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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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 http://www.joysf.com/board_free/4999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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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보세요. 진짜라고. 내가 알고 있는 게 진짜라고 확인해줘요. 당신도 보았잖아요. 그걸.”
쥐의 눈빛은 간절했다. 스테돌프가 한참 고민했듯이 쥐도 자기가 제정신인지 알려고 했다. 그것도 스테돌프를 통해서.
“습격을 당했을 때 그저 나만 이 여관에 도착했다고 하지 않았나?”
당황스러움은 때로 분노를 만들기도 한다. 모든 감정들은 항상 엇나갈 때가 있다. 갑자기 화가 잔뜩 난 스테돌프는 옆에 있는 암사슴 종업원에게 반쯤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정확히는 손님 분께서 먼저 들어오시고 군부에 조사를 요청하기 위해 여우를 보냈을 때 쥐가 들어왔죠. 나중에 들어온 쥐 부분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셔서 말을 하지 않았고요. 그리고 괴물은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쥐도 그저 습격에 놀란 것뿐입니다.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는 건 감히 말씀 드리자면-”
종업원 암사슴이 말을 하려다 중간에서 끊어버렸다. 스태돌프는 이미 사슴에 발톱을 대 상처를 입힌 상태였다. 종업원 사슴은 순식간에 몇 걸음 계단을 내려가 스테돌프의 발톱이 안 닫는 곳까지 도달했다. 교묘하게도 말과 행동을 동시에 한 셈이다. 스테돌프는 비쩍 마른 살에 앙상한 볼기를 가진 쥐를 잠깐 봤다가 사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슴이 아래로 내려간 것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사슴의 이어지는 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포식자로서 하실 말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사슴이 눈치를 살폈다. 스테돌프의 하늘색에 붉은 색이 약간 섞인 눈을 뻔이 처다 보고 있을 이유는 그뿐이었다. 사슴의 오랜지 빛 눈에서는 연륜이 묻어나 보였다 /하긴 피식자이자 여관 종업원으로서 포식자의 수발을 드는 데는 베테랑이 되었겠지./ 스테돌프는 저런 닳고 닳은 질 낮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어머니에게서 많이 들었다. 별 사소한 일에도 눈치를 보고 상대방이 누군지 저울질 해보는 그런 종류의 동물 말이다. 스테돌프는 아래로 점프해서 암사슴을 엎칠 수도 있었지만 사슴은 스테돌프가 그런 짓까지 할 포식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스테돌프는 소심한 포식자였다. 암사슴은 그 사실을 스테돌프의 눈을 보고 읽었을 터였다.
“날 보세요. 알아요. 여기 있는 모두가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그게- 그게- 존재했었잖아요. 제발 늑대, 제발- 제 말을 들어줘요.”
쥐의 앙상한 왼발이 스테돌프의 오른발 아래를 잡았다. 기이하게도 스테돌프를 잡은 쥐의 앞발 온도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얼음의 창처럼 차가웠다. 어쩌면 스테돌프가 그렇게 느낀 걸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바깥날씨는 늦가을이었지만 여관의 온도는 꽤 습기있고 따듯했기 때문이다. 더러운 쥐도 그런 따듯한 온기 속에 있었다. 그럼에도 쥐의 손이 차갑게 느껴지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알 수 없는 존재, 맥동하는 것, 괴물. 그것은 스테돌프의 평범한 일상을 깨놓았다. 단순히 습격 때문에 스테돌프가 당황한 건 아니다. 이 존재를 인정한다는 건 스테돌프가 어릴 때 악몽이나 무서운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것, 이 당연한 현실 세계 너머에는 그 이상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쥐 녀석에서 옷이 있다면 그걸 입히고 잠시 방을 구해서 이 녀석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아까 그 3층 방이면 충분한 장소야.”
스테돌프가 오랜 고심 끝내 말을 했다. 보통의 세계관은 일단 한 번 금이 간 상태였고 이 쥐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손님께서 이 쥐 녀석을 그냥 대리고 가는 건 약간 곤란한 일일 것 같은데요. 저희 여관은 이 녀석이 옷도 빨아줬고 이 녀석이 저보다 머리 하나 낮은 몸으로 여관에서 난리 치는 것도 받아줬거든요. 그것들에는 모두다 비용을 청구해야 해요.”
아까 쥐와 싸우던 여우가 말했다. 아침의 이슬 같은 물방울이진 우비를 쓴 여우였다.
“그냥 잠깐 이야기하고 녀석을 다시 넘길 테니까 감옥에 보내던지 어떻게 하든지 알아서 하는 건 어떤가?”
스테돌프의 제정상황은 충분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여행길에 쓰라고 준 돈은 이미 거의 다 쓴 상태였고 남은 건 방직 조합원으로서 일거리를 구하고 조합 사무장들과 이야기 할 때 쓰라고 준 지폐 수십 장이 전부였다.
“죄송하지만 손님이 그렇게 자유롭게 결정하실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저희는 여관이고, 여관은 동물들이 모이는 공공장소라는 법령에 따라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하죠. 저희도 돈을 받아야 합니다. 특별히 돈을 때먹기 일수 인 저 불쾌한 쥐 종족에게는 말입니다.”
여우가 눈을 바로 뜨면서 말했다. 세금, 프라이드 랜드의 사자왕을 위해 내야 하는 세금. 그건 언제나 문제였다. 스테돌프는 쥐가 여우의 협박대로 도축되어 자신의 살, 고기로 여관 값을 치러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쥐와 이야기를 한 다음이어야 했다.
“얼마지?”
스테돌프는 가지고 있는 많지 않은 돈을 나눠서 쥐에게 쓰기로 했다. 이 돈을 쓰면 스테돌프는 앞으로 조금 굶어야 했다. 돈을 아껴야 했으니까.
“415입 정도 되겠군요. 저놈에게 줄 여분의 옷을 생각하면 615입이 됩니다. 저놈과 이야기를 나누신다고 하면서 저 쥐가 그냥 여관 이불보를 덮고 있게 놔주시진 않겠죠?”
여우가 잠시 눈을 굴리다 생각했다. 여우는 단호했고 그 눈은 닳고 닳은 금화의 반짝임만큼 밝았다. 600입이라면 하루 세 끼는 때울 수 있었다. 스테돌프는 아쉬웠지만 괴물에 대한 혼란은 다시금 그를 괴롭혔고 결국 값을 치르기로 했다.
“3층 방에 다시 들어가셔서 뭔가 폭력적이거나 거친 행동을 하신다면 그에 대한 비용도 지불하셔야 한다는 걸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럼 조용히 가셔서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시길.”
암사슴이 스테돌프가 거의 던지다시피 건네준 쥐에 대한 비용을 두 앞발로 받으면서 말했다. 암사슴은 평범한 대화라고 했다. 절대로 폭력을 유발하지 않는. 암사슴을 포함해 여관에서 마주친 여우, 두 동물은 갑자기 괴물을 증인하는 증인이 둘이 되었다고 해서 그걸 인정할 생각은 절대 없다는 걸 밝혔다. 괴물의 등장, 현실과는 다른 특이하게 금간 자국, 그것이 지금의 스테돌프를 미묘하게 자극했고 그 자극 상태가 당장 풀릴 것 같진 않았다.
