. (타라는 날고 싶을 때 혁대처럼 허리에 차는 장치이고리티올락은 손으로 작동하는 보조 장치다). 그 장치는 이 행성의 냉()자기력(cold magnetic force)을 무력화하는 특정한 진동을 발생시켜 무중력 상태를 만듭니다.

 

그래서 심지어 수백만 톤의 무게도 깃털처럼 가벼워져요그런 후 초음파와 비슷한 진동을 이용해 지금처럼 원하는 장소로 정확히 이동할 수 있어요이 행성에서는 모든 사람이 멀리 가고 싶을 때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비행체를 타고 다니죠?” 내가 물었다그 비행 장치를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게다가 소음도 전혀 없지 않은가.

 

미셸너무 조급해 하는군요당신을 플랫폼에 태우고 온 이유는 당신이 아직 리티올락을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이에요숙달하지 않고 사용하다간 다칠 수도 있어요나중에 시간이 나면 사용법을 가르쳐 줄게요이제 거의 다 왔네요.”

 

우리는 어떤 섬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몇몇 사람이 일광욕을 하는 황금빛 해변이 보였다어느 틈엔가 플랫폼은 야자수 잎사귀 아래의 넓은 길을 따라 날아갔다길 양옆에는 향기로운 관목과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그 일대는 각종 곤충과 나비와새들이 내는 음향과 빛깔로 활기에 넘쳤다.

 

플랫폼은 지면 가까이를 느린 속도로 이동했다마지막 모퉁이를 지난 뒤 마침내 작은 나무와 덩굴식물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계란’ 앞에 도착했다이 행성의 모든 건물이 계란 모양을 하고 있는 듯했다계란형 건물의 대다수는 옆으로’ 누워있었지만일부는 앞서 말한 대로 뾰족한 부분이 하늘을 향한 모양으로 서 있었다. ‘껍질은 회색 계열이었고 창문과 출입구가 없었다.

 

 

 

 

 

 

 

 

 

저들은 허리에 타라를 차고손에는 리티올락을 갖고 있어요그 장치는 특정한 진동을 발생시켜 무중력 상태를 만듭니다그래서 심지어 수백만 톤의 무게도 깃털처럼 가벼워져요.”

 

 

이 계란형 건물은 옆으로 누운 형상에 절반은 땅속에 파묻혀 있었다길이는 30m, 직경은 20m쯤 됐다지금까지 봐왔던 것들에 비하면 상당히 작았다.

 

타오는 그 건물의 외벽 중앙에 있는 발광체 앞에 플랫폼을 세웠다플랫폼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가벼운 압력을 느꼈는데그 강도는 오리털 이불이 와 닿는 정도였다앞서 은하 우주기지의 외벽을 관통해 들어갔을 때에도 비슷한 압박감을 느꼈던 기억이 났다.

 

건물들에 출입구와 창문이 없는 것도 특이했지만내부의 풍경은 훨씬 더 이상했다앞서 말했듯이 전반적인 인상은 우리가 여전히 건물 밖에 있는 듯 하다는 것이었다.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빛깔들이 어디에서나 보였다푸른 잎짙은 자줏빛 하늘을 배경으로 뻗어있는 나뭇가지들나비각종 화초 등……건물의 지붕’ 한가운데에 내려앉은 새 한 마리가 생각난다우리는 건물 내부에서 그 새의 발바닥도 볼 수 있었다마치 그 새가 신기하게도 허공 속에 멈춘 채 앉아 있는 듯했다그 광경을 보는 놀라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외부와 대비되는 부분은 카펫 같은 게 깔려있는 내부 바닥이었다실내에는 안락해 보이는 화석들과 외다리 테이블들이 배열돼 있었다물론 그 모든 가구들은 거구’ 의 주민들에게 맞게끔 대형이었다.

 

타오,” 내가 말했다. “건물 벽이 투명한데 왜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나요우리가 외벽을 어떻게 뚫고 들어왔죠?”

 

미셸먼저 마스크부터 벗으세요당신이 견딜 수 있도록 내부조명을 조절할게요.”

