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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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인가 스포츠신문에 SF단편소설들이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해당 신문의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스포츠조선이나 일간스포츠였던거 같은데 다양한 작가의 단편들이 3~5회정도로 나누어 소개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필립 K.딕, 프레드릭 브라운같은 유명작가뿐아니라 잘 모르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여럿 소개되었었는데 그중에 나중에 단편집에서 접하게된 작품들도 많았지만 거기서만 읽었던 단편들도 여럿있었습니다. 지금 기억나는건 두편인데 혹시 작가나 제목을 아시는 분이 있을까 싶어 물어봅니다.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라 완벽한 내용은 아닙니다.
1. 한 시골마을 부인이 집 정원을 손질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거인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쳐다봅니다. 이 거인들은 얼마전에 갑자기 나타난 존재들이었습니다. 처음 이 거인들이 나타났을때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거인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들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자 군대가 공격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고 심지어 전술핵까지 투하해봤지만 거인들은 귀찮다는 정도의 반응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공격도 소용없고 대화도 안되자 사람들은 포기하고 어느덧 그들은 그저 존재하는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그녀도 그들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거인을 쳐다본건 그들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거인들은 등에 뭔가 장비를 메고있었고 손에 들고있는 막대에서 희미한 안개같은게 나오고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정원으로 관심을 돌리고 정원화초들에 사는 해충들을 없에기위해 살충제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마을위로 거인들이 뿌리는 희미한 안개가 뒤덮이며 점점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2. 우주선에서 선장이 한 항성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항성은 적색거성이 된 항성이었습니다. 우주선은 지구 최초의 초공간항해우주선으로 이번이 첫 시험항해였습니다. 선장은 첫 초공간도약항해의 목적지인 항성이 적색거성이 되어가고있는 항성임을 아쉬워하면서도 실제로 적색거성을 관찰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생각으로 나름 위로를 삼고있었습니다.
그 선장에게 한 과학자가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와 이야기를 합니다. 항성이 적색거성이된게 자연스럽지않다는 겁니다. 목적지였던 항성은 원래 적색거성이 될 시기가 아니었는데 그들이 도착해보니 적색거성이 되기 시작했다는건 뭔가가 작용한 거라는 분석이었습니다. 그 과학자는 자신들의 우주선의 초공간항법이 항성에 영향을 끼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선장에게 말합니다. 항성이 주변의 환경변화는 자신들의 우주선뿐이니까 말이죠. 선장은 반신반의하면서 문득 도착이 영향을 끼진다면 출발은 괜찮은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자역시 사실 그 생각때문에 표정이 불안하고 어두웠던 겁니다. 선장은 일정을 앞당겨 지구로 귀환하기로 합니다. 다만 혹시라도 영향을 줄지 모르니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로 도약한 후 지구로 통상항해를 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긴 통상항해끝에 그들을 맞이한 것은 붉고 거대해진 태양이었습니다.
이 두 단편들은 암울해보이는 마무리가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는데 작가도 제목도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신지...
감사합니다. 이제야 답글을 봤습니다. 프레드릭 브라운의 작품이었네요.^^ 이 분의 단편은 보복함대나 최후의 화성인같은 마무리가 씁쓸하고 허무한 작품부터 마술팬티같은 웃음을 주는 작품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정말 마지막에 살충제를 뿌리는 노부인과 뭔가 뿌리는 거인의 모습을 겹쳐묘사는게 뭔가 담담하면서 무섭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대상에게 정말 그렇게 취급당할 수도 있겠다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혹시 이 단편도 아실까요. 어떤 인물이 타임머신을 만들어 고대 로마시대로 가서 현대의학기술을 전수하고 황제를 설득해서 의료혜택을 식민지인들까지 받도록합니다. 그는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만족해하고 눈을 감지만 이후 문제가 생깁니다. 인구가 너무 많이 늘어나기 시작한겁니다. 시간여행자는 의술을 전수하면 나머지문제는 인류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인구가 너무 많이 늘어나 모든 기술과 자원이 오로지 식량공급에만 매달리는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늘어나는 인구를 견디다못한 미래의 인류는 발전된 기술과 약간의 자원으로 간신히 타임머신을 만들어 한명을 고대로마시대로 보냅니다. 그리고 그는 시간여행자가 고대로마에 나타난 순간 권총으로 사살하여 미래의 수많은 인류를 해방(?)시킵니다.
짧고 단순한 단편이었는데 뭔가 묘사가 코믹하면서도 씁슬한 단편이었습니다.
첫번째 단편은 아마 '프레데릭 브라운'의 '패턴(Pattern)'으로 생각됩니다. 거대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여 지구에 살고 있는 벌레(인간)들을 향해 '살충제'를 뿌린다는 내용으로, 노부인의 모습과 겹쳐지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