“드디어 나를 믿어주는군요. 늑대.”
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스테돌프는 그 미소를 완전히 무시했다. 힘들어도 그래도 멀쩡하게 돌아가던 스테돌프의 삶을 불확실하게 만든 게 이 쥐는 아닌가 싶어 스테돌프는 쥐가 더욱 싫었다.
“조용히 하고 따라오기나 해. 쥐야. 3층까지는 몇 걸음도 아니야. 몇 층계도 아니지. 그러니까 우리는 방에 들어가서 얌전히, 최대한 조용하고 멀쩡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이 사실성을 가지고, 그 말 속에 강철 스파이크와 나무가시 방책이 들어설 수 있다면 스테돌프의 대답은 매우 적대적인 보루라고도 부를 수 있었다. 이성을 지키려는 사나운 보루 말이다.
쥐는 스테돌프가 어떤 해답을 쥐고 있는 것이라 믿는 듯 스테돌프를 가만히 잘 따랐고 스테돌프는 그것이 싫었다. 해답을 얻어야 할 건 스테돌프 자신이었다. 아까 머물렀던 3층의 방문이 열렸다. 스테돌프는 고깃덩어리를 다루는 건 만큼이나 차가운 방식으로 쥐를 방안에 밀어 넣었고 문을 잠가버렸다. 이제 스테돌프가 당면한 문제를 맞이할 시간이었다.
“난 그것이 수십 게의 눈을 가지고 그게 입의 구멍인지 의심스러운 게걸스러운 이빨과 수 많은 촉수 같은 부속 지를 봤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지. 내가 알고 있는 한 전설 속에 멸종한 파충류도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진 않았어.”
스테돌프가 오래 전 할머니가 읽어주었던 무시무시하고 검은 그림자 같은, 새끼 동물들을 놀래 키기 위해 만들어졌던 이야기 책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전 봤어요. 그것이 살아 숨쉬는 걸. 그건 차가운 공기를 내뿜고 따듯한 습기를 삼키며 뛰고 있었죠. 꼭 교회의 의식에서 막 꺼내진 심장같이 움직였어요. 늑대님 그것은 죽어가면서도 살아있었다고요.”
쥐의 말이 이어졌다. 그 더러운 것은 스테돌프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정리 해보자. 넌 어떻게 살아났지? 이곳의 망할 여관 종업원은 내가 어떻게 자기 여관에 도착 했는지 만 알더군. 난 그걸 본 다음의 기억이 없어.”
스테돌프가 어지러운 머리 속을 쥐어짜며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여관의 여우가 말해준 건 제가 여관에 들어서면서 /그게 살아있어요./, /그게 숨쉬고 있다고요./ 그렇게 외쳤다는 것 뿐이었어요.”
스테돌프는 쥐가 더러운 이불보를 옷처럼 입고 있다는 게 불쾌했지만 참았다. 스테돌프는 강박증 환자가 아니었다. 지금의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스테돌프의 사소한 감정보다 말이다. 옛길에서 끔찍한 습격을 겪고 두 동물이 기억을 잃어버리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 스테돌프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듯 전투 같은 거친 일을 처음 겪는 순간의 충격에 동물들은 놀라서 한동안은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두 다른 종족의 동물이 같은 환상을 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스테돌프는 그게 정말 궁금해졌다.
“쥐야, 일단 이걸 기록해 놓고 군부의 사무실에 가서 자세히 물어보도록 하자. 군부는 뒤처리를 잘하는 편이고 그들의 증거에서 뭔가 찾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스테돌프는 1층에 내려가 여관 홀 바텐더 역할을 하는 다른 암사슴을 발견하고 몇 번의 실랑이를 벌어 팬과 종이를 대가 없이 얻어낼 수 있었다. 여관 홀의 뒤 배경에선 제혁 조합의 포식자들이 자신들이 감독하는 잡식 동물과 초식동물 몇을 대리고서는 고용주인 퓨마가 얼마나 짜증나고 과중한 업무를 시키려는 건지 불만을 쏟아 내고 있었다.
그들은 스테돌프를 한 번 바라봤는데 스테돌프가 처음 여관에 올 때부터 있었는지 스테돌프를 미친 동물 보듯이 째려보았다. 스테돌프는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3층의 혼자 있어서 불안해 보이는 쥐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스테들프는 글을 쓰려고 했지만 그러나 글은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존재/ 그 한 마디만을 쓰고 난 뒤엔 종이에 글을 쓰는 것, 그러니까 흑연을 깊게 세기지 못했다.
“그건 존재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쓸 수 없는 거죠. 왜 그게 우리에게 온 걸까요? 늑대.”
쥐가 그 말을 한 마디 던졌고 서랍장 근처에서 고민하던 스테돌프는 그 순간 충동을 참지 못하고 쥐의 목을 거의 조를 뻔했다. 이 망할 쥐라는 고깃덩어리는 지금도 스테돌프의 신경을 긁었다.
“빌어먹은 우연히 겹쳐 너와 내가 미쳤거나 세상이 이상해진 거겠지. 난 아직도 이 세상이 멀쩡하다는데 내 삶의 90%를 걸겠어.”
스테돌프가 잔혹하고 자제심 옅은 눈으로 말했다. 스테돌프는 자신과 같이 혼란스러운 쥐를 바라보았다. 쥐는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나머지 10%는 걸 자신이 없으시군요.”
스테돌프는 이번에는 진짜 뭔가 부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빈약한 제정상황이 스테돌프의 뒤를 확 잡아 끌었고 쥐의 목을 살짝 조르는 선에서 분노를 멈췄다.
“지금 군부에 함께 가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까요? 두 동물이라면 군부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줄지 몰라요.”
스테돌프는 쥐의 주둥이를 적어도 완전히는 아니어도 한참 동안은 다물게 해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쥐의 주둥이를 부러뜨리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일이 있어. 쥐야. 여유로운 몸이 아니라고. 그리고 군부의 사무실은 내가 직접 나중에 따로 방문할 거야. 정 나에 대해서 꼬치 꼬치 캐묻고 싶어지면 말해주마. 내 이름은 러쉬하트, 스테돌프고 방직 조합의 일원이고 블로터스 다리 위 4번 째 라고 적힌 집에서 살아. 이렇게 묻지 말고 너도 확실히 생각이 정리되면 나한테 와. 지금은 그게 편할 것 같거든.”
날은 확실히 아침이 되었다. 창문을 통해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스테돌프는 습격으로 고장 나 버린 시계를 습관적으로 만지며 말했다. 스테돌프는 연필이 검인 양 날카롭게 종이 위에 자신의 간단한 인적 사항을 적었다.
“그럼 그 존재가 진짜 있었던 것일까요?”
스테돌프가 방을 떠나려는 데 쥐가 물어왔다. 스태돌프 대답해 주었다.
