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5일 발매를 앞두고 슬슬 유튜버들에게 게임을 뿌려서 이런저런 영상이 나돌고 있습니다. 뭐 요즘 신작 게임들이야 이런 식으로 홍보하는 게 보통이지만 말예요.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피락시스제 엑스컴은 그 이전까지의 엑스컴 리메이크 시도들과는 다르게 원작의 설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려는 나름의 야망을 드러냈었는데, 이번 2편에서는 그게 더 확연해졌죠. 전작 내용을 없던 걸로 치고 인류가 외계인에게 패배한 미래라 엑스컴은 V 같은 레지스탕스가 되어버렸다는 설정을 도입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전투시에도 적과 접촉하지 않고 숨어다닐 수 있고 UFO 요격할 일도 없어졌고 달라진 게 아주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작에서 불만이었던 요소들도 많이 쳐냈고요. 이제는 1994년 게임의 리메이크가 아닌 피락시스제 엑스컴 1의 후속작이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보다보면 하나하나 디테일에 무자비하게 신경썼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껴지네요. 수많은 커스텀 옵션에 자잘한 애니메이션 효과에 각종 이벤트, 몹 디자인...게임이란 것도 하다보면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열정을 갖고 만드는가가 종종 드러날 때가 있다 싶은데 제가 보기엔 2편의 첫인상도 그럴 것 같습니다.
Our last, best hope for peace.
스토리의 경우는 뭐 그냥 뒤집기의 일환이 아닐까 싶어요.
말로는 1편을 엔딩까지 본 사람이 적네 어쩌네 하지만, 그야 그냥 팬 서비스로 할만한 말이기도 하고, 맨날 똑같은 "적을 처치하고나니 더 강한 적"이란 식 보다는 뒤집어서 그냥 주인공이 졌다면 하는 쪽이 더 신선한 소재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갈 경우 2편 엔딩에서 "우리가
처절한 전쟁 후에 이겼다"는 엔딩이 나오기에는 엄청난 수준의 비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토리 짜기는 더 힘들어질거라는거죠.
십중팔구는 데스스타급 건곤일척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면 이쪽 게릴라 스토리 라인을 메인으로 계속 가는 식으로 "우리는
전투에는 이겼지만 전쟁은 아직 진행중이다" 식 "다음편을 기대하세요" 엔딩일 가능성도 높고요.
시
스템의 복잡성은 오히려 올라갈거라고 공언을 한 상황이니까 캐주얼화에 대한 걱정은 접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판매량 문제 때문에
PC에 올인한 상황이기도 하고. 롱워에서 추가된 기능들을 당당히 추가, 언노운/위딘의 후속작이 아닌 롱워의 후속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니까요.
전 이번편은 안하고 패스하던가 할거 같네요. 전작에서도 몇번이나 사람 빡치게 만들었던 상황이, 위 동영상에서도 고대로 나오네요. 네명이서 한명을 조지는데, 무려 3턴동안 평균 50% 확률로 쏴재끼는데도 미친듯이 뜨는 미스···.
preview #1 17분에서 22분까지. 저기서 우리편이 한명이라도 맞아서 죽었다면(맞았다면 100% 죽었겠죠. 총 데미지가 3-5 정도인 모양인데, 아군 체력은 죄다 4니.) 거 씅질나서 게임 하겠습니까.
정식 출시하면 웹진들이 얼마나 평점을 매길지 궁금합니다. 아마 다들 호평할 것 같은데, 파이락시스의 새로운 얼굴 마담이 될 수 있겠어요. <지구를 넘어서>가 워낙 평가가 애매한 터라서 <문명 6>이 호평을 받기 전까지 <엑스컴 2>가 새로운 타임머신의 왕좌에 등극할지도…. 원판과 너무 달라진 점이 많기 때문에 불만 역시 많지만, 그래도 전략 게임 제작사로서 명가이긴 명가입니다. <에너미 언노운>조차 꽤나 대단한 게임이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롱 워> 모드처럼 거창하게 나왔으면 싶었지만, 그건 어렵겠죠. <문명> 역시 캐주얼을 지향하는 마당인데, <엑스컴>이라고 너무 매니악할 수 없으니까요. 사실 대형 제작사에서 만드는 게임들의 운명이 다 그렇죠. 그런 와중에 그나마 정도를 지키며 이런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열정의 증거일지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만한 전술 롤플레잉 게임도 드물잖아요. <웨이스트 랜드 2>나 <쉐도우런: 홍콩>은 평가가 참 좋지만, 전술 롤플레잉치고 플롯의 비중이 너무 크죠. <쉐도우런: 보스턴 록다운>은 평가가 너무 낮고, <스페이스 헐크: 어센션>이나 <새틀라이트 레인>은 규모가 너무 작고, 베데스다가 <폴아웃 택틱스 2>를 만들 일은 절대 없을 것 같고….
<엑스컴 2>만한 게임이 드물긴 드뭅니다. 나와주는 게 감사할 정도.