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극장에서 상영할 동안엔 못보고, VOD가 출시되자 마자 바로 감상했습니다. 지난 5월달에 한창 극장에서 할 동안엔 영화를 안 봤더라도 인터넷에서 각종 평들을 보긴 했는 데, 대부분 다 실망스러웠다는 평이더군요. 하지만 에일리언 4편 이후, 20년 만에 돌아온 에일리언 시리즈의 정식 타이틀 작품이기에 아무리 실망스럽다 해도 내눈으로 직접 보고 실망감을 느끼겠다는 심정으로 감상을 시작하였습니다.
워낙 부정적인 평가들을 감상 전에 봐왔던 터라 별 기대 없이 보고있는 데, 의외로 초반부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 일행이 엔지니어들의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실망감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좋은 비판글들은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있으니 길게 쓰지는 않고, 제 생각을 짧게 적어볼까 합니다.
- 물론 이 영화가 호러 SF이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너무 정직하게 대놓고 호러 영화 클리셰에 맞게(즉 멍청하게) 행동합니다. 에일리언 3편과 4편은 제쳐두더라도, 1편과 2편의 등장인물들은 아무 생각없이 호러 영화 클리셰를 따라 하지도 않았고, 1편과 2편의 각본가들도 노골적으로 호러 영화 클리셰를 갖다 쓰지는 않았을 텐데요. 우리는 이미 이 영화가 나오기 이전에도 에일리언 프랜차이즈가 생각없이 호러 영화 클리셰를 너무 뻔하게 갖다 썼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 지 알고있죠. 바로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2: 레퀴엄"입니다(크리스 스턱만이라는 유튜브에선 유명한 아마추어 평론가가 AVPR의 캐릭터들이 에일리언 영화에 어울리기 보단 슬래셔 영화에 나올법한 인물들이라며 비판을 했는 데, 그 말이 이 영화에도 딱 들어맞습니다.).
- 프로메테우스의 후속편으로 보기 애매하고, 그렇다고 에일리언 정식 시리즈의 일원이라 보기에도 뭔가가 부족합니다. "프로메테우스 2"가 아니라 "에일리언: 커버넌트"라 할지라도 너무 성의없이 엔지니어와 쇼 박사라는 소재를 처리해버리곤, 제노모프들도 본 작의 주 적이 아니라, 데이비드의 계획을 위한 도구에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제노모프가 2마리나 나오고, 전편의 디컨을 연상시키는 네오모프도 2마리나 나오지만 4마리 모두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고 게임속에 나오는 잡졸 병사 마냥 너무나도 빨리 퇴장합니다. 제노모프 종족의 러브크래프트스러운 매력이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바이오하자드에 나올 법한 양산형 괴물들만 남았습니다.
-엔지니어가 나와서 말인데, 그딴 식으로 매력적인 종족을 프랜차이즈 내에서 완전히 처리해버릴 거면 차라리 맥거핀으로 남겨놓았어야 했어요.
-이제 제노모프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슬슬 여전사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에일리언 시리즈가 할리우드 역사에 길이 남을 걸출한 여주인공 리플리를 내놓았기에 후속 작품들도 리플리에 대한 오마쥬 캐릭터들을 내놓고 싶은 건 이해하겠는데, 이젠 너무 억지스러워요.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걸 비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흥미롭게 할까 같은 아무 고민도 없이 그냥 주인공은 여자로 하자!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2편이 불만족스러웠던 점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유였습니다. 억지밈 마냥 너무 작위적이에요.
-이렇게 아쉬웠던 점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더군요. 바로 후반부의 체스트버스터(네오모프가 아닌)가 숙주의 몸을 뚫고 나오는 장면입니다. 평온한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마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연상시키는 포즈로 당당하게 숙주의 몸에서 일어나는 데 체스트버스터 장면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리들리 스콧!
-에일리언 4부작과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팬서비스는 충실합니다. 에일리언의 시점은 데이비드 핀처의 3편에서도 나온 것이고, 데이비드의 박제들은 에일리언 4편에 나온 리플리의 실패한 클론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우주선에서 펼쳐지는 제노모프와의 최후의 결투 역시 1편과 2편의 최종 결투 장면을 연상시키고, 전작 프로메테우스의 오프닝 음악 "Life"가 작품 곳곳에 흘러나옵니다. 또 제리 골드스미스의 1편 테마도 초반부에 흘러나옵니다.
아쉬운 작품이긴해도 블루레이하고 아트북은 지를 것 같네요.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으니 폭스사가 바짝 긴장하고 철저한 자세로 후속작을 내줬으면 합니다. 스콧 감독님도 시나리오에 신경을 더 써주었으면 좋겠고요.
ps. 제노모프 종족이 번식을 하려면 숙주가 필요한데, 페이스허거가 돌아다니는 곳에 인간의 구강구조를 가진 동물이 없을 경우(가령 프로토스처럼 입이 없다면?) 번식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쥐도새도 모르게 숙주의 몸속으로 포자가 들어가버리는 네오모프야말로 진정한 생물학적 재앙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전작 프로메테우스도 스토리텔링면에서 높은 평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전작을 지탱한 저력은 전작의 그림자와 막강한 수수께끼의 힘에 있었죠
전작에서 강력한 힘을 보인 엔지니어를 둘러싼 수수께끼는 아무 의미없이 소비되었고,
남은건 이전 시리즈의 그림자 뿐...
그나마 위대한 이전 시리즈의 위세에 기댄것 치곤 제법 잘 뽑혔다고 평합니다
진정한 주인공이 되어야할 '에일리언'대신 인류의 창조물인 기계가 주역을 맡은건 역시 좋지 않은 아이디어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