“나도 그건 정확히 모르겠구나. 빌어먹을 쥐야.”
스테돌프는 혹여라도 쥐가 따라올까 거의 뛰듯이 여관을 빠져 나왔다. 여관 밖에선 회색 옷을 입은 여우가 야간 보초 일에 지쳐서 고개를 흔들며 졸고 있었다.
평소라면 스테돌프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해도 침착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스테돌프는 격렬한 감정을 가지지 않은 동물이다. 단순히 포식자의 피를 타고난 동물일 뿐이다. 그런데도 왜 이 괴물에 대한 생각이 그렇게도 자신이 괴롭히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스테돌프는 하늘을 처다 보았다. 프라이드 랜드시의 하늘은 언제나 그렇듯 하늘 빛 배경과 짙은 회색의 혹은 검은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스테돌프가 뒷발을 멈추고 한참 동안 가만히 서 있는다면 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도 있을 터였다. 문제는 스테돌프의 심장에서 프라이드 랜드의 하늘이 더 이상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모든 것들이 이미 예정되었고 말도 안 되는 우연에 엮여 있는 것처럼.
프라이드 랜드시 조합의 실질적 총 본부인 길드 홀은, 높이가 최소한 높이 120층 이상이 되는 거대한 언덕인 태양의 계시(Divine of Sun) 반대편, 프라이드 랜드시를 관통하는 프리깃 급 범선 10척이 함께 항해할 수 있을 만큼 넓은 하모니 강(Harmony)을 건너 강변 동쪽에 있었다.
강변 동쪽 도시의 중심은 거대한 높이의 태양의 계시 언덕을 마주보는 태양의 땅 광장에서 시작되었다. 광장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수많은 은행과 금고와 강화문들이 모여 모두 하나의 요새를 만든 기름먹인 종이의 보루 지역이 나타났고 그 아래 더 남쪽에는 프라이드 랜드 전역에서 실려온 석탄을 질을 나누고 분리하는 거대한 증기공장들이 밀집한 옛 연못(Old Pond) 구역이 있었다. 길드 홀은 그 구역들을 지난 다음에 나타났다.
플레인 사이트(Plain Sight) 구역에 위치한 길드 홀은 낡고 오래돼서 지금은 지역 최고의 건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지역의 가장 중요한 건물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커다란 푸른 깃발 위에 작은 깃발 하나를 더 얹은 길드의 상징 깃발이 높은 첨탑 위에 솟아 있었다. 깃발은 기울어지고, 세로로 길게 늘어진 하얀색 육각형 안에 리본 모양의 푸른 삼각형 두 게가 중앙에 놓여진 모습이었다. [집이 최고지.] 그게 깃발의 문양의 의미였고 또 길드의 문장에 새겨진 하나이자 유일한 말이었다.
스테돌프의 어머니는 이 깃발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깃발은 잡식이나 초식동물 같이 피식자 하급 노동자에게 잔일을 시키지 않고 방직 조합에서 직접 천을 염색하고 문양을 만들고 그것을 손수 바느질 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깃발엔 질 나쁜 동물들의 발이 아닌 고풍스러운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길드 홀의 파란 지붕 아래는 빨간색과 하얀색의 벽돌이 길드의 건물을 이루고 있었다. 역시 파랗게 칠해진 덧창들이 가지런히 펼쳐진 채 길드 홀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연한 붉은 색 벽들 사이로 붙어있는 각 조합의 인장들 모루, 망치, 끌 그리고 깃팬이나 실바늘이 새겨진 방패들이 보였다. 길드 홀의 삼각형의 대리석 지붕과 기둥으로 장식 된 입구의 청동 문은 언제나 조합을 회원들을 환영한다는 듯이 활짝 열려 있었다.
스테돌프는 일자로 이어진 거리를 벗어나 넓은 석조 보도가 깔린 곳까지 도착했다. 길드 홀은 사자와 고양이과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웅장한 분수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숲을 뛰쳐나와 프라이드 랜드로 향한 두 전설의 동물 수곰 핀아이넨과 암늑대 랜드라우티아가 조각 된 동상이 새워져 있었다. 동상은 스테돌프의 키보다 두 세 배는 컸다. [우린 길을 잃지 않으리라, 다만 방법을 찾을 뿐.] 동상 아래 황동 판에 새겨져 있는 글자였다.
스테돌프는 두 마리의 돌 창과 활을 든 두 동물의 조각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아졌다. 그 동상의 의미엔 정들었지만 이제 시들기 시작한 숲을 떠나야 했음에도, 그것이 삶과 의지를 포기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 있었다. 긍정적인 건 좋은 것이었다. 현실은 세금과 얼마 없는 고기 때우는 부실한 식사 그리고 사자와 고양이과 동물 고용주들의 등살로 가득했지만.
스테돌프는 이미 다리 위의 집에 들려 먼지가 쌓인 가구 위의 천들을 걷어내고 창고와 금고 방에 있던 물건들 몇 개를 꺼내와 동물 하나는 살만한 장소로 만들어 두었다. 여행 중 가지고 다니던 짐은 오래된 길에서의 습격으로 잃어버렸지만 1년 동안 집에서 녹슬어 가선 액체 석탄 램프들은 잘 작동했다. 적어도 밤에 불 걱정은 없었다.
길드 홀 밖에서도 파른색의 코트와 치마를 입은 동물들이 삼삼오오 지나가고 있었다. 꼬리가 짧은 곰이나 울버린 같은 동물들을 뺀다면 다들 꼬리에 파란 리본을 매고 있었다. 조합 소속 동물들이 리본 테일이라고 불리는 것답게.
스테돌프는 길드 홀의 문으로 들어섰다. 문 앞에는 옛날 방식의 사슬이 섞인 판금 갑옷을 입은 수달과 족제비가 바늘총을 매고 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 둘은 영 미덥지 다는 눈길로 스테돌프를 올려보았다.
“올해에 방직 조합원이 된 러쉬하트, 스테돌프고 여기 서류가 있어요. 방문 사유는 제 어머니인 클리어윈터가 내야 하는 조합 회비 문제를 상의 하기 위해서인데 그 서류는 잃어버렸네요.”
스테돌프가 잠시 머뭇거리다 처음으로 자신의 조합원 서류를 꺼내며 말했다. 서류엔 길드 홀 근처 호랑이가 운영하는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스테돌프는 정식으로 어딘가에 소속 돼 무언가를 제시해 보는 게 처음이라 약간 당황해 있었다.
“아직 어리신가 봅니다. 그게 부자연스럽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저희가 얼굴을 기억하거나 조합원 서류를 가지고 있는 한 조합 출입은 자유입니다. 여기 온 목적에 대해선 길드 홀 강당 카페테리아 내부에 있는 모든 조합 동물들을 위한 상담 카운터에서 물어보는 게 낮을 거에요. 우리 일이 이 무거운 갑옷을 입고 반쯤 조합의 상징처럼 서있을 거라서 움직이기 좀 곤란하니까요.”