 

타오는 바닥에 있는 한 물체에 다가가 손을 갖다 댔다나는 마스크를 벗었지만 빛의 세기를 견딜 만했다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의 느낌과 별 차이 없었다물론 주변이 반짝거리는 것은 여전했다.

 

미셸이 건물은 특수한 자기장 덕분에 존재합니다우리는 자연의 힘과 창조물들을 우리의 목적에 맞게 복제했어요무슨 뜻인지 설명할게요인간이든 동물이든혹은 광물이든 모든 존재는 주변에 어떤 에너지 장()을 갖고 있어요예컨대 인체는 계란 모양의 에테르장(etheric force field)과 오로라(Aura)에 둘러싸여 있어요그 점은 당신도 알고 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테르장은 약간의 전기와 상당량의 진동으로 구성돼 있어요그 진동을 아리아코스티나키’ 라고 부릅니다이 진동은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생합니다그리고 이 진동은 오로라의 진동과는 섞이지 않습니다우리는 거주지에 자연을 복제했어요건물의 기점(基点둘레에 광물질적인 전기-에테르 진동 영역을 만들어냈지요.” 타오는 방의 한가운데 두 개의 좌석 사이에 있는 타조 알 크기의 계란을 가리켰다. “미셸이 좌석을 밀어주실래요?”

 

그 말에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봤다좌석의 크기가 엄청난데다그녀가 내게 어떤 요청이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나는 부탁받은 대로 하려고 했지만 좌석이 너무 무거워 쉽지 않았다하지만 그럭저럭 좌석을50cm 정도 움직였다.

 

정말 잘했어요.” 타오가 말했다. “이번엔 저 계란을 내게 건네주세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그 일은 비교적 쉬울 것 같았다한손으로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란을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들어 올리려는 순간…… 나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그토록 무거우리라고는 예상치 못해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었다일어나서 다시 시도했다이번엔 온힘을 쏟았다……그러나 계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타오가 내 어깨를 만지면서 보세요.”라고 말했다타오는 내가 간신히 움직인 좌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리고는 한 손을 좌석 밑에 넣더니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그리고는 여전히 한 손으로 다시 내려놓았다별로 힘을 들이지 않은 듯했다다음엔 양손으로 계란을 잡고는 온힘을 다해 앞뒤로 밀거나 잡아당겼다너무 힘을 줘 목에 핏줄이 섰다그러나 계란은1mm의 10분의 1도 움직이지 않았다.

 

계란이 방바닥에 용접돼 있군요.”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미셸건물의 중심이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앞서 말한 기점이죠우리는 기점 둘레에 에너지 장을 만들었어요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바람과 비도 침투하지 못하죠태양광선의 경우엔 침투할 수 있도록 에너지장의 세기를 조절하죠지붕에 앉은 새들 역시 에너지장을 통과할 정도로 무겁지는 않아요하지만 좀 더 무거운 새가 앉는다면 가라앉기 시작할 거예요그럴 경우 새는 깜짝 놀라 즉각 날아 가 버리기 때문에 아무런 해도 입지 않죠.”

 

무척 교묘하군요.” 내가 말했다. “그런데 출입구의 발광체는 어떤 용도인가요우리가 선택하는 지점에서 외벽을 통과 할 수는 없나요?”

 

할 수는 있어요다만 외부에서는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므로아무데서나 들어갔다가는 내부의 가구에 부닥칠지도 모르죠그래서 안전한 입구를 표시하려고 외벽에 발광체를 부착했어요내부를 둘러보죠.”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화려한 장식의 칸막이 뒤에는 정말로 멋진 실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녹색 반암(斑岩)으로 만든 모형 수영장이 보였다근처에는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모양의 세면대가 있고그 위에는 반암 재질의 백조가 부리를 벌린 채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타오가 백조의 부리 아래로 손을 갖다 대자즉시 물이 나와 그녀의 손을 적시면서 세면대로 흘러내렸다손을 치우자 물도 멈췄다그녀는 내게도 해보라고 했다세면대는 실내 바닥에서 약 l .5m 높이에 설치돼 있었던 만큼 나는 팔을 높이 들어 올려야했다어떻든 손을 대자 다시 물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로 영리한 장치구먼!” 내가 말했다. “이 섬에는 식수도 있나요아니면 땅에 시추공을 뚫어야하나요?”

