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의 글터
'인간의 공주여 너에게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붉은 용인은 손을 허공을 뻗어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던 새를 끌어 내렸다. 새는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에라도 걸린 듯 그의 손에 빨려 들어갔다.
'이 새는 살아 있는가. 아니면 죽어 있는가.'
그는 붉은 손 안에 새를 감추고는 물었다.
"감히 답할 수 없사옵니다."
공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무엇때문인가. 그대는 지금까지 그 어떤 질문에도 두려움없이 답하지 않았던가.'
"이 대답에 하나의 생명이 걸려 있지 않사옵니까. 제가 무어라 말하든 그 새를 살릴 수 있겠사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새가 살아있다 말하면 즉시 그 새를 죽이시겠고, 제가 죽어있다 말하면 그 새를 살려 보내시겠지요."
'그렇다면 죽어있다 말하면 될 일이 아닌가.'
"새를 살리기 위해 말한 거짓이 언령으로 돌아와 그 새의 목숨을 앗을까 두렵사옵니다."
'인간의 공주여. 너의 말이 옳다. 너의 말은 이미 언령을 지닌 바. 남을 다치고 해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너의 세치 혀는 날카로운 비수와 같으니 우리같은 용인에겐 큰 해가 되지 못할지 모르나 인간에게는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인즉 너는 너의 언령을 다루기 위해 주의해야 할 것이다.'
"가르침을 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리옵니다."
'그럼 답해보겠느냐. 이 새는 살아 있느냐. 아니면 죽어 있느냐.'
그는 집요하게 다시 물었다.
"간청드리오니 그 새에게 생명을 허락하여 주시길 바라옵나이다."
'내가 이 새를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는구나.'
"하늘을 자유로이 날던 새가 생명의 위험에 처하여 그 새의 생명을 구하여주십사 부탁드리는 것이옵니다. 지금까지 자유를 누려보지 못한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사옵니다."
그는 소리 없이 웃고는 말했다.
'너는 그럼 이 새가 아직 살아있다 믿는 것이렸다.'
"그러하옵니다."
'이 새가 죽었다면 나 역시 그 죽음에서 새를 구하지는 못할텐데 어찌 할 셈이더냐.'
"그리하였다면 저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까닭에 이 곳에 남아야 하였을 것이옵니다."
'언령조차 죽음을 되돌리지는 못하나니, 그 또한 옳다. 이 마지막 질문은 시험이 아니었으니, 인간의 공주여 너는 이미 시험을 통과하였다. 이것은 내가 네게 주는 선물이니 너의 길이 다하는 곳까지 너와 함께 가리라. 네가 죽음과 생명중 생명을 택하였으니 이것은 생명을 가지겠고 너를 빛 아래 지키리라.'
그가 붉은 손을 펴자 한줄이 청량하고 따스한 빛줄기가 물결치듯 흔들리며 그녀의 어깨위로 모여들더니 하얀 새의 모양을 이루었다.
"감사드리옵니다."
'이제 가도 좋으리라. 너의 말이 너를 운명의 굴레 아래 묶지 않도록 주의토록 하라.'
"명심하겠사옵니다."
망국의 공주가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찾아간 왕가의 무덤에서 얻은 것은 엄청난 힘이었다. 그러나 그 언령의 힘은 손잡이 없는 양날의 검이라 했다. 무엇이든 말하면 이루어지는 꿈과 같은 힘, 그러나 그 반발력은 인간의 몸으로 억누를 수 없는 것이었다.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