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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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미래에 기술이 발달하여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컴퓨터에 빽업을 하고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 그 클론에 자신의 기억을 넣고 자신은 자살을 합니다.
그렇다면 그 클론은 자신과 같은 사람인가요? 아닌가요?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소설을 쓰려는데 정의를 못내리겠어서........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이sf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자주 나왔고, SF에서는 꽤나 끊이지 않는 주제로군요.
'자아'라거나 '나'라는 것은 애초에 쉽게 정의내려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실상,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르고 기억정보조차 상당부분 차이가 나는데 말이죠.
비슷한 관점에서 SF가 아니라도 '기억상실'을 다루거나 하는 장르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문제들을 다루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1. 스스로 연속적인 동일체로 인지하고 있는가?
2. 타인(사회)적 관점에서 동일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3. 해당 시간계에서 1번과 2번이 충족되는 단일개체인가?
....그런데 본문의 경우나, 벨라님의 답글에서의 경우나 실질적으로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원본이 사라지지 않은 채, 복사본이 만들어져 버렸다'라는 경우죠.
명백하게 3번 조건에서 어긋나는데, 복수의 개체인 그들이 스스로를 육체가 둘인 단일개체로 인지하고 생동한다면 모르겠지만, 서로를 타자로 인식한다면 그들은 동일인이라고 할 수 없죠. 문제는 그들의 '과거(및 사회적 좌표)'의 소유권이겠네요.
음, 소설을 쓰셔야 하는 경우인지라, 제대로된 답변이 될지 모르겠군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SF는 아니지만 판타지나, 전기물에서 그런 기믹을 취한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 등장인물은 자신의 자아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서, 자신이 죽으면 기동할 자신의 복제체도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는지라 (위의 1번충족) 시간에 따라 늙은 자신이 죽어 젊은 복제체가 깨어나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데 별 이상이 없는 그런 인물이죠 단, 실수로 죽질 못해서 자신의 복제체와 만나는 경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즉, 객관적인 정의 보다, 실존론적으로 자기 인식안에서 끝내버린겁니다.
1번과 2번과 3번을 동시에 충족한다면 '그 개체는 원본 개체와 같은 개체라고 봐도 된다'라기 보다는 '그 개체가 원본 개체와 같은 개체라고 보지 않을 이유가 소거된다'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말이지만, 뉘앙스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해당 개체 혹은 인물을 A라고 했을 때, 스스로도 자신이 A라고 하고 타인이나 사회전반에서 A라고 인정하고 있으며, 스스로가 A라고 주장하며 존재성을 두고 경쟁할 다른 개체가 없다면 딱히 해당 개체가 A라는 것에 반론할 존재가 없는 것 뿐이죠.
원본이 허용하는 경우에만 동일개체(?)라고 인정하는건 어떨까요.
아예 관련 법률까지 도입되어있다고 해도 좋구요.
여전히 상속세는 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일단 제 기준에는 형제나 자식이라고 생각할순 있어도 저라고 생각하긴 힘드네요.
때문에 만약 완전히 동일한 복제인간을 만들고 (가능하다면) 동일한 기억을 집어넣는다고 해도, 그 복제인간은 자신만의 의식체계를 갖춘 별개의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본인 사람의 뇌가 이루는 신경망과 복제인간의 뇌가 이루는 신경망에 아무런 연결이 없는데, 이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계와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껏해봐야 일란성 쌍둥이 중에서 한 명이 죽었을 때 다른 한 명을 마치 죽은 한 명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되어버리죠.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서로 다른 두 개의 뇌가 하나의 신경망을 이룬다면 하나의 의식으로 나타나게 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러한 설정을 사용하는게 <노인의 전쟁>입니다.
노인의 전쟁에서는 원래의 몸이 깨어있을 때 비활성화 상태인 복제인간과 뇌를 연결한 뒤, 복제인간을 활성화하고 원래의 몸을 비활성화하는 순서를 거쳐서 의식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한 사람의 의식은 일시적으로 두 배의 모듈로 구성된 신경망으로 이루어져있다가, 원래의 모듈을 기능정지시키고 원래 가지고 있던 만큼의 모듈로 구성된 신경망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 한 번도 깨어난적이 없는 뇌의 뉴런이 원래의 뇌처럼 연결되어있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을테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뇌 두 개가 연결된 상태로 한동안 생활을 하며 복제인간의 뉴런을 연결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을겁니다. 이런 문제는 '완전히 동일한 복제체를 만들고 원본을 그대로 파기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이긴 하지만요.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저장매체에 기억 등을 백업해놓는 경우에도 마찬가지가 됩니다. 의식체계를 구성하는 모듈들이 하나의 신경망을 구성해야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같은 것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백업했다가 다른 몸에 집어넣고 원본은 파기'를 하는 것보다는, 가상현실에 의식을 옮겨버리고 육체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단말기처럼 이용하며, 가상현실의 의식과 육체의 의식을 항상 연결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쪽이 동일인으로 받아들이기 쉽겠죠.
시간여행이라는 시리즈 특성을 이용해 각각의 재생성된 닥터들이 만나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때 보면 각 닥터들은 상대를 자신으로 인정하면서도 또한 개별적인 존재로 상대합니다. 그래서인지 정체성문제로 고민하지는 않더군요.^^
아래 패러독스와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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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을 완벽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장치이긴 한데, 보내는 물질을 쪼개서 보내 받는 쪽에서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보내는 쪽은 그냥 물질은 없애고 받는 쪽에서 보내는 쪽의 정보만 받아서 물질을 조합하는 장치라면,
나 자신을 그 장치를 통해 전송시키면 그건 내가 순간이동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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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쪽에서는 나와 털끝 하나 차이도 없고 내가 생각하던 것을 그대로 이어서 생각하겠고, 그 누구도 이전의 '나'와 구별하지 못하지만...
과연 그것이 과연 '나'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