수달이 설명했고 동료 족제비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아마 둘은 한 조로 오래 일했을 것이다.
“근데 그 냄새 본야드(Boneyard)의 쓰레기장을 관리하는 울버린들 냄새는 아닐 거고 대체 뭘 했길래 스컹크 친구들과 엮인 겁니까?”
수달이 물었다. 갑옷의 사슬은 총알을 막는데 유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슬 파편이 몸 속에 깊이 박히는 것을 도와주면 도와주었지. 수달 자신이 직접 말한 것처럼 둘은 길드의 얼굴 마담 역할을 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진짜 길드의 경비들은 안에 있었다.
“프라이드 랜드시로 오는 길에 습격이 있었죠. 다른 동물들 말로는 군부의 호위대와 암사자 지휘관까지 죽일 정도로 잔혹한 놈들이었다고 했어요. 그 일행에 있던 스컹크의 독소탄 냄새를 뒤집어쓴 거고요.”
스테돌프가 다시 기분이 낮아진 상태로 말했다. 괴물에 대한 생각이 슬쩍 머릿속 수면위로 올라왔지만 스테돌프는 재빨리 이성의 닻으로 그걸
끌어내렸다. 나중에 바이스텐드(Bystand) 거리에 있는 군부의 사무실에 방문해 봐야 했지만 지금은 그 습격자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감히 사자가 섞인 무리를 습격했다고? 그리고 또 죽였다고? 조합 내부 소식지에 실릴만한 일이 또 하나 늘었네.”
수달이 의아에 했다. 스테돌프가 끊임없이 생각하는 부분이었지만 프라이드 랜드에서 사자는 절대적인 동물이었다.
“그런데 왜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겪지 않은 일처럼 말하는 거죠?”
수달이 정곡을 찔렀다. 날카로운 검 날 같이 말이다.
“그건, 제가 그 습격에 당황해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죠.”
스테돌프는 자존심과 자존감이 절반으로 깎여 나가는 기분으로 대답했다. 정신을 잃거나 놀라는 것 그건 절대 포식자의 미덕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반쯤 허리를 굽힌 거나 다름 없어졌군./ 스테돌프는 생각했다.
“아무튼 이제 들어가봐요. 당신이 여기 계속 서 있으면 우리가 다른 동물들하고 이야기를 못하니까.”
스테돌프는 수달의 그 말을 통과 선언이라고 생각하고 길드 홀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벽화로 덮여 있진 않았지만 샹들리에 달린 천장을 가진 달린 길드 홀의 카페테리아에선 동물들의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입구 저 너머엔 당구대와 뼈로 만든 당구공들이 그리고 반대편에는 솜니움 카드 게임을 하는 넓은 테이블이 있었다. 두 테이블 모두 동물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사소한 것에도 집중하라고 했듯 스테돌프의 신경을 끈 건 입구 바로 앞의 직사각형 테이블들의 모습이었는데. 그곳에 있는 파란 옷의 동물들은 서로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녹색 천으로 덮인 테이블 아래는 세 겹의 강철이 덧대어져 있었다. 유사시에 군대식 방패막이로 쓸 테이블들이었다. /저기서 이야기하는 척 하는 동물들은 분명 경비원 들이겠지/ 스테돌프가 짐작했다.
멀리 길드 홀 안쪽에서 피아노를 치는 늑대가 곡 위안(solace) 를 연주하고 있었다. 길드 홀의 피아노를 치는 늑대는 프라이드 랜드의 분위기가 바뀔 때마다 곡을 바꾸었는데 노래 위안 자체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곡이었지만 프라이드 랜드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연주하는 곡이었고 일종의 주의 신호였다. 스테돌프는 그 점이 이상해졌다. 스테돌프가 먼 영지의 농장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스테돌프가 겪은 습격 사건은 분명히 아니었다. 암사자가 옛길에서 무참히 살해당한 건 조합 소식지의 가쉽거리는 될 수 있어도 길드 홀에서 연주하는 곡이 바뀔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스테돌프는 안쪽으로 향했다.
“성자 마로의 후손 세크리 장관이 왕위찬탈자한테 잡아 먹혔다며?”
“그런 말 하지마. 성자의 후손이든 뭐든 간에 그 재무장관 녀석은 초식동물이었고 왕위 찬탈자란 별명을 공공연하게 말했다간 사자들이 분노할지도 몰라. 조심해야 한다고.”
스테돌프는 8칸으로 나누어진 상담 카운터로 향하는 중에 조합 동물들이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분명 서로의 말을 주고 받고 있었지만 그건 은밀하고 작은 웅성거림처럼 들렸다. 거의 모두가 그러고 있었고 당구나 솜니움 게임 자체에 신경쓰는 동물은 드물었다.
“내가 왜 1톤 짜리 강철을 버려야 하지? 겨우 비버랑 토끼 같은 풀 먹는 동물 몇이 쇳물에 빠진 거잖아. 그 녀석들이 발을 헛디디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런데도 뭐 너희 조합은 품질 유지를 위해 그 강철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불순물이 함유됐던 말던 물건을 파는 건 나야!”
긴 프록코트를 입은 수사자 하나가 길드 홀 중앙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조합의 동물들은 항상 대게 그렇듯 품질과 정밀함을 신경 쓰고 제품을 통제했지만 그런 상거래나 시장의 신뢰도를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 하려고 드는 고양이과 동물들이 꼭 있었다. 자신들이 소유주라는 이유로 하나만으로 말이다. 조합이 상품을 통제하는 건 바로 사자 국왕이 내린 그 법률을 따르는 것인데도 말이다. 수사자는 승냥이 하나를 잡고서 시비를 걸고 있었다.
“러쉬하트, 클리어윈터의 아들 스테돌프가 맞지? 그렇다면 상담 카운터를 이용하는 건 포기하는 게 나을 거야. 다들 다음 조합 소식지가 언제 나오는지 보려고 그 넓은 8칸 전체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거든. 어머니의 일이라면 날 따라와.” 실타레와 바늘이 새겨진 방직 조합 간부의 배지를 찬 코요테가 앞발을 잡았다. 스테돌프는 작년에 그 코요테를 본적이 있었다. 어머니 농장으로 떠나기 전 한참이고 돈 문제를 상의 했던 그 간부 코요테였다. /이름이 뭐였더라?/ 스테돌프가 생각했다.
“평소라면 카운터 한 두 개는 비어 있을 텐데 왜 다들 몰려있죠? 공식 소식지는 굳이 찾으러 갈 필요 없이 비둘기들을 시켜서 배송하잖아요?”
스테돌프는 이름을 먼저 묻기 전에 이 질문부터 던졌다. 길드 홀의 분위기가 약간 이상했다. 정확히 말하면 의아스러웠다. 평소라면 자신감 넘치는 포식자들이 돌아다녀야 할 장소가 아닌가?
“혹시 여기 도착한 게 오늘인가?”
“그런 셈이죠.”
“그럼 차라리 위층으로 올라가서 나한테 직접 듣는 게 낫겠군.”