 

타오의 얼굴에 다시 즐거움의 미소가 번졌다내가 기발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 나타나는 아주 낯익은 표정이었다.

 

아니에요미셸우리는 지구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물을 조달해요돌로 만든 이 멋진 새 밑에 장치가 있어요외부의 공기를 끌어들여 식수로 변환시키는 장치에요.”

 

놀랍군요!”

 

우리는 단지 자연법칙을 활용할 뿐이죠.”

 

뜨거운 물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전기-진동력을 이용해요온수가 필요하면 이쪽에 발을 얹고끓는 물이 필요하면 발을 저쪽에 얹어요석조 새 옆구리의 전지들이 그 장치의 기능을 통제해요……하지만 이런 것들은 단지 물질적인 세부사항일 뿐이고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타오는 내 시선이 머무른 곳을 가리키며 여기 이곳은 휴게실이에요저쪽에서 마음껏 팔다리를 뻗을 수 있어요.”

 

그녀는 바닥에 놓여있는 두터운 매트를 가리켰다매트는 건물의 기저 부분에 좀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나는 그곳에 드러누웠다곧바로 내가 지면 부근에서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 들었다타오는 계속 말을 했지만 내게는 그녀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안개 같은 커튼 뒤로 사라졌다나는 솜이불 같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는 느낌이었다음악 같은 진동음도 들렸다그 모든 상황 이 지극히 편안한 느낌을 주는 효과를 자아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몇 초 후 타오의 목소리도 다시 들렸다. ‘안개’ 가 걷히고 완전히 사라지면서 목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미셸기분이 어땠어요?”

 

편안함의 극치였어요!” 내가 흥분조로 말했다. “그런데 아직 못 본 게 하나 있어요주방 말이에요프랑스인들에게 주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죠?”

 

이쪽으로 오세요타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또 다른 방향으로 몇 걸음 옮겼다. “여기 투명한 서랍이 보이나요그 안에 칸이 여러 개 있어요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생선· 조개· 계란· 치즈· 유제품· 야채· 과일이 들어있고여기 마지막 칸에 지구인들이 만나’ 라고 부르는 게 있어요. ‘만나는 우리들의 빵이에요.

 

나를 놀리는 건가요서랍 속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빨강· 녹색· 파랑· 갈색 등 온통 색깔들밖에 없는데…….”

 

당신이 보는 것은 생선과 야채 등 각종 음식의 농축물이에요뛰어난 요리사들이 다양한 비법으로 만든 최상품질의 음식들이죠맛을 보면 매우 영양가가 높고 우수한 식품임을 알거예요.”

 

그러고 나서 타오는 자기네 언어로 몇 마디 말을 중얼거렸다잠시 후 내 앞에 쟁반이 나타났고그 속에는 보기 좋게 배열된 몇몇 음식물이 담겨 있었다먹어 보니 놀랄 정도로 맛이 있었다평생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지만 정말로 맛있었다. ‘만나는 이미 우주선에서 맛을 봤었다다시 먹어 보니 다른 음식물들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빵이 지구에서는 만나’ 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는데어떻게 그 음식이 지구에 존재하게 됐나요?”

 

그것은 우리가 우주선으로 은하계를 여행할 때 늘 챙겨가는 식품이에요농축하기 쉽고 영양가도 높아 매우 실용적이지요사실상 완전식품이에요밀과 귀리로 만드는데그것만 먹고도 몇 달은 살 수 있어요.”

 

마침 그 때나뭇가지 아래로 지면 가까이에서 날아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그들은 건물 입구에 멈춰 서서는 타라를 끌러 대리석 받침대 위에 얹어놓았다분명히 어떤 목적이 있는 동작이었을 것이다그들이 한 명씩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반갑게도 비아스트라와 라톨리 그리고 우주선에서 만났던 나머지 승무원들이었다.

 

그들은 우주선 유니폼 대신에 아랍인 스타일의 기다란 의상을 걸쳤는데옷의 색깔이 희미하게 반짝였다(옷의 빛깔이 그들을 달라 보이게 만드는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됐다). 그 때에는 그들이 우주선에서 대화하며 알고 지냈던 바로 그 사람들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그들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라톨리가 내게 다가왔다그녀의 얼굴은 환한 미소로 밝게 빛났다내 어깨에 손을 대고는 텔레파시로 말했다. “친구여조금 놀란 것 같군요우리들의 주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나요?”

