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를 그냥 즐기는 수준에 머물지 못합니다. 왜 이렇게 나오는가. 그러면서 어떻게 응용하고 싶은가. 데드풀처럼 막 나가는 미치광이처럼 살피곤 합니다. 이번에 쓰는 얘기로 그러고도 남습니다. 제목에 나타난 윌허프 타킨. 스타워즈를 시작한 새로운 희망에서 나온 대악당을 통하여 신성 로마 제국에서 있었던 변경백(邊境伯)까지 생각합니다.


  윌허프 타킨은 새로운 희망에서만 나옵니다.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클론 전쟁 3D 시리즈, 스타워즈 : 레벨스 같은 다른 작품에 나오긴 하지만, 기준을 영화 본편에만 국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존재감이 스타워즈 사가 전체를 누르고도 남을 정도로 강렬합니다. 은하 제국이 극악무도한가를 아주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데스 스타의 사령부에서 발사 명령을 내리며 그 가공한 전략 무기로 하여금 앨더란을 박살냈습니다. 행성 자체를 부수면서 거기에 사는 수많은 양민을 학살했습니다. 못해도 수십억이나 되는 인명을 죽인 것부터 무자비하기까지 짝이 없습니다. 더구나 앨더란은 여느 행성보다 아주 남달랐습니다. 은하계 전역에서 가장 손꼽히는 명문 대학교인 앨더란 대학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대학을 빙산의 일각처럼 내세우면서 그 행성이야말로 학술/문화/예술 분야에서 은하계
를 지챙하는 반석이나 기둥으로 치켜세웁니다.

  우리나라 현실에 대입하면, 윌허프 타킨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아주 끔찍한 방향으로 밀어붙였다며 앨더란을 파괴한 만행을 두려워하며 증오합니다. 그 소중한 행성이 끔찍하게 사라지기 전에 있었던 스카리프 전투에서 제국 기록 보관소를 박살내는 명령을 내린 짓이 커다란 파국을 암시하는 전조이다며 돌아봅니다. 데스 스타의 주포를 가동해서 거기에서 슈퍼레이저가 나와 목표를 파괴했다는 공통점을 묶습니다. 스카리프 전투는 발전소 한 구역 만 가동하는 방식으로 출력을 줄인 경우다는 차이점을 밝히면서요.


  스카리프 기지에 주둔한 제국군과 때마침 거기에 찾아온 오손 크레닉이 반란군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며 정보 누출까지 당했다는 구실로 들면서 거기에 있는 모든 제국군 인원을 숙청하면서. 반란 동맹의 핵심 거점과 다름없는 앨더란을 행성 째로 부수면서. 윌허프 타킨이 벌인 무자비한 작태를 살피면서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에 의문을 품습니다. 무자비한 악당이다는 정도는 지나치게 단순하게 벌인 경우로 넘깁니다. 제 성미에 맞추어 진지하게 살핍니다. 그러다가 변경백까지 생각했습니다.

  신성 로마 제국. 근원까지 파고들면, 카롤링거 가문의 카롤루스 대제가 서로마의 왕관을 쓴 이후부터. 외침이 잦은 국경 지역에 맞도록 설치한 관직이 바로 변경백입니다. 원래는 임명직이나 세월이 흐르면서 세습직으로 바뀌었습니다. 변경백에서 성장한 세력 중에서 가장 돋보인 사례로 오스트리아와 브란덴부르크로 내세웁니다.

   윌허프 타킨. 아니 타킨 가문의 본거지가 어디인가. 아우터 림으로 대충 짐작합니다. 은하 전역을 신성 로마 제국으로 비유하면 아우터 림은 변경과 비슷하겠다고 여깁니다. 아우터 림에서 안팎에 있는 여러 세력과 분쟁을 벌이다 보니까
화근을 뿌리까지 뽑아낸다는 방침이 각인처럼 박혔냐는 의문까지 품습니다. 타킨 가문의 윌허프가 살아온 과정에서 그 방침이 진리처럼 다가온 경험이 있겠다며 짐작해 봅니다. 진지하게 파고드니까 윌허프 타킨을 유럽 역사에 등장하는 변경백과 겹친다며 슬쩍 판단합니다.

  다른 이야기) 쓰다 보니 클론 워즈 3D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차근차근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까지 품습니다. 윌허프 타킨이 클론 전쟁에서 어떻게 지냈는가. 그러면서 타킨과 동행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상대를 진정으로 뛰어난 인간으로 인정하는 가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아나킨이 슬램 덩크에 등장하는 강백호가 나는 천재다며 내세우듯 오만한 일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데스 스타 안에서 대총독과 시스의 암흑 군주가 사석에서 격식을 차리는 어조를 띠지만 상호인정하며 친근하게 얘기하던 장면과 연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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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