코요테가 한 번 헛기침을 하더니 스테돌프를 끌고 동물들 사이를 헤쳐가며 말했다. 그는 스테돌프의 앞발을 단단하게 꽉 죄고 있었다. 거의 발톱에 긁힐 정도로 거칠게. 길드 홀 위층으로 올라가는 붉은 천이 깔린 계단에는 리볼버로 무장한 경비 둘이 있었지만 코요테를 보고는 잠시 인사하더니 바로 둘을 보내주었다. 스테돌프는 어머니와 함께 올라왔던 몇 번을 재외하고는 길드 홀 위층까지 올라와 본 적은 없었다. 1층 이상은 중요한 일을 제외하면 보통의 동물들은 출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간부들의 공간이었다.
“자네 어머니가 올빼미 편으로 편지를 보내 자네가 곧 도착한다고 연락을 보냈었지. 어머니가 보낸 편지를 가지고 왔나?”
“방직 조합의 휴직서 말인가요? 그건 옛길에서 습격을 당해서 잃어버렸는데요. 제가 직계혈통인데 혹시 제 서명으로 대신할 수 없을까요? 공증인을 불러도 되고 제 피로 글을 써도 되요.”
5층 높이의 길드 홀에서 코요테가 그를 대리고 간 곳은 4층의 어느 먼지 쌓인 방이었다. 그 방에는 일부로 놓아둔 듯한 깨끗한 테이블과 의자가 먼지 속에 있었다. 2층도 아닌 4층이라니 스테돌프는 알 수 없었다.
“일단, 앉게.”
코요테가 말했다. 스테돌프는 멋쩍은 표정으로 테이블 옆의 의자 하나를 당겨 앉았다.
“휴직서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 잃어버려도 상관없지. 하지만 자네 어머니가 휴직서 말고도 열지 말라고 밀봉해둔 편지 하나를 더 보냈을 텐데 그건 어디 있나?”
코요테는 조바심이 났는지 발톱으로 탁탁 소리를 내며 태이블보를 쳤다. 어머니가 편지 하나를 더 보내기는 했다.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했고 나무 짐 상자 깊이 넣어 두었다. 하지만 짐들은 습격 때 잃어버렸다. 스테돌프는 겨우 자기 신분증만 챙긴 신세였다.
“죄송하지만 그것도 습격 때 잃어버렸어요.”
“혹시 읽어보지는 않았지?”
스테돌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요테는 약간 안심 하는 듯 했다. 그때 코요테의 이름이 떠올랐다.
“혹시 별명이 항상 웃는 레리인 인스머스 지역 조합 담당자가 맞죠? 제가 이름을 잘 기억 못해서요. 그리고 그 편지에 대한 내용도 생각났어요. 어머니가 그 편지는 현 사자왕인 엠렛왕의 동생 치안장관 크레스가 왕실 명령으로 특별히 인가 해준 뭔가가 있다고 했어요. 인스머스의 옛 금괴 재련 공장 관련 있는 일이라고 했는데. 그 이상은 모르겠어요.”
“빌어먹을 여자 같으니. 자식이라고 절반은 알려줬군.”
코요테 레리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럼 절대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당분간 자네 가족에게는 내가 연락할 테니까 자네 농장에 편지 하나도 보내지 말고. 입 닫고 조용히 있어. 오늘 만난 건 어디까지나 원래 지불하기로 한 조합 회비 미납금 30,000 입을 내러 온 거야. 휴직서를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 내야지.” 레리가 사악한 주술을 읊조리는 주술사처럼 낮게 말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전 지금 그만한 돈을 낼 형편이 안돼요. 원래는 당연히 휴직서를 내기로 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당황하시는 거에요?”
스테돌프가 물었다.
“그건 엠렛 왕이 이번 해외 원정에서 살해당했기 때문이지. 지난해에 엠렛 왕이 멀리 바다를 거쳐서 원정을 떠난다고 한 거 기억나나? 원정 이후 남쪽 해안가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함대와 연락이 끊기더니 어제 동생인 크레스가 수 천 Km는 떨어진 북쪽 해안에서 따로 클리퍼 경범선을 타고 돌아온 거야. 원정대의 수천이 넘는 동물들은 아무 소식도 없고 크레스 자신 혼자만. 그가 왕실 궁전에 가서 다 죽고 자기만 돌아왔으니 이제는 자신이 왕좌에 올라야 한다고 했다더군. 여왕은 분노했어. 왕의 동생인 그가 자신의 남편과 남편들의 심복들을 모두 죽였다고 생각했거든. 자기 자식까지 포함해서. 크레스는 이렇게 말했지. 바다에 멀쩡하게 떠있는 원정 함대엔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락하지 않고 코끼리 무덤이라는 곳을 빙 둘러 돌아오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믿을 동물 아무도 없는 거짓말이지.”
레리는 잠깐 숨을 들이 쉬었다. 물이라도 필요한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크레스는 여왕의 총애를 받는 세크리 재무 장관을 산채로 잡아먹어 버렸어. 재무장관 자리는 원래 초식 동물만 뽑으니까 격이 없다는 변명을 덧붙여서. 그리고 자신이 재무장관도 겸하겠다고 했다지. 여왕이 이제 뭘 할 거라고 생각하나? 자신의 부하들을 모아 복수하는 것 밖에 더 있나? 왕의 동생이 왕을 죽였으니 왕의 동생과 관련된 동물들도 똑같이 죽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벌써 여왕이 자신을 따르는 사자들을 대리고 살육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나와 네 어머니 사이의 편지는 크레스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어. 여왕이 길드 홀을 들쑤시고 나와 네 어머니 가문을 끝장내고 싶어할만한 내용 말이야.”
이야기가 끝나고 정적이 돌았다. 단 둘이 있고 말을 하는 동물들이 없으니 생기는 당연한 정적이었지만 스테돌프는 그런 불유쾌한 정적이 싫었다. 특히 조합 담당자 코요테의 말을 들은 이 시점에선.
“정확히 편지에 무슨 내용이 있었길래 그런 말을 하시는 거에요? 어머니가 설마 왕실에 눈밖에 날 일이라고 하신 건가요? 저희 가족은 그냥 보통의 늑대들인 뿐인데. 그리고 30,000입은 기본적으로 대량거래를 할 때 사용하는 최저 가격이잖아요. 무슨 안 좋은 거래라도 했어요? 어머니는 그러실 분이 아닌데.”
코요테 레리의 말이 스테돌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길드 홀에 오자마다 듣는 소리가 목숨을 저울질하는 말이라니. 이건 아니었다.
“사자들의 왕실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 보통 무슨 일이 벌어졌지?”
그가 물었다.
“전 잘 모르겠어요.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일이었잖아요. 전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일이라고요.” 여전히 당황한 채로 스테돌프가 말했다.