 

그녀는 감동을 받았다는 나의 대답을 읽고’ 는 기뻐했다그러고는 동료들을 향해 나의 반응을 전달했다모든 사람이 한 마디씩 언급하면서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잠시 후 모두 자리에 앉았다앉은 모양새들이 나보다는 훨씬 더 편안해 보였다큰 체구에 맞게 제작된 의자들인 만큼 내게 맞는 것은 없었다닭들 사이에 낀 오리새끼 같은 묘한 느낌이었다.

 

타오는 주방에 가서 쟁반 하나에 먹을 것을 가득 담았다그녀가 뭐라고 한 마디 하자 모두들 쟁반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쟁반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쟁반은 방안을 빙 돌면서 각각의 손님들 앞에서 저절로 멈췄다마침내 내 앞에까지 왔다나는 쟁반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나의 이런 자세에 모두들 재미있어 했다꿀물이 담긴 잔을 들었다쟁반은 다시 저절로 이동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모두의 손도 내려갔다.

 

어떻게 한거죠?” 내가 타오에게 물었다모두들 정신감응으로 내 질문을 알아들었고 폭소가 터져 나왔다.

 

당신이 말하는 공중부양술’ 로 했어요미셸우리는 몸을 쉽게 공중으로 들어 올릴 수 있어요하지만 그것은 그냥 재미삼아 할 뿐이지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요다리를 포개고 앉아있던 타오가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리고 실내를 한 바퀴 돌더니 마지막에는 공중에서 정지된 상태로 있었다나는 그 광경을 뚫어져라 응시했다그렇게 넋을 잃고 쳐다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음을 잠시 후 깨달았다내가 바보처럼 보였음에 틀림없었다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고정돼 있었다분명히 그들에게는 타오의 행동이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그들은 나의 놀란 표정에 더 흥미를 느꼈다.

 

타오는 자기 자리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공중부양술은 지구인들이 상실한 많은 기술 중하나예요미셸지금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그런 능력이 있지요한때는 많은 지구인들이 그것을 포함한 많은 기술을 구사했어요.”

 

그날 오후나의 새 친구들과 나는 아무런 걱정 없이 텔레파시로 대화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이윽고 태양이 지기 시작했다.

 

타오가 말했다. “미셀, 당신이 티아우바에 체류하는 동안 이 도코’ 가 당신의 집이 될 거예요이런 계란형 주거지를 여기서는 도코라고 불러요당신이 잠을 잘 수 있도록 밤에는 우리가 떠나 있을 겁니다목욕을 하려면 어떻게 하는지 알거예요그리고 휴게실 침대에서 주무시면 됩니다그런데 취침 준비는 30분 안에 끝내도록 하세요이 집에는 조명이 없거든요우리는 밤에도 낮처럼 사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조 명이 필요 없어요.”

 

이 건물은 안전한가요안심해도 되나요?”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타오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 행성에서는 도시 한가운데 길바닥에서도 잠을 잘 수 있어요그래도 지구에서 무장 경비원과 경비견과 경보장치가 지켜주는 건물 안에 있는 것보다 안전할 거예요.

 

이곳에는 고도로 진화한 사람들만 존재합니다지구의 범죄자 같은 사람은 없어요그런 범죄자는 가장 악질적인 짐승이나 마찬가지에요그럼 이제 좋은 밤 보내세요.”

 

 

 

 

 

 

 

 

 

 

 

 

 

 

티아우바 행성의 도코 앞에 서있는 타오와 미셀도코는 포스 필드로 둘러싸인 건물이다출입구와 창문이 없지만일단 내부에 들어가면 바깥이 전경으로 보인다.

 

 

 

 

타오는 뒤로 돌아 도코의 ’ 을 통과해 친구들과 합류했다타오가 그들과 함께 날아오른 것을 보니 친구들이 그녀의 리티올락’ 도 가져온 것이 분명했다.

 

나는 티아우바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