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는 6년이 지났음에도 이따금 댓글이 달리는 글이 있습니다. 아폴로 달착륙의 음모론을 소개하고, 이들 음모론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죠.


이후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수많은 '음모론이 맞아.'라는 이야기도 달렸습니다. 그러다보니 달착륙 음모론에 관련한 기사들까지 덩달아 모이는 상황.

무슨 달 착륙 음모론에 대한 검색을 하는 느낌입니다.^^


그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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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어 3호의 랜더 ]

2013년 12월에 중국의 창어 3호 탐사선이 달에 도착하자 "창어 3호는 달에 도착하지 않았다."라는 음모론이 나왔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중국의 과학 기술은 그 정도가 아니다. 이건 거짓이다.'라는 말이죠. (사실 중국의 유인 우주 비행 당시에도 그런 음모론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NASA에서 "아니, 이걸 봐 착륙선과 랜더가 확실히 있잖아."라는 LRO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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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어 3호가 착륙한 것을 보여주는 LRO 사진 (출처 : http://jjy0501.blogspot.com )

2010년에 발사한 창어 2호가 달 표면에서 아폴로의 흔적을 발견하여 소개한 일이 있었으니 서로 입증한 셈일까요? ^^

그런데 누군가가 "창어 3호에서 아폴로 14호를 발견하지 못했대."라는 내용을 올렸던 모양이죠.


그리고 이걸 다른 사람들이 퍼날랐고 제 블로그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위 글과는 다른 내용이었지만.)


이런 내용이 있다는 건 이제야 알았고 그래서 창어 3호 이야기를 살펴보았죠. 그 결과 기사 내용과 반대로 NASA와 중국이 서로의 탐사 내용을 교차 입증해주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창어 3호와 아폴로 14호에 관련한 기사가 -적어도 신빙성 있는 외국계 언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만든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만약 외국에서 만든게 아니라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모론 관련 내용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진실은 어떤가...

위키를 검색하니 금방 나오는군요. 창어 3호와 아폴로 14호는 둘 다 달의 '비의 바다'에 착륙했습니다. 아마도 이 내용을 보고서 '둘이 비슷한 지점에 있다.'라고 착각하는 분도 계시겠는데, '바다'라는 말 그대로 엄청나게 넓습니다.

그래서 둘이 도착한 지점을 살펴보니...

아폴로 14호 : 3.64530°S 17.47136°W
창어 3호 : 44.12°N 19.51°W

아폴로 14호는 남위 3도, 창어 3호는 북위 44도... 지구로 비교하자면 아폴로 14호는 하와이 정도, 창어 3호는 연해주 정도 될까요.(물론 경도를 무시할때) 달의 둘레가 1만 km 정도 되니, 서로의 거리는 적어도 1,000km 이상 떨어져 있군요.

창어 3호가 아폴로 14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는게 당연하잖습니까?

오랜 만에 황당해서 웃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기사'라고 믿고서 진실이라 생각한다는 사실에.

그리고 화가 났습니다. 이런 근거도 없는 내용으로 인류의 노력의 증거를 무시하는 음모론자들의 행동에.

음모론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음모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음모를 믿기에 앞서서 최소한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여담)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이 깊이 생각하지 않게 한다.'라면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냈지요. 저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지만, 가끔 이런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카의 주장을 훌륭하게 입증하는 듯 해서 씁쓸합니다.

생각하지않는사람들_표지.jpg

여담2) 근데 제게는 위 이야기가 참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글 문'에서 아폴로와 각종 탐사선의 위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위키에서도 좌표를 찍으면 금방 볼 수 있네요.


이게 창어 3호의 위치입니다.


아폴로 탐사선 전부의 위치.

  이런 걸 보면, 인터넷은 활용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상상력을 키워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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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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