“매번 왕실에 대한 살해 시도, 모함, 음모가 있을 때마다 피가 폭풍처럼 들어 닥쳤어. 고문과 암살 그리고 무고한 이들에 대한 처형이 이루어졌지. 모르고 했든 알고 도왔든 왕실은 모든 몸뚱이들을 교회에 넘겨 생살을 가르고 마구 파헤쳐 치도록 내버려졌지. 그 유명한 엔리븐 왕의 해에 디와은 왕자가 일으켰던 왕위 찬탈은 어떻게 됐는지 아나? 온 도시가 피에 휩쓸려 완전히 불타버렸지.
레리가 수백 년 전의 왕위 찬탈에 대해 언급했다. 비록 과거의 역사였지만 그건 프라이드 랜드시를 뒤바꿔 버린 일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건물들이 잿더미가 되어서 지금의 프라이드 랜드시는 그 재들의 위에 서있는 것이었다. 과거의 역사는 그렇게 현재로 이어졌다.
“그럼 제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거래 비용인 30,000입을 내지 않고 가만히 숨죽이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저희 가족 집 문은 철로 되어 있고 전 제 총을 가지고 있어요. 그걸 쏘는 방법도 알고 있고요.”
스테돌프가 항변했다. 방직 조합의 일원으로 옷 만드는 일 말고는 다른 방법으로 사자와 마주한 적은 없었다. 스테돌프에게 있어 사자들의 세계는 자신보다 더 고귀하고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스테돌프는 사자들을 잘 알지 못했다. 그냥 숨죽이고 있으면 될 것 같았다.
“그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넌 어리고 죽은 엠릿왕 이전 선대왕 시대를 살아보지 못해서 그래. 지금 상황에서 이미 진행하던 거래를 안 하는 건 하는 것보다 더 이목을 끌 거야. 그저 나에게 30,000입만 건네면 돼 그리고 숨죽이는 것보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범하게 행동하는 게 나을 거야.”
스테돌프는 왜 1층의 카페테리아에서 동물들이 상담 카운터에 몰려들어 조합 소식지를 받아가려 한 건지 알게 되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조합 소식지 안에 질리는 작은 소문이라도 중요했다. 대부분의 그런 소문들은 그 양이 크고 작던 진실을 포함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알았어요. 여기 30,000 입이요. 그냥 지폐들이라서 조합 어음으로 드리는 게 아니게 됐네요.”
스테돌프가 결정을 내렸다. 스테돌프는 이제 3일이 아니라 몇 주를 굶주려야 할지도 몰랐다. 골치 아파졌다.
“그런데 그 거래와 사자 왕의 동생이 우리 가족에게 한 게 무슨 일이에요?”
스테돌프가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스테돌프는 이제 이 자리를 떠날 때라고 생각했다.
“인스머스 지역 조합 담당인 항상 웃는 레리. 거기 있었군요. 당신을 찾아서 길드 홀을 다 돌아다닐 뻔 했다고요. 조합 경비들은 어찌나 절 안 들여 보내주려고 애쓰던지. 아, 스테돌프 너 돌아왔구나.”
먼지 쌓인 방에 문이 열렸다. 그 충격으로 천장에 걸리 촛대 위에 있던 먼지가 조금 떨어져 깨끗한 테이블 보를 더럽혔다. 인스머스 지역의 염색 작업장의 관리자로 일하는 스테돌프의 친구 렐러스트였다. 스테돌프는 지금 상황에서 자신을 반가워 하는 그 곰을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네도 인스머스의 문 닫은 금괴 재련 공장에 대한 일로 온 건가? 그럼 여기서 앉아서 나와 먼저 이야기하지. 친구는 나중에 만나도 되니까. 당장 여기 와서 앉게”
레리가 피리의 날카로운 고음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는 먼지 먹은 콜록거림이 섞여 있었다.
“그럼 내가 레리랑 이야기 하고 나서 길드 홀 1층에서 다시 만날까?”
곰은 커다란 앞발로 반가움을 표현해 주기 위해 스테돌프를 앉으려고 했지만 스테돌프는 연달은 소식으로 오늘 아침부터 도통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스테돌프는 곰의 포옹을 슬쩍 피했다.
“나중에 내가 네가 일하는 작업장으로 찾아갈게.”
스테돌프가 짧게 말했다.
“스텓돌프 그런데 소식 들었어. 그 카레스, 왕의 동생, 그 왕위 찬탈자가 형인 국왕 엠렛 왕을 살해했다고. 그리고 말이야-”
“나도 이미 레리에게서 들었어. 그럼 나는 시장에 가서 당분간 먹을 만한 고기를 구해와야겠어.”
스테돌프는 말은 끊었다. 친한 친구라도 이미 스텓로프의 마음은 이물질이 끼어 막힌 수로처럼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스테돌프는 문을 닫고 길드 홀을 나섰다.
이미 30,000 입이나 남에게 준 상태에서 값싸게 오래 먹을 만큼 많은 양의 고기를 구하기는 힘들었다. 도시의 중심 시장인 미들 마켓은 물론이고 도시의 다른 시장들에서도. 스테돌프는 그것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다른 곳에 가기로 했다.
“줄 서요. 줄 서라고요.”
프라이드 랜드시의 치안 담당부대가 입는 진한 녹색 군복을 입을 여우가 소리쳤다. 멀리서부터 피 냄새와 내장 냄새가 퍼지는 그곳에는 많은 포식자들이 서 있었고 그들이 입는 옷은 스테돌프가 여관 여우를 통해 대충 구한 옷 파란 롱코트 보다도 낡아 보였다. 대부분 색이 바랜 옷이었고 옷이 이곳 저곳 찢어지거나 구멍 나 있었다.
특별히 통조림으로 팔리거나 염장 되는 게 아니라면 프라이드 랜드에서 고기는 며칠 내로 빠르게 소비되는 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정육점들의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프라이드 랜드시 당국은 늘 피식자를 시켜 주요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런 정리정돈이나 신선함 없이 오랜 된 썩은 내와 피 냄새가 진하게 날 곳은 몇 곳 없었다. 죄를 저지르는 초식동물이나 잡식동물의 인생이 끝나는 사형터가 그런 곳 중 하나였다.
프라이들 랜드의 포식자들은 기준이 있었다. 교양 있게 좀 덜 먹더라도 질 좋은 피식자들의 고기를 먹는 것. 그게 사회적 규칙이었다. 범죄자의 고기를 먹는 건 품위가 없었다. 특히 그들의 고기는 그들의 험한 죄의 값만큼이나 질기다고 했다. 이보다 더한 건 제 수명을 다하고 그만큼 늙은 몸뚱이를 남기고 죽은 나이 많은 피식자들의 고기 밖에 없었다.
