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배틀테크> 킥스타터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최초 목표 금액을 하루도 안 되어 넘기더니, 파죽지세로 죽죽 밀고 나가더군요. 끝내 목표 금액의 10배 이상이 모였고, 상당한 쾌거를 이룬 사례로 남았습니다. 그에 따라 제작진은 게임의 추가 사항들을 달성했고, 이 중에 대전 기능도 있습니다. 대전 기능은 제법 후반부 추가 목표였는데, 그만큼 제작진이 싱글 플레이부터 염두했다는 뜻이죠. 아마 킥스타터 게임으로 멀티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존재할 텐데, 전술 롤플레잉은 대부분 싱글 플레이 위주입니다. 고전적인 <엑스컴>이나 <재기드 얼라이언스>부터 <다크 아이: 블랙가드>와 <스페이스 헐크: 어센션> 같은 게임들까지 그렇습니다. <에너미 언노운>처럼 대전 기능을 추가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거의 대부분의 비중은 싱글 플레이가 차지하죠. 하긴 게임 특성상 대전 환경을 설정하기가 까다로울 겁니다. 캐릭터 레벨, 무기 성능, 연구 성과 등이 꽤나 점진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겠죠.


가령, <에너미 언노운>에서 캐릭터 레벨은 단숨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여러 번 전장에 참여해서 꾸준히 경험치를 모아야 합니다. 무기 성능도 마찬가지라서 부품 몇 개 주웠다고 금방 플라즈마 소총이 튀어나오는 게 아닙니다. 기지를 확장하려면 자금이 필요하고, 덕분에 제대로 된 기지를 운영하려면 (게임 시간으로) 몇 개월이 걸립니다. 그나마 <에너미 언노운>은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며, <롱 워> 모드에서는 진급과 업그레이드가 훠어어어얼씬 느려집니다. 그러니 플레이어끼리 간단하게 한 판 겨룰 수 없습니다. 대전 플레이를 하려면, 미리 캐릭터 레벨과 무기 업그레이드 등 몇몇 조건을 지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미리 지정하면, 단계적으로 엑스컴 대원을 향상시키는 특유의 재미가 사라집니다. <엑스컴>의 재미와 감각은 장기나 체스와 다르니까요. <엑스컴> 이외에 다른 게임들도 마찬가지죠. <스페이스 헐크: 어센션>처럼 비교적 단순한 게임조차 우주 해병대를 진급시키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게임 시스템이 엄청나게 혁신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이런 성향은 계속 이어질 테죠.


이와 달리 실시간 전략 게임들은 대부분 멀티 플레이 위주입니다. 엄연히 싱글 플레이가 존재하고, 제작진들도 설정과 플롯에 꽤 공을 들입니다만. 결국 실시간 전략 게임은 대전 위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초창기 <커맨드 앤 컨쿼>부터 현재의 <컴패니 오브 히어로즈 2>까지 대부분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싱글 플레이 위주의 실시간 전략 게임이 나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엑스컴: 롱 워>처럼 진득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 나온다면…. 글쎄요, 과연 그걸 만들기가 쉬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그런 게임이 얼마나 판매고를 올릴지 의문이고요. 싱글 캠페인을 주구장창 늘리면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맵을 엄청나게 만들어야 할 테니까 제작진도 고역이겠네요. (플롯을 대충 포기하고, 무작위 지형 설정을 집어넣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과연 플레이어들이 그걸 얼마나 선호할지 장담할 수 없죠. 예전에는 누가 이런 것 좀 안 만드나 싶었는데…. 실시간 전략이 매니악해지면서 이런 게임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졌네요.


아마 싱글 플레이만 강조하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 있는데, 혹시 제가 빠뜨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게임이 장래에 다시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