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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 상관없는 짤방)








SF 팬이라면 한번쯤은 가이아 이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겁니다.


가이아 이론에 심취한 미친 과학자가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주인공들이 나서서 그 음모를 저지하는 것은 이미 SF 장르에 정착한 클리셰 중 하나입니다.


가이아 이론은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룩이 주장한 가설입니다. 여기서 가이아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대지의 여신을 부른 이름이며 지구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러브룩은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 그 모든 것을 포함한 지구를 능동적이고 살아있는 존재라 칭하며 가이아라고 불렀습니다. 지구 자체가 단순힌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 덩어리가 아닌,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하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물이고 그 안에 사는 생명체는 하나의 세포라는 소리입니다.


이 이론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자연환경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존재는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질병에 해당하고, 지구상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개체는 암세포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암세포가 사람을 죽이듯, 개체가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온난화와 종말과 연관지어 많은 창작물에서 인용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가이아 이론은 과학이론의 한가지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이아 이론은 과학이론이 아닙니다.





가이아 이론은 과학적 방법론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종교적 담론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가이아 이론의 핵심은 지구는 의지를 가진 생명체고, 생명체가 스스로 병을 치유하듯 지구 환경을 복원하는 자연치유력이 존재하며, 병이 심해지면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고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반증 가능한 개념이 아닙니다.


작위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며, 인간본위적이고, 추상적인 탓에 실험이 불가능하며, 실험을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가설에 대한 반증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유리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가이아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강을 오염시키는 실험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강 10개를 선정해 농업 폐수를 부었습니다. 그 결과 6개의 강이 자정작용을 통해 원래 수질을 회복했고 4개의 강에 녹조가 증식했습니다.


10개 강 모두 회복할 것이라는 가설과 달리 4개 강이 부패했으니 가이아 이론이 틀리다는 것이 증명된 것일까요?


놀랍게도 아닙니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4개의 강은 오염을 견디지 못하고 병이 들고 만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으니 신은 존재하는겁니다.


철학자 칼 포퍼는 이런 걸 두고 유사과학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자정작용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합니다. 물이나 대기에 들어온 오염물질은 희석되고 순환되고 침전되고 생물을 통해 여과되고 분해되어 천천히 사라집니다.


그러나 어떤 과학자도 이것을 자연회복력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이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 어떤 조화로운 의지가 힘을 써서 조작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물의 자정작용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정계수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이는 재폭기계수와 탈산소계수의 비로 구합니다. 쉽게 말해 물 안으로 유입되는 산소와 물에서 소모되는 산소의 비율이 자정계수입니다.


즉 인간의 개입이 없어도 다른 환경적 요인이 바뀌면 강은 얼마든지 오염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비가 안내려서 강이 마르고 물이 썩으면 그건 자연회복력이 작용하지 않아서 그런건가요? 인간에게 노한 지구가 벌을 내리는건가요? 아닙니다. 그냥 다른 변수가 작용한 것 뿐입니다.




"달콤한 가짜 목적론을 제거하고 감상적 우주관을 폭로하는 이 학자적 양심을 개인적 차원에서의 희망의 상실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무지개를 풀며'에서 나쁜 시적 과학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연 나쁜 시적 과학은 무엇일까요? 대표적인 사례로 도킨스는 박테리아를 제시했습니다.


가이아 이론에서 박테리아는 생태계의 조화로움을 위해 낙엽과 죽은 동물과 똥을 분해하여 숲의 지속적인 번영을 돕는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시선은 '가이아'의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박테리아는 조화로움 따위는 모르고, 자연선택에 장기적 미래 같은 건 없습니다. 유전자군 내 라이벌 유전자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유전자에 의한 개선이 있을 뿐입니다.




과학이란, 일련의 현상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뭉그러뜨려 찬양하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여 규칙성을 찾고 법칙을 유도하여 증명해내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과학적인 생활을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