스테돌프는 집에서 큰 카트를 끌고 와 한 시간이 걸려서 사형터에 도착했다. 포식자의 격식 있는 총살이 아닌 교수형 당해 죽고 해체되는 피식자들이 모인 곳 말이다. 다행히 아직은 사형과 도축이 시작되지 않았다. 스테돌프가 서있는 줄까지 고기를 살 수 있을 걸로 보였다. 스테돌프는 싼 고기를 얻기 위해 줄 서있는 가난한 포식자들 사이에 있었다. 이게다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멀리 언덕 위에 사슬과 족쇄를 찬 피식자들 있는 곳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다리 밑에는 탄피를 쓰는 연발총을 걸치고 목에는 제분소 문양이 새겨진 반다나를 걸친 군부의 독수리가 근처의 긴 나무 장대 위에 앉아있다가 하늘로 올라섰다. 독수리는 눈에 고글을 쓰고 머리 위에 노란 황동 부대 표식과 털 장식을 쓰고 있었다. 군부의 척탄병이었다.
멀리서 도축을 담당하는 멧돼지들이 피식자들을 끌고 플랫폼 위에 있는 올가미 밧줄로 향하는 게 작게 보였다. 척탄병 독수리는 연발총을 발톱으로 잡고 주위 하늘을 날았다. 태양의 사제로 보이는 로브를 쓴 동물 몇몇이 그 다음 플랫폼으로 올라가는 게 보였고 그들이 멀리서는 못 들리는 소리로 중얼거리고 난 뒤 멧돼지는 레버를 당겼다. 올가미가 씨인 피식자들이 공중에서 허우적대다 이네 축 늘어져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보였다.
/당연한 일일 뿐이야./ 스테돌프는 생각했다. 적어도 그들은 죽기 전 태양의 교회 사제들의 축성을 받지 않았는가? 프라이드 랜드의 모든 피식자들은 죽어서 고기가 된다. 그것이 프라이드 랜드의 섭리다.
“들어 오셔도 됩니다.”
사형터의 낡은 돌담 문을 지키던 멧돼지가 크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돼지들의 사촌인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처형자로 일했다. 동물들이 웅성거렸다. 그 속에는 죽은 엠릿왕의 이야기와 왕위 찬탈자 동생의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이야기 대부분은 빨리 도축이 끝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프라이드 랜드의 구름 낀 회색 하늘 아래서 길고, 좁고, 단단하고 그리고 얇은 칼들이 죽은 피식자들의 가죽을 벗기는 소리가 들렸다. 스테돌프가 카트를 들고 기다리던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 냄새가 심해졌다.
“이 고기로 드릴까요? 아니면 다음 손질이 될 때까지 기다리시겠나요?”
스테돌프의 차례가 됐을 때 피로 얼룩진 압치마를 입은 맷돼지가 물었다. 가죽이 벗겨져 약간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쥐의 몸뚱이였다.
“그 쥐를 다 살 테니까 손질했던 내장을 다시 뱃속에 집어넣고 줘 그것까지 먹을 거야. 그리고 머리는 잘라서 다른 동물 주던지 해. 머리는 별로야.”
눈꺼풀이 벗겨진 초점 없는 쥐의 눈을 보니 스테돌프는 불쾌해졌고 멧돼지에게 그렇게 말했다. 스테돌프의 비위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소심하든 그렇지 않든 스테돌프도 포식자 늑대였다. 다만 그 범죄자 쥐의 눈이 여행길과 여관에서 만났던 그 쥐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었다. 두 쥐의 눈을 똑 같은 회색이었다.
스테돌프는 800입의 값을 치른 뒤 쥐의 몸뚱이를 밧줄로 묶어서 카트에 싣고 간단한 광장과 몇 개의 감옥 그리고 하나의 감시 탑으로 이루어진 사형터를 떠났다. 스테돌프는 개의치 않았지만 스테돌프가 지나가는 길마다 카트에서 떨어진 피가 줄줄 떨어졌다. 스테돌프는 걸음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의 시장에서 후추와 빵 덩어리도 조금 샀다.
스테돌프의 다리 위의 집은 거대한 증기 기계로 움직이는 도개교의 다리 부분, 정확히 말하면 다리 위 증기 장치가 설치된 공장 같은 건물에서 세 건물 떨어진 다리 오른편에 있었다. 스테돌프는 습관적으로 고장난 시계를 꺼내보았고 시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새벽에 고기 몇 조각을 먹은 것 왜에는 아무것도 먹는 게 없어서 배고픈데 도개교가 올라가는 시끄러운 소리까지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젠 별 수 없었다. 스테돌프는 배고품에 위장이 꼴륵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집의 문을 열었다.
쥐의 몸뚱이는 고기를 걸어두는 층인 3층 다락방의 갈고리에 꾀어 넣었다. 스테돌프는 1년은 안 쓴 석탄 스토프의 먼지를 대충 쓸어버린 뒤 불을 지폈고 내장과 후추 그리고 피를 물과 뒤섞어 끓였다. 그렇게 좋은 요리는 못되었지만 맛있는 고기 냄새가 높고 큰 냄비에서 풍겨 나왔다. 조합 담당자가 코요테 레리가 경고한 프라이드 랜드의 상황을 생각하며 스테돌프는 식탁에 혼자 앉아 내장 스튜의 숟가락을 떴다. 액체 석탄 램프가 하나 켜져 있을 뿐인 집은 가족들이 없기 때문인지 쓸쓸했다.
/이 쥐고기도 일을 구할 때까지는 아껴먹어야지/ 스테돌프는 적당히 배가 약간 찰 때까지만 스튜를 먹은 뒤 냄비를 다시 부엌으로 옮겨놓았다. 나머지는 빵 덩어리로 채웠다. 포식자는 절대 이 곡물로 만들어진 노란 물체를 먹고 생존할 수 없었지만 배고픔은 덜 수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하모니 강의 서늘한 바람에 스튜가 서서히 식어갔다. 스테돌프는 오늘 도시를 꽤 돌아다녔다. 몸 약간 피곤했다. 아직은 오후였지만 침대에서 약간만 쉬기로 했다. 솜을 집어넣은 침대가 푹신하게 느껴졌다.
/젠장, 오늘은 군부의 사무실에 가기 늦었군./ 스테돌프가 깨어나 2층 가족 침실의 창문을 열었을 때 스테돌프는 하늘 위에 떠있는 달을 보았다. 잠시 쉰다는 것이 반나절 넘게 자버린 게 되었다. 옛길의 습격 때부터 지쳐있었던 몸이 침대에 눕는 순간 무너져 버렸던 게 분명했다. 스테돌프는 액체 석탄 램프를 키고 한기를 막기 위해 벗어두었던 롱코트를 다시 껴입었다. 차라리 내일 아침 군부 사무실에 들르는 게 잘 된 일인지도 몰랐다. 군부의 장교에게 습격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묻는 건 여관에서 쥐와 이야기 했던 내용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불쾌한 일이었으니까. 밤은 지루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고 싶지는 않았다. 스테돌프는 옛날 동화라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려고 1층 거실의 책장으로 향했다. 그때 철로 된 문의 구리 걸쇠가 움직이며 똑똑 거리는 소리를 냈다. 스테돌프는 2층 창문 아래를 내다보았다. 후드를 쓴 대여섯의 포식자들이 문 아래 있었다.
“무슨 일이죠?”
스테돌프는 아래 동물들을 쳐다 보며 물었다. 동물들 중 하나가 후드를 벗었는데 후드 아래 교회의 상징색인 노란색 옷을 입은 수사자였다. 스테돌프는 순간 코요테가 알려주었던 여왕의 복수에 대한 소문을 떠올렸지만 다시 안심했다. 태양의 교회의 옷은 자주 빛인 왕실의 옷과는 달랐다.
“교회의 일 때문이지. 당신이 죽어가는 밀의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는 러쉬하트 가문의 장남 스테돌프가 맞나? 수사자는 귄위를 가진 갈색 눈으로 창문 밖으로 튀어나온 스테돌프의 머리를 보며 말했다.
“사자이시고 교회의 일원이신 걸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러쉬하트가의 스테돌프가 맞습니다만 대신 교회의 사자께서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스테돌프는 2층의 창문에서 나마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교회의 일원들은 스테들프 어머니의 작위를 말했다. 작위는 첫째인 누나가 계승할 것이니까 엄밀히 말하면 스테돌프의 것은 아니었다. 작위를 가진 집안이라는 건 교회에 예배를 보러 갈 때 몇 가지 특권을 가졌다는 걸 의미했다. 예를들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다든지 오직 고양이과 동물들만 앉는 교회의 상석에 자리를 잡을 자격이 있다든지 말이다.
스테돌프의 어머니는 허례허식인 작위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예배를 보러 갈 때 꼭 권총을 지니고 갔다. 교회에서 작위와 상관없이 고양이과 동물이 아니니 무기를 들고 오지 말라고 동물들을 보낸 적인 몇 번 있었다. 스테돌프 어머니의 작위가 별볼일 없는 형편없는 것이라는 건 교회가 더 잘 알았다. 물론 어머니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꼭 무기를 들고 예배에 참석했지만 말이다. /그것 때문인가?/ 스테돌프는 아래로 내려가 철문을 열었다.
“잠시 바깥으로 나와줬으면 좋겠군. 시간은 귀중하고 우리도 바쁘니까 말이야.”
수사자가 말했다. 스테돌프는 그 말대로 따랐다. 뒷발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석제 보도를 조그만 돌들의 차가운 한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스테들포는 후드를 쓴 형상들을 바라보며 숨을 쉬었다. 그때였다. 수사자는 순간 스테돌프의 주둥이를 잡고는 코에 축축한 하얀 천을 덮었다. 묘한 약품의 냄새가 풍겼다. 스테돌프는 그리고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P.S 그럼 이 세 번째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3-5일 안에 다음 내용과 전개로 업로드 하겠습니다.
크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뭔가라도 적어드리는게 도움이 될것 같아서 한자 남깁니다.
작품속 인물들간의 생존경쟁은 자연의 그것보다는 인위적인 계급투쟁같은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실제 인간사이의 생존투쟁은 저것과는 또 다르긴 하지만 일정부분을 과장하거나 실제 시대상과 다른 시대의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풍자라는 느낌이 들지 자연의 그것과 같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이 잘못되었다거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하구요.
다만 작품에서 집중을 해야할 부분이 약간 나눠진다고 할까, 약간 그런 느낌이 있는것 같습니다. 정보의 과잉이라고 할수도 있겠는데, 세계관의 바탕과 세계관 그 자체, 거기에 주인공에 대한 정보에 괴물이라는 메인플롯까지 지나치게 여러갈래로 배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세계관 상으로는 이 모든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것이라 추측되긴 합니다만, 그건 세계관의 측면에서의 이야기지 소설 자체의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플롯의 순서에 따라서 독자가 집중해야하는 정보를 따로따로 제공하는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세계관과 주인공 주변에 대한 설명이 메인플롯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이 소설의 전체 주제는 앞서 말한 동물들간의 생존투쟁이라는건 어렴풋이 전달이 되지만, 당장의 시점에서 플롯의 메인인 괴물 이야기가 그것과 직접 연관이 있다는 힌트가 전무하다보니 플롯이 여러갈래로 갈렸다는 느낌이 듭니다.
음... 글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하인 저로써는 별로 도움이 되진 않을것 같은데, 글에서 시간의 흐름이 잘 안느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장의 강약조절이랄까요? 예를들면 주인공이 휴식을 취하던 부분에서는 자세히 이것저것 쓸데없는 묘사를 넣고 주인공의 잡다한 독백을 넣어 시간을 길게 늘어트린 다음에 기습 장면이 들어가는게 좀더 읽기 쉽고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제가 동물이 아닌 이상 사람이 쓰는 의인화 된 동물들의 이야기니 <인위적인 계급투쟁>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겠네요. 작중 동물들 스스로도 동물 본연의 모습보다 문명화 되었다는 것에 신경쓰니까 말이죠. 작중 30세기 넘게 문명사회에 있으면서 그들만의 문명을 만든 영향도 있을거고요.
전에 이야기의 내용을 빨리 당겨서 본격적인 전개로 넘어가는 게 더 흥미롭다는 조언을 받았고 괴물에 대한 떡밥은 바로 다음에 쓸 Chapter 1.4에서 외 괴물과 생존 투쟁의 커다란 접점이 생길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주인공들이 생존을 향해 돌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요. 그런데 지금 받은 다른 조언들로는 문법에 신경써야 한다고 해서 당분간은 책을 읽거나 하느라 다음화를 못쓰겠네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잘 묘사하지 않은 건 앞서 말한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과, 배경자료 부족으로 인한 짧은 묘사 때문일 겁니다. 정신나간 사회나 혼랑스러운 세계에서의 삶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으니까요. 이부분은 나중에 묘사를 늘려 봐야겠네요.
마지막으로 정보의 과잉은 저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작중에 잠깐 잠깐 등장하는 조연들이야 무시하고 넘어가면 된다지만 세계관이나 그걸 묘사하는 건 어떻게 깔끔하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덧글 감사합니다.
주제나 소재는 잘 선택하신 거 같군요. 다만 참신한 이야기는 아니라서 고유의 색이 필요해보입니다. 본인도 그걸 알고 계셔서 크툴루 신화를 적용하신 거 같은데, 솔직히 좀 의문이 듭니다. 작중 사람-그러니까 여기선 짐승-들간의 분쟁과 삶이 이 이야기의 기본 서사일텐데, 거기에 뜬금없는 이질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가 생각납니다. 노골적인 크툴루 냄새를 빼시던가. 아니면 뭔가 작중에서 그럴듯한 설명을 붙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실험의 결과였다거나, 반정부세력의 위장이었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아니면 약을 통한 환상이었던가.
문장과 편집에 있어서, 솔직히 읽다가 지칩니다. 편집적으로 불편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문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신 거 같습니다. 꼭 영어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만 한 글 같습니다. 영미소설이 아니라 그냥 번역글 말입니다.
솔직히 나름 흥미가 가서 올리신 글은 전부 읽어봤습니다만, 다음 화도 이런 스타일이라면 전 더 읽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ps. 다른 창작물에서 따온 요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표절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화의 문제입니다. 작품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셔야 길게, 